방문교수파견일기/인도네시아(Indonesia)

[파견일기] 제69편 - 대나무로 만든 전통 악기 앙크룽(Angklung) 공연을 관람하다

민지짱여행짱 2018. 1. 2. 21:48

2018년 1월 1일 월요일,


2018년 새해가 밝았어요. 오늘은 휴일이기 때문에 시내 명소나 쇼핑 센터에는 사람들로 넘쳐날 것으로 생각되고 늘상 그래왔듯이 도로 곳곳에는 차량 정체가 예상되기에 그냥 집에서 조용히 지내려다가 이 곳 반둥에 놀러온 딸내미를 위해 사웅 앙크룽 우조(Saung Angkrung Udjo) 공연을 보러 나서게 되었어요. 오후 2시 조금 넘어 우버 차량을 타고 이동하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운전자가 공연장 근처에 살고 있어 차량 정체를 피할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을 잘 알더군요. 제법 먼 거리라 생각했는데 30분도 채 안걸려 목적지에 도착했기에 팁을 넉넉히 얹어 계산을 했답니다.


사웅 앙크룽 우조는 앙크룽이라는 대나무로 만든 악기를 이용해 보여주는 전통 공연으로서 반둥을 여행하는 사람은 꼭 봐야하는 공연 중의 하나예요. 저는 지금까지 세 번이나 봤고 집사람도 지난해에 한 번 본 공연이지만 이번에는 딸내미를 위해 다시 찾게 된거랍니다.


공연 티켓이 외국인의 경우 1인당 11만 루피아라고 하던데 제가 지금까지 배운 인도네시아 실력과 나름의 노하우로 거주 신분증인 키따스(KITAS) 없이도 현지인 요금인 1인당 7만 루피아에 티켓을 끊을 수 있었어요. 입장 티켓은 목걸이형 미니 앙크룽이고 한글로 된 팜플렛을 건네주더군요.



가족 세 명이서 예상 비용보다 12만 루피아나 할인을 받을 수 있었기에 그 돈으로 공연장 입구 카페에서 바나나 튀김과 함께 시원한 과일 쥬스를 한잔씩 하면서 입장을 기다립니다. 공연은 하루에 한 번 있으며 오후 3시 30분 부터 시작된답니다. 공연 시작 15분 전에는 입장을 해야 아마도 좋은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되나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목적이 아니라면 어느 자리에 앉아 보더라도 무방할 거 같아요.



주문한 바나나 튀김이 늦게 나오기에 테이크 아웃으로 챙겨 오후 3시 20분 경에 공연장에 들어서니 이미 무대 정면을 바라보는 자리는 거의 만석이더군요. 다행히도 가운데 라인의 가장자리 쪽에 나란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자리를 잡습니다. 입장시에 생수랑 아이스크림 중에 하나를 무료로 주는데 저는 아이스크림을 선택했고 집사람과 딸내미는 생수를 선택했어요. 밖에 비가 내리는 터라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나 보네요.



오후 3시 반에 공연이 시작되어 사회자가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관람객들에게 인사를 나누는 순서부터 진행이 된답니다. 그런 다음 1인 인형극부터 시작을 하는 데 초반에는 다소 지루한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자그마한 인형으로 진행을 하는 데다가 인도네시아 말로만 10여분 이어지는 인형극이라서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웃음 포인트도 못찾는 관람객들이 많은 것 같더군요. 아마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된 코너인 듯 합니다. 


이후 펼쳐지는 춤과 노래 공연은 언어와 상관없이 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난히 즐기실 수 있고, 공연 막바지에는 관람객들에게 앙크룽을 하나씩 나눠주고서 같이 연주 방법을 배우고 몇가지 음악에 맞춰 합주를 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라서 가장 관람객들의 관심을 받았던 거 같네요. 공연 출연자들과 관람객들이 함께 어울려 춤을 추는 것을 마지막으로 해서 공연은 모든 끝이 납니다. 딸내미는 시종일관 공연이 별로 재미없다는 듯한 표정을 보이고 있어 약간 씁쓸하더군요. 

  


제가 지금까지 네 번째 이 공연을 관람하지만 하일라이트 공연이라 볼 수 있는 앙크룽 악기 체험 코너를 제외하고는 조금씩 패턴이 달라지고 있으며 저 역시 예년에 비해 다소 재미가 떨어지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예전에는 흥겨운 인기 팝송에 맞춰 전문 공연자들이 앙크룽 공연을 펼치는 코너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빠졌더군요. 



2~3년 전에 처음 앙크룽 우조 공연을 관람했을 때만 하더라도 입장 요금이 내외국인 구분없이 5만 루피아 정도였다는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7만 루피아(외국인의 경우 11만 루피아)까지 올랐더군요. 공연의 질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수준으로 바뀌다 보니 관람객들은 줄어들고 있고 수익을 맞추려고 하니 입장 요금만 올리는 상황인가 봅니다. 


그리고 접근성 면에 있어서도 반둥의 동쪽 변두리에 위치해 있는 데다가 공연장 입구가 좁은 도로를 접하고 있어 썩 좋지는 않답니다. 이번에 우리 가족은 차량 운전자가 근처 지리에 익숙한 터라 차량 정체를 피해 골목길로 해서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공연을 마치고 난 뒤에는 차량들과 오토바이로 꽉 막혀있는 좁은 도로를 걸어 대로변에 도착해서야 그랩 차량을 불러 아파트로 되돌아 올 수 있었네요. 좁은 도로이다 보니 별도의 인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공연 도중에 내린 소나기로 인해 도로는 질퍽해 대로까지 이동하느라 혼났네요.

공연을 마치는 시각이 오후 5시 반경이라 퇴근 차량들로 정체를 빚게되는 시간대라서 공연장에서 우버나 그랩 차량을 호출한다 할지라도 응답을 받기가 쉽지 않을거라 생각됩니다. 


이번에 공연장에 도착하면서 이용한 차량 운전자에게 공연을 마치기 까지 기다리는 시간 동안 추가 비용을 낼테니 공연 끝나고서 우리 가족을 태워달라고 부탁하니 흔쾌히 승낙하더니만 공연 마치고 나오니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더군요. 나중에 전화를 하니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가 있다네요. 아마 근처에서 다른 호출이 와서 이동한 모양인가 보더군요. 그래서 포기를 하고서 정체가 덜한 대로까지 걸어나간 거랍니다.

 

아뭏든 공연장까지 가는 건 우버나 그랩 차량을 탑승하기 쉬울거 같지만 공연을 마치고 난 뒤에는 이런 차량들을 이용하기가 엄청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개인 승용차를 이용한다 할지라도 공연장 입구 좁은 도로를 빠져나와 대로까지 이동하는 데 여간 만만치 않은 고생을 할거라 여겨 봅니다.

  

사웅 앙크룽 우조 공연의 질과 인상된 가격 그리고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앞으로 반둥을 찾아오는 분들에게 감히 추천하고 싶다는 얘기는 못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