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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제6편 - 메콩강 하류의 삼각주 지역을 구경하는 메콩 델타 투어를 하다

민지짱여행짱 2008. 7. 29. 20:12

 

2008년 7월 29일 화요일, 베트남/캄보디아 가족여행 셋째날입니다.

 

오늘은 가족이 메콩 델타 투어를 떠나는 날이다. 메콩강의 하류에 삼각주가 형성된 곳 주변을 구경하고 현지 주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인 것이다. 메콩강은 북쪽의 중국, 태국에서 시작된 메콩강 줄기가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 남부에서 바다로 흘러간다. 따라서 낙동강 하구처럼 강의 하류에 위치한 베트남 남부 지역에 삼각주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남부 최대의 도시인 호치민에서 이 곳 메콩 델타 지역으로의 투어 프로그램이 많은 편이다.

 

메콩 델타 투어에는 몇가지 상품이 있지만 호치민에서 출발하여 도착하는 도시가 다를 뿐 내용은 비슷한것 같아 가장 가까운 미토(My Tho) 라는 도시까지 가서 배를 타는 가장 싼 프로그램으로 신청하신 거예요. 1인당 비용은 10달러씩인데 저 혼자만 어린이 가격인 5달러를 냈다고 합니다.

 

메콩 델타 투어는 당일 투어도 많이 하지만 1박 2일 투어도 많이 하는 것 같고, 캄보디아 프놈펜까지 이동하는 장기 일정의 메콩델타 투어 프로그램도 있답니다. 1박 2일 프로그램은 숙박하는 호텔의 평가가 좋지 않은 것 같고, 숙박하는 도시 또한 볼거리가 없다는 의견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기에 당일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이랍니다.

 

메콩 델타 투어를 떠나기에 앞서 호텔에서 제공하는 쌀국수와 샌드위치와 쥬스/커피 등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그리고 간단한 나들이 짐만 챙겨 호텔 근처 리멤버투어 여행사 앞에 7시 15분경에 도착해서 다른 투어 참가자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버스는 7시 반경에 출발할 거라고 한다.

 

[리멤버 투어 여행사에서 투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7시반 조금 넘어서야 투어 버스가 도착하였는데 이미 다른 여행사들을 통해 메콩 델타 1일 투어를 신청한 사람들을 여기 저기서 태우고 온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가족들은 자리가 비어있는 버스 뒷쪽에 앉게 되었어요.

 

[메콩델타 투어버스 내부입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빨간색 옷을 입은 가이드가 영어를 잘 하네요]

 

투어 버스는 호치민 시내를 통과해 약 2시간 가량 걸려 최종 목적지인 미토에 도착했어요. 투어 버스에서 내려 호텔 뒤편에 있는 자그마한 현지 여행사 사무실로 함께 이동한다. 가이드가 현지 여행사와 협의를 해서 투어 준비를 하는 동안 여행객들은 호텔 주변 적당한 그늘에 모여 쉬거나 화장실을 다녀온다.

 

[투어 버스에서 내려 현지 여행사 사무실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미토 시내 모습입니다. 한산한 편이랍니다]
[화장실에 어느 쪽이 남자용이고, 어느 쪽이 여자용인지 베트남어로도 아시겠죠?]

 

오전 10시 경이 되자 가이드가 현지 여행사와의 조율이 모두 끝났는지 투어 손님들을 도로 건너편 선착장으로 안내한다. 잠시 후 투어 손님들을 태운 배는 뿌연 황토 빛 메콩 강을 거슬러 간다.

 

[이동하는 중에 바라보이는 수상 가옥들과 그 위를 가로지른 대교 모습입니다]

 

투어 손님들을 태우고 십 여분 이동한 배는 자그마한 섬의 선착장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손님들을 10여 명이 탈 수 있는 자그마한 배로 나누어 태운 다음 다시 5분 정도 좁은 수로를 거슬러 올라가 자그마한 마을에 모두 내려준다.

 

배에서 내려 가이드를 따라 시골 길을 잠시 걸어가니 첫 번째 방문지가 나타난다. 이 곳에서는 손님들에게 벌꿀차와 열대 과일 말린 것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손님들에게 벌꿀과 열대 과일 말린 것을 파는 곳이다. 투어 비용이 저렴한 이유는 투어 중간 중간에 가이드가 여행객들을 이런 상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여행자들에게 큰 뱀을 직접 만져보거나 어깨에 걸쳐 보게 하는데 하필이면 연약한 제가 무거운 쪽을 들고 있네요]

 

무료로 벌꿀차와 열대과일 말린거 얻어먹은 터라 여행 중에 심심풀이로 먹으려고 몇가지 열대 과일 말린 것을 몇개 구입합니다. 그리고 벌꿀차를 한 잔 더 마신 다음 가이드를 따라 근처 다른 마을로 이동한다.

 

 

다음으로 도착한 마을에서는 투어 손님들에게 현지 어린이의 춤과 노래 공연을 보면서 열대 과일 시식을 제공하더군요. 

 

[어깨에 매고 과일을 담아 팔러다니는 행상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봅니다]
[어린이들이 춤을 추고 어른들은 악기 연주를 한다. 팁을 강요하지 않고 공연 후 바로 퇴장하더군요]
[다양한 열대 과일들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투어 비용에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공연을 보면서 열대 과일 시식을 끝내고 나면 손님들을 서너명씩 쪽배에 태워 좁은 수로를 따라 큰 배가 있는 선착장으로 이동한다. 쪽배의 앞과 뒤에서 각각 한 명씩 배를 저어 수로를 헤쳐나가는데 좁은 수로이다 보니 반대쪽에서 올라오는 쪽배와 아슬아슬하게 비켜 나가기도 한다. 그 때마다 빈 배를 저어 올라가는 사공들이 1달러를 외친다. 노젓는 사람들에게 1달러를 팁으로 주라는 뜻이다.

 

 

약 15분쯤 작은 쪽배를 타고 이동하면 약간 큰 통통배들이 기다리고 있는 선착장에 도착한다. 쪽배의 앞과 뒤에서 노를 저어준 사공들에게 아빠가 각각 1달러씩 팁으로 드렸더니 두 손 모아서 인사를 한 다음 급히 쪽배를 몰고 다른 손님들을 태우러 간다. 한 팀이라도 더 태워야 1달러라도 더 벌기 때문이다. 아빠는 정말로 고마움의 뜻으로 사례를 한 건데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하신다. 팁을 후하게 주다보면 다음에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원치않는 팁을 강요당하는 누를 끼칠 수가 있기 때문이란다.

 

10여명 탈 수 있는 통통배에 옮겨탄 후에는 다시 메콩강 줄기를 따라 다른 마을로 이동한다.

 

 

이번에 도착한 마을에서는 코코넛 캔디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코코넛 열매 안쪽의 흰 젤리 같은 부분을 긁어서 흡착기에 넣고 짜게 되면 즙이 나오게 되는데, 이 즙을 끓이면서 저어주면 엿같이 끈적 끈적해지고 이를 굳혀 잘라내면 코코넛 캔디가 되는 것이다.

 

[코코넛 캔디를 만드는 과정이랍니다]
[포장해서 판매되고 있는 코코넛 캔디입니다]

 

이곳은 코코넛 캔디를 만드는 과정만 투어 손님들에게 보여주기만 할 뿐이고 실제 손님들에게 판매되고 있는 코코넛 캔디는 아마 다른 곳에서 만들어 오는 것 같다. 순수 코코넛으로 만든 건지 다른 첨가물을 이용해 만든 것인지 알 수는 없네요. 

제가 시식용으로 건네는 코코넛 캔디를 먹어보고 맛있다고 하니 아빠는 40개들이 한 팩에 20,000동(1,200원 정도) 하는 거 2팩을 구입하신다. 다섯 팩을 사면 한 팩을 서비스로 준다고 하면서 충동 구매를 유도하지만 여행 초기 인지라 더 이상 구입하지 않기로 한다.

 

코코넛 캔디 제조 과정을 둘러보고 난 시각은 12시 반경이다. 투어 가이드가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자고 한다. 방금 타고 온 통통배로 돌아가 타고서 다시 이동한다.

 

 

10분 정도 이동해 다른 마을에 있는 자그마한 레스토랑(이름이 HAO AI)에 도착한다. 점심 식사는 투어 비용에 포함되어 있어 공짜이나 음료수나 맥주, 커피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나랑 외사촌 오빠는 시원한 코코넛(10,000동 = 600원)을 하나씩 주문하고, 엄마는 냉커피 그리고 아빠는 맥주를 한 병 주문합니다. 곧이어 접시에 부슬 부슬 날리는 쌀밥과 돼지고기, 말린 두부 조림 그리고 채소 볶음이 담겨 나오고 강한 맛이 톡 쏘는 새콤한 국물이 따라 나온다. 부실하기 짝이 없지만 허기진 터라 가족들 모두 맛있게 점심을 먹었답니다.

 

[메콩 델타 투어 중에 먹은 점심 식사입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마치고 난 시각은 1시 반경인데 투어 가이드가 오후 3시까지휴식 시간이라고 한다. 대부분 여행자들은 식당에서 잡담을 나누며 휴식을 취하거나 근처 나무에 매어놓은 그물 침대에서 낮잠을 즐긴다. 일부는 식당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자그마한 마을을 둘러보기도 하구요. 엄마랑 내가 식당 옆에 있는 그물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동안 아빠는 혼자서 근처 마을을 산책하십니다.

 

 

/여기서 부터 아빠가 혼자 산책하면서 경험한 이야기 입니다/

 

마을을 천천히 거닐다 보니 우리나라 고등학생 정도 된 남자(이하 그 녀석이라 부르겠음)가 어린 여자애를 앉혀놓고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고개를 살짝 들이미니 그 녀석이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며 들어와 보란다. 물어보니 18살이고 이름은 까먹었음... 지금 마을에 사는 친척 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중이었다. 엄마는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는데 전혀 미용실 같지가 않아 밖에 나와서 보니 미용실 간판이 걸려있더군요.

 

처음에는 영어로 인사를 나누고(그 녀석 제법 영어를 잘 하더군요) 마을 구경을 떠나려 했는데 시원한 차를 한 잔 마시라고 내온다. 자기가 한글 공부하고 싶으니 한글을 가르쳐 달라고 하기에 할 수 없이 한시간 가량 한글을 가르치는 홍보 대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야 말았다.

 

자신이 영어로 말하는 것을 한글로 어떻게 발음하는지를 알려달라고 하면서 칠판에는 영어식 발음으로 적어달랜다.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고마워요" 등...

 

아직 점심 식사를 안했는지 부엌에서 음식 준비를 하던 이 녀석의 엄마까지 중간 중간 들어와서 같이 발음을 따라하면서 한마디라도 배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차마 뿌리치고 발걸음을 돌릴 수가 없다.

 

가이드가 3시까지 휴식이라고 했는데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10분 남짓 남았다. 돌아가야 한다고 하면서 함께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 녀석의 엄마도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한국에 돌아가면 꼭 연락하겠노라고 하면서 내 명함을 건네고 그 녀석의 이메일 주소를 쪽지에 적어서 돌아왔다네요.

 

 

아빠가 산책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한 레스토랑으로 돌아 오시기에 그 동안 어디 다녀왔느냐고 하니 여차 저차 해서 베트남 사람에게 한글 가르치다 오는 길이라 하신다. 나는 왜 안데리고 갔냐고 투정을 좀 부렸더니 아빠가 다시 저를 데리고  그 친구 집으로 찾아갑니다. 마침 그 친구와 어머니가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네요. 반찬은 별게 없어 보이지만 맛있게 먹고 있는 중이다.

 

 [메콩 델타 투어중에 만난 베트남 가족이랑 기념 사진을 찍었어요]

 

오후 3시가 되자 가이드가 투어 종료를 알리면서 호치민으로 돌아갈 시간이라 한다. 미토에서 호치민까지 두 시간 가량 걸리는데 더 늦게 출발하면 도로가 많이 막힌다고 하네요. 레스토랑 근처까지 타고 온 통통배를 다시 타고 되돌아 나가 섬의 선착장에서 다시 큰 배로 갈아탄다.

 

 

오후 3시 반경에 미토 선착장에 도착해 대기해 있는 버스에 올라타니 곧바로 호치민으로 출발한다. 모두들 더위에 지쳤는지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어주는 버스 안에서 멋드러지게 낮잠들을 즐긴다.

 

 

미토를 떠난 지 2시간 조금 못된 다섯시 15분경, 호치민에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오토바이 부대를 만난다. 호치민을 다녀간 사람들에게 호치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뭐냐고 하면 열 명 중에 아홉 명은 오토바이 부대를 얘기할 듯 싶다.

 

 

메콩 델타 투어 버스는 호치민의 여행자 거리에 투어 손님들을 내려 준다. 바로 근처에 우리 가족이 묵고 있는 호텔이 있는터라 일단 호텔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호텔에 도착해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레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날이 어두워지고 잠시 후 장대비 스콜이 쏟아졌어요. 절묘한 타이밍으로 비를 맞지 않아 다행입니다.

 

호텔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슬슬 배가 고파오기에 저녁 식사를 하러 나선다. 호텔 입구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여행자들이 맛집으로 소개하고 있는 Quan An Ngon 레스토랑으로 찾아간다. 유명한 레스토랑이다 보니 벌써 입구에서 부터 손님들이 줄지어 서서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레스토랑 입구 측에 자리를 잡게 되어 펩시콜라와 사이공 비어, 냉커피를 먼저 마실거리로 주문해 놓고, 주 메뉴로는 여행사에서 가져온 레스토랑 소개 자료를 뒤져보다가 추천하고 있는 게살 스프, 월남쌈 두 개, 그리고 코코넛 빈대떡을 주문한다.

 

 

 

 

먼저 게살 스프가 나오는데 맛깔스러운 데다가 입맛에 맞아 서로 번갈아 가며 떠 먹다 보니 순식간에 비우게 되더군요. 조금 있다가 쌀 종이가 담긴 접시와 채소가 담긴 접시, 그리고 흰 전병과 닭다리 같이 생긴 게 담긴 접시가 나온다. 한국의 집에서 해 먹던 월남 쌈은 쌀 종이를 뜨거운 물에 담가 부드럽게 만든 다음 그 위에 채소랑 소고기랑 야채를 얹어 소스에 찍어 먹는 건데 여기 에서는 어떻게 먹어야 할지 난감하다. 무엇보다 뜨거운 물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코코넛 빈대떡이라 여겨지는 흰 전병을 소스에 찍어 먹고 닭 다리 같이 생긴 것도 하나씩 들고 뜯어먹다가 지나가는 직원에게 쌀 종이를 어떻게 해서 먹어야 하는지 물어본다.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는지 본인도 난감해 한다.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쌀 종이를 하나 들더니 닭 다리 같이 생긴 거 먹다 남은 것을 뜯어 그 위에 올리고 채소도 올려 둘둘 말아 소스에 찍는 시늉을 한다. 우리 가족은 이미 닭 다리 같이 생긴 거는 거의 다 손으로 들고 뜯어 먹어 파장 분위기이다 보니 그냥 쌀 종이에다 채소만 얹어 소스에 찍어 먹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맛은 좋네요. 

 

잠시 후 코코넛 빈대떡을 담은 접시가 따로 나오는데 코코넛으로 얇게 전을 만들어 반을 접은 다음 그 속에다 몇 가지 채소를 넣은 맛있는 음식이더군요.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월남 쌈에 따라 나온 향이 강한 채소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접시를 비우고 식당을 나오니 비가 그쳐있다. 

 

 

[콴 안 응온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음식들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어요]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던지니 베트남에서의 또 하루가 무사히 지나감을 느끼게 된다.

 

[베트남] 제7편 - 앙코르 유적 구경을 위해 호치민을 떠나 캄보디아 씨엠립으로 가다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