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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제4편 - 베트남 전쟁의 생생한 역사가 담긴 구찌 터널 투어를 다녀오다

민지짱여행짱 2008. 7. 28. 20:00

2008년 7월 28일 월요일, 베트남/캄보디아 가족여행 둘째날입니다.

 

오늘은 구찌터널 반일 투어를 하는 날이다. 어젯밤에 늦게 잠이 들었지만 아침 6시가 되자 저절로 잠이 깬다. 2시간의  시차가 있어 한국 시각으로는 아침 8시이므로 정상적으로 잠이 깨는 시각인 거다.

 

오전 8시에 구찌 반일 투어 버스가 여행사 앞에서 출발하지만 여행사가 호텔에서 걸어서 불과 3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시간 상으로 조금 여유가 있다. 베란다에 나가 날씨도 파악하고 이른 아침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합니다. 베트남의 건물은 컨테이너 박스처럼 좁고 길쭉한 것이 특징이다. 건물이 대로를 접하도록 해야 복이 많이 찾아 든다고 해서 모두들 조금이라도 대로와 접하게 하려고 좁고 길쭉하게 지어 놓고 있는 거다.

 

 

아침 7시경(한국 시각 오전 9시)에 1층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합니다. 방값에 포함된 거라 건너뛰면 우리 가족에게는 손해다. ㅎㅎ 그리 좋은 호텔이 아니기 때문에 아침 식사도 큰 기대를 안한다.

 

아빠가 인터넷으로 호텔 예약할 시에 어린이 식사비는 별도로 내야 한다고 적혀있다 했는데... 

호텔 체크인 시에 예약과는 달리 외사촌 오빠 한 명이 추가되다 보니 엑스트라 베드 비용으로 하루 7달러씩(조식 포함)을 더 내는 걸로 되어 있다. 이 덕분인지 호텔 직원이 인심 쓰듯 내 아침 식사비는 별도로 안 받겠다고 한다. 왕 재수지 뭐...ㅎㅎ

 

조식은 뷔페식이 아니라 주문식이다. 메뉴판을 보고서 가족 모두들 음료수랑 식사를 하나씩 주문한다. 나는 한국에서도 베트남 식당에서 쌀국수 먹는 것을 좋아하던 터라 자연스레 쌀국수를 시키고 아빠도 쌀국수를 주문합니다. 엄마는 에그프라이와 샌드위치 그리고 커피를 주문하셨구요. 엄마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 곳 베트남에서의 커피 맛을 잊지 못하겠다 하더군요. 한국에서도 아침 식사는 간단히 하는 편이라 오히려 부담 없는 아침 식사였답니다. 

 

 

식사를 마치고 자그마한 백팩에다 시원한 생수와 내가 입을 여벌의 옷과 비올 때를 대비한 우의와 접이식 우산 등을 챙겨 호텔을 나선다. 호텔 입구에 도마뱀이 보이기에... (L 글자와 A 글자 사이를 유심히 살펴볼 것) 아마 베트남과 캄보디아 여행 중에 수백 마리는 봤을 듯 싶다.

 

 

리멤버 투어 여행사에 오전 8시 정각에 도착했는데 아직 투어 버스는 안보인다. 투어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여행사 내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어 다소 비좁다. 여행사 입구에서 고개를 드니 전신주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전화선이 맨 먼저 눈에 띈다. 저리 복잡하게 얽혀 있으니 고장이라도 나면 어느 선을 손봐야 할지??? ㅎㅎ

 

 

 

8시 15분쯤 되니 가이드 역할을 하실 나이 드신 분이 투어 참여하는 사람들을 인솔해 자그마한 버스에 탑승토록 한다. 이미 다른 여행사에서 예약해 먼저 탑승한 분들이 먼저 앞자리에 앉아 있어 버스 뒷쪽에 자리 잡고 앉는다.

 

 

 

 

제법 나이가 많이 드신 분인 것 같은데 영어를 잘 하신다. 나도 저 정도는 영어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투어 버스는 시내 중심가로 먼저 이동해 시내 몇 군데 관광 명소를 차내에서 슬쩍 둘러보게 한 다음 베트남 전쟁때 파 놓은 땅굴이 있는 구찌 라는 도시로 향한다. 약 1시간 반쯤 지났을 즈음 버스는 잠시 장애인들이 공예품을 만드는 곳에 들린다고 한다. 하긴 1인당 6달러를 내고 반나절 투어를 해주면 남는 게 뭐가 있을까? 주로 패키지 해외 여행을 떠나면 이곳 저곳 쇼핑 센터에 들리는 것과 마찬가지 개념이다. 장애인들이 계란 껍질이나 조개 껍질 같은 걸로 접시나 각종 공예품을 만드는데 얼핏 보기에는 관광객이 도착할 때에만 일하는 척 하는 것 같다. 공예품 가게에는 이미 다른 곳에서 대량 생산해서 만든 물건들을 전시해서 판매를 하고 있다. 이 사람들이 장애인이라는 걸 내세워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호객 행위를 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우리 가족이야 패키지 여행을 가든 이런 투어를 하든 물건을 잘 안사는 편이다. 관광지에 가면 기념 마그네틱(자석)정도만 하나씩 사는 편이다. 집에 걸려있는 커다란 마그네틱 판에는 여행을 다녀왔다는 기념으로 사다 놓은 아기 자기한 마그네틱들로 가득 차 있다.

 

엄마의 동정심이 발동한 것일까? 엄마가 가게에서 3달러 주고 베트남 지도 모양의 마그네틱을 하나 사신다. 나중에 호치민 시내에 나가니 똑같은 게 10,000동=600원 밖에 안하더군요. ㅎㅎ

 

이 곳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버스에 탑승해 구찌 터널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 20분경이다. 호치민을 떠난 지 거의 3시간이 경과한 시각이다. 하긴 시내 관광 명소를 잠시 둘러보기도 했고 중간에 공예품 판매점에서 30분 정도 쉬었으니 되돌아 갈 때에는 아마도 2시간 정도면 족할 듯 싶다. 지금부터 땅굴을 구경한 다음 오후 3시까지 호치민 시내로 돌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 것이다. 아빠가 어젯밤에 리멤버투어 사장한테 외사촌 오빠의 호치민-씨엠립 왕복 비행기 티켓을 구해 달라고 큰 돈까지 맡겨 놓고 왔는데 아직까지 아빠의 로밍 휴대폰으로 아무런 문자 메시지가 없다네요. 그래서 아빠는 걱정이 앞서는 모양입니다.

 

 

우선 구찌 터널 입장 티켓을 끊는다. 가이드가 나를 보더니 프리 라고 한다. 이런 왕재수가 또 있나요? ㅎㅎ 아빠가 매표소에서 나를 제외하고 1인당 8만동(4,800원)씩 3명분의 티켓을 끊으신다.

 

 

 

구찌 터널 투어의 시작은 짧은 홍보 동영상 관람부터 시작된다. 그 다음 가이드가 구찌 땅굴의 위치와 규모 등을 지도를 통해 소개하더군요.

 

 

 

구찌 터널(Cu Chi Tunnel)은 베트남이 프랑스 지배를 받을 때 이를 반대하던 베트남인들이 게릴라 활동을 위해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베트남 전쟁 때에는 미군들을 상대로 이곳 구찌 지역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게릴라전을 펼친 곳이다. 구찌 터널의 길이는 자그마치 250Km에 이르고 지하 3m~8m까지 만들어져 있다. 내부에 여러 층의 방들이 만들어져 있고(신혼부부의 허니문을 위한 방도 있다고 하네요. ㅎㅎ) 터널의 통로는 세로 약 80센티, 가로 50센티로 좁고 협소하지만 체구가 작은 베트남 인들에게는 그리 불편한 게 아니었고 덩치가 큰 미군들에게 발각되어도 미군들의 접근이 힘들었다고 하네요.

터널의 입구는 나뭇잎 등으로 정교하게 위장되어 있어 외부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으며, 연기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여러 단계로 연기를 걸러내는 시설(아래 사진에서 흰색 4개의 자그마한 사각형 부분)도 있고...

 

 

 

찌 터널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듣고 나서 잠시 이동하다 가이드가 나뭇잎이 쌓인 곳을 발로 차니 땅굴을 덮은 나무판이 보인다. 뚜껑을 들어내니 자그마한 입구가 나타난다. 저격수가 들어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내 같은 체구는 쉽게 들락 날락 가능하겠지만 체구가 큰 사람은(특히 똥배가 나온 사람들) 들어가기 힘들 것만 같다.

 

 

 

 

중간 중간 땅굴의 입구가 보이면 투어 가이드가 그 땅굴의 규모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다.

 

 

잠시 후에는 땅굴과 함께 미군들에게 위협을 안겨준 트랩(Trap)을 구경시켜 준다. 밖을 나뭇잎으로 위장하여

미군들이 밟게 되는 경우 빙글 돌면서 미군을 함정으로 빠뜨리는데 사용한 것인데 함정 바닥에는 날카로운 죽창이 있네요. 끔찍하다!! 참으로 다양한 종류의 끔찍한 트랩들을 구경할 수가 있더군요.

 


 

베트남 군인들 모습을 형상화 한 조형물들도 많이 설치되어 있고, 베트남 전쟁에 사용되었던 탱크도 전시되어 있다.

 

 

 

 

약 1시간 가량 여러가지 땅굴에 대한 설명과 체험 그리고 다양한 트랩(함정)에 대한 구경이 끝나고 나니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지금 시각은 12시 40분경이다.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관심 있는 여행객들은 실탄 사격 체험을 할 수가 있다. 실탄 사격 요금은 M16의 경우 1발에 1.6달러이다. 아빠는 예비군 훈련에서 3발 모두 잘 쐈다고 수건을 경품으로 받기도 한 실력이라 하시는데 믿거나 말거나 이지요. 지금은 날도 덥고 하니 아빠도 실탄 사격에 대해서는 별로 흥이 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바로 코 앞에서 빵빵 울려 퍼지는 총소리를 들으며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먹었어요. 하나에 1만동(약 600원)이다.

 

 

잠시 그늘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 투어 가이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겨 실제 땅굴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좁고 긴데다 캄캄한 터널을 통과해야 하더군요. 베트남 여행을 떠나기 전에 렌턴을 갖고 가면 좋다고 해서 미리 준비해 온 렌턴은 내가 들고서 엄마와 함께 앞장을 섭니다. 그리고 외사촌 오빠와 아빠가 뒤따릅니다. 아빠는 등 뒤에 작은 배낭을 매고 한 손에는 사진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들고 쪼그려 따라오고 있네요. 약간(?) 똥배가 나온 아빠에게는 고역인가 봅니다. 나중에 허벅지가 모여 몇 일간 고생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ㅎㅎ

 

 

 구찌 터널 투어를 마친 시각은 오후 1시 반경이다. 일부 관광객은 호치민까지 보트를 타고(물론 추가 요금을 내고) 귀가하고 나머지 관광객들은 타고 온 버스에 탑승해 호치민으로 향한다. 구찌 터널 투어 내내 아빠는 리멤버 투어 여행사 사장으로 부터 문자 메시지를 보내오길 기다렸지만 없었다 합니다. 호치민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아빠는 외사촌 오빠의 항공권을 어떻게 해야 할지 큰 걱정을 하고 계십니다.

 

최악의 경우 아빠가 호치민에서 씨엠립으로 가는 편도 항공권을 취소하면(환불 안됨) 현재 외사촌 오빠가 대기 1순위에 있기 때문에 아빠의 취소표를 구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아빠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함께 씨엠립으로 갈 수가 있다. 동일 시간대는 아니지만 당일 이른 아침에 씨엠립으로 가는 항공편의 좌석이 있으므로  아빠가 그 항공권을 별도로 구매해서 가족들 보다 먼저 씨엠립에 가는 방법을 생각한 거지요.

 

모두들 구찌 터널 반일 투어가 힘들었는지 호치민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약 2시간 가량 걸려 오후 3시 반경에 호치민에 도착해 리멤버 투어 여행사 입구에 하차한다. 일단 외사촌 오빠의 항공권이 걱정이 되어 아빠는 제일 먼저 리멤버 투어 여행사로 달려 들어가신다.

 

[베트남] 제5편 - 호치민의 야경 감상과 함께 사이공강 선상 디너를 즐기다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