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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제3편 - 겜박당 아이스크림을 먹고 수상 인형극 관람을 하다

민지짱여행짱 2008. 7. 27. 19:54

2008년 7월 27일 일요일, 베트남/캄보디아 가족 여행 첫째 날입니다.

 

벤탄 시장에서 대로를 따라 시내 중심가 방향으로 향하던 중 겜박당(Kem Bach Dang) 아이스크림 가게를 만났어요. 베트남 여행 떠나기 전에 꼭 들리기로 한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인데 우연히 발견하게 된거다.

 

 

날도 더운 탓에 수상 인형극은 뒷전이고 일단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는다. 직원이 자그마한 잔에 얼음을 띄운 시원한 차를 내오더군요.

 

 

각자 하나씩 아이스크림을 고르는데 외사촌 오빠는 코코넛 아이스크림, 저는 아래 사진에 나온 레몬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을 고른다.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네요.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엄마는 아이스크림 대신에 아이스 커피를 주문하시고, 아빠는 아래 사진에 나온  것처럼 내용물이 푸짐한 아이스크림을 주문하셨어요.

  

 

 아이스크림은 더운 날씨 만큼이나 맛있었지만 가격 또한 만만치 않더군요. 모두 14만동(한화 8,400원)이 나왔어요. 한국 물가로 치면 싼 편이지만 현지 물가에 비하면 비싼 편이랍니다.  겜박당에서 아이스크림 먹고 나오니 자그마한 건널목 건너편에 주황색 간판의 또 다른 겜박당이 보인다. 어느 곳이 진짜 인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맛 일거라 생각해 봅니다.

 

 

 오후 6시 반에 수상 인형극이 시작되는데 지금 시각은 5시 반이다. 이제 슬슬 수상 인형극을 하는 극장을 찾아야 하는데 아빠가 지도를 펼쳐보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신다. 극장의 주소를 맞춰보니 번지는 어딘지 모르겠고 극장이 있는 도로명은 지금 우리가 벤탄 시장에서 시내 방향으로 가고 있는 대로와 나란하며 세 블럭 떨어진 곳이다. 

  겜박당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부터는 좌회전해서 작은 도로로 접어들어 올라가 보기로 한다. 우선 극장이 위치해 있는 도로까지는 찾아가야 하거든요. 한 블럭쯤 지나니 우측편에 인민위원회 청사(이곳 사람들은 시청이라 부른다)가 보인다. 이 곳도 구경을 해야 할 명소라 하시면서 그 앞에서 잠시 구경하는 시간을 가진다.

 

 

 인민위원회 청사 건물 앞을 지나쳐 건물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좌회전을 하니 저 멀리 노틀담 성당이 보인다. 바로 뒤편 오른쪽에는 비싸다는 다이아몬드 플라자 쇼핑 센터가 떡 하니 보이네요. 이제 아빠도 지도 상에서의 위치 파악이 되시나 봅니다.

 

 

노틀담 성당 입구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 55분 경이다. 성당 위쪽에 큰 시계가 보이죠? 무슨 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성당 앞에 몰려와 있다. 저녁 미사를 드릴 시간이라서 그런가? 아무래도 무슨 유명한 사람이 성당에서 볼 일 마치고 나올 것 같은 분위기처럼 어수선하다.

 

노틀담 성당을 정면으로 바라볼 때 바로 우측 편에는 중앙 우체국 건물이 있다. 노틀담 성당 만큼이나 예술미가 뛰어난 건물이다. 색깔도 노틀담 성당과 조화를 이룬 듯하다.

 

 

우리 가족의 지금 최대 관심사는 수상 인형극을 하는 극장을 찾는 것인데 지도를 보니 이 곳 노틀담 성당에서도 한 블럭은 더 걸어가야만 극장이 있는 도로를 만나는 걸로 나온다.

 

근데 아빠는 아직도 지도 상에서의 방향 감각을 찾지 못하셨는지 이 곳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수상 인형 극장이 있는 지를 걱정하신다. 결국 노틀담 성당 옆의 공원에서 데이트 중인 남녀에게 익스큐즈 미를 외쳤어요. 자기들도 잘 모르는 듯이 한참 고민하더니 우측 편을 가리키면서 턴 라이트와 턴 레프트라고만 알려주네요. 사실 두 사람은 영어가 잘 안되는 남녀인 것 같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 분들 덕분에(?) 수상 인형 극장에서 더 먼 쪽으로 이동하게 된 거더군요. 수상 인형 극장이 있는 도로에서 좌우 어느 방향으로 가야 극장이 있는지 헷갈려 결국 군인 같은 사람에게 다시 물어보니 지금 진행 방향이 아니라 반대 쪽으로 계속 가라고 하더군요. 데이트 방해했다고 엉뚱한 길을 알려준 거 아녀?

 

수상 인형극 시작 시각이 15분 남짓 남은 상황이다. 한참을 가다가 군인 서너 명이 몰려있기에 다시 물어보니 가는 방향을 가리키면서 계속 가라고 한다. 일단 가족들은 뒤에서 천천히 걸어 오도록 한 다음 아빠가 먼저 찾아 나선다. 얼마 안 가서 아빠는 택시들이 몇 대 멈춰 서서 사람들을 내려주는 곳이 보여 직감적으로 이 곳인가 싶어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 곳이 수상 인형극 하는 곳이라네요.

 

 

결국 벤탄 시장에서 바로 뒤 쪽 방향으로 이동했더라면 수상 인형 극장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우리 가족은 시내 구경을 하면서 디귿(ㄷ) 글자 모양으로 돌고 돌아서 극장을 찾아온 거다. 아빠는 누군가가 블로그에 올린 글에 수상 인형 극장은 인민위원회 청사에서 5분 거리, 벤탄 시장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하더라네요. 그래서 아빠는 지도를 보면서 인민위원회 청사를 먼저 찾아간 거라고 하신다.

 

따지고 보면 반대로 된 것 같다. 오히려 벤탄 시장에서 5분 거리, 인민 위원회 청사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게 맞는 셈이다. 우리 가족이 인민위원회 청사에서부터 이 곳 수상 인형 극장을 찾기 까지는 거의 20분 정도 걸렸던 거 같다. 중간에 노틀담 성당 입구에서 사진을 찍으며 구경을 잠깐 했고, 두 세번 길을 묻느라 시간을 허비했으니 대략 15분 정도 걸리는 게 맞는 것 같다.

 

 

근데 아빠는 잠깐 다른 생각을 하신다. 호치민 시내에서 수상 인형극을 하는 곳이 두 곳이 있다 했기 때문에 인민 위원회 청사에서 5분 거리에 또 다른 극장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데이트 중이던 젊은 남녀가 잘 못 알려준 게 아니라 혹시 그 곳으로 가면 또 다른 극장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시는 거다. 

 

아뭏든 수상 인형극 시작을 5분 남겨 놓고 지도 상에서 찾던 극장 입구에 무사히 도착해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는다. 이제 막 손님들이 입장을 시작하는 터라 우리 가족은 극장 입구에서 느긋하게 기념 사진도 찍으며 입장을 기다립니다.

 

  

수상인형극 관람료는 1인당 6만5천동(한화 4000원)이다. 현지 물가에 비해서는 비싼 편이다. 한글로 된 브로셔를 보니 베트남 호찌민 노랑용 수상 인형극장 이라 적혀있다. 영어로 Golden Dragon Water Puppet Theatre 인데 Golden Dragon을 노랑용 이라고 적어 놓은 걸 보니 웃음이 나왔다.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가 걷히면서 황토빛 물이 보이고, 그 좌우에는 음악을 연주하고 인형 목소리를 흉내 내실 분들이 자리잡고 있다.  공연은 제1부 순서로 베트남 민속 악기 합주를 한 다음 본격적인 제2부 순서로 이어진다.

 

깃발 퍼레이드, 인형극 소개, 춤을 추는 용, 소 등에서 피리부는 소년, 농부들의 밭갈이와 모심기, 개구리 낚시, 여우잡기와 오리 가두기, 낚시, 장원 급제, 중국의 사자춤과 비슷한 춤, 봉황춤, 레러이 왕과 그에 얽힌 환검호의 전설, 물위에서 노는 소년, 배 경주, 유니콘이 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 선녀춤, 용, 외각수(사자와 비슷), 거북이 봉황춤 순서 등 모두 17가지 테마로 수상 인형극이 진행되었어요.

 

 

공연에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50분 정도이다. 무대 좌우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인형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과는 달리 무대 뒤에는 허리만큼 깊은 물 속에서 인형들을 조작하는 숨은 배우들이 있다. 인형극이 끝나면 이 분들이 나와서 인사를 하더군요.

 

 

수상 인형 극장을 찾느라 언제 고생했냐는 듯이 가족들 모두 수상 인형극에 푹 빠져 집중을 하면서 구경을 합니다. 힘들게 찾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찾은 보람을 느꼈어요. 수상 인형극 관람을 마치고 무대 우측에서 악기 연주와 인형 목소리를 내던 배우들과 기념 사진도 찍었어요.

 

 

수상 인형극 관람을 마치고 난 시각은 저녁 7시 30분 경입니다. 한국 시각으로 밤 9시 30분인데 아직 저녁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프더군요. 아빠가 미리 준비해 온 맛 집 정보가 있다 했으나 수상 인형 극장을 찾느라 고생한 탓에 가족들 모두 호텔로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다고 한다.

 

 

극장 앞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까지 이동하는데 아빠가 팁 포함해서 3만동(1800원)을 지불하시더군요. 택시비도 바가지만 쓰지 않으면 싼 편이랍니다. 

 

호텔 입구 바로 옆에 쌀국수를 파는 집이 보여 가족들 모두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않는다. 가격도 착하더군요. 외사촌 오빠와 나는 음료수를 하나씩 시키고, 엄마는 냉커피, 아빠는 타이거 맥주 한 캔을 먼저 주문합니다. 그리고 쌀국수 4개를 시켰는데 모두 9만 몇 천동이 나와 아빠가 팁 포함해서 그냥 10만동(6천원) 지불하셨어요. 정말 저렴한 가격이지요?

 

쌀국수로 저녁 식사를 대신 한 후 외사촌 오빠랑 나는 먼저 호텔 객실로 들어가서 쉬고, 엄마와 아빠는 호텔 뒷 편의 과일 가게에 들러 망고 스틴과 노란색 망고를 합쳐 10만동(6천원)을 주고 사 오시네요. 망고 스틴은 짙은 밤색 과일인데 딱딱한 껍질을 까면 마늘 조각처럼 흰 6조각이 나오는 달콤한 과일입니다. 노란색 망고는 미리 챙겨 온 맥가이버 칼로 깎아 맛있게 먹었네요.

 

 

내가 침대 위에서 닌텐도 게임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사이 아빠 엄마는 근처에 있는 리멤버 투어(한인 여행사)를

찾아가 내일 구찌 반일투어(베트남 전쟁 때 판 땅굴 구경 및 체험을 할 수 있는 투어)를 신청하고 오셨어요. 투어 비용이 성인은 6달러이고 어린이는 그 반값인 3달러라고 한다. 

 

당초 계획 상으로는 내일 하루 메콩 델타 투어(메콩강의 비옥한 삼각주 주변을 배를 타고서 현지인들 생활 모습을 구경하고 열대 우림 속으로 자그만 배를 타고 이동 구경하는 투어)를 할 예정이었으나 외사촌 오빠의 호치민-씨엠립(캄보디아) 왕복 항공권이 걱정되어 일정을 바꾸어 구찌 반일 투어를 먼저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내일 구찌 반일 투어에서 돌아오는 시각이 오후 3시 경이 된다 하고, 베트남 항공사에서는 오후 3시 이전에 좌석 확정 여부를 확인하라고 하는 터라 아무래도 시간 맞추기가 애매하다. 그래서 아빠는 리멤버 투어 사장에게 가족이 투어를 다녀올 동안에 베트남 항공사에 전화해서 외사촌 오빠의 호치민-씨엠립 왕복 항공권이 컨펌되면 구해 놓으라는 부탁을 해 놓았다고 합니다.

 

리멤버 투어 사장이 왕복 항공권 가격 335불(34만원 정도)에다 수고비 5불(전화비와 항공사까지의 왕복 택시비)를 요구하기에 아빠가 340불과 함께 항공사 예약 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네주면서 구찌 반일 투어 중에 항공권이 구해지면 문자 메시지를 보내달라 하면서 로밍을 해 간 아빠의 휴대폰 번호를 남겼다고 합니다. 외사촌 오빠의 항공권 구입 문제 때문에 그냥 시내 구경이나 하면서 하루를 보낼까 생각했다가 이렇게 한인 여행사를 방문해 협조를 받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인 셈이다.

 

비록 일정이 앞당겨 지긴 했지만 당초 계획한 구찌 반일 투어도 무난히 진행할 수 있어 다행이예요. 하지만 외사촌 오빠의 항공권은 여전히 장담을 못하는 상황이다. 걱정이 되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

  

아빠 엄마가 호텔로 돌아온 베트남 시각이 밤 10시인데 한국 시각으로는 자정인 밤 12시이다. 한국에서 밤 12시 넘어서 보통 잠을 자는 편이다 보니 아직 잠이 오지 않는다. 수상 인형 극장을 찾느라 많이 걷기도 했는데 모두들 피곤하지도 않고, 2시간 시차는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저도 닌텐도 게임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네요.

 

TV에서는 한국 방송이 두 개 나온다. 아리랑 TV와 KBS WORLD 이렇게 두 개입니다. 아빠 엄마가 한국 방송을 찾느라 채널을 돌려보시면서 찾아 낸 두 개의 채널이예요.

  

밤 11시가 되자 아빠 엄마가 내일 아침 8시에 출발하는 투어를 위해 모두들 눈을 붙이자 하시면서 객실 불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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