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한달살기/인도네시아(Indonesia)

[인도네시아] 제21편 - 무슬림들의 양대 축제 중의 하나인 희생제의 날 행사를 구경하다

민지짱여행짱 2019. 12. 2. 23:10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동안에 무슬림들의 양대 축제 중의 하나인 희생제의 날(이드 알 아드하, Eid Al Adha)를 맞이하게 되었어요. 금년에는 8월 11일 일요일이 바로 희생제의 날인데 거의 일주일 전부터 침불루잇 아파트 앞 도로 변에는 자그마한 울타리가 하나 만들어 지더니 거기에 염소와 양을 가두어 두고서 판매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가 있더군요. 염소(Kambing, 캄빙)나 양(Dumba, 둠바)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한마리에 보통 200만 루피아~250만 루피아(한화 약 17만원~20만원) 가격이라 한다.

 

희생제의 날인 8월 11일 일요일 아침에 혼자 앙콧을 타고 반둥공대 근처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다가 반둥공대 입구 근처 자그마한 공터에서 소와 양 그리고 염소를 도축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최근 몇일 동안 도로변이나 한적한 곳에서 판매하는 염소나 양 그리고 소를 구입해 두었다가 오늘 희생제의 날에 이렇게 임시로 마련된 도축 장소에서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고 도축을 맡기는 것 같다. 임시 도축장 주변에는 자신의 죽음을 앞둔 가축들이 여러 마리 묶여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곧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알기에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눈물이 글썽한 가축들을 보고 있자니 나 역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도축 모습들이 담긴 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했지만 그나마 덜 혐오스러운 장면의 사진과 동영상만을 소개하고자 한다. 

 

 

도축장 입구에서 반둥공대 학생들이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기반으로 염소나 양을 관리하는 기술 개발 결과물을 구경하며 잠시 머리를 식힌다.

 

 

반둥 공대 입구 근처에 임시로 마련된 곳에서 도축 현장을 구경한 후 천천히 걸어 반둥 공대를 가로질러 아침불루잇 아파트를 향해 이동한다. 도중에 마을 사람들이 공터에 모여 큰 소를 한마리 도축하는 장면을 또 구경하게 된다. 

 

이 곳 마을에서 침불루잇 아파트까지 터벅 터벅 걸어가다가 메인 도로에서 벗어나 아파트 바로 아래 낮은 지대에 살고있는 마을로 들어섰는데 이 곳에서도 주민들이 도축한 가축의 고기 부위를 손질하고 있는 모습을 구경할 수가 있더군요.

 

 

침불루잇 아파트를 향해 좁고 가파른 계단을 걸어올라 차도에 들어서니 어제까지 양과 염소들을 팔던 임시 축사를 철거하고 있더군요. 그 옆에는 이 곳에서 도축을 했을거라 생각되는 양과 염소들의 껍질들이 수북히 쌓여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오전 내내 가축들을 도축하는 잔인한 모습들만 지켜보게 되었지만 이러한 모습들은 무슬림들에게는 신성한 축제에 불과하니 이들의 관점에서 희생제의 날을 이해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