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한달살기/인도네시아(Indonesia)

[인도네시아] 제18편 - 1박 2일 일정으로 반둥 근교에 있는 가룻(Garut) 온천 마을에 다녀오다

민지짱여행짱 2019. 10. 1. 14:59

예전에 이 곳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1년간 살면서 반둥 주변의 볼거리(땅꾸반 프라후 분화구, 사리아떠 온천, 카와부띠 분화구 등)를 대부분 둘러본 터라 이번에 반둥에서 한달 간 지내는 동안에는 반둥 근교 여행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4박 5일 일정으로 수카부미와 펄라부한 라투 그리고 자카르타까지 둘러보고 오는 나들이를 다녀오게 되었고, 이후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귀국을 일주일 정도 앞둔 주말을 맞이해 반둥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는 가룻(Garut) 온천 마을로 가족 나들이를 다녀오기로 한다.

 

반둥에서 버스를 타고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가룻 온천마을에 다녀오기 위해 그랩 차량 운전사들에게 가끔 물어봤더니, 첫째날 반둥에서 가룻까지 데려다 주고 다음날 복귀 일정에 맞춰 가룻에서 반둥까지 태워다 주는 걸로 해서 대략 6~70만 루피아(약 5~6만원) 정도를 달라고 하더군요. 이는 순수 왕복 교통비에 해당하는 거다. 만약 1박 2일 일정으로 운전사 포함 차량을 타고 가룻 온천마을과 그 주변을 돌아다니려 한다면 거의 1백만 루피아 정도를 예상해야 하기에 결국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시외버스를 타고서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오기로 한다.

 

여행 첫째날, 한 달간 빌린 아파트에서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앙콧을 타고 치차흠(Cicaheum) 버스터미널이 있는 곳까지 이동할 수 있지만, 가룻까지 두 시간 정도 로컬 시외버스를 타야하는 지라 반둥 시내 이동은 그냥 편하게 그랩 차량을 이용하기로 한다.

 

 

치차흠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비좁게 정차해 있는 시외버스들의 행선지를 찾느라 두리번 거리니 한 분이 어디 갈거냐고 묻는다. 가룻에 갈거라 하니 이 곳 터미널이 아니라 하면서 자신을 따라오라고 하면서 앞장을 선다. 버스터미널 바로 옆 도로를 건너가서 근처에 정차해 있는 가룻행 버스까지 데려다 주기에 고맙다 전하며 1만 루피아를 팁으로 드린다. 그냥 손짓으로 얘기해 줘도 충분히 찾아갈 수 있는데 이렇게 까지 애써 친절을 보이며 안내하는 데에는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가룻행 버스가 출발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기에 바로 옆 식당에서 빵 두 개와 음료수를 포장 주문한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 아침겸 점심으로 먹을 예정인거다. 큰 빵을 넓은 면으로 절반으로 잘라 살짝 후라이팬에 구운 뒤에 선택한 잼과 치즈가루 등을 사이에 넣은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는 건데 예전에 수디르만 거리(Sudirman Street)에서 사먹은 적이 있는 거네요.

 

반둥 치차흠 버스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반둥을 벗어날 즈음 칠레유니(Cileyuni) 간이 버스 정류장에서 30분 남짓 기다리며 손님을 더 태운 다음 가룻으로 이동한다. 반둥에서 가룻까지 시외버스 요금은 1인당 25,000루피아인데 이동 도중에 직원이 요금을 징수하러 다니기에 두 사람 차비로 이미 5만 루피아를 지불했어요. 중간 중간에 승객들을 내려주고 다시 태우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이동하다가 드디어 두 시간 반 정도 지난 즈음에 가룻에 도착한다. 구글 지도 상으로는 반둥에서 가룻까지 50Km 남짓 거리에 불과한데 도중에 칠레유니에서 30분 이상 정차해 있는 바람에 이리 시간이 많이 걸린거다. 가룻에 들어서면서 부터는 구글 지도를 보면서 우리 부부가 예약해 놓은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삼거리에서 하차를 요청한다. 치빠나스(Cipanas) 마을에서 온천을 할거라 하니 운전사가 조금 더 가면 그 곳까지 가는 앙콧을 탈 수 있는 터미널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 부부는 그냥 내리기로 한다. 이 곳에서 걸어가더라도 그리 멀지않아 보이는 데다가 앙콧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오젝(오토바이 택시)을 이용할 수도 있거든요. 

  

 

시외 버스를 타고 가룻으로 이동 중에 스마트폰으로 치빠나스에 있는 차하야 빌라 가룻(Cahaya Villa Garut) 호텔을 조식 포함으로 1박 예약해 놓았어요. 삼거리에서 하차해 천천히 걸어가려다가 근처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오젝이 보이기에 손을 흔드니 다가오더군요. 짧은 거리이기는 하지만 오토바이 한 대에 2만 루피아씩 주기로 하고 두 대의 오토바이 뒤에 각각 나눠 올라타고 호텔로 이동한다.

 

호텔 체크인을 한 후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늦은 오후에 온천 목욕탕 Pemandian Air Panas Ciengang을 찾아나선다. 구글 지도 상에 카메라 아이콘과 함께 표시되고 있고, 이용객들의 후기를 읽어보니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무료 공중 온천 목욕탕으로 나와있다. 찾아가는 도중에 물기가 촉촉한 머리에다 목욕 바구니까지 들고 다니는 현지인들 모습들을 보게되자 다소 정겨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공중 온천 목욕탕에 도착하니 남탕과 여탕으로 나뉘어져 있다. 마을 주민 한 분이 외국인이 찾아오자 환영하는 듯 개방되어 있는 남자용 온천탕을 먼저 보여준다. 온천탕에서 온천을 즐긴 후 바로 옆에 있는 남자 전용(Khusus Pria) 샤워 공간에서 샴푸를 하면 된다고 알려준다. 온천탕에는 아무도 없지만 세면 공간에 들어가 보니 현지 나이드신 분들 몇 명이 목욕탕 의자에 앉아 샴푸를 하고 계신 모습을 지켜볼 수가 있더군요. 여자용은 별도로 온천탕과 샴푸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나야 현지인들과 함께 온천탕에서 즐기고 벗은 몸으로 샤워를 하는 것에 대해 크게 불편함이 없으나 집사람은 조금 망설이는 듯한 표정이더군요. 공중 온천탕 입구에 앉아 있던 한 분이 우리 부부에게 바로 근처에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온천탕이 있다며 안내를 한다. 따라가 보니 성인 1인당 1만 루피아(약 850원)를 내고 원하는 만큼 온천을 즐길 수 있고, 별도로 마련된 장소에서 샴푸를 할 수도 있도록 된 사설 온천 시설이더군요. 

 

이 곳 온천 마을에 있는 규모가 큰 빌라나 호텔에서는 대부분 유료로 운영하는 온천 수영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들 유료 온천 수영장에는 주말을 맞아 대도시에서 가족 단위로 찾아와 시끌벅적 물놀이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더군요. 우리 부부가 찾아 온 이 곳 개인 온천은 시설은 크게 볼품없지만 현지인들이 없어 조용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이 곳을 선택하기로 한 후 2만 루피아를 지불한다. 이 곳에는 두 개의 온천탕이 있는데 약간 넓은 탕의 물은 미지근한 정도이고 바닥에 오물이 많은 것 같기에 약간 숨어있는 듯한 자그마한 탕에서 온천을 즐긴다. 야외 온천이다 보니 파이프를 통해 온천수가 흘러 나오는 곳은 약간 뜨거운 정도이고 탕에 고여있는 물은 미지근하기는 마찬가지 이더군요. 두 사람이 온천수가 나오는 두 곳의 파이프 아래에 자리를 잡고서 약 1시간 정도 온천을 즐긴 후 샴푸없이 미리 챙겨간 호텔 타월로 몸의 물기만 닦은 후 자리를 뜹니다.

 

온천을 마치고서 치빠나스 온천 마을에 있는 규모가 큰 빌라나 호텔에서 유료로 운영하는 온천 수영장을 몇 군데 구경해 본다. 입구에 있는 직원에게 잠시 둘러보고 나오겠다고 하니 흔쾌히 들어가 보라 하더군요. 어떤 온천 수영장은 가격이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편이었으며, 다른 두 곳의 빌라 온천 수영장은 가격이 3만 루피아 정도로 비쌈에도 불구하고 시끌벅적 물놀이를 하는 현지인들로 북적인다. 잠시 둘러 본 세 곳은 온천 수영장의 물은 모두 미지근한 정도인지라 우리 부부에게는 별로이더군요. 반둥 근교에 있는 사리 아떠(Sari Ater)에서 온천 수영장을 즐긴 경험도 있고, 최근에 펄라부한 라투의 치소록(Cisolok)에서 온천 수영장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조용한 개인 온천탕에서 색다른 경험을 해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날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지라 마지막으로 구경한 멋진 빌라 내 온천 수영장과 연결된 레스토랑에서 생선구이와 나시고렝 그리고 망고 쥬스로 저녁 식사를 한다. 식사비로 20만 루피아 조금 안되었지만 서빙한 직원 팁을 포함해서 20만 루피아를 드리고 레스토랑을 나선다.

 

 

가룻(Garut)에 있는 치빠나스 온천 마을에서의 둘째날 아침이 밝았어요. 어제 저녁에 빌라 리셉션에서 가룻 투어패키지에 대해 문의를 해놨지만 아침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는지라 투어는 깔끔하게 접기로 한다. 가룻 근처에 화산 활동으로 인해 죽은 나무들이 늘어선 데드 포레스트(Dead Forest)도 있고, 온천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곳도 있다고 하지만 최근에 치소록 온천을 다녀왔기 때문에 별로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무조건 챠량을 대절해야 하는 데다가 입장료 조차 외국인에 대해 터무니 없이 비싸다는 얘기들도 가룻 투어를 포기하게 만든 이유가 된다.

 

객실에서 바라보는 치빠나스 온천 마을의 전경이 아름답네요. 오전 10시까지 아침 뷔페 식사를 즐겨야 하는지라 이른 아침에 빌라 내에 마련되어 있는 온천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기로 한다. 어제 오후에 다른 빌라나 호텔의 유료 온천 수영장을 즐기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우리 부부가 묵은 이 곳 빌라에도 우수한 온천 수영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곳 역시 수영장의 물 온도가 미지근하기 때문에 제대로 뜨끈 뜨끈한 온천을 즐겨보려 어제 오후에 공중 온천탕을 찾아간 거고, 결국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온천탕에서 온천을 즐겼던 것이지요.

 

 

이 곳 빌라의 온천 수영장도 숙박객에 대해서는 무료이지만 외부인의 입장시에는 성인 1인당 3만 루피아의 입장료를 받고 있더군요. 다른 빌라나 호텔의 수영장 보다도 깨끗하고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약 1시간 정도 온천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 후 객실에서 가볍게 샤워를 한 뒤 오전 9시 반경이 되어서야 레스토랑으로 아침 식사를 하러 간다.

 

 

오전 10시경까지 빌라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뷔페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레스토랑 반대쪽 뷰가 좋은 카페에서 치빠나스 온천 마을을 조망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객실로 돌아가 짐을 정리한 후 낮 12시가 되어갈 무렵에 체크아웃을 한다. 오늘 중으로 반둥까지 돌아가면 되므로 시간 여유가 많은 편이라 오전 일정을 이렇게 빌라 내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다. 나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생각된다.

 

 

반둥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려면 어제 시외버스에서 하차했던 삼거리까지 가야하는데 오젝이나 앙콧을 타지않고 소박한 마을 구경이나 하며 천천히 걷기로 한다. 날도 서서히 더워지고 있는지라 그냥 앙콧이나 탈 걸 하는 후회가 드는 순간에 지나가던 앙콧 한 대가 멈춰서기에 재빨리 올라탄다. 

 

 

불과 2~3분 남짓 앙콧을 타고 삼거리에 도착해 1인당 3천 루피아씩해서 두 사람 차비로 6천 루피아(약 500원)를 운전사에게 드리니 그냥 고맙다 하고 떠나더군요. 요금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이동 거리를 기준으로 해서 대충 요금을 내면 되는데 이 곳은 반둥과 같은 도시가 아니다 보니 조금 더 얹어 지불한 거다. 반둥에서 이 정도 탑승 거리라면 그냥 기본 요금인 2천 루피아 정도면 되거든요.

 

삼거리 근처에 있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반둥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앙콧 한 대가 도착해 우리 부부에게 어디까지 가는지를 물어온다. 반둥에 있는 치차흠(Cicaheum)까지 갈거라 하니 타라고 한다. 장거리까지 운행하는 앙콧을 이 곳 인도네시아에서는 보통 베모(Bemo)라고 부른다. 바로 이 차량이 반둥까지 가는 베모인 거다. 빈 좌석이 없으면 그냥 다른 차를 기다리려 했는데 다행히도 맨 뒷쪽에 빈 좌석이 있어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반둥으로 이동 도중에 승객들이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샌가 입석으로 가는 승객들이 있을 정도가 되더군요. 시외 구간에서는 그의 시외버스와 다를 바가 없이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하는지라 예상했던 두 시간 정도면 치차흠까지 갈 수 있을 듯해 보인다.

 

 

베모를 타고 반둥으로 이동 도중에 앞 줄에 앉은 젊은 녀석 하나가 담배를 피기 시작하기에 어깨를 두드리며 담배 피우지 말라는 제스쳐를 취하니 바로 담뱃불을 끈다. 현지인들은 그냥 차량 내에서 담배를 피는 게 자연스러운지 아무런 반응을 안보이더군요. 이 녀석도 외국인의 요구에 의해 담뱃불을 끄긴 했지만 다시 피우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던 모양이다. 반둥에 도착하기 까지 애꿎은 담배를 물고만 있는 간절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내 눈치를 힐끗 보기도 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기에 약간 안쓰러운 생각도 들더군요.

 

 

가룻에서 베모를 타고서 약 2시간 정도 걸려 반둥의 치차흠에 무사히 도착했어요. 차비가 1인당 3만루피아라 하기에 두 사람 비용인 6만 루피아(약 5천원)를 지불한다. 어제 시외버스를 타고 이 곳 반둥에서 치차흠까지 갈 때에는 1인당 차비가 25,000루피아였는데 오히려 베모가 시외버스보다 조금 더 비싸네요.

 

이 곳 치차흠에서 침불루잇 아파트로 그랩 차량을 호출하기에 앞서 잠시 편의점에 딸린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시고, 나는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과 과일 컵을 사 먹는다. 잠시 편의점 카페에서 장거리 베모 이동에 따른 피로를 풀어준 다음 그랩 차량을 불러 아파트로 이동해 1박 2일간의 가룻 온천 여행은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