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Austria)

[오스트리아] 제11편 - 버스를 타고 잘츠부르크 근교에 있는 길겐(Gilgen)에 다녀오다

민지짱여행짱 2019. 2. 21. 18:20

2018년 12월 30일 일요일,

동유럽 4개국과 스페인 가족여행 12일차입니다.


오늘은 예정대로 잘츠부르크 근교에 있는 볼프강(Wolfgang)이라는 마을에 당일치기 구경을 다녀올 예정이다. 밤 사이에 눈이 조금씩 내린 탓에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어 창밖을 내다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다. 눈이 조금씩 내리는 정도의 날씨는 오히려 운치도 있고 좋겠다 생각했는데 오전 8시 45분경 호텔을 나서려다 보니 조금 전까지도 부슬 부슬 내리던 눈이 어느새 가랑비로 바뀌어 내리고 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미리 우산을 하나 더 구입했어야 하는데 어젯밤까지 날씨가 그리 나쁘지 않은 터라 우산 구입을 미뤄 왔던게 패착이다. 사실은 우산을 구입하게 되면 짐이 더 늘어나고 무거워져 남은 여행 기간 동안에 더 불편해 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호텔을 나서서 집사람이 가진 우산을 함께 받쳐들고 잘츠부르크 중앙역 방향으로 향한다. 볼프강으로 가려면 중앙역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150번 버스를 타야 하는데 구글 지도 상에 나온 버스 운행 시간표 대로라면 오전 9시 17분에 도착하는 버스가 있다.



오전 9시경 잘츠부르크 중앙역 바로 다음 정류장인 Salzburg Kiesel 정류장에 도착해 150번 버스를 기다린다. 잘츠부르크 시내를 통과할 때 미라벨 광장을 비롯해 몇 군데 더 정차하므로 호텔에서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탑승하면 되는거다. 버스 운행 노선을 보니 150번 버스는 이 곳 잘츠부르크를 출발해 길겐(St. Gilgen)을 지나 최종 목적지인 바트 이슐(Bad Ischl)까지 간다. 우리는 길겐에서 하차해 보트를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TV 여행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여행팀이 돌아다녔던 볼프강을 다녀올 예정인거다. 당초 바트 이슐까지 이 버스를 타고 가서 기차를 타고 한국인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할슈타트(Hallstatt)까지 다녀오는 것도 생각을 했지만 겨울 시즌에는 멋진 뷰를 구경하기 어려울 듯 하고, 무엇보다도 최근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할슈타트를 많이 찾는다고 하기에 계획을 변경한 거다. 일단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분위기라면 이미 그 여행지는 한물 간거나 다름없다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다. 



교통 상황이 어찌 될지를 잘 모르는 터라 대략 15분 정도 일찍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건데 당초 9시 17분 도착 예정이던 버스가 5분 정도 늦게 도착한다. 찬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 속에서 거의 30분 가량 버스를 기다린 셈이다.



이 곳 잘츠부르크에서 길겐까지 성인 두 명의 편도 버스 요금은 13.8유로이다. 버스에 오르면서 운전사에게 목적지 길겐을 말한 후 미리 준비해 둔 14 유로를 내고 티켓과 함께 거스름돈을 돌려받는다. 버스 안을 둘러보니 거의 만석인 상태인데 다행히 뒷편에 두개의 나란한 좌석이 비어있기에 자리를 잡는다. 잘츠부르크 시내를 통과하는 동안에 빈 좌석은 모두 동이나고 입석 손님들이 생겨날 정도이더군요.



버스를 타고 창 밖으로 하얗게 눈이 덮힌 주변 풍경들을 구경하다 보니 약 45분 정도 걸린 오전 10시 10분경에 길겐에 도착한다. 우리 부부와 서너 명의 승객만 하차하는 걸로 봐서 아마도 대부분의 승객들은 바트 이슐까지 가는 모양이다. 길겐은 모짜르트 어머니의 고향, 즉 외가가 있는 곳인 만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마을이고, 그러다 보니 중심 도로에서 약간 벗어난 위치에 별도로 정류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150번 버스는 승객들을 내려준 후 곧바로 출발하지 않고 몇 분간을 정차해 있다가 바트 이슐 방향으로 떠나더군요.



조금 전까지 따스한 버스 내에 있었던 터라 버스에서 내리니 더 춥게 느껴진다. 비가 부슬 부슬 내리지만 구글 지도를 보고 볼프강으로 가는 보트를 타러 선착장으로 이동한다. 선착장에 나와있는 다음 출발 정기 보트는 오전 11시 40분에 있다. 선착장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사람은 우리 두 사람 밖에 없고 비는 계속 부슬 부슬 내리고 있어 우선 선착장 근처 비를 피하는 곳에서 잠시 고민을 한다. 이런 날씨에 저 보트를 타고 볼프강으로 가느냐 아니면 그냥 이 곳 길겐만 둘러보고 나서 잘츠부르크로 바로 돌아가느냐 결정을 해야 할 상황이다.



아직 정기 보트가 도착하려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마을 구경도 하면서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카페를 찾기로 한다. 일요일인데다가 비가 내리고 날씨가 추운 편이라서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더군군요. 선착장 바로 근처에 모짜르트의 어머니가 살았던 집을 지나 문을 열어놓은 자그마한 카페를 하나 발견하긴 했지만 몇 개 안되는 테이블은 미리 예약되어 있다고 한다. 



길겐이 아주 자그마한 마을이다 보니 마을 안쪽 주택가로 들어가서는 카페를 찾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고 다시 되돌아서 선착장 방향으로 향한다. 선착장 바로 옆에 카페가 하나 있는데 입구에서 볼 때에는 마치 문을 열지 않은 것처럼 보였기에 그냥 지나쳤는데 이번에는 혹시나 하고 문을 밀어보니 열리고 카페 안쪽에 호수가 보이는 테이블에 몇몇 손님들이 앉아있다. 집사람과 둘이서 호수와 선착장이 바라 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커피랑 라떼를 주문해 마시면서 언 몸을 녹인다. 볼프강으로 가기로 결정된다면 정기 보트가 선착장에 도착할 즈음에 카페를 나서서 보트를 타러 가면 된다. 



오전 11시 반경 정기 보트가 선착장으로 들어오기에 계산서에 나온 6.9 유로를 계산하고 일어나 바로 옆 선착장 매표소로 간다. 하지만 선착장 매표소에 들어가지 않고 정기 보트에서 내리고 타는 승객들 구경만 하다가 발걸음을 돌린다. 이 곳 길겐과 마찬가지로 볼프강의 날씨 상황이 안 좋은 게 불 보듯 뻔하므로 카페에 앉아 고민끝에 볼프강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걸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잠시 선착장에 와 본 거지만 구글 지도 상으로 잘츠부르크로 가는 105번 버스가 12시 6분에 있는 걸로 나오는 터라 남은 시간 동안 길겐 마을을 잠시 둘러보고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볼프강으로 가는 정기 보트를 미련없이 포기하고 길겐 마을 구경에 나선다. 약 30분 정도 마을 여기 저기를 둘러보니 의외로 아기자기하게 예쁜 마을이다. 근처에서 스키나 겨울 스포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이 곳 마을에 많이 머무는 건지 숙소들이 많은 편이다.



작지만 아름다운 길겐 마을 구경을 마치고 오후 12시 5분경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즈음 바트 이슐을 출발해 이 곳 길겐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150번 버스가 서서히 출발을 하려고 한다. 손을 흔들면서 뛰어가 얼른 올라타 2인 편도 요금인 13.8 유로를 내고 운전사에게 티켓을 구입한 뒤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는다. 좌석 여유는 많은 편이더군요. 차창 밖으로 보이는 기막힌 설경들을 구경하는 동안에 우리 부부를 태운 버스는 중간 중간 정차와 출발을 거듭하며 잘츠부르크를 향해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