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Hungary)

[헝가리] 제4편(마지막편) - 기차를 타고 부다페스트를 출발해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돌아가다

민지짱여행짱 2019. 2. 18. 01:40

2018년 12월 28일 금요일,

동유럽 4개국과 스페인 가족여행 10일차입니다.


오늘은 2박 3일간의 짧은 부다페스트 여행 일정을 마치고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다시 돌아가는 날이다. 오전 8시 40분 기차를 헝가리 철도국 MAV-START 사이트에서 예약했고 이미 예약 코드를 이용해 단말기에서 티켓을 출력해 놓은 터라 기차역에 늦게 도착하지 않는 한 기차 탑승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전 7시경 기상해 출발 준비를 서둘러 각자 챙겨 온 백팩을 하나씩 메고서 7시 45분경 호텔 리셉션에서 체크아웃을 한다. 이미 호텔 숙박료는 선지불되었기에 호텔 숙박비의 4%에 해당하는 도시세만 추가로 지불하면 된다. 어제 예상되는 도시세 보다 조금 넉넉히 포린트를 조금 남겨뒀기 때문에 직원이 요청하는 1,456 포린트를 동전 포함 현금으로 지불하고 영수증을 챙겨받는다.



이 곳 K+K 호텔에서 부다페스트 기차역까지는 엊그제 도착할 때와 마찬가지로 메트로 1호선과 2호선을 환승 이용하는 방법과 그냥 호텔에서 약 10분 정도 걸어가서 2호선을 타고 환승없이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오늘은 구글 지도에서 추천하는 대로 후자의 방법을 택하기로 한다. 메트로 1호선을 타러 걸어가고 겨우 한 정거장 이동해 메트로 2호선으로 환승하기 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까지 종합하면 목적지 도착할 때 까지 걷는 시간은 비슷할 거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구글 지도 상으로는 이동에 따른 총 예상 시간을 16분으로 안내하고 있어 기차 출발 시각까지 시간 여유는 충분한 편이다.



호텔을 출발해 평길을 약 10분 걸어 성 이슈트반 성당 근처에 있는 메트로 역에서 2호선을 탑승한다. 가벼운 백팩만 하나씩 메고 있기 때문이 이 정도 걷는 것은 아침 산책처럼 여겨진다. 메트로를 타고 세 정거장 이동해 최종 목적지인 Budapest-keleti 기차역에 도착한다.



부다페스트 기차역에서 전광판 안내를 보니 비엔나행 오전 8시 40분 기차가 12번 플랫폼 출발로 나오기에 여유있게 12번 플랫폼을 찾아가 기차 탑승을 기다린다. 동전 지갑을 열어보니 포린트가 제법 들어있기에 남은 포린트를 소진하기 위해 12번 플랫폼 옆에 있는 자그마한 구멍 가게를 찾아간다. 판매 금액을 알 수가 없기에 아침 요깃거리로 먹을 만한 빵과 쿠키를 고르고 커피 한 잔을 주문하니 각각 500 포린트, 150 포린트 그리고 130 포린트이다. 이 정도는 남아있을 거라 생각하고 동전을 모두 털어 주인한테 드리면서 계산하니 765 포린트 뿐이다. 나와 집사람 호주머니를 뒤져보지만 모자라는 15 포린트(한화 60원)는 나타나지 않기에 구멍가게 여주인에게 웃으면서 디스카운트 해달라 하니 그렇게 하라면서 씨익 웃으신다. 안된다 하면 쿠키를 돌려드리고 남은 동전도 다 챙겨드리고 떠날 생각이었거든요.



12번 플랫폼에 기차가 서 있는데도 탑승객들이 안보이기에 또 다시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가 생각했으나 잠시 후에 비엔나행 8시 40분 출발 기차는 12번 플랫폼에서 9번 플랫폼으로 변경된다 안내 방송이 나온다. 기차표에 좌석 번호가 적혀있어 서두를 필요가 없는지라 바로 옆 9번 플랫폼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니 그제서야 비엔나행 기차가 플랫폼에 들어서고 있더군요. 



우리 부부를 태운 MAV-START 기차는 오전 8시 40분 정시에 부다페스트를 출발해 비엔나로 향한다. 엊그제 비엔나에서 부다페스트로 올 때 탔던 오스트리아 OBB 기차만큼 붐비지는 않네요. 우리 부부와 마주보고 있는 젊은 커플은 헝가리 내 죄르(Gyor)라는 도시까지 간다고 하는데 이동 내내 소근거리는 걸 멈추지 않는다. 조금 눈치는 보이지만 방금 전 구멍가게에서 구입한 빵과 쿠키 그리고 커피를 마시며 기차 여행을 즐긴다.



부다페스트를 출발한 지 몇 십분 지나지 않아 검표원이 기차표를 검사하더군요. 이미 실물 티켓을 출력해 가지고 있는 터라 티켓을 확인하고 금방 돌려주는 걸로 검표는 끝난다. 



잠시 눈을 감았다 싶었는데 기차는 어느 듯 Gyor 기차역에 도착한다. 맞은 편 젊은 커플이 하차 하기에 잠이 덜 깬 모습으로 잠시 창 밖을 구경하고 있다보니 기차에서 내린 어떤 젊은 여자가 끌고가던 캐리어를 놔두고 뛰어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 품에 안기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애인인지 남편이지 모르겠지만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어찌나 가슴 뭉클하던지...ㅎㅎ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이며 얼마나 오랜 기간 떨어져 있었기에 저리 반가울까 등 조금 전에 지켜 본 연인들 재회 장면을 떠올리며 이런 저런 몽상에 잠겨있다 보니 어느새 기차는 오전 10시 30분경 헝가리 국경 근처 작은 기차역에 도착한다. 내리는 승객들은 거의 없는데 헝가리 기관사들과 직원들이 모두 하차해서 떠나고 있다. 곧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갈 거라 오스트리아측 기관사와 직원들로 교대를 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오스트리아측 경찰들이 돌아다니며 승객들의 기차표가 아닌 여권을 검사한다. 두 사람의 여권을 내밀었는데 집사람 여권은 바로 돌려주더니만 내 여권은 한참을 넘겨보다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난 무슨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도 비자를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이번에 유럽연합 국가에 처음 도착할 때 받은 스탬프가 있는지를 묻는다. 내 여권에는 체코 입국시에 이민국 직원이 사증 맨 마지막 페이지의 뒷면에다 입국 도장을 찍는 바람에 사증 페이지를 다 뒤져도 이를 찾지 못한거다. 내가 여권을 받아들고 스탬프가 찍힌 페이지를 펼쳐 보여줬더니 그제서야 씨익 웃으며 여권을 돌려준다. 


다시 헝가리 국경 도시를 출발한 기차는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 비엔나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