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Austria)

[오스트리아] 제6편 - 우여곡절끝에 비엔나 중앙역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행 열차를 타다

민지짱여행짱 2019. 2. 11. 18:02

2018년 12월 26일 수요일,

동유럽 4개국과 스페인 가족여행 8일차입니다.


오늘은 오전 9시 42분에 비엔나 중앙역을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갈 예정이다. 헝가리 철도국 사이트에서 예약한 티켓은 오스트리아에 실물 티켓 출력 단말기가 없고 환불 불가라서 고스란히 날려버리고 어젯밤에 새로이 오스트리아 기차표를 예약해 놓은 상황이다.


오전 9시경 호텔 체크아웃을 한 후 가벼운 백팩 하나씩만 어깨에 메고서 비엔나 중앙역으로 향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2박 3일간의 일정을 보낸 후 12월 28일에 다시 이 곳 호텔에 돌아와 1박을 더 할거라 나머지 짐들은 기내용 캐리어를 확장해 모두 쑤셔넣은 다음 호텔 컨시어지에 맡겨놓은 거다.



어젯밤에 예약한 티켓은 QR 코드가 포함된 이티켓이라 검표시에 그냥 스마트폰 화면만 보여주면 될거라 생각했는데 직원에게 문의하니 이티켓을 실물 티켓으로 교환해야 한다고 한다. OBB 오피스에서 대기번호표를 뽑았는데 순번상 10여분 기다려야 할 것 같기에 집사람이 기다리는 동안에 혼자서 비엔나 중앙역 외부 풍경을 잠시 구경하고 돌아온다. 



예상보다 OBB 오피스 직원들이 업무 처리가 늦어져 9시 25분경에 겨우 내가 들고있는 번호가 뜨기에 여권을 제시하고서 출력한 티켓을 받는다. 이건 실물 티켓이라기 보다는 그냥 스마트폰 화면상에 보이는 이티켓을 그대로 출력한거라, 검표원에게 출력물을 보여주는 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는 거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OBB 오피스에서 출력한 기차 티켓을 챙겨 들고 나와 출발 안내 전광판을 보니 시계는 벌써 9시 32분을 가리키고 있고, 부다페스트행 기차는 10번 플랫폼 A-C 위치에서 탑승하는 걸로 나온다. 9시 42분 출발 기차인지라 10분도 채 남지않은 상황인데 갑자기 집사람이 아침도 안먹었으니 먹을 거랑 마실 거를 좀 사야하지 않느냐고 한다. 선뜻 내키지는 않았으나 서두르면 될 것 같기에 가까운 마트에 들러 빵과 생수를 골라 계산대에 줄을 섰는데 기차 출발이 5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인데도 우리 앞에 서너 명이 계산을 기다리고 있어 불안하더군요. 결국 빵과 생수를 근처에다 내려놓은 담은 집사람과 함께 마트를 나서서 플랫폼을 향해 뛰어간다. 계단을 뛰어 오르다가 보니 집사람이 뒤쳐지기에 잠시 기다렸다가 손목을 잡아끌고 10번 플랫폼에 도착해 바로 앞에 정차해 있는 기차에 황급히 올라탄다. 



좌석 지정을 안한 터라 가까운 빈 좌석에 털썩 주저않은 후 가방을 내려놓고 숨을 고른다. 그런데 주변을 살펴보니 어째 분위기가 이상한 것 같기에 옆 좌석 승객에게 물어보니 이 기차는 비엔나 국제공항으로 가는 열차라고 한다. 이거 낭패다 싶어 서둘러 가방을 챙겨 출입구로 뛰어가는데 서서히 문이 닫히고 있는게 아닌가? 열림 버튼을 계속 눌러봐도 열리지 않는다. 결국 문이 완전히 닫히자 기차는 서서히 출발을 하고 내 머릿속은 멘붕 상태로 빠지는 느낌이다.


이제 모든 걸 체념하고 비엔나 국제공항까지 갔다가 다시 중앙역으로 되돌아 오는 방법 밖에 없다. 다른 도시나 다른 국가로 가는 열차가 아니라서 그나마 천만 다행이다. 그러고 보니 이 공항 열차 티켓을 구입하지 않고 무임 승차를 하고 있는 상황이더군요. 검표원이 오면 티켓을 구입하는 걸로 하고는 마음의 안정을 취하려고 창 밖 풍경을 내다본다.


비엔나 국제공항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10번 플랫폼에 부다페스트로 가는 열차는 A-C 위치에 정차해 있고, 그 뒷편 C-E 위치에 비엔나 국제공항으로 가는 열차가 서 있었던 건데 우리가 경황이 없다보니 행선지 확인을 하지 않고 급히 타게 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된거네요. 이 열차는 9시 40분에 출발하고, 부다페스트행 열차는 9시 42분에 출발하는 터라 2분 남짓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차분히 행선지를 먼저 확인하고서, 만약 부다페스트행이 아니라면 플랫폼 A-C 위치에 정차해 있는 열차로 뛰어가는 수순을 밟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가 이 열차에 올라탔을 때가 거의 9시 40분이 다 된 시각이다 보니 출입문이 닫히고 기차가 출발하는 상황이 벌어진 거다. 왜 거의 비슷한 시각에 출발하는 행선지가 서로 다른 두 기차를 플랫폼을 공유하도록 해놓아서 이 고생을 시키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국제선 기차 출발을 겨우 몇 분 남겨놓고 먹거리와 마실거리를 사겠다고 호들갑을 뜬 우리 부부의 문제가 더 크기에 그냥 모든 걸 체념하기로 한다.


약 20분 정도 지난 오전 10시 경에 우리 부부를 태운 기차는 비엔나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다행스럽게도 기차 이동 중에 검표원이 지나가지 않아 무임 승차 상태로 공항까지 오게 된거다. 지금까지는 추가 비용이 들지않아 다행이지만 이 곳에서 다시 비엔나 중앙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티켓을 구입해야만 한다. 기차 시간표를 확인해 보니 10시 33분에 출발하는 기차가 있으며 요금은 1인당 12유로이다. 


비엔나 중앙역에서 부다페스트로 가는 다음 기차가 10시 42분에 있는데 이 기차를 타려면 택시를 타고 가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국제선 도착 게이트를 찾아 밖으로 나간다. 마침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가 서 있기에 비엔나 중앙역까지 걸리는 시간과 요금을 물어보니 20분 정도 걸리며 40유로를 달라고 한다. 지금 시각을 보니 10시 15분이다. 공항에 도착해 다시 중앙역 방향으로 가는 기차 시간표도 알아보고, 무인 단말기에서 요금도 확인하느라 지체를 했기 때문이다. 지금 40유로를 내고 이 택시를 타더라도 혹시 교통 사정으로 부다페스트행 10시 42분 기차를 탈 수는 있을거라 장담하기는 어려울거 같다. 


그 다음 기차가 11시 40분에 있으므로 오후 2시 40분경에 부다페스트 도착하게 될거고, 예약해 놓은 호텔의 체크인 시작 시간이 오후 3시로 되어 있으므로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 이미 이렇게 된 이상 부다페스트행 11시 40분 기차를 타는 걸로 하고서는 지금 택시를 타겠다는 생각도 접는다. 


구글 지도로 대중 교통 정보를 조회하다 보니 바로 앞에 공항버스가 서 있는게 보인다. 요금을 물어보니 1인당 8유로이고, 비엔나 중앙역까지 논스톱 운행하며 시간은 2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어차피 10시 42분 부다페스트행 기차를 타지 못할 바에는 1인당 12유로를 내고 10시 33분에 출발하는 공항 열차를 타는 것 보다 더 저렴한 공항 버스를 타고 비엔나 중앙역까지 가는 걸로 한다. 구글 지도 상에서는 버스와 트램 등을 환승 이용해 더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도 제공하고 있지만, 시간이 40분 정도 걸리는 걸로 나오고 이미 공항까지 오는 동안에 1인당 12유로씩 무임 승차를 했기 때문에 그냥 1인당 8유로씩 내고 공항 버스를 타기로 한다.


공항 버스에 탑승하면서 운전사에게 직접 16유로를 내고 두 사람의 티켓을 구입한다. 불과 몇 유로 안하는 물과 빵을 사려다가 부다페스트행 기차도 놓치고 지금 공항버스 비용까지 지불하고 나니 씁쓸하더군요. 오늘 오전 9시 42분으로 탑승 일시를 지정하고서 부다페스트행 기차표를 예약했지만 공항 버스를 타고 가면서 출력 티켓을 다시금 확인해 보니 탑승 유효 기간이 오늘부터 4일간으로 표시되어 있고, 오늘 날짜만 찍혀 있을 뿐 탑승 시각이 전혀 나와있지 않다. 만약 7유로를 더 내고서 기차의 좌석을 지정했더라면 탑승 일시가 명확히 티켓에 표시되는 게 맞겠지만, 우리는 좌석 지정없이 빈 좌석에 앉아갈 수 있는 자유석 티켓을 예약한 터라 다른 출발 시각의 기차를 타더라도 문제가 안될거 같다. 이럴 땐 7유로를 아끼느라 좌석 지정을 안한게 다행이라 생각된다. 만약 검표원이 지정한 탑승 일시가 아니라고 따진다면 비엔나 공항까지 다녀오게 된 어처구니 없는 사정을 얘기하고 양해를 구하는 수 밖에 없다.



10시 반경 출발한 공항버스는 20분 남짓 걸려 10시 50분경 다시 비엔나 중앙역에 우리 부부를 내려준다. 기차 출발 시간표를 확인하니 이번에도 부다페스트행 기차와 비엔나 공항행 기차가 9번 플랫폼을 공유하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부다페스트행이 C-E 위치에서 11시 40분에 출발하고, 비엔나 국제공항행은 A-C 위치에서 11시 42분에 출발하는 것으로 나온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번복하지 않겠다 맹세한다.


11시 40분 출발 부다페스트행 기차를 타기까지 시간 여유가 많아 다시금 슈퍼에 들러 빵과 물 그리고 치킨 반마리를 사서 대합실 의자에 앉아 허겁 지겁 아침겸 점심으로 해결한다. 



전광판을 보니 11시 40분 출발 예정인 부다페스트행 열차가 18분 지연되는 걸로 나온다. 대합실 의자에서 기다리다가 11시 35분경에 플랫폼으로 올라갔는데 앞서 9시 42분 기차와는 달리 부다페스트행 기차가 정차해 있는게 아니더군요. 9시 42분 기차는 이 곳 비엔나 중앙역을 출발하는 기차인데 반해 11시 40분 기차는 다른 도시에서 출발해 이 곳 중앙역을 거쳐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는 열차인 모양이다.



11시 55분경에 플랫폼으로 부다페스트행 기차가 도착한다. 탑승하고 보니 이 기차는 오스트리아 서쪽 끝에 있는 짤츠부르크를 출발해 이 곳 비엔나 중앙역을 거쳐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인지라 빈자리가 몇 개 없는 거의 만석인 상황이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아무 좌석이나 앉을 수는 없고 선반 근처 좌석 번호가 있는 곳에 디스플레이된 좌석 예약 구간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다행히 1시간 정도 앉아 갈 수 있는 빈 좌석을 하나 발견하고는 집사람에게 양보한 뒤 나는 근처에 앉아갈 수 있는 다른 좌석을 찾아 나선다. 

 


바로 근처 창가에 할머니 한 분이 앉아 계신데 그 옆 복도쪽 좌석이 하나 비어있다. 이 좌석을 보니 그냥 부다페스트까지 앉아갈 수 있는 좌석이다. 이런 행운이 있나 하면서 자리를 먼저 찜하고 앉아 집사람과 자리를 서로 바꾸려고 하는데....


다른 할머니 한 분이 천천히 내 옆으로 다가와 좌석 번호를 살피시더니 창가 쪽에 앉아계신 할머니에게 자기가 예약한 좌석이라 하며 좌석을 내줄 것을 요청한다. 창가에 먼저 자리를 차지하신 할머니는 그냥 비어있는 자리라고 생각하신 모양인데 좌석 주인이 나타나자 당황스러워 하시는 모습이다. 이 상황에서는 두 할머니 모두를 위해 내가 자리를 양보해 드리는 게 백번 맞는지라 새로 오신 할머니에게 내 자리를 내어 드린 후 일어선다.


다른 객실을 찾아다니며 빈 좌석을 찾으러 다니려 해도 복도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칠것 같고, 지금은 객실을 돌아 다녀 봐야 이미 만석일 거라 생각되기에 그냥 집사람 옆에 기대어 서 있기로 한다. 



집사람은 적어도 1시간 가량 앉아서 갈 수 있는 좌석이었으나 불과 20여분 뒤에 일어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집사람 근처 좌석에서 나란히 앉아서 가던 한국인 모녀가 다음 기차역에서 좌석 지정 예약 승객들에 의해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는데 그 분의 딸이 어지럼증을 호소하기에 집사람이 양보를 하게 된거다. 결국 두 사람 모두 부다페스트까지 입석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다페스트로 이동 도중에 검표원이 기차표 검사를 하기에 출력 티켓을 보여줬는데 휴대 단말기로 체크해 보고는 아무 얘기도 없이 그냥 지나간다. 날짜와 시각을 지정하고 기차 티켓을 예약했더라도 당일에 지정된 시각의 기차가 아닌 다른 기차를 타더라도 무방한 모양이다. 무사히 부다페스트행 기차를 타게 되었고 검표까지 무사히 마치고 나니 긴장이 풀어지면서 나른함이 밀려오지만 입석이라 어쩔 수가 없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