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Czech)

[체코] 제3편 - 까렐교와 구시가지 광장 그리고 바츨라프 광장을 다시 구경하다

민지짱여행짱 2019. 1. 29. 15:09

2018년 12월 20일 목요일,

동유럽 4개국과 스페인 가족여행 2일차입니다.


프라하 성 구경을 끝내고 남쪽 출입구로 나서서 미끄러운 계단을 천천히 걸어 까렐교(또는 까를교)가 있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까렐교까지는 도보로 15~20분 정도면 이동할 수 있는 데다가 중간에 까렐교를 조망할 수 있는 블타바 강변 포인트, 프란츠 카프카 박물관, 신호등이 한 사람만 이동 가능한 좁은 통행로에 설치된 카페 등 숨은 명소들을 구경할 수가 있어 좋다. 



까렐교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다 블타바 강변에서 까렐교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에 잠시 들린다. 백조들이 관광객들과 교감을 나누고자 하는 뜻인지 물 밖으로 나와 거닐고 있다. 흰색의 백조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갈색을 띄고 있는 백조들도 보인다. 

 


조금 더 걸어가니 프란츠 카프카 박물관 입구가 보인다. 박물관 입구 광장에 자신들의 성기를 드러내고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의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2년 전에도 이 곳 광장에서 머물다가 자리를 떴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집사람과 광장에서 사진만 남기고 자리를 뜬다. 남달리 우리 두 부부는 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지않은 탓에 그냥 패스하기로 한거다.



프란츠 카프카 박물관을 조금 지나면 좌측에 자그마한 신호등이 하나 설치된 좁은 계단 골목이 나온다. 한 명이 겨우 드나들 수 있다 보니 신호등이 녹색일 때 내려가거나 올라오는 식이다. 이 골목을 내려가면 까렐교를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는 카페가 나오는데, 이 곳에서 까렐교 사진을 찍으려 하면 직원들이 다가와서 제지한다. 사진을 찍게 내버려 두면 관광객들이 많이 찾을 것이고 일부는 커피나 식사를 하러 들릴 거라는 생각이다만... 아무튼 이번에는 인색한 이 카페까지 내려가서 눈으로만 잠깐 까렐교를 조망한 후 곧바로 집사람과 되돌아 올라간다.



까렐교 초입부에 도착해 존 레논의 벽이 있는 곳으로 향하다가 연인들이 자물쇠를 많이 달아놓은 자그마한 다리 위에서 멈춰선다. 이 곳에서 까렐교 방향을 바라보면 큰 물레방아도 있고, 수로 위로 낸 난간 끝에 나무를 깎아 만든 인형 조형물이 하나 서 있다. 뱃사공 모습인거 같은데 뭔지 정확하지는 않다. 그냥 집사람에게 나무 인형 조형물이 있으니 구경하라 알려줬는데 가이드 역할을 수행 중인 내게 무슨 조형물인지를 되묻지 않아 다행이다. ㅎㅎ



이 다리를 지나 몇 십 미터만 가면 바로 존 레논의 벽이 나온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화려한 색상과 주제가 없는 다양한 글귀로 벽면을 장식해 놓은 곳이다. 비틀즈의 멤버 중 하나였던 존 레논은 사실 이 곳 프라하와 관련이 없는 인물이지만, 존 레논이 사망한 후 이 곳 벽에다 누군가가 추모의 글귀를 남긴 이후 많은 시민들이 자유와 평화를 갈구하는 글과 그림들을 추가로 남기면서 유명한 관광 스팟이 되어 버린 곳이다. 관광객들이 이 벽에 가까이 다가서서 사진을 찍기 때문에 온전한 벽면을 담은 사진을 남기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집사람과 내가 번갈아 가며 벽의 일부만 나오게끔 조정해서 서로의 기념 사진을 남긴다. 셀카봉을 이용해 커플 사진도 남겼지만 아쉽게도 촬영 순간에 다른 관광객들의 신체 일부가 배경으로 나와서 아쉽더군요.



낮 12시 반을 넘어서고 있는 데다가 날씨가 새초롬하니 쌀쌀한 터라 몸일 녹이고 배를 채울 만한 곳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구글 지도를 보며 주변 레스토랑을 살펴보니 이용객 평점이 높은 존 레논 펍 & 레스토랑이 걸려든다. 조금 전에 지나 온 다리를 다시 건너가면 정면으로 마주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레스토랑이라기 보다는 펍에 가까운 편이고 집사람이 배가 별로 안고프다 해서 안주 하나 시켜놓고 생맥주 한 잔씩 하는 걸로 정한다. 필스너 맥주랑 다크 코젤 생맥주를 각각 한 잔씩 주문한 후 안주용으로 꼴레뇨(Pork knuckle, 돼지족발)이 있나 물어보니 없다고 하기에 그냥 적당한 돼지고기 요리 하나를 주문한다. 맥주 맛이 좋아 중간에 다크 코젤 맥주를 한 잔 더 주문해 집사람과 나눠 마셨네요. 나중에 계산할 때 직원이 총 금액에다 5% 팁을 더 얹어 계산해도 되냐고 묻기에 그렇게 하라고 합니다. 팁을 강제 징수 당하는 느낌이지만 안그래도 상냥한 직원에게 팁을 좀 주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그리 불쾌하진 않았어요.



오후 1시 반경에 존 레논 펍&레스토랑을 나서서 까렐교의 반대쪽 전체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포인트에 잠깐 들렀다가 곧바로 까렐교 위를 지나 구시가지 광장으로 향해 천천히 걷는다. 어젯밤에 이 곳 까렐교 위를 잠시 걸었기 때문에 중간 중간에 관광객들이 소원을 빌고 기념 사진을 남기는 스팟을 중심으로 따라하기 체험을 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까렐교를 건너가 구시가지로 향하기 전에 다시 프라하 성을 바라보며 멋진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까렐교에서 구시가지 광장으로 이동해 잠시 광장과 주변 모습을 구경한다. 어젯밤에 이 곳을 방문해 크리스마스 마켓 풍경을 구경했지만 이렇게 낮 시간대에는 처음 방문인 것이다. 집사람이 좀 전에 마신 맥주 때문에 화장실이 급하다고 해서 구시가지 광장에 표시된 이정표를 따라 한 레스토랑을 찾았지만 역시나 유료 화장실이네요. 화장실 입구에 직원 한 명이 이용 요금을 받는 고정 업무를 할 정도로 철저하니 프라하 시내 구경시에는 비상시에 대비해 필히 소액권 동전을 준비하도록 하세요. 호텔이나 메트로 역도 마찬가지이구요 무료로 이용 가능한 화장실은 거의 없다 보시면 됩니다.



오늘 구경하고자 했던 명소들은 다 둘러본 셈이다. 이제 메트로를 타러 구 시가지 광장에서 바츨라프 광장으로 향한다. 하벨 시장 근처에 메트로 정류장이 있지만 바츨라프 광장을 잠시 둘러본 뒤에 메트로를 타기로 한다. 바츨라프 광장의 낮 분위기 역시 어젯밤의 화려한 조명과 붐비는 사람들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조용하기만 하다. 국립박물관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 보려다가 그냥 중간에 발걸음을 되돌린다. 



메트로 역 바로 옆에 위치한 하벨 시장을 잠시 둘러본다. 산딸기를 비롯한 색깔이 화려하고 예쁘게 생긴 과일들을 많이 팔고 있고 프라하 관광 기념품들을 파는 가게들도 많다. 동유럽 4개국과 스페인을 28일간이나 여행할 예정이고 오늘이 겨우 2일차에 불과한 터라 그냥 구경만 하면서 하벨 시장을 한바퀴 돌아보고는 메트로를 타고 호텔로 향한다. 



이 곳 무스텍(Mustek) 역에서 호텔이 있는 플로렌스 역까지는 겨우 두 정거장 거리이다. 그래서 1인당 24 코루나짜리 30분 유효한 교통 티켓을 하나씩 구입해 메트로를 타기로 한다.


플로렌스(Florence) 메트로 역에서 내려 호텔 맞은 편에 있는 큰 마트에 잠시 들러 몇 가지를 구입한다. 어젯밤에 무스텍 역에 있는 마트보다 조금 규모가 큰 듯 하다. 



오후 3시 반경에 호텔에 도착했는데 좀 쉬었다가 나중에 저녁 식사나 하러 시내로 다시 나가 볼 생각이었으나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고 만다. 한국 시간으로는 밤 12시가 되어가다 보니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거다. 나중에 눈을 뜨고 보니 밤 8시가 넘어가고 있다. 약간의 배고픔은 느끼지만 지금 이 시각에 다시 외출을 하려니 엄두가 나지않기에 그냥 샤워를 하고서는 다시 깊은 잠을 청한다. 시차 적응을 위해서는 이 곳 시각으로 밤 늦은 시각에 잠을 청해야 하는데 오후 4시경 부터 잠을 잤으니.... 그러다 보니 새벽 2시경(한국은 아침 10시경)에 다시 잠에서 깨어 말똥 말똥한 상태로 동트기를 기다리는 상황이 찾아오고야 만다. 아무래도 빨리 시차 적응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