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Indonesia)/플로레스섬|숨바섬

[인도네시아] 제14편 - 라뗑가로 전통 마을과 근처에 있는 페로 비치를 구경하다

민지짱여행짱 2018. 9. 13. 00:39

2018년 5월 9일 수요일,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과 숨바섬 가족여행 9일차입니다.


오전 7시 반경에 호텔 메인 건물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바나나 팬케익으로 무료 아침 식사를 하면서 여주인장과 얘기를 나눈다. 1박에 85만 루피아짜리 에어컨이 있는 방에서 어제 하룻밤을 보냈지만 에어컨 성능이 딸리는 거 같고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밤 기온이 서늘한 편이라 오늘 밤은 팬이 설치된 66만 루피아짜리 방으로 옮길 수 있나 물어보니 난처해 하더군요. 호텔 예약 사이트인 부킹닷컴에 에어컨 방으로 예약이 처리되어 있어 수수료를 그 가격에 준하는 만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어려울 거라 예상한 거라 깔끔하게 포기하고서는 2박 숙박비로 170만 루피아를 여주인장에게 미리 현금으로 지불한다.



아침 식사 후 방갈로 객실에 돌아와 외출 준비를 서두른 다음 오전 8시 반에 미리 예약해 놓은 호텔 차량으로 1일 투어를 떠난다. 숨바섬 서남쪽에 위치한 라뗑가로 전통 마을(Kampung Adat Ratengaro)을 먼저 둘러본 후 근처에 있는 페로 비치(Pantai Pero)를 구경하고, 호텔로 복귀하면서 만도락 비치(Pantai Mandorak)와 위꾸리 호수(Danau Weekuri)를 구경하는 일정으로 진행될 거 같다.


 오전 9시경 땀볼라카 시내를 벗어날 즈음에 위치해 있는 파당식 레스토랑에서 도시락 3개와 음료수 2개 그리고 생수 2개를 구입하고 13만 루피아를 지불한다. 운전사가 땀볼라카를 벗어나면 식사할 만한 곳이 없다고 하기에 세 명 분의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 거다. 점심 식사를 준비한 후 숨바섬 서남쪽에 위치한 라뗑가로 전통 마을을 향해 이동한다. 도로 사정은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으며 숨바섬의 전통 가옥 양식을 엿볼 수 있는 뾰족한 지붕 모양으로 지은 가옥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오전 10시 15분경 첫 번째 목적지인 라뗑가로 전통 마을에 도착한다. 이미 플로레스 섬에서 몇 군데 전통 마을들을 구경하긴 했지만 같은 인도네시아 일지라도 지역 마다 전통 가옥의 외형과 내부 구조 그리고 현지 주민들의 생활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이 곳 숨바섬에서의 전통 마을 방문에 거는 기대는 크다.


숨바섬에 있는 라뗑가로 마을의 전통 가옥들은 지붕을 좁고 길게 뽑아올려 마치 유니콘의 뿔처럼 만든 형태이다. 마을 규모는 그리 크지않고 십여 채의 가옥이 옹기 종기 모여있는 형태이더군요. 우리 부부가 도착했을 때 다른 여행객들이 아무도 없는 걸로 봐서 여행 비수기인지 아니면 전통 마을에 대한 여행객들의 관심도가 낮은 건지 알 수는 없네요. 다만 우리 부부는 많은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구경하는 것 보다는 이렇게 한산한 분위기를 더 즐겨한다는 거다.


둘이서 조용히 마을을 둘러보고 있는 데 청년 두 사람이 다가와 전통 마을에 대해 약간 소개를 해 준 다음 손에 들고 있는 천 조각을 들어보이며 전통 옷이라고 한다. 직접 여기서 만든 천이라 하는데 이걸 만져 보거나 판매 가격을 물어보게 되면 아무래도 적극적으로 달라붙을 것만 같아 아예 구매에는 관심없다는 듯 가옥들 지붕만 바라보고 있으니 그냥 이 옷을 걸친 후 기념 사진을 찍어보라 제의를 한다. 가격을 물어보니 한 사람에 5만 루피아(약 4천원)라고 하기에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하며 떠나려 하니 그러면 얼마를 낼 수 있는지 물어온다. 흥정 첫 단계로 과감히 깎아 두 사람 합쳐서 2만 루피아(약 1,600원)를 부르니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오케이를 한다.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 하면서 두 사람 합쳐 5만 루피아 정도로 가격이 다운될 거고 그러면 내가 마지못해 오케이를 부르는 식의 시나리오를 생각했는데 의외로 처음 제시 가격에 흥정이 마무리 된다. 방문객들이 거의 없다보니 천을 판매하는 것도 아닌 잠시 사진 촬영용으로 대여하는 것이다 보니 2만 루피아라도 챙기자는 생각이었던가 보다.



전통 가옥들 외형을 먼저 구경한 후 마을 주민들이 모여있는 한 가옥 앞으로 가니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면서 방명록을 슬그머니 내밀고서 이름을 적어 달라고 한다. 플로레스 섬에서도 전통 마을을 구경할 때에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기부금 형식으로 돈을 낸 적이 있는 터라 이 곳 라뗑가로 마을에서도 두 사람의 이름을 적고 5만 루피아를 기부한다. 방명록을 보니 하루에 서너팀의 방문 기록이 남아있으나 오늘 날짜에는 우리 부부의 이름만 유일하게 적혀있다. 


5만 루피아를 기부한 터라 잠시 가옥 내부를 구경할 수 있냐 물어보니 흔쾌히 들어와서 구경하라며 안내를 한다. 기둥을 제외하고는 순수하게 굵은 대나무로만 지어진 건물이다 보니 절로 시원함이 느껴진다. 입구를 들어서면 약간 넓은 거실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그 중앙부에는 사각형으로 칸을 막아 주방 공간을 만들어 놓고 있으며 바깥쪽으로는 자그마한 방들과 창고처럼 사용하는 공간들이 배치되어 있다. 가족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가옥 내에 한 가족만 기거하는 경우도 있고 여러 가족이 함께 지내기도 한다고 한다.   



가옥 내부 구경을 마친 후 다른 가옥들은 동일한 구조일거라 생각되므로 마을 구경을 끝마치는 걸로 하고 입구로 천천히 걸어 나간다. 마을 입구 근처 한 가옥에 마을의 어린이들이 모여서 놀고 있기에 잠시 이름과 나이를 물어보기도 하며 이들의 천진 난만한 모습들을 마주한다. 마을을 떠나려 할 때 기념품을 파는 분이 다가와서 애처로운 표정으로 하나 팔아줬으면 하기에 목각 인형을 10만 루피아 달라는 거 절반 뚝 자른 5만 루피아에 하나 팔아준다. 이 곳 라뗑가로 마을에 와서 기부금 5만 루피아, 전통의상 대여 2만 루피아 그리고 목각 인형 5만 루피아, 이렇게 총 12만 루피아를 지출하게 되었네요. 



승용차로 마을 입구에 도착해 마을에 들어설 때에는 뾰족한 지붕의 전통 가옥들만 눈여겨 보이더니, 마을을 떠나려 할 때에는 마을 입구에 늘어서 있는 고인돌 모양으로 기둥 위에 재단을 올려놓은 곳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마 조상들의 영혼을 모셔놓은 무덤이라 생각되며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 믿기에 이렇게 만들어 놓은게 아닐까 추측을 해본다.



오전 11시 조금 넘어 라뗑가로 전통 마을을 출발해 처음 왔던 길을 되돌아 조금 이동하다 왼쪽 도로로 빠져 바닷가로 향한다. 다음 목적지는 페로 비치(Pero Beach, 인도네시아어로는 Pantai Pero)라고 하는데 어떤 곳인지 물어보니 바위 구멍으로 물이 솟아 오르는 곳이라 한다. 엊그제 숨바섬의 볼거리 정보를 읽어 본 바에 의하면 바닷가 바위 구멍으로 밀려오는 파도에 의해 물이 솟구쳐 오르는 곳이 있다 하던데 바로 그 곳인가 보다. 


이동 중에 이마에 물통을 이고 가거나 물을 길어 나르는 어린이들을 자주 보게 되더군요. 수도 시설이 없어 식수 공급이 마땅치 않다보니 마을 근처에 깨끗한 물이 나는 곳에서 물을 받아가는 모양인데, 물통을 보니 과연 저 통에 담겨있는 물이 식수로 사용할 정도로 깨끗한 물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참고로, 땀볼라카에서 라뗑가로까지 1시간 남짓 이동하는 동안에 십자가 표시가 있는 건물들이 가끔 보이기에 이 곳 숨바섬이 인도네시아 섬이라 할지라도 기독교나 카톨릭을 믿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생각했는데, 이 곳 페로 비치가 있는 마을은 무슬림들만 사는 마을이라고 운전사가 알려준다.




깨끗한 모래와 거무티티한 크고 작은 현무암이 엉커있는 자그마한 페로 비치에 도착해 승용차에서 내린다. 마치 제주도의 한 자그마한 바닷가에 온 느낌이다. 용두암 처럼 용머리 형상을 한 현무암도 보이기에 더욱 제주도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운전사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바위 구멍으로 물이 솟구쳐 오르는 모습이 눈에 띈다. 집사람과 둘이서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강한 파도가 밀려올 때에만 바위 구멍으로 분수처럼 수직으로 물이 솟구쳐 오르는 기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예전에 하와이에 가족 여행을 할 때 이와 유사한 곳을 구경한 적이 있는데 오래되어 기억은 가물가물 하지만 이 곳은 그 곳 보다도 수직으로 물이 더 높이 솟아 오르는 것 같다. 


파도가 약간 센 편이지만 모래도 곱고 바닷물은 너무 깨끗하다. 무엇보다 한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 더욱 좋다.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높은 파도에도 불구하고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고, 내만쪽으로 들어선 잔잔한 곳에서는 젊은이들이 그물을 던져 작은 고기를 잡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작은 고기를 어디에다 쓸거냐고 물어보니 큰 고기를 잡는 미끼용으로 쓴다고 한다.

 




3~40분간 바위 틈에서 솟구쳐 오르는 물줄기 구경 및 현무암과 고운 모래가 어우러진 작고 예쁜 비치를 구경하고 난 뒤에 비치 근처에 용도를 알 수 없는 자그마한 건물 내에서 작은 볼 일(?)을 보고 곧바로 페로 비치를 떠난다. 다음 목적지는 바닷물이 바위 틈으로 밀려들어와 만든 위쿠리 호수와 그 근처에 있는 작고 예쁜 만도락 비치로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