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Indonesia)/팡안다란(Pangandaran)

[인도네시아] 제4편 - 좌초 선박 부근에서 스노클링과 바다낚시를 허무하게 즐기다

민지짱여행짱 2018. 9. 10. 00:12

2018년 7월 27일 금요일,

인도네시아 팡안다란 가족여행 3일차입니다.


아침 9시 반경에 느지막히 호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조식을 먹은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12시가 되어서야 호텔을 나선다. 어제 바투 히우 비치, 그린 캐년 그리고 바투카라스 비치까지 구경을 하고 돌아온 터라 오늘은 팡안다란 도심 외부로는 더 이상 나갈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그렇지만 이틀간 스쿠터를 빌리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데다가 팡안다란 시내를 돌아다니더라도 스쿠터가 있으면 편리하기 때문에 호텔 맞은편 대여점에 들러 10만 루피아를 내고 어제 빌렸던 스쿠터를 오늘 하루 더 빌린다. 



스쿠터를 빌려 호텔 입구에서 기다리는 데 집사람이 외출 준비하느라 조금 늦어진다 메시지를 보내온다. 혼자 스쿠터를 타고서 호텔 근처를 한바퀴 둘러보기로 하는데 주택가 도로를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는 사슴 무리들이 보인다. 팡안다란 비치에서 곶부리쪽으로 바라보면 자연보호 구역으로 지정해 여러 동물들의 서식지로 제공되는 공원이 있는데 아마도 이 곳에서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온 녀석들이라 생각된다.



호텔 주변을 스쿠터를 타고서 천천히 한 바퀴 돌아 다시 호텔 입구로 돌아오니 집사람이 기다리고 있네요. 집사람은 오늘 어디로 가서 뭘 해야할지 의견과 관심이 없는 듯 하기에 우선 호텔 가까운 곳에 있는 자연 보호 구역이자 삼림 공원에 들어가 원숭이, 사슴 등의 동물 구경과 더불어 흰 모래 비치를 구경하고 오기로 한다. 호텔에서 도보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이미 스쿠터를 빌린 터라 스쿠터를 타고서 공원 입구 매표소 근처에 주차를 한다. 매표 창구에 보니 입장료가 자그마치 외국인은 1 215,000루피아(17,000)로 적혀있다. 현지인은 16,000루피아(2천원) 불과한데 말이다. 이렇게 비싼 입장료를 내고서 들어가 볼 정도로 가치있는 곳은 아니라 생각되기에 입장 티켓 구입을 포기한다.



공원 입장을 포기하고 스쿠터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 하니 주차비를 1만 루피아(약 800원) 내라고 한다. 주차 후에 공원내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직원에게 물어본 다음 티켓을 구입할지 말지 잠시 집사람과 얘기를 나눈 시간이 불과 5분도 채 안된거 같은데 말이다. 더군다나 다른 곳에서는 주차비가 5천 루피아에 불과한데 이 곳에선 두 배의 요금을 받고 있으니 씁쓸하네요.

 

어차피 주차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기에 직원에게 공원 입장료를 내지 않고 보트를 타고서 흰 모래 비치에 다녀오는 게 가능한지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왕복으로 보트를 빌려타고 다녀와야 하기 때문에 이 비용은 보트 선장하고 얘기를 나눠보라 하면서 근처에 있는 선장을 소개해 준다. 


우리 부부가 스노클링도 하고 바다낚시도 하려고 이 곳 팡안다란에 온 터라 선장에게 흰모래 비치에만 다녀오는 왕복 비용을 물어보는 대신에 스노클링과 바다낚시를 위해 보트를 대절하는 비용을 물어보기로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워낙 좋은 비치 구경을 많이 한 데다가 파도가 센 팡안다란 비치에 인접한 흰모래 비치이다 보니 비치 수준이 썩 좋지않을 거라 생각되어 물놀이 가능성이 낮아보였기 때문이다. 30분~1시간 정도 스노클링에다 3~4시간 정도 바다낚시를 하는 걸로 해서 최장 5시간 정도의 보트 대절 요금을 물어보니 70만 루피아를 달라고 한다. 가까운 곳으로 보트를 타고 나가 스노클링과 바다낚시를 하는 비용으로는 너무 비싼 가격이라 생각되어 흥정에 들어가 결국 50 루피아(4만원) 주기로 하고 스노클링과 바다낚시를 즐기는 걸로 한다. 


선장이 지금은 다른 시간대에 비해 파도가 잔잔한 편이므로 바로 스노클링을 다녀오는 걸로 하고, 나중에 오후 4시경에 바다 낚시를 나가는 게 좋을 거 같다기에 그렇게 하기로 한다. 두 사람 모두 스노클링 준비를 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스쿠터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 스노클링 장비도 챙기고 래쉬 가드를 챙겨 입은 다음 다시 선장을 만난다. 



팡안다란 비치에서 보트를 타고 약 5분 정도 이동해 흰모래 비치 앞 좌초된  배 근처에 도착하자 선장이 이 곳 수심은 3미터 정도이며 잘 알려진 스노클링 포인트라고 한다. 집사람이 기대에 부풀어 먼저 스노클링 준비를 하고 물에 뛰어 들었으나 물색이 탁해 전혀 바닷속이 들여다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10분 남짓 돌아다니다가 물고기 한마리 구경 못하고 스노클링을 끝내고 만다. 선장 역시 오늘따라 물색이 탁하다는 걸로 아쉬움을 토로한다. 더 이상 스노클링에 대한 미련은 갖지 않기로 하고 대신에 바닷물이 깨끗해 보이는 것 같기에 물놀이나 실컷 즐기는 걸로 한다. 지금은 잔잔한 편이지만 언제 파도가 세어지고 조류의 흐름이 빨라질지 몰라 구명조끼를 착용하고서 20여분간 물놀이를 즐긴 후 철수를 한다. 바로 옆에 방치된 좌초 선박은 노르웨이 선박으로 2015년에 근처를 지나다가 3일간의 높은 파도를 맞고 좌초되어 아직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팡안다란 지역의 파도가 얼마나 높고 강한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좌초 선박을 가까이에서 구경하는 것도 이 곳 팡안다란의 볼거리  하나에 속한다고 한다. 



약 30분 가량 물놀이를 끝내고 팡안다란 비치에 도착하니  무리의 사슴 떼가 비치를 거닐고 있다. 보기 드문 광경인지라 이들 무리를 따라다니며 멋진 사진들을 남긴다.  녀석들은 자연보호구역을 벗어나 비치나 해안 도로를 거닐며 쓰레기통을 뒤지는 무리로 알려져 있다 하네요.


호텔 객실에 도착해 샤워를 한 후 이내 스쿠터를 타고 씨푸드 레스토랑으로 이동한다. 벌써  번째로 찾아가는 레스토랑인데 이번에는 새우 0.5키로 매콤 소스 요리와 오징어 0.5키로 튀김 요리로 주문해 늦은 점심 식사를 한다. 식사비로 약 29만 루피아(약 23,000원)가 나오네요. 식사 후 호텔에 도착해 집사람은 객실에서 쉬겠다고 하기에 나 혼자 바다낚시를 하러 나선다.  


오후 4시에 선장과 낚시 보조 직원을 만나 보트를 타고 좌초된 선박에서 가까운 낚시 포인트에 도착해 닻을 내린다.  닻을 내리기가 무섭게 흰모래 비치를 구경한 손님의 픽업 요청 전화가 선장한테 걸려온다. 선장은 내게 양해를 구하고서 이미 내려놓은 닻에 표식을 달아놓은 후에 흰모래 비치로 향한다. 한 커플이 아마도 오후 4시 이전에 선장의 배를 타고 흰모래 비치에 내렸던 모양인데 크게 볼게 없다보니 오후 4시 20분 경에 팡안다란 비치로 태워달라는 연락을 한거다. 덕분에 나도 흰모래 비치에 내려 잠시 구경을 할 수가 있었는데 역시나 예상한 대로 비치 퀄리티가 그리 좋지 않더군요. 팡안다란 근처에서는 나름 괜찮다고 볼 수 있으나 워낙 인도네시아 곳곳에 훌륭한 비치들이 많다보니 이 정도의 퀄리티는 그저 평범한 비치에 불과하더군요. 



젊은 현지인 커플을 팡안다란 비치에 내려준 다음 다시 닻을 내려놓은 곳으로 이동해 낚시를 시작한다. 낚시대는 괜찮은 편이나 편리한 릴 대신에 플라스틱 원통에 수동으로 줄을 감고 풀어야 하는 도구를 사용해서 낚시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보조 직원이 낚시 채비를 묶어 내게 건네기에 작은 새우를 미끼로 달아 열심히 낚시를 한다. 1시간 정도 낚시를 해도 세 사람 모두 잡어 입질 조차없는 막막한 상황이 계속되자 선장이 포인트를 옮겨보자고 한다. 더불어 수백가지의 낚시가 안되는 이유 중에 수온이 좀 찬거 같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곶부리  주변의 포인트로 이동해 다시 기대를 가지고서 낚시를 해보지만 역시나 잡어 입질 조차 없다. 오후 6시경이 되자 서서히 해는 넘어가고 있다. 엊그제 팡안다란 비치에서 일몰을 구경하기도 했지만 오늘은 선상에서 해가 넘어가는 멋진 모습을 구경하는 걸로 만족해 하기로 한다.



 역시나 한 시간 반 정도 세 명이서 열심히 낚시를 해봤지만 모두 작은 입질조차 받지 못한다. 서서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데다가 점차 파도가 거세지고 있기에 세 번째 포인트이자 마지막 포인트가 되는 흰모래 비치가 시작되는 곳 근처 포인트로 이동한다. 하지만 이 곳에서도 한 시간 정도 밤낚시를 즐겼지만 수온이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모두 잡어 입질   받지 못한 채 낚시를 마감하고  7 반경에 팡안다란 비치로 철수한다.



30분 정도 스노클링에서도 물고기 구경을 못했고 3시간 남짓 바다 낚시에서도 잡어 입질조차 받지 못하는 허무한 시간을 보낸거 같다. 안타까움은 크지만 바다가 허락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허무하게 호텔로 복귀해 집사람에게 낚시 결과를 알려준 다음 곧바로 스쿠터를 타고 팡안다란 스피릿 카페(Pangandaran Spirit Cafe)를 찾아간다. 팡안다란에서 맥주와 치킨을 파는 유일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기대 이상으로 치킨 맛이 좋아 스노클링과 바다낚시의 허무함을 치맥으로 떨쳐 버리는 시간을 갖는다.



1시간 정도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 빈땅 맥주 큰거 두 병, 작은거 한 병, 닭다리 4조각, 땅콩 안주 두 개, 모두 합쳐 176,000루피아(약 14,000원)를 현금 지불한다. 저녁을 따로 안먹어도 될 정도로 치맥으로 배를 채우고는 스쿠터를 타고 호텔로 이동한다. 도중에 집사람이 가게 문을 닫으려는 한 가게에 디스플레이 해놓은 잠옷 반바지가 맘에 든다기에 가격 흥정을 통해 4만 루피아(약 3,000원)에 하나 구입한다. 호텔 입구에 도착해 집사람을 내려준 다음 스쿠터 대여점에 가서 스쿠터를 반납한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과식을 한 것 같아 소화도 시킬 겸 팡안다란의 여행자 거리 주변을 혼자 1시간 정도 걸어다니다가 호텔에 돌아와 여행 셋째 날이자 마지막 날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