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Indonesia)/팡안다란(Pangandaran)

[인도네시아] 제2편 - 스쿠터를 타고 팡안다란 항구와 바투 히우 비치를 구경하다

민지짱여행짱 2018. 9. 6. 10:00

2018년 7월 26일 목요일,

인도네시아 팡안다란 가족여행 2일차입니다.


새벽 6시경 잠에서 깨어 혼자 동쪽 비치로 일출을 구경하러 간다. 관광객들과 현지인들 스무명 남짓 일출을 보기 위해 모여있는데 바닷가라 그런지 다소 쌀쌀한 편이다. 6시 반이 조금 지날 무렵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드는가 싶더니 곧이어 해가 모습을 드러낸다. 내일은 집사람을 데리고 와서 일출 구경을 시켜주고자 한다. 



동쪽 비치에서의 일출을 구경하고 난 뒤에 호텔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동쪽 비치를 구경한다. 이른 아침이지만 여전히 파도는 거센 편이다. 파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이따금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밀려들어 화들짝 놀라면서 뒷걸음 치는 걸 쉽게 지켜볼 수가 있다. 내가 쪼그려 앉아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기려다 밀려오는 파도에 급히 뒷걸음 치다 넘어지기도 했으며, 이른 아침부터 잠에서 덜 깬 모습으로 비치에서 놀던 어린이들은 파도에 휩쓸려 넘어져 위험한 상황도 벌어지기도 한다.

    






오전 7시 반경에 객실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다가 8시경에 잠에서 깬 집사람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러 1층 레스토랑으로 내려간다. 호텔 가격이 워낙 저렴한 터라 무료 조식 뷔페의 퀄리티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직원들의 친절과 성의있게 준비된 음식들이 모두 우리 부부에게는 만족스러울 정도이다



호텔 무료 조식 후에 객실에 올라가 외출 준비를 마친 후 호텔 맞은 편에서 10만 루피아(약 8천원)를 주고 스쿠터를 한 대 빌린다. 어제 저녁에 미리 예약을 해놓았으며 이틀간 빌리는 조건으로 하루에 10만 루피아를 내기로 한 거다. 안전을 고려해 두 사람 모두 헬멧을 착용한 후 북동쪽으로  킬로미터 떨어진 항구로 먼저 찾아 간다. 어제 수산 시장이라 불린 식당가들의 해산물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던데 이 곳에서 더 저렴하게 해산물을 구입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이 곳 항구에서는 바다 낚시를 위한 보트 대절이 가능할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오전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이다 보니 수산물 경매 장소가 휑하니 비어 있다. 근처 직원에게 물어보니 아침 9시까지만 경매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낚시 보트 대절이 가능한지 알아보려고 했더니만 정박해 있는 보트들은 수 십대가 있어도 정작 선장들은 어디에서 무었을 하는지 한 명도 보이질 않는다. 혹시라도 낚시를 즐기는 현지인들이 있을까 싶어 스쿠터를 타고서 맞은 편에 방파제가 있는 곳으로 가보니 역시 아무도 없고 파도만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이런 바다 상황에서는 도저히 바다 낚시가 어려울 거 같아 일단 바다낚시의 꿈은 접어놓기로 한다.



스마트폰으로 구글 지도를 살펴보니 팡안다란에서 서쪽 방향으로 조금 가다보면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곳에 형성된 잔잔한 라군(Lagoon)이 있는 걸로 나와 있기에 이 곳을 찾아가 보기로 한다. 스쿠터를 타고서 구글 지도가 안내하는 대로 팡안다란 썬셋 비치(Pangandaran Sunset Beach)를 지나 비포장의 해안 도로를 따라 가다보니 코코넛 껍질로 숯을 만드는 곳이 나오고 도로 끝에는 완공 직전의 리조트 공사 현장이 나타난다. 관리 직원인 듯한 분에게 구글 지도상의 라군 위치가 이 곳으로 나온다며 보여줬더니 되돌아 나가 메인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더 이동해서 해안가로 빠져야 한다고 알려준다. 구글 지도 상에 표기 오류인 셈이다. 할 수 없이 되돌아 나가다가 코코넛 껍질로 숯을 만드는 곳을 잠시 구경하기로 한다. 한국에서는 나무로 만든 숯을 주로 이용하지만 이 곳에서는 사떼꼬지 구이나 생선 구이 등에 코코넛 숯을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다시 스쿠터를 타고서 비포장 도로를 빠져나가 메인 도로에 합류해 서쪽 방향으로 이동하다 라군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진입 도로로 빠져 해안가로 계속 이동한다. 어느 정도 이동하다 보니 아까 완공 직전의 리조트 맞은 편에 도착하게 되더군요. Java Lagoon Hotel 이름이 붙은 자그마한 호텔 앞에서 더 이상 진입이 불가해 스쿠터를 세우고 라군을 구경하는 데 그저 평범한 강줄기에 불과하다. 호텔 입구 강변에 마련된 정자에 앉아 라군을 바라보다가 아무래도 자릿세에 해당하는 뭔가를 주문해야 할 듯 하기에 허름한 가게에 찾아간다. 한적한 곳이다 보니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어 가게 내에는 과자류랑 음료수가 몇 개 뿐인데다가 그 마저도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다. 믹스 커피를 잘라 뜨거운 물에 타서 내어주는 커피 두 잔이랑 음료수 하나를 계산하려고 주인 할머니에게 10만 루피아 짜리를 드리니 잔돈이 없다고 한다. 동전 지갑을 뒤져 나오는 모든 동전을 꺼내보니 커피 두 잔 가격보다는 많고 음료수까지 포함시키면 조금 부족하다. 결국 모든 동전을 할머니에게 드리면서 커피 두 잔만 선택한다. 커피를 마신 후 유리 잔에다 미리 챙겨간 캔 맥주를 부어 쥐포 안주와 함께 즐기며 휴식을 취한다.



여기서 팡안다란으로 되돌아 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다시 구글 지도를 열어놓고 관광 명소로 표시된 부분을 찾아보니 Batu Hiu Beach가 눈에 들어온다. 이 곳에서 메인 도로로 다시 나가서 계속 서쪽으로 이동하면 나오는 비치인데 근처에 파도에 깎여져 나간 바위들을 구경할 수 있는 걸로 안내되어 있다. 다시 스쿠터를 타고서 Batu Hiu Beach로 향한다.



오후 1시 반경 Batu Hiu Beach 입구에 스쿠터를 세워놓고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상어 조형물을 통과해 들어가서 계단을 따라 언덕으로 올라가니 해안 공원이 펼쳐져 있다. 공원 끝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팡안다란 도시 방향으로 넓고 긴 비치가 펼쳐져 있는데 너무나 한적하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다 보니 비치에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 결국 비치로 내려가서 구경하는 것은 포기하고 바닷가에 마련된 정자에 앉아 거세고 높은 파도를 구경하고  파도에 의해 절벽 하단부가 깊게 패여나가 형성된 절경을 구경한다. 



해안 공원에서 Batu Hiu Beach와 주변 절경을 구경하고 공원 입구로 나가니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스쿠터를 타려고 하는 데 스쿠터 대쉬보드에 주차비 영수증이 올려져 있다. 5천 루피아(한화 400원)를 내야 하는데 조금 전에 라군이 있는 곳에서 모든 동전을 할머니께 드린 터라 10만 루피아짜리 밖에 없다. 할 수 없이 공원 입구 맞은 편에 있는 가게에 가서 코코넛 두 개를 주문해 마신다. 주인장이 코코넛을 잘라 뚜껑을 열어보고는 맛이 없는 거라 생각하는 지 그냥 제쳐두고 다른 코코넛을 고른다. 이렇게 두 개의 코코넛을 뚜껑을 따서 제쳐두고 엄선해서 골라  코코넛은 두 개 모두 정말 맛있더군요. 집사람이 지금까지 먹어  코코넛 중에서 최고라고  정도이다. 코코넛 안쪽에 붙은 흰색의 젤리같은 부분도 숫가락으로 긁어 먹었는데 정말 부드럽고 맛있더군요. 


다시 한 번 주인장이 정말로 양심적인 분이라 여겨진다. 보통은 그냥 뚜껑을 딴 코코넛을 맛이 있든 없든 그냥 내어 주는게 예사인데 말이다. 가격은  통에 15,000루피아(1,200)인데 두 개 가격을 지불하려고 10만 루피아를 냈는데 역시 잔돈이 없어 3~40미터 떨어진 다른 가게에 가서 잔돈으로 바꿔 오더군요. 마음 같아서는 이 곳에서 점심 식사도 했으면 좋을 거 같았는데 커피, 맥주, 쥐포 그리고 코코넛까지 먹고난 터라 전혀 허기가 느껴지지 않아 그냥 패스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