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교수파견일기/인도네시아(Indonesia)

[파견일기] 제98편 - 아시안 게임 한국팀 축구 바레인 전을 관람하며 열띤 응원을 하다

민지짱여행짱 2018. 8. 18. 03:06

2018년 8월 15일 수요일,


한국의 광복 기념일인 오늘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의 한국팀 축구 예선 경기가 이 곳 반둥의 잘락 하루팟(Jalak Harupat)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날이다. 귀국을 불과 2주 앞두고 있는 터라 마무리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 곳 반둥에서 바레인과의 예선 첫 경기를 펼치는 터라 만사를 제쳐두고 집사람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가 열띤 응원을 하려고 한다. 


축구 경기장이 반둥 남서쪽 외곽을 벗어난 쏘레앙(Soreang) 이라는 곳에 위치해 있어 승용차가 없는 우리 부부의 최대 관건은 왕복 이동에 따른 교통편을 어떻게 해결하는 가이다. 그랩(Grab) 차량이나 택시를 이용해 왕복하거나 아니면 아예 반나절 차량 렌트를 하는 걸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그랩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아파트에서 축구경기장까지 이동편 조회를 해 보니 112,000 루피아 가격(고속도로 통행료 제외)에 매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축구 경기가 끝난 후 경기장 입구에서 과연 택시나 그랩 차량을 이용해 아파트까지 무사히 돌아올 수 있는가가 우리 부부의 주된 걱정거리 인거다. 구글 지도를 열어 축구 경기장 주변을 뒤져보니 한적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어 아무래도 택시를 잡거나 그랩 차량 매치가 되기 어려울거라 예상이 되는 터라 앙콧 이라는 대중 교통으로 최대한 반둥 시내로 진입을 먼저 한 후 택시나 그랩 차량을 이용하는 걸로 대안을 미리 생각해 놓는다.


오늘 오후 4시에는 키르키즈스탄과 말레이시아의 경기가 펼쳐지고, 한국팀과 바레인 경기는 오후 7시에 시작해 밤 9시에 끝나는 걸로 일정표에 나와있다. 혹시라도 여기서 축구 경기장까지 그랩 차량 매치가 안되는 경우에 대비해 아파트에서 출발을 조금 서두르기로 하고 오후 3시 20분경 그랩 차량을 호출한다.


그랩 차량 호출과 동시에 매치가 되었으나 이내 운전자가 취소를 해버린다. 아무래도 불길한 생각이 든다. 가격 대비 장거리 운전인 데다가 편도 이동 후에는 빈 차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다시 한 번 그랩 차량을 재호출을 하니 잠시 후에 다시 매치가 성사된다. 더 이상 취소가 안되길 빌면서 아파트 로비에서 기다리는 데 고속도로 통행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도착한다. 이런 메시지이면 우리 부부를 태우고 가겠다는 의사를 보내 온 것으로 판단되어 곧바로 통행료와 더불어 팁을 더 주겠다고 답하고서 취소를 못하도록 못을 박는다. 


잠시 후 도착한 차량의 운전자와 인사를 하니 우리 부부가 골프장이나 시내에 다녀올 때 여러 차례 이용한 적이 단골 차량이더군요. 고카(Go-Car) 차량 호출 시에 주로 이용했는데 이렇게 그랩 차량 호출을 통해서도 매치가 된 거네요. 이 운전자 이름은 도니(Doney)이고 아파트 입구에서 구멍 가게를 하고 있는 노 부부의 아들인데 실직 후에 자그마한 승용차로 이런 차량 지원 서비스를 하며 지내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아뭏든 112,000 루피아에 차량 매치가 되어 오후 3시 반경 도니가 모는 차를 타고 잘락 하루팟 축구 경기장으로 향한다. 시내 통과가 아닌 고속도로를 이용하니 예상했던 것 보다 차량 정체도 거의 없고 고속도로를 빠져나가자 바로 근처에 축구 경기장이 위치해 있어 불과 30분 정도 밖에 안걸리더군요. 도니에게 20만 루피아를 건네면서 축구 경기가 끝나는 밤 9시경에 전화를 할테니 이 곳에서 만나자고 얘기한다.



축구 경기장까지 이동 중에 도니가 축구 경기가 끝날 때 까지 우리 부부를 기다려 줄 수 있다고 하며 통행료 등 모든 비용 포함해서 왕복 40만 루피아를 제의하기에 망설임없이 수락하고서 축구장에 도착하자 마자 그 절반 요금을 먼저 지불한 거랍니다. 축구 경기가 끝난 밤 9시가 넘은 시각에 택시를 기다리거나 그랩 차량 매치를 시도한다거나 아니면 앙콧을 타고 장시간 시내로 이동하는 등의 불편을 말끔히 해결해 버린거예요. 당초 아파트에서 축구장까지 편도 이동에만 매칭된 요금 112,000루피아에다 고속도로 통행료 10,500 루피아 그리고 단골 차량이라 해서 팁을 조금 얹어 15만 루피아를 주려고 했거든요.


축구장 입구에 있는 티켓 부스에서 B 카테고리 관람석 티켓을 1인 15만 루피아씩 2매 구입한다. 본부석 맞은 편에 위치한 관람석으로서 한국팀 응원단들이 집결하기로 한 곳으로 알려져 있어 함께 목청 터져라 응원을 할 생각인거다. 운동장 맵 상에서 붉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다.



지금 축구장에 입장하면 키르키즈스탄과 말레이시아 축구 경기부터 관람할 수가 있으나 우선 축구장 입구에 있는 자그마한 식당에 들러 허거진 배를 채우려고 한다. 면 요리와 미트볼 수프 세트를 각각 하나씩 주문하고 병에 든 음료수 하나씩 고른다. 맛있게 식사를 마친 후 일어서려다가 다른 테이블에 먹음직스러운 닭곰탕 그릇이 서빙되는 걸 보고 우리 테이블에도 추가로 한 그릇 주문한다. 닭 뼈가 부드러울 정도로 푹 고아낸 터라 한국에서 고향에서 먹던 맛인 양 너무 맛있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음식 세 종류와 음료수 두 병을 합쳐 4만 루피아(약 3천원)라 한다.

  


이른 저녁 식사를 한 후 축구장 주변을 잠시 둘러보다가 간이 편의점에서 생수와 과자류를 구입한 후 소지품 보안 검사를 받고서 오후 5시경에 축구 경기장에 들어선다. 아파트에서 맥주 캔을 몇 개 챙겨오려다가 포기했는데 역시나 알콜 종류는 반입 불가이고, 생수 역시 페트병은 안되고 컵에 따른 후 반입 가능한 정도로 보안 검사가 철저하더군요.

   


축구장에 들어서서 관중석은 대부분 비어 있다. 카테고리 B 구역의 가운데 앞부분 좋은 곳으로 가서 자리를 잡는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한국팀 응원 준비를 하는 반둥 교민들과 한국의 모 대학 학생들로 구성된 하계 봉사지원단 팀이 자리를 잡고 있는 바로 옆이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붉은색 티셔츠를 구해서 입고 올 것을 하는 후회가 든다. 이미 경기장에서는 키르키즈스탄과 말레이시아의 후반전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오후 6시경 말레이시아가 키르크즈스탄을 3 대 1로 이기며 경기를 끝낸다. 한 시간 뒤에 한국팀과 바레인팀과의 경기가 시작될 예정이다. 한국팀을 응원하기 위해 붉은 티셔츠를 입은 교민들이 다수 입장해 응원 구역 주변에 각기 자리를 잡는다. 붉은 티셔츠를 준비하지 못한 터라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나 생각하는 차에 반둥 교민 협회에서 붉은 티셔츠를 여분으로 준비를 해와서 하나씩 나눠준다. 수량이 부족한 편이지만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던 덕분에 나와 집사람이 붉은 티셔츠를 하나씩 제공 받을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티셔츠를 준비하느라 고생하신 반둥 교민 협회에 감사를 드린다. 


바로 붉은 티셔츠로 바로 갈아입고 자리에 앉아 역시 반둥 교민 협회에서 나눠주는 자그마한 태극기를 손에 드니 응원할 힘과 용기다 더 솟구친다. 북과 장구 그리고 꽹과리 소리에 맞춰 미리 준비해 간 자그마한 휘슬을 조금씩 불어주니 목청 높이는 것 보다 응원 효과는 더 있어 보인다.

 


저녁 7시가 다 되어갈 무렵 선수들 입장과 더불어 애국가가 흘러나오기에 교민들과 함께 목청을 높여 애국가를 제창한다. 이어 한국팀과 바레인 팀의 축구 경기가 시작된다. 교민들 모두 열띤 응원을 보내자 한국팀 선수들이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연속으로 골을 넣으며 축제 분위기로 만든다. 전반에만 무려 다섯 골을 쏫아 부으며 5 대 0으로 앞선다. 그러나 후반전에는 한국팀이 안일하게 시합에 임하는지 아니면 바레인 팀이 사력을 다해 적극적인 공격을 펼쳤는지 몰라도 한국팀에게 몇 차례 위기가 몰려 왔으나 골키퍼의 수훈에 힙입어 실점 위기를 넘긴다. 그러다가 경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한국팀의 멋진 프리킥으로 쐐기 골을 넣어 6 대 0 이라는 대승을 거두며 경기를 끝낸다. 



한국팀의 대승으로 경기가 끝난 후 교민들과 함께 자리 주변의 쓰레기들을 치우고서 운동장을 나선다. 주차장에 가니 도니가 차에 시동을 걸어놓고 기다리고 있다. 밤 9시가 넘은 시각이라 고속 도로에는 차량 정체가 거의 없고 시내에 약간의 신호 대기 이외에는 순조롭게 이동해 아파트에 무사히 도착한다. 약속한 40만 루피아에서 먼저 지불하고 남은 20만 루피아를 도니에게 전달하고는 오늘 너무 고마웠다고 인사를 전한다.


오늘 반둥 교민 협회로 부터 선물받은 붉은색 티셔츠와 태극기는 잘 챙겨 놓았다가 다음 주에 자카르타에 가서 한국 남녀팀 골프 대회를 관전할 계획인데 이 때 요긴하게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