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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제2편 - 화산재 구간을 걸어 브로모 화산 분화구를 구경하고 돌아오다

민지짱여행짱 2018. 8. 15. 01:45

2018년 8월 5일 일요일,

인도네시아 브로모와 카와이젠 가족여행 1일차입니다.


반둥을 출발해 수라바야와 프로볼링고를 거쳐 쩨모로 라왕 마을에 도착해 욕 브로모(Yog Bromo) 홈스테이에 여장을 푼 후 바로 근처에 있는 쩨마라 인다(Cemera Indah) 호텔 앞 뷰포인트에 가서 브로모 화산과 바톡(Batok) 산의 멋진 풍경을 잠시 조망하고 숙소 돌아와 트레킹 준비를 서두른다. 


당초 계획상 오늘은 이른 새벽부터 먼 거리 이동을 하는 터라 이 곳 쩨모로 라왕 마을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는 걸로 되어있으나 지금 두 사람의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고, 아무래도 내일 새벽 3시부터 진행될 일출 구경 트레킹과 브로모 화산 분화구 구경 트레킹 일정을 동시에 진행하기엔 다소 무리일 거 같아 지금 바로 브로모 화산 분화구를 구경하고 오려는 거다.


오후 2시경 집사람을 먼저 쩨마라 인다(Cemara Indah) 호텔 앞 자그마한 초소 옆으로 난 샛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고 있으라고 한 뒤 숙소 근처 자그마한 가게에 들러 생수와 음료수 각각 두 개씩 그리고 코코넛 쿠키 하나(모두 3만 루피아)를 구입해 백팩에다 집어넣고 집사람을 따라 나선다. 



쩨마라 인다 호텔 앞 샛길을 통해 걸어서 진입하게 되면 외국인들에게만 터무니 없이 비싼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정보를 이미 파악하고 있다. 보통 지프차, 오토바이 혹은 말을 타고서 라바 카페(Lava Cafe) 앞 대로를 따라 매표소를 지나 브로모 화산 분화구 구경을 가는 게 일반적이나 트레킹을 즐기는 여행자들은 주로 이 샛길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앞서 뷰포인트에서 브로모 화산을 조망할 때 살펴보니 Security Check 이라 적혀있는 자그마한 초소가 하나 서 있고 그 안에 직원이 한 명 앉아 있더군요. 더 이상 이 샛길을 통한 트레킹 족들의 진입을 못하도록 통제하려고 만든 곳인가 보다 생각하던 차에 외국인 몇 명이 무덤덤하게 이 샛길로 들어서는 걸 지켜보게 된 거다.



혹시나 초소 직원이 방심한 틈에 외국인들이 지나갔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잠시 후 나 보다 먼저 샛길로 진입한 집사람으로부터 걱정 안해도 된다는 카톡 메시지를 보내 온다. 약 2~3분 정도 먼저 떠난 집사람을 따라 잡기 위해 초소 오른쪽 샛길로 들어서서 지그재그로 난 산 길을 따라 허겁 지겁 내려가는 데 아주 고운 입자의 화산재로 뒤덮혀 있어 발목까지 잠기더군요.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면 조금 나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발과 바지에 화산재를 묻히지 않고 온전하게 걸어 내려가기는 어렵다 생각해 아예 터벅 터벅 발걸음을 크게 내딛는다. 거의 산 길을 다 내려가 평지에 다다를 즈음에 혼자 조심스레 걸어 내려가고 있는 집사람을 만난다. 



트레킹을 시작한 지 10분도 채 안걸렸지만 이미 내 신발은 물론이고 바지 역시 종아리 부근까지 화산재 범벅이 되어있다. 더 이상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을 상황이므로 모든 걸 내려놓고 브로모 화산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여기서 부터는 평탄한 길이라 걷기가 수월한 편이나 여전히 불편한 점은 화산재들이 많이 쌓여있는 길이라는 거다. 둘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다 보니 앞 사람의 발걸음으로 인해 화산재가 뒤로 흩날려 미리 준비해 간 마스크를 쓰고 있다지만 시야 확보에 불편이 따른다. 자연스럽게 나란히 걸어 화산재로 뒤덮힌 길을 따라 지프 차량 주차장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간다. 가끔 화산재를 뿌옇게 날리는 세찬 바람이 불어 눈을 뜨기가 어려울 정도의 상황도 벌어지네요.

 






쩨마라 인다 호텔 입구에서 내려다 볼 때에는 지프 주차장까지 거리가 상당히 멀어 보였으나 막상 이 곳에 도착해 트레킹 시간을 확인해 보니 겨우 20분 정도 걸린 셈이다. 여기서 힌두 사원을 지나 브로모 화산 분화구까지 계속 이동해야 하는데 힌두 사원까지는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힌두 사원을 지나면 다시 언덕길을 올라야 하고 마지막에는 급경사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힘든 코스가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직까지는 컨디션이 좋은 상황이므로 쉬지않고 브로모 화산을 향해 걷는다. 오른쪽에 성큼 다가와 있는 바톡 산(Gunung Batok)이 더 위용이 있어 보이나 모두들 흰 연기가 피어 오르는 브로모 화산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힌두 사원을 지나 조금만 걸어가면 이제부터 오르막 길이 시작된다. 이 곳까지는 오토바이들이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가 있기 때문에 쩨모로 라왕에서 오토바이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다만 화산재 길이 미끄럽기 때문에 직접 운전하기 보다는 가격 흥정해서 오젝(Ojek - 오토바이 택시)을 타는 걸 추천한다. 브로모 화산 구경을 마치고 쩨모로 라왕 마을까지 돌아갈 때에는 이 곳에서 오젝을 이용해 보려 한다.



오르막 길이 시작되는 초입부에 조랑말들이 많이 서 있다. 여기서 가격을 흥정해 브로모 화산 입구 계단이 있는 곳까지는 말을 타면 편리할 듯 하다. 우리 부부는 분화구까지 트레킹을 할 생각이라 마부들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그냥 무심코 지나친다. 대충 듣기로 왕복에 10만 루피아라 했던 거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우리 부부가 마을에서 부터 30분 정도 걸어서 여기에 도착한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마을에서 부터 지프 차량을 이용해 주차장까지 도착한 후 겨우 10분 내외 걸어 온 것에 불과한 데 가격 저렴하고 여행 재미를 느낀다는 이유로 젊은 여행자들이 제법 이용하는 것 같다. 장화를 신은 마부가 무거운 손님을 태운 말을 끌고 오르막 길을 올라가는 데 거친 숨소리를 내뿜는 조랑말을 바라 보자니 다소 측은한 생각이 든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노약자나 어린이들이면 몰라도 혈기 왕성한 젋은 사람들이 여행 재미삼아 타 보는 것은 아닐 듯 하다. 

  


우리 부부는 남은 오르막 구간을 쉬엄 쉬엄 걸어 오르며 트레킹을 계속한다. 한걸음 한걸음 다가 갈수록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브로모 화산, 바로 곁에 서 있는 듯 위용을 보이고 있는 바톡 산, 중간 중간에 용암이 흘러내려 생긴 협곡들, 그리고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되돌아 본 모습들, 이 모든 것들이 모두 놓치면 아까운 순간들로 여겨져 천천히 걸으면서도 연신 사진 찍기를 멈추지 않는다. 

 


브로모 화산 꼭대기까지 이어진 계단 초입부에 도착하니 현지인들이 자그마한 꽃다발을 팔고 있다. 이 꽃다발을 분화구에 던지면서 간절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는 터라 가격 흥정을 시도해 2만 루피아(약 1,500원)에 하나를 구입한다. 



이제 마지막 관문인 계단 구간을 걸어 오르는 일만 남았다. 집사람이 많이 지친 듯 보여 계단을 오르면서 중간에 쉬었다가 다시 오르기를 두 세 차례 반복해 드디어 오후 3시경에 브로모 화산 정상에 도착한다. 계단의 갯수를 셀 상황이 아니었기에 추정컨데 대략 백 수십개 정도로 여겨진다.



브로모 화산 정상에 오르면 바로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위용 찬란한 분화구를 곧바로 구경할 수가 있다. 다소 부실해 보이는 펜스 너머로는 분화구로 직통 이어지는 낭떠러지 구간이라 조심과 안전이 최우선이다.





잠시 분화구를 구경하다가 집사람에게 간절한 소원을 빌어보라 하며 사가지고 온 꽃다발을 건냈으나 집사람은 오히려 날 더러 소원을 빌라며 되돌려준다. 여러 개의 소원을 말하고 싶었으나 집사람이 딱 한가지만 얘기해야 한다고 하기에 정말로 딱 한가지만 생각하면서 소원을 빈 후 꽃다발을 분화구를 향해 던진다.




브로모 화산 분화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양한 모양의 연기와 웅~웅 거리는 소리에 매료되어 한참을 멍때리며 구경한다. 약 45분 정도 분화구 구경하느라 머물렀으니 아마도 다른 여행자들보다는 더 오랜 시간을 보낸 걸로 생각된다. 힘들게 걸어서 여기까지 찾아 온 보람있게 날씨도 너무 좋아 만족스럽기만 하다. 언제 다시 이 곳에 올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과 진한 여운을 남겨두고는 힘들게 올라왔던 계단을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브로모 화산 정상에서 부터 힌두 사원 근처 평탄한 길이 시작되는 곳까지 거의 논스톱으로 걸어 내려오다 보니 불과 15분 정도 만에 도착할 수 있더군요. 당연히 오르막 길을 걷는 것보다 내리막 길을 걷는 게 쉬운지라 걸어 올라갈 때 걸린 시간의 절반 밖에 안 걸린 셈이다. 


30분 정도 계속 걸어서 마을까지 갈 수도 있으나 내일 새벽에 일출을 보러 트래킹을 또 해야 하므로 체력을 비축하는 차원에서 여기서부터는 오젝을 타고 마을로 돌아가려고 한다. 오젝 운전자들에게 눈길을 넌지시 주니 아니나 다를까 두 명이 다가와 흥정을 시도한다. 오토바이 한 대에 5만 루피아씩 부르기에 내가 왕복에 5만 루피아 가격으로 알고 있으니 두 대에 5만 루피아를 주겠다고 후려친다.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지금 마을로 가면 새로운 손님을 태우고 이 곳으로 들어오기는 어려운 시간이라 오토바이 한 대에 3만 루피아씩 달라고 한다. 겨우 5천 루피아(약 400원) 더 깎아보고자 흥정을 계속 해 봐야 별 의미가 없는 거 같아 그렇게 하되 바로 앞에 있는 힌두 사원을 잠시 구경한 후 출발하는 걸로 정한다.


두 대의 오토바이 뒤에 올라타고 힌두 사원 입구에 도착했으나 문이 굳게 닫혀 있더군요. 보통 신도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걸로 되어 있는지라 그냥 입구에서 사진 하나만 남기고는 다시 오토바이 뒤에 올라탄다. 오후 4시 15분경 우리 부부를 태운 두 대의 오토바이는 미끄러운 화산재 사막 구간을 가로질러 쩨모로 라왕 마을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이동 중에 내가 탄 오토바이가 거의 넘어질 뻔한 상황도 벌어졌으나 다행히 두 사람 모두 안전하게 쩨모로 라왕 마을에 있는 라바 카페(Cafe Lava) 입구에 오후 4시 반경에 도착한다. 홈스테이까지 태워다 주는 걸로 되어있으나 이 곳 라바 카페에서 저녁 식사를 하려고 하니 내려달라고 한거다. 



두 사람의 오젝 운전자에게 각각 3만 루피아씩 건네고 나니 이들이 내일 새벽에 일출 포인트까지 왕복으로 오젝을 이용할 의향이 없나 물어온다. 뻐난자칸(Penanjakan) 포인트까지 다녀오려면 오토바이 한 대당 왕복 15만 루피아인데, 다른 루트가 없고 방금 지나 온 화산재 사막 구간을 가로질러 멀리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비싸다는 거다. 그리고 티켓이 있냐 물어보기에 오늘은 티켓 구입 없이 걸어서 브로모까지 다녀온 거라고 하니 방금 지나 온 티켓 오피스를 가리키며 내일 아침에 뻐난자칸 포인트까지 가려면 티켓 오피스 앞을 지나야 하므로 티켓 구입이 꼭 필요하다는 걸 강조한다.

만약 써루니(Seruni) 포인트까지 가겠다면 화산재 사막 구간이 아닌 다른 가까운 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오토바이 한 대당 10만 루피아라고 한다. 써루니 포인트에서 킹콩 힐(Kingkong Hill) 포인트나 뻐난자칸 포인트까지 다녀오는 건 걸어서 다녀와야 하며 돌아올 때까지 써루니 포인트 주차장에서 기다릴 거라고 한다.


오토바이 두 대가 필요한 터라 가격이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아 잠시 흥정을 시도하려다가 이들이 빨리 힌두 사원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고 하는 조급한 표정을 짓기에 그냥 흥정 포기하고 고맙다는 인사로 끝을 낸다.  


집사람더러 먼저 라바 카페에 들어가서 자리잡고 있으라 전한 후 나는 급한 발걸음으로 방금 지나 온 매표소로 찾아가 매표 창구에 붙어있는 브로모 국립공원 입장 티켓 가격을 확인해 보니 외국인은 320,000 루피아, 현지인은 32,500루피아로 적혀있다. 현지인의 10배 가까운 금액을 외국인에게 요구하는 기가막힌 요금 체계에 다시금 실소를 머금는다. 그러면서 오늘 샛길로 진입해 브로모 화산 분화구까지 걸어서 다녀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매표소 옆 벽면에는 주중 요금도 표시되어 있는데 외국인은 22만 루피아로 나와있네요. 오늘이 주말이라 10만 루피아가 더 비싼거다. 직원이 다가와 일요일 오후이지만 지금 표를 구입하면 주중 요금인 22만 루피아에 표를 주겠다 한다. 그러면서 지금 구입한 표로 여러번 입장이 가능하니 내일이나 모레 이 티켓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오후 4 45분경 라바 카페에 들어서니 집사람이 테이블 자리를 차지하고 메뉴를 뒤적이고 있다. 잠시 후 직원을 불러 쇠고기 스테이크(6만 루피아) 두 개와 마실거리로 빈탕 맥주 큰 거(5만 루피아)와 커피(15,000 루피아)를 주문하니, 직원이 오후 5시부터 6시까지는 저녁 손님맞이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자리잡은 손님 이외에는 더 이상 주문을 받지 않으니 참고하라고 한다. 우리는 이미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한 터라 상관이 없다. 


집사람이 구한 정보에 의하면 이 곳 카페의 쇠고기 스테이크가 싸고 양도 많다기에 스테이크 두 개를 주문했는데 잠시 후 직원이 다가와 스테이크 재료가 다 떨어졌다면서 다른 음식을 주문하라 한다. 양이 많은 스테이크를 칼로 써는 상상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상상에 그치고 만 거다. 나시 참푸르(Nasi Campur, 밥과 몇가지 반찬들 세트) 아얌 찹차이(Ayam Capcay, 닭고기 채소 볶음)로 대신 주문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니 5시 반이 되어가더군요. 식사비로 모두 123,000 루피아가 나왔는데 현금으로 계산한다. 신용카드로 계산하면 2.5% 수수료가 더 붙는다는 안내가 카운터에 표시되어 있다.



라바 카페에서 나와 욕 브로모 홈스테이로 돌아가는 도중에 삼거리에서 사떼(Sate) 꼬지를 팔고 있는 손수레가 보이기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멈춰선다. 소고기(Sapi)는 없다기에 하나 2천 루피아짜리 치킨(Ayam) 10개와 2천5백 루피아짜리 염소(Kambing) 10개 그리고 5천 루피아짜리 바나나 잎에  나시(Nasi, 밥이지만 짓눌러 길게 만든 거) 하나를 주문한다. 방금 라바 카페에서 저녁 식사를 했으나 조금 부실한 것 같고, 무엇보다 맥주 안주로 최고이기 때문에 사떼 꼬지를 넉넉히 주문한거다. 


집사람 더러 먼저 홈스테이에 가 있으라 한 후 나는 주문한 사떼가 구워지는 동안에 맞은 편에 있는 가게에 가서 빈탕 캔 맥주 작은거 세 개를 사가지고 온다. 한 캔에 25,000 루피아(약 2천원)라 하기에 다소 비싼 거 같아 세 개만 구입한 거다. 



오후 5 45분경 캔맥주와 사떼 꼬지를 챙겨들고 홈스테이를 지나 쩨마라 인다 호텔 앞 뷰포인트에 찾아가니 이미 해는 사라지고 없더군요. 사떼 꼬지를 뒤로하고 이 곳에 먼저 왔더라면 일몰 광경을 지켜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그냥 평범하게 마을 우측 산 너머로 해가 넘어가는 정도라서 늘상 지켜보던 일몰과 다름 없었을 거니 아쉬워 하지 말자 생각하며 홈스테이로 돌아간다.



오후 6시경 홈스테이에 도착해 신발과 옷에 뿌옇게 묻어있는 화산재를 털어낸 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나니 피로가 가시고 한결 가벼운 느낌이 든다. 냉장 보관된 시원한 맥주가 아니지만 지금 마시는 캔 맥주가 어느 때 보다 맛이 일품이라 생각된다. 사떼 꼬지와 코코넛 쿠키를 안주 삼아 맥주를 나누 마신 후 쩨모로 라왕 산골 마을에서의 조용한 밤을 맞이한다. 내일 새벽 3시경에 일어나 킹콩 힐 뷰포인트까지 가서 일출 구경 및 브로모 화산 전경을 구경할 거라 일찍 잠자리에 든다. 나는 이 곳 쩨모로 라왕의 밤 기온이 오히려 서늘한 느낌이 들어 좋았으나 집사람은 너무 춥다면서 챙겨 온 긴팔 옷을 꺼내입고 목도리까지 하고서 이불 속으로 찾아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