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Indonesia)/브로모|카와이젠

[인도네시아] 제1편 - 반둥을 떠나 수라바야와 프로볼링고를 거쳐 쩨모로 라왕에 도착하다

민지짱여행짱 2018. 8. 12. 18:05

2018년 8월 5일 일요일,

인도네시아 브로모와 이젠 화산 가족여행 1일차입니다.


여행 첫째날인 오늘은 이 곳 반둥(Bandung)에서 비행기를 타고 수라바야(Surabaya)로 이동, 수라바야에서는 시외버스를 타고 프로볼링고(Probolinggo)로 이동 그리고 프로볼링고에서는 다시 미니버스 베모(Bemo)를 타고서 최종 목적지인 쩨모로 라왕(Cemoro Lawang)에 도착하는 길고 긴 이동 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아침 6시에 반둥을 출발하는 남 에어(NAM Air) 항공편을 탑승해야 하는 관계로 새벽 4시에 기상해서 간단히 세면을 한 후 미리 챙겨놓은 여행 가방들을 챙겨들고 아파트를 나선다. 아파트 로비에서 그랩(Grab) 차량을 호출하니 다행이 곧바로 34,000루피아 요금으로 매칭이 되었으나 차량이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기 까지는 10분 정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이른 새벽에 과연 차량 매칭이 될까 우려를 많이 했지만 다행히도 차량이 매칭되기에 한시름을 놓고 차량을 기다린다.



새벽 4시 반경에 도착한 그랩 차량을 타고 불과 20분도 채 안걸려 반둥 사스트라네가라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새벽 시간대에 차량 소통이 거의 없다보니 차량 정체없이 논스톱으로 이렇게 빨리 도착할 수 있었던 거다. 공항 바로 앞까지 차량이 진입하게 되면 차량이 주차 요금 징수 부스를 통과해야 하는터라 승객이 5천 루피아의 주차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항상 공항 도착 즈음에 운전자에게 얘기해 입구에서 스타벅스 앞에 내려달라고 한다. 오늘도 무거운 캐리어가 없는 데다가 불과 20미터 남짓 아주 짧은 거리이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이 없다. 주차비 절약한 만큼을 팁으로 더 보태 4만 루피아를 운전자에게 지불한다.



스마트폰에 저장해 온 이티켓과 여권을 입구 직원에게 보여준 다음 1차 보안 검사를 받고 남 에어 항공사 부스에 가서 체크인을 마친다. 그런 다음 2층으로 올라가 2차 보안 검사를 받고서 출발 게이트에 도착했는 데도 아직 5시가 채 안된 시각이다. 



PP(Priority Pass) 카드로 무료 이용이 가능한 사파이어 라운지가 새벽 5시부터 문을 연다고 되어 있는데 아직  오픈 전이다. 몇 분 뒤에 라운지 출입문이 열리자 집사람은 가볍게 아침 식사와 더불어 커피나 한 잔 마신다며 라운지에 들어간다. 나는 꼭두 새벽부터 아침 식사를 할 정도로 배가 고픈게 아니라 라운지 입장 대신에 근처에 있는 아이거(Eiger) 등산용품 전문 매장을 찾아간다. 20여분간 자그마한 매장 안을 둘러보다가 브로모와 이젠 화산 일출 구경하는 데 필요할 거 같은 비니 모자(6만 루피아)를 구입하고, 더불어 가격 저렴하고 맘에 드는 등산용 반바지(195,000루피아)도 하나 구입한다.



새벽 5시 반이 되자 보딩 안내 방송이 나오기에 라운지에서 집사람이 나오길 기다렸다가 함께 보딩을 시작한다. 지연 출발이 잦은 항공편인데 오늘은 다행스럽게도 6 정시에 출발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따로 셔틀 버스가 없기 때문에 비행기가 있는 곳까지 직접 걸어가서 탑승해야 하는 터라 매번 어색하기만 하다.



새벽 6시 정시에 출발한 남 에어 항공편은 7시경에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 수라바야에 있는 주안다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예상과는 달리 빵 하나와 자그마한 생수 하나이지만 기내식이 무료로 제공되어 약간의 허기를 달랠 수가 있었네요.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출구로 나서니 푸라바야(Purabaya) 버스 터미널까지 직통으로 운행하는 담리(Damri) 버스가 정차해 있기에 올라탄다. 가방을 올려놓아 자리를 찜해 놓은 후 잠시 버스에서 내려 바로 옆 담리버스 안내 창구에 가서 물어보니 20분 정도 걸리고 1인당 요금은 25,000루피아라고 한다. 티켓은 버스 내에서 직원에게 직접 구입하면 된다기에 다시 버스에 올라탄다. 



집사람과 따로 자리를 잡았다가 이용 승객들이 많아지기에 금새 자리를 집사람 옆으로 옮겨 나란히 앉는다. 잠시 후 매표 직원이 다가오기에 5만 루피아를 내고 두 장의 티켓을 구입한다. 버스 탑승하고서 10여분 기다린 오전 7시 반경에 만석인 상태로 담리 버스는 푸라바야 버스 터미널을 향해 출발한다.



주안다 국제공항을 출발한 담리 버스는 약 20걸려 오전 7 50분경 푸라바야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우리 부부는 프로볼링고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야 하는 터라 담리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터미널 내로 들어가 안내에 따라 2층으로 올라간다. 여기서 목적지에 맞는 버스 탑승 플랫폼을 찾아가야 하는데 프로볼링고행 버스는 5번 플랫폼에서 탑승하는 걸로 나온다. 발리(Bali) 섬으로 가려는 여행자들은 여기서 바뉴왕이(Banyuwangi)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5 플랫폼을 내려다 보니 프로볼링고로 가는 PATAS 버스가 금새 출발이라도 할 듯 대기해 있다. 두 시간 정도 무정차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집사람이 화장실에 다녀와야 하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괜찮다고 한다.

5번 플랫폼에 내려서니 직원이 곧 출발할 거라 얼른 타라고 재촉한다. 버스 정면에 프로볼링고라는 도시명은 안보이고 젬버(Jember) 라는 도시명만 적혀있기에 직원에게 물어보니 프로볼링고 가는 버스가 맞다고 한다. 버스에 오르니 승객들이 대부분 2인석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기에 우리 부부는 버스 뒷편 근처에 나란히 앉을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자리를 잡는다. 



곧이어 직원이 매표를 시작하기에 프로볼링고까지 요금을 물어보니 1인당 3만 루피아라고 한다. 6만 루피아를 주고 2매를 구입한 다음 버스 티켓을 찬찬히 살펴보니 이 곳 수라바야 출발 시각이 오전 6시 35분, 7시 25분, 9시 10분 그리고 9시 40분 이렇게 4회만 표시되어 있다. 티켓 뒷면에는 아무리 살펴봐도 그냥 백지일 뿐이다. 만약 이 출발 시각이 맞다면 오전 9시 40분 이후에는 이 곳 수라바야에서 프로볼링고로 가는 버스가 없단 말인가? 불과 두 시간 정도 떨어진 곳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이렇게 오전에만 4회 운행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오후에 출발하는 버스도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되며, 이 버스 티켓에 적혀있는 수라바야 출발 시각표는 다소 신빙성이 떨어지는 거라 여겨본다. 다만 이 곳 수라바야에서 프로볼링고까지 2시간 10분 정도 걸린다는 것은 참고할 만한 정보가 될 것 같다. 오전 8시경 직원의 매표가 끝나자 마자 PATAS 버스는 프로볼링고를 향해 출발한다. 



수라바야를 출발한 버스는 큰 정체 없이 순조롭게 달려 오전 9시 45분경 프로볼링고 시내에 있는 한 삼거리에서 5분 정도 정차를 하더군요. 구글 지도를 보니 바뉴앙가(Banyuangga) 버스 터미널이 근처인데 왜 이 곳에서 잠시 정차를 하는지는 곧 알게 되더군요. 


유니폼을 입은 버스 직원은 아닌 걸로 봐서 여행사 직원인 것 같은데 버스 뒷문으로 한 명이 탑승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프로볼링고에 도착했으니 내려야 한다는 듯 재촉한다. 여기서 이 직원을 따라 하차하게 되면 근처에 있는 여행사 사무실로 데려가 브로모 화산 투어나 쩨모로 라왕까지의 이동 교통편 등을 강요한다는 경험담을 인터넷 블로그에서 읽어 본 터라 우리 부부는 그냥 묵묵히 자리에 앉아 있기로 한다. 

하지만 우리 부부 근처에 모여앉은 젊은 외국인 여성 4명이 서로 어리둥절해 하는 듯 하더니 이 직원을 따라 하차하더군요. 내가 잠시 이들에게 얘기를 해볼까 하다가 나 역시 버스 정면에 최종 목적지가 젬버(Jember)라 적혀있어 프로볼링고 하차 손님들은 정말로 여기서 내려야 하는 건 아닌가 하며 망설이는 중이었고, 무엇보다도 네 명이나 되는 외국인들이라 자신들 만의 다른 계획이 있어 이 직원을 따라 버스에서 내리는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나서지 않기로 한다. 아마도 버스 회사와 여행사 간에 모종의 계약을 통해 이 곳 여행사 근처에서 잠시 정차해 여행사 직원이 외국인들을 유혹할 수 있게 배려를 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뭏든 우리 부부는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으니 버스는 곧 출발해 불과 2~3분 뒤에 바뉴앙가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우리 부부와 더불어 프로볼링고가 목적지인 현지인들은 대부분 이 곳 터미널에서 하차를 하더군요. 버스 터미널 입구로 걸어나가 대로에서 좌회전 하면 쩨모로 라왕으로 가는 미니 버스인 베모(Bemo)를 탈 수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집사람이 급히 화장실에 다녀와야 겠다기에 버스 터미널 내에 있는 간이 매점에 유료 화장실 이용 가능이라 적혀있는 것을 보고 2천 루피아를 내고 화장실에 다녀온다. 베모 탑승 장소에 화장실 이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모르기 때문이다.



바뉴앙가 버스 터미널의 버스 진출입로를 따라 걸어가 대로를 만나 좌회전을 하면 바로 앞에 베모들이 몇 대 늘어서 있는게 보인다. 대로로 나서면 곧바로 브로모(Bromo)를 외치는 베모 호객꾼이 다가오기 때문에 베모 탑승 장소를 놓칠 리는 만무하다. 나무 그늘아래 벤치에는 외국인들 다섯 명이 앉아 있다. 우리 부부까지 포함하면 모두 7명인 셈이다. 인터넷 정보로는 자그마한 베모 한 대에 비좁게 태워면 15명까지 태울 수 있기 때문에 15명 모객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거나 아니면 15명 요금을 탑승 손님들이 나눠 내면 곧바로 출발하는 시스템이라 한다. 우리 부부보다 앞서 도착한 외국인들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우리 부부 두 명을 반기는 분위기이다. 앞서 삼거리에서 내린 네 명이 도중에 하차하지 않았더라면 모두 11명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아뭏든 바로 옆 식당에서 식사 중인 베모 운전자와 인도네시아어로 인사를 나눈 후 우리 부부도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아 아침 식사를 한다. 집사람은 이미 라운지에서 간단히 식사를 한 데다가 기내식으로 나온 빵까지 먹어 배가 안고프다기에 나 혼자 Soto Daging(갈비탕 비슷)와 밥 세트를 하나 주문하고, 마실거리로 오렌지 쥬스와 집사람이 마실 따뜻한 커피를 한 잔 주문한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니 32,000루피아라 하더군요.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나니 베모 운전사가 계산기를 들고 찾아온다. 1인당 35,000루피아씩 15명 정원이라  525,000 루피아를 채워야 출발을 하는데 우리 부부까지 합쳐  8명이라 1인당 65,000루피아씩 내면 지금 바로 출발할 수 있다는 거다. 나무 그늘에 앉아있는 외국인이 모두 5명인 줄 알았는데 한 명이 잠시 자리를 비웠던 모양이다. 다른 손님들은 모두 수락했다 하기에 우리 부부도 그리 하겠다 전한다. 불과 1인 2천원 남짓 아끼자고 여기서 베모 출발 모객이 다 차도록 기다리면서 소중한 여행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집사람이 인터넷 여행기들을 읽어보고 얘기하는 바에 따르면 최장 두시간씩이나 기다렸다는 한국인 여행객도 있었다 하더라구요.


오늘 반둥에서 최종 목적지인 쩨모로 라왕까지의 여러 교통편들 중에서 집사람이 가장 걱정하던 베모 탑승이 의외로 쉽게 해결되는 상황이다. 수라바야 공항에서의 담리버스와 푸라바야 터미널에서의 프로볼링고행 버스 탑승 모두 거의 10분 이내의 기다림으로 해결되었으며, 이 곳에서 베모 탑승 역시 식사 시간 모두 포함해도 15분도 채 안걸려 해결된 것이다. 



오전 10시 반에  8명의 승객을 태우고 베모는 쩨모로 라왕을 향해 출발한다. 보통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알려져 있으나 노련한 운전사의 과속 실력 덕분에 1시간 10분 걸린 오전 11시 40분경에 쩨모로 라왕에 있는 라바 카페(Lava Cafe) 앞에 도착한다. 브로모 화산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마을에 도착한 것이다. 



우리 부부만 이 곳 마을에 있는 Yog Bromo Homestay를 미리 예약하고 왔을 뿐 다른 승객들은 모두 마을을 둘러보며 숙소를 정하려 한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베모 운전사가 이들 승객들에게 자기 집도 홈스테이를 한다면서 객실 하나에 15만 루피아이고 온수 샤워가 가능하다고 영업을 시작한다. 이들이 약간 관심을 보이자 일단 구경해 보라면서 베모를 자기 집 앞으로 몰고 간다. 우리 부부에게는 조금만 더 기다려 주면 곧 홈스테이 장소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구글 지도를 보니 이 곳에서 불과 2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라 그냥 여기서 내려 천천히 걸어가겠다 하며 베모에서 내린다. 13만 루피아를 두 사람의 차비로 지불한 후 혹시 내일 다시 프로볼링고까지 돌아갈 때 이 베모를 이용하게 될지도 몰라 일단 전화번호를 달라고 요청한다.



미리 예약한 Yog Bromo Homestay에 도착하니 주인장이 별도의 체크인 절차없이 객실 키를 주면서 객실 위치를 알려주는 것으로 싱겁게 끝이 난다. 산골 마을의 민박 개념인지라 따로 여권 복사도 필요없고 숙박 명부에 기재하는 것도 없다. 이미 호텔 예약 사이트를 통해 숙박비도 지불된 상태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한 것 같다.


객실 타입별로 별도의 건물로 유지되는 듯 한데 스탠다드 객실은 가운데 길을 따라 올라가서 뒷쪽 좌측편 복도가 있는 곳으로 들어서면 나오더군요. 우리 부부가 묵을 B9 호실 객실은 복도를 지나 맨 끝에 별채처럼 마련된 객실이다. 낮 12시도 채 안된 시각이다 보니 다른 숙박 예정객들보다 먼저 도착해 이런 프리미엄급 스탠다드 객실을 준 건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다른 객실들보다 밤에는 더 추울 것 같아 보여 가장 안 좋은 스탠다드 객실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뭏든 판단하기 나름인지라 우리 부부는 가장 좋은 스탠다드 객실이라 생각하며 실내에 들어서니 침대와 협탁 그리고 자그마한 테이블 하나만 객실 내에 있는 지극히 심플한 객실이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 보다 깨끗하고 포근한 느낌이 든다. 실내에 마련된 욕실도 이미 알고 있는 바대로 세면대만 없을 뿐 샤워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온수도 잘 나오며 양변기 역시 잘 작동되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곳이라 생각된다.



30분 정도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낮 12시 반경에 혼자서 바로 근처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쩨마라 인다 호텔(Cemara Indah Hotel) 앞 뷰포인트를 찾아간다. 연신 흰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브로모 화산과 그 오른쪽 바톡산(Gunung Batok)이 위용을 드러내며 화산재 사막 한 가운데에 우뚝 솟아있는 장관이 펼쳐져 있더군요. 이 멋진 모습을 집사람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어 전화 연락을 하니 잠시 후 잰걸음으로 와서 정말 멋지다며 감탄사를 연발하더군요. 그러면서 이 곳에 숙소를 정하기를 정말 잘 했다며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군요. 오늘 새벽 4시에 일어나 이 곳에 도착하기 까지 이동 과정에서 지친 심신이 한순간에 회복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