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Myanmar)

[미얀마] 제2편 - 보족 마켓에서 론지를 구입한 후 시청 앞 시민공원에 가서 놀다

민지짱여행짱 2018. 7. 4. 13:34

2018년 6월 21일 목요일,

황금과 불교의 나라 미얀마 가족여행 2일차입니다.


집사람과 함께 무작정 미얀마로 떠난 여행이다 보니 호텔과 이동 교통편 예약 이외에는 제대로 준비를 해 온게 없는 거 같다. 오늘은 종일 양곤 시내를 구경하게 될 건데 어디부터 구경을 해야 할지를 몰라 이른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스마트폰으로 구글 지도를 열어 잠시 동선을 잡아본다. 


오전에 이 곳 호텔을 나서서 보족 아웅 산 마켓(Boyoke Aung San Market)까지 도보로 이동해 론지(Longyi)랑 심카드(SIM Card)를 구입하고 환전을 한 후에 샨 누들(Shan Noodle) 전문점으로 가서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슐레(Sule) 파고다를 구경한 다음 쉐다곤(Shwedagon) 파고다로 택시 이동해서 구경하는 걸로 일정을 잡으면 될 것 같다. 


론지는 미얀마 현지인들이 남녀 불문하고 몸에 두르고 다니는 치마 비슷한 전통 의상이자 일상복이다. 시내 곳곳에서 남자나 여자들이 론지를 입고 다니는 모습을 구경할 수가 있다. 파고다 입장시에 반바지 차림으로 입장이 불가하기 때문에 론지를 챙겨다니다가 필요시에 허리에 두르면 된다. 론지를 넓게 펼쳐서 깔개 대용으로 사용해도 되고 날이 쌀쌀하면 무릎 담요처럼 몸을 덮을 수도 있어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얀마 여행객들이면 누구나 보족 마켓에 들러 론지를 하나씩 구입한다고 한다. 


 내가 예상하는 동선을 얘기하니 집사람 역시 별다른 계획이 없는 지라 그렇게 하자고 동의한다. 그리고는 잠에서 덜 깬 표정으로 TV 채널을 돌리다가 한국 방송이 나온다고 좋아하더군요. 객실 창 밖을 내다보니 인근 골목에 새벽 시장이 열렸는지 시끌벅적하다. 오늘은 시간이 안나므로 내일 이른 아침에 나 혼자서라도 새벽 시장 구경을 나서보기로 한다.   



오전 10시까지 아침 뷔페 식사가 제공되는 터라 9시경에 호텔 3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을 찾아간다. 숙박비에 두 사람의 무료 조식이 포함되어 있는데 의외로 레스토랑이 깨끗하고 차린 음식 종류도 다양하다. 아무리 차려놓은 음식들이 많아도 샐러드 한 접시에다 스시롤 몇 개를 얹어와서 먹었는데 벌써 배가 불러 오네요. 결국 다른 음식들은 손을 대보지도 못하고 과일들을 챙겨먹는 걸로 아침 식사를 마무리 하고 만다.   



아침 식사 후에 객실에 들러 외출 준비를 한 후 오전 10시 45분 경에 호텔을 나선다. 호텔 바로 옆 사거리에 사각 모양으로 놓인 커다란 육교가 있는 데 그 위에 올라서니 사방으로 조망할 수가 있더군요. 잠시 육교 위에서 구경을 한 후에 구글 지도를 보면서 보족 마켓이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정션 시티(Junction City) 쇼핑몰 바로 옆에 새로운 보족 마켓(New Bogyoke Market)이 들어서 있고, 도로를 가로지른 브릿지를 건너가면 기존의 보족 아웅산 마켓이 위치해 있더군요. 오전 시간대라서 그런지 몰라도 보족 아웅산 마켓은 손님들이 거의 없어 한산한 편이다.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론지를 파는 한 가게에서 집사람 론지 8천짯, 내가 입을 론지 5천짯을 달라는 거 모두 합쳐서 1만짯에 구입한다. 여자용 론지는 원단의 양 끝에 끈이 있어 치마처럼 두른 후에 이 끈을 묶는 방식이고, 남자용 론지는 끈이 없고 원단이 둥글게 연결된 통치마 처럼 생겼는데 그 속에 몸을 집어 넣은 후에 허리 옆에서 양 손으로 론지를 말아쥐고 배꼽 근처에서 모아 서로 꽈배기처럼 말은 다음 끝을 몸쪽 안으로 집어넣어 마무리 하는 식이다. 자칫 헐겁게 묵었다가는 론지가 흘러내리기 쉽상인데 현지인들은 하의 실종 상태로 론지를 걸친다고 하니....ㅎㅎ


보족 아웅산 마켓의 건물 중심부에는 보석상이 눈에 띄게 많이 있더군요. 우리 부부는 거의 보석에 대해 관심이 없는 터라 그냥 지나친다. 환전소가 있는지 찾아보려고 돌아다녔는데 정작 환전소는 하나도 보이질 않더군요. 자그마한 가게에서 집사람이 미얀마 방문 기념으로 마그네틱을 하나 구입한다. 2천 5백짯 달라는 거 깎아서 2천짯에 구입했는데 다른 곳을 돌아다 보니 2천짯이 정가로 표시되어 있는 곳이 많더군요. 열심히 깎아서 정가에 산 셈이랍니다. ㅎㅎ



정션 시티 쇼핑 센터로 이동해 보안 검사를 받고 실내에 들어서니 시원하다. 이런 쇼핑몰에서는 화장실 이용도 무료인지라 두 사람 모두 화장실에 다녀온 다음 잠시 쉬다가 바로 아래 1층에 위치한 신 보족 마켓을 구경하러 간다. 이 곳에는 약 도매상들이 모여 특화를 시켜놓은 느낌이다. 그냥 시세나 알아본다고 집사람이 가끔 찾는 장 기능 개선제인 프로바이오틱과 내가 챙겨먹고 있는 루테인이 든 눈 영양제 가격을 물어보니 각각 27,000짯과 18,500짯이다. 수량이나 성분 함량에 따라 가격 차이는 있겠지만 약간 저렴한 것 같기에 각각 한 통씩을 구입하고 모두 45,500짯을 지불한다. 집에서는 정기적으로 챙겨 먹는데 이번에 여행 출발할 때 까먹고 챙겨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덤으로 한국에서는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항생제들 가격을 알아보니 10알이 든 스트립이 겨우 200짯~350짯이기에 상비용으로 각각 몇 개씩 구입한다.

  


어젯밤에 공항에서 현금 서비스로 받은 미얀마 짯이 아직 넉넉히 남아있으나 약간 환전을 더 해두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정션 시티 쇼핑몰 1층 대로변에 위치한 환전소에서 100달러 환전을 한다. 따로 창구 밖에 환전율을 디스플레이하지 않고 수기로 적은 환전율을 보여주는 데 1달러에 1,366짯의 환전율로 기재되어 있다. 100달러를 냈더니 136,600짯을 주기에 현장에서 바로 확인을 한 다음 집사람과 내가 대충 절반 정도씩 나눠 챙긴다.



환전소 바로 옆에 있는 셀폰 판매점에 가서 심카드를 파냐고 물어보니 MPT 심카드랑 우레두(Ooredoo) 심카드 두 종류를 꺼내 보여준다. 집사람이 요즘 한국인 여행객들이 MPT 심카드를 많이 사용하고 미얀마 전역에서 잘터진다고 하기에 MPT 심카드를 각자 하나씩 사기로 한다. 심카드 자체 가격은 1,500짯(약 1,200원)이고, 한달 유효한 데이터를 용량 별로 선택할 수가 있는데 열흘 정도 미얀마 여행에 1.5기가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 각각 3,000짯을 더 계산한다. 심카드와 한달 유효한 데이터 1.5기가 세트로 각자 4,500짯(약 3,600원)씩 지불한 거다. 

직원이 우리 두 부부의 스마트폰을 받아들고 MPT 심카드를 꽂은 후에 1.5기가 데이터가 충전이 될 수 있도록 특별한 코드를 담은 번호를 입력해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 수신을 확인하는 등의 작업을 하느라 약간 시간이 걸리네요. 내가 사용하는 아이폰은 금방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던데 집사람의 갤럭시 노트 기기는 직원 두 사람이 이러쿵 저러쿵 얘기를 나눠가며 잘 안되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결국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면서 집사람에게 건네주더군요. 


환전을 해서 지갑에 돈이 두둑히 들어있고, 미얀마 여행 중에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도록 심카드를 사넣고 나니 이제는 남은 여행을 멋대로 즐기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오후 1시경 바깥 날씨는 무덥고 배는 서서히 고파 오는터라 999 Shan Noodle 가게를 찾아 이동하다가 자그마한 East and West 카페가 보이기에 시원한 거 한잔씩 마시기로 하고 들어선다. 다른 손님들이 없다보니 직원들이 아주 친절하게 우리 부부를 반겨준다. 테이블에 앉아 블루베리 요거트 스무디(3천짯)랑 모카 프라페(3,500짯)를 하나씩 주문하고서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니 직원이 와이파이 사용하라면서 비밀번호가 적힌 안내판을 들고온다. 방금 심카드를 사넣어 데이터 사용이 가능하지만 직원이 챙겨다 주는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내몰라라 하기 뭐해서 와이파이에 연결한 다음 여행 정보도 찾아보고 시원한 음료수도 마시면서 시간을 보낸다. 나중에 계산할 때 보니 총액의 5%에 해당하는 택스가 더 붙으며, 이 택스 금액 만큼의 작은 금액 스티커를 영수증에다 붙여주는 것이 인상적이더군요.



오후 1시 반경 카페를 나서서 오후 2시 조금 넘어서야 1978년부터 전통을 이어 온 999 샨 누들 식당에 도착한다.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하기도 하고 그늘에 앉아 잠시 쉬기도 한 터라 시간이 많이 걸린 편이다. 



 이 식당의 대표 메뉴인 샨 누들(Shan Noodle)을 주문하는데 옵션이 있네요. 닭고기랑 돼지고기 중에서 고를 수가 있고, 면빨도 보통 면과 조금 끈적이는 스티키(Sticky)한 면을 고를 수가 있다. 집사람은 일반 샨 누들 치킨(1,900짯)으로 주문하고, 나는 직원이 추천하는 스티키 누들 포크(1,900짯)로 주문한다. 그리고 두부 튀김(1,500짯)도 직원이 맛있다고 추천하기에 하나 추가로 주문을 했구요. 


어떤 여행자의 블로그에 보니 미얀마 음식이 너무 짜서 여행 내내 제대로 먹지를 못했다고 하는 얘기가 있었던 터라 은근히 주문한 샨 누들이 어떤 맛일까 걱정을 했는데 우려와는 달리 그리 짜지도 않고 정말 맛있더군요. 두부튀김도 고소하니 맛있구요. 제가 인간이 먹었다는 전설만 있으면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편이고, 집사람 역시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편이라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하면서 현지 음식 때문에 고생했던 적은 없답니다. 그러다 보니 현지 음식을 다양하게 접해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라 생각하면서 한국 음식을 파는 식당에는 거의 찾지않는 편이었구요. 아뭏든 미얀마에서 사 먹은 첫번째 음식이 우리 부부의 입맛에 잘 맞는터라 여행 기간 내내 미얀마의 다양한 음식들과 함께하는 식도락을 즐기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999 샨 누들 식당에서 불과 5분 정도 거리에 슐레(Sule) 파고다가 위치해 있다. 시청 청사, 대법원, 시민공원 등이 슐레 파고다 근처에 위치해 있어 시내 중심부라 볼 수 있는 곳이다. 근데 집사람이 미얀마 양곤 여행기들을 읽어 보고서는 슐레 파고다는 별로 볼게 없다고 한다. 나중에 미얀마 양곤 여행의 핵심 볼거리인 쉐다곤 파고다를 구경할 거라 과감히 슐레 파고다를 패스하는 대신에 슐레 파고다 근처에 자리잡은 시청 청사와 그 앞의 시민 공원을 잠시 구경하기로 한다. 

 


시청 청사 앞 시민 공원에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의 즐기는 모습을 지켜보고, 시민 공원에서 슐레 파고다, 시청 청사, 대법원 등 주변의 예쁜 건물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네요. 그리 시간에 얽매일 필요없이 공원 한 켠에 앉아 구경하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앞으로의 여행 계획을 세우며 양곤 시내 구경이자 휴식의 시간을 가진다.



시민 공원에서 잠시 놀다가 바로 옆에 노천 식당들이 늘어선 곳으로 자연스레 이동한다. 조금 전에 사 먹은 샨 누들로는 양이 덜 찬 모양인지 본능적으로 먹거리를 파는 곳을 찾아 내 몸을 이끌더군요.


가장 눈에 띄는 곳이 바로 돼지고기 특수 부위를 잘라 꼬지를 만들어 파는 곳이다. 아쉽게도 맥주를 안판다고 하는데 길 건너편에 있는 원스탑(1 Stop) 편의점을 가리키면서 직접 맥주를 사와서 마시면 된다고 한다. 집사람이 자리를 잡고 꼬지를 맛보는 동안에 얼른 편의점에 달려가 시원한 미얀마 맥주를 큰 캔으로 두 개를 사가지고 온다. 큰 캔 하나에 1,600짯(1,300원)으로 가격이 엄청 싸다.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킨 후 수북히 쌓아놓은 꼬지를 골라 매콤한 양념장에 찍어먹으니 정말 꿀맛이다. 주로 돼지고기 귀, 간, 허파, 내장 등을 삶아 엄지 손가락 길이 정도로 자그맣게 잘라 꼬지에 꽂아 파는 건데 하나에 100짯(80원)이다. 집사람과 둘이서 맥주 한 캔씩을 비우면서 먹은 빈 꼬지가 수북히 쌓인다. 아쉽게도 맥주 캔을 흔들어 보니 아무런 소리가 안난다. 맥주를 더 사와서 여기서 저녁 식사가 될만큼 꼬지를 먹고 싶었지만 집사람이 얼른 쉐다곤 파고다를 보러 가자기에 주인장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일어선다. 주인장이 우리 부부가 먹은 꼬지 수를 세더니 50개라 하기에 5천짯을 계산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일 다시 이 곳에 찾아오겠다고 한다.



노점 식당들이 늘어선 거리를 빠져나와 다시 시청앞 시민공원 입구에서 사방을 둘러보면서 시민 공원과 슐레 파고다 등을 구경한다. 차분히 양곤 시내 구경하기에는 좋은 장소라는 느낌이다. 다시금 집사람에게 슐레 파고다는 구경안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집사람이 한사코 안봐도 된다고 한다. 시청앞 버스 정류장 근처에 서 있는 택시가 보이기에 쉐다곤 파고다까지 얼마냐고 물어보니 3천짯이라고 한다. 거리와 요금 시세에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터라 그냥 달라는 3천짯을 주기로 하고 택시에 올라타서 쉐다곤 파고다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