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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제11편 - 화려하게 장식된 버스를 타고 엔데를 거쳐 모니에 도착하다

민지짱여행짱 2018. 6. 20. 10:25

2018년 5월 6일 일요일,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 가족여행 6일차입니다.


오늘은 이 곳 바자와를 떠나 공항이 있는 항구도시 엔데(Ende)를 거쳐 모니(Moni)라는 마을까지 이동할 예정이다. 모니에서 내일 아침에 끌리무뚜 산에 올라 두 개의 다른 색깔을 가진 분화구 호수를 구경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오전 5시 40분경 스마트폰에 맞춰놓은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 베란다에 나가보니 일출이 시작되고 있다. 비록 규모나 시설 면에서 한국의 민박집이나 여관같은 호텔이지만 바자와 시내 뿐만 아니라 멀리 이네레 산까지도 조망할 수 있어 전망 하나는 끝내주는 편이라 생각한다.



  오전 6시 반에서 7시 사이에 우리 부부를 태우러 호텔 입구까지 버스가 올거라 했기에 서둘러 일어나 마지막 남은 짐들을 꾸린 후에 아침 식사를 하러 3층 레스토랑으로 올라간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포트 통째로 커피와 차가 먼저 나온다. 뒤이어 나온 과일을 먹고 있으니 두 사람이 주문한 팬케익이 나온다. 미리 짐을 챙겨놓은 터라 버스가 도착하길 기다리면서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즐긴다.



아침 식사를 마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기에 다시 객실에 내려가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오전 6시 45분경에 작은 버스가 하나 호텔 입구에 도착하기에 내려가서 탑승을 한다. 15인승 정도의 작은 버스인데 버스 외관이 화려한 색상과 악세서리로 장식되어 있어 근처 나이트클럽까지 태워다 줄 것 같은 느낌의 차량이다. 


차비로 1인당 12만 루피아씩 냈음에도 엊그제 타고 온 구눙 마스 버스보다 퀄리티가 많이 떨어지는 버스이다. 마르셀리노가 커미션을 많이 챙긴건지 아니면 이 곳 바자와에서 엔데까지의 요금 시세가 그러한지는 모르겠다. 10만 루피아를 낸 구눙 마스 버스나 12만 루피아를 낸 이 버스나 모두 한국 돈으로는 1만원도 채 안되는 부담없는 금액이긴 하지만 가격은 오르고 퀄리티는 떨어졌기 때문에 차비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잠시 따져보게 된거다.


우리 부부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서 그런지 버스 내에는 승객들이 아무도 없다. 오늘도 장거리 이동이 될거라서 가장 맘에 드는 중간 좌석으로 골라 앉는다. 끼어 앉으면 세 명은 앉을 수 있는 좌석인지라 두 사람 사이에 가방을 하나 올려놓으면서 나중에 여유 공간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한다.

우리 부부를 태운 버스는 어제 렌트 차량 운전자 마르셀리노의 집 앞에서 홈스테이 손님을 세 명 더 태운다. 그런 다음 조금 이동하더니 바자와 외곽의 도로상에 마련된 간이 정류장에 대기하며 추가 손님을 기다린다.



오전 7시 20분경 화려하게 장식된 버스는 승객 6명에다 보조 기사 두 명을 태우고 바자와를 출발한다. 보조 기사는 이동 중에 한 명은 열려진 출입구에 서서 엔데(Ende)와 마우메레(Maumere)를 번갈아 외치면서 모객 활동을 하고, 다른 한 명은 차량 지붕에 올라타고서 무거운 짐을 들어올리거나 내려주는 도우미 역할을 하더군요. 지붕 위에 타고가는 도우미가 불편하기 때문에 가끔 역할을 바꾸기도 하네요.

 


이동 중에 작은 마을들을 지나면서 어린이 한 명을 포함한 현지인들을 7명이나 더 태우고 무거운 짐들도 지붕에다 많이 싣고서 한참을 달려 결국 바자와를 떠난 지 4시간 정도 경과한 오전 11시 20분 경에 엔데(Ende)에 도착한다. 이 차량의 최종 목적지는 플로레스 섬의 주 도시이자 가장 큰 마우메레(Maumere)이기 때문에 아직도 서너 시간을 더 가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곳 엔데에서 일부 손님들을 내려준 다음 점심 식사도 하고 휴식을 취하는 거다. 우리 부부는 이 곳에서 대략 한시간 반 정도는 더 타고 가서 모니(Moni) 라는 작은 마을에서 내릴 예정이다. 실제 거리 상으로는 40 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하나 꼬불 꼬불한 산길을 올라야 하는 터라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거다. 



엔데에 있는 한 파당식 레스토랑에서 생선, 닭고기, 계란후라이, 삼발소스, 볶음 채소 등을 골고루 접시에 담아 점심 식사를 한다. 접시에 담긴 음식은 1인당 2만 루피아(1,600원 정도)의 견적이 나왔으며, 시원한 과일 쥬스가 아닌 과일맛 쥬스 한 잔과 블랙 커피 한 잔 그리고 5천 루피아짜리 생수 한 병을 추가해 모두 58,500 루피아를 계산한다. 마실거리까지 포함된 두 사람의 점심 식사비로 한화 약 4천 7백원을 지불한 셈이다. 한국에서는 한 사람의 단품 식사비에도 미치지 않는 저렴한 가격인거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낮 12시경에 다시 엔데를 출발해 느릿 느릿 산길도 오르고 시골 풍경을 자아내는 들판도 지나는 등 이동을 계속해 오후 1시 반경에 우리 부부의 최종 목적지인 모니(Moni)에 도착한다. 엔데에서 40분 정도 점심 식사와 휴식 시간을 제외하면 바자와를 출발해 꼬박 5시간 반을 차량으로 이동한 셈이다.



버스에서 내려 주변을 살펴보니 자그마한 숙소들이 몇 개 보인다. 우선 바로 옆에 외관이 깔끔해 보이는 Estevania Lodge 부터 둘러보기로 하는데, 객실이 모두 깨끗하고 좋아보여 다른 숙소를 둘러 볼 필요없이 이 곳을 선택하기로 한다. 문제는 가격인데 1층에 있는 객실은 35만 루피아 가격이고 2층에 있는 객실은 50만 루피아를 부른다. 내 특기를 살려 주인 아줌마와 흥정에 들어가 결국 전망 좋은 2층 가운데 객실을 40만 루피아를 내고 하룻밤을 묵기로 한다.



객실에서 쉬다가 오후 4시경 모니 마을을 구경하러 나선다. 구글 지도 상에 보니 모니 마을에도 전통 가옥이 보존된 곳이 있다고 하기에 이 곳을 둘러볼 생각인거다. 모니 마을 자체가 자그마한 시골같은 곳이라 몇 분 안걸려 전통 가옥이 있는 곳에 도착했는데 규모도 작을 뿐만 아니라 보존 상태도 별로인 듯 하다. 잠시 가옥 내부까지 둘러 본 다음 어린이들이 연(인도네시아어로 Layang이라 함)을 날리고 있는 모습들을 한참 지켜본다. 참으로 천진 난만한 모습들이다.


자리를 옮겨 마을의 넓은 운동장으로 가니 마을 주민들이 모여 배구를 하고 있기에 무슨 시합이라도 하는 양 지켜본다. 자그마한 어린이까지도 배구를 잘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따로 이 곳에서는 스포츠를 즐길 만한 게 없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배구를 즐기며 살아온 터이기 때문일거라 생각해 본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어가기에 집사람과 함께 이 곳 모니 마을에서 유일한 곳으로 생각되는 카페겸 레스토랑 Bintang Cafe에 들린다. 이 곳에서 마을 주민들이 배구 시함을 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수도 있고 우측으로는 저 멀리 끌리무뚜 산 봉우리가 자그맣게 보인다. 


맥주 두병, 쌀국수, 찹차이 누들, 피상고렝 등으로 저녁 식사를 한 후 154,000 루피아(약 1만 2천원)을 현금으로 지불한 다음 불과 2~3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숙소로 이동한다. 주인 아저씨가 롯지 입구에서 오토바이를 손보고 있으시기에 내일 끌리무뚜 산에 분화구 구경을 다녀오려는 데 운전자 포함해서 오토바이를 빌릴 수 있나 물어본다. 한 대당 10만 루피아이며, 두 사람이 오토바이 두 대에 나눠타야 하니 두 대를 빌리라고 한다. 그리고 내일 새벽 4시 반에는 출발을 해야 일출 광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곳도 고도가 높은 편이라 새벽에는 날씨가 많이 쌀쌀할 듯해서 차량을 빌리는 가격을 알아보니 40만 루피아라고 하더군요. 잠시 끌리무뚜 산까지 다녀오는 가격으로는 비싸다고 하니 35만 루피아까지는 해주겠다고 한다. 혹시 다른 팀과 함께 차량을 빌리면 절반 가격에 차량을 이용할 수도 있기에 확인해 보니 아쉽게도 다른 예약 손님이 없다고 한다. 우리 부부만 차량을 빌리기에는 가격이 조금 비싼 듯해서 그냥 오토바이 두 대를 빌리는 걸로 한다. 나는 원래 추위를 잘 안타는 편이고, 집사람은 래쉬가드를 챙겨온 게 있고 내가 챙겨 온 바람막이도 있으므로 내일 새벽에 추위 걱정은 크게 안해도 될 듯하다. 내일 새벽 4시 반에 만나기로 하고서는 주인 아저씨와 저녁 인사를 나눈 뒤 객실에 돌아와 길고 긴 이동에 따른 피로를 풀어 주고자 서둘러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