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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제10편 - 계곡에서 노천 온천을 즐긴 후 Gurusina 전통 마을을 구경하다

민지짱여행짱 2018. 6. 19. 18:28

2018년 5월 5일 토요일,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 가족여행 5일차입니다.


루바와 베나 전통 마을 구경을 마치고 오후 1시 반경에 마르셀리노가 모는 차를 타고서 근처에 있는 노천 온천(Hot Spring)을 체험하러 떠난다. 약 15분 정도 이동해 계곡 옆의 자그마한 가게이자 식당 옆 공터에 도착하더니 이 곳에서 점심 식사도 하고 온천을 맘껏 즐기라고 한다. 바로 옆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 색깔이 심상치 않으며 유황 냄새가 나는게 분명 온천수인거 같다.


주인 아줌마가 커피 콩을 볶아 가루를 낸 다음 채로 걸르는 일을 하다가 우리 일행의 점심 주문을 받는다. 근데 밥 종류는 안되고 면 종류만 가능하다고 하네요. 특별히 계란 하나씩을 얹은 누들 수프 1만 루피아짜리 세 개랑 4만 루피아 가격의 맥주 큰 거를 한 병 주문해 점심 식사를 마친다. 마르셀리노는 이 곳에서 노래를 들으며 쉬고 있겠다 하면서 우리 부부더러 계곡 아래 온천에 다녀오라고 한다. 


점심 식사를 하기 전에 온천 목욕을 마친 산골 초등학교 여학생들 네 명이 언덕으로 올라가며 우리 부부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하더니, 우리 부부가 식사를 마치고 목욕을 하러 가려니 다시 언덕에서 내려오며 인사를 한다. 외국인인 우리 부부에게 관심을 보이고 싶어하는 거 같아 내가 학생들에게 여기 온천 좋으냐고 물어보니 엄지척 제스쳐를 취한다. 열 두세살은 되어 보이는 귀여운 여학생들이다. 어디가냐고 물어보니 다시 온천을 하러 간단다. 아마도 온천을 즐기려는 우리 부부와 함게 온천을 즐기며 어울리려는 듯하다. 누들 수프 한 그릇으로 양이 안차는 듯 해서 마침 가게 테이블에 놓인 한 개 1천 루피아짜리 빵을 사려한 터라 다섯 개를 사서 내 입에 하나를 넣고 나머지 네 개는 학생들에게 나눠 먹으라며 봉지를 건넨다.



역시 방명록 장부가 비치되어 있기에 우리 부부의 성만 기록하고 나니 1인당 1만 루피아 입장료를 내야 한단다.

2만 루피아를 지불한 뒤 집사람이 바로 옆 간이로 만든 탈의실에 들어가 수영복으로 갈아입는 사이 학생들이 내게 무슨 노래를 아느냐며 제목을 말하는 데 나도 모르는 노래이다. 모른다고 하니 넷이서 합창을 하며 노래를 불러준다. 외국인 앞에서 서슴지 않고 노래를 불러주는 걸로 봐서 정말 순수하면서도 천진 난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집사람이 탈의실에서 나오기에 나도 미리 준비해 온 수영복으로 갈아 입은 다음 함께 계곡으로 향한다. 함께 노래 부르던 어린이들 네 명도 옷을 입은 채로 다시 계곡물에 뛰어든다. 행동 하나하나가 귀엽기만 하다. 두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합류하는 지점인데 왼쪽 작은 계곡에서는 찬물이 흐르고 오른쪽 넓은 계곡에서는 발을 담그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온천수가 흘러내린다. 두 계곡의 물이 합류하는 중간 지점에서는 따뜻하다 느낄 정도이고, 거기에서 오른쪽으로  수록 뜨거워 지고 왼쪽으로 갈수록 차가워지므로 취향에 따라 적절히 왔다 갔다 하면서 즐기면 되는 천연 온천이다.

 





약 1시간 반 정도 느긋하게 천연 온천을 즐긴 후 오후 4시경에 다시 마르셀리노가 모는 차를 타고 30분 정도 바자와로 되돌아 가다 구루시나(Gurusina) 라는 전통 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역시 매표 사무실에 있는 장부에다 기재를 한 뒤 두 사람이서 2만 루피아의 입장료이자 기부금을 내고 마을에 들어서니 마을 정면으로 펼쳐진 풍경이 예사롭지가 않다. 해가 뉘엿 뉘엿 넘어가는 시간이다 보다 마을 전체가 산 그림자로 드리워져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 곳 구루시나 역시 루바나 베나 마을과 마찬가지로 가운데에 넓은 공터를 중심으로 가장자리에 가옥들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이다. 입구에 있는 한 두채 가옥을 살펴보니 외관이나 내부 구조 역시 루바나 베나 마을과 비슷해 보이기에 나머지 가옥들은 구경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냥 공터 중간 정도까지만 가서 사방을 둘러보는 식으로 마을 전체적인 분위기만 감상을 한다.



할머니 한 분이 호두 비슷한 걸 널어서 말려 놓았다가 거두고 계시기에 인사를 드린 후 이게 뭐냐고 이름을 물어보니 커미리(Kemiri)라고 하신다. 스마트폰으로 인도네시아어 사전을 찾아보니 캔들 넛(Candle Nut)이라고 나오더군요. 이걸 말려서 그냥 까 먹는건지 아니면 기름을 짜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지가 궁금해 물어보려 하나 인도네시아어 사용에 한계가 찾아온다. 그냥 할머니에게 이거 먹는 거냐고 물어보니 먹어볼래 하시면서 집에 들어가 자그마한 막대기 같은 거를 하나 챙겨 나오신다. 막대기 끝에 작은 홈이 있어 이 곳에 커미리 한 알을 넣더니 바위 위에다 대고 내리친다. 우리가 호두 껍질을 까듯이 이 커미리를 까는 도구인거다. 할머니가 깨어 주시는 커미리를 하나씩 먹어보니 호두 맛과 밤 맛을 섞은 듯 고소하고 맛있다. 할머니가 자꾸 까주시려는 걸 말리면서 이제 가봐야 한다면서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시라는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뜬다.



오후 5시 경에 오늘 투어의 마지막 방문지였던 구루시나 전통 마을을 떠나 바자와로 향한다. 차량 정체가 없다보니 오후 6시 조금 안되어 바자와에 있는 마르셀리노 집 앞에 도착했으며, 우리 부부더러 여기서 잠시 기다리라 한 후 집으로 들어가더니 조금 있다가 내일 아침에 모니(Moni)까지 가는 버스 예약증을 만들어 오더군요.


 바자와로 돌아오는 도중에 우리 부부가 내일은 엔데(Ende)를 지나 모니(Moni)까지 갈 예정이라 했더니 자신이 버스 예약을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마르셀리노가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하고 여행사 업무도 하는 터라 소정의 수수료를 포함시켜 버스를 예약 대행해 주는 거랍니다. 마르셀리노에게서 버스 예약증을 받아들고 두 사람의 버스 요금 24만 루피아를 지불한다. 그리고 오늘 투어 비용을 정산하기로 하고 어제 오후에 바자와 루 호텔 입구에서 지불한 선급금 10만 루피아를 제외한 나머지 50만 루피아에다가 10만 루피아를 팁으로 더 건네니 진심 고맙다 인사를 하더군요. 집사람 생일이라고 축하 노래까지 불러준 터라 특별히 팁을 넉넉히 준다는 얘기를 덧붙인다.

 


마르셀리노가 우리 부부를 바자와 루 호텔까지 태워다 주겠다는 걸 만류하고 바로 근처 대로변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걸어서 찾아가기로 한다. 바자와 루 호텔은 약간 변두리에 있다보니 근처에 그럴싸한 레스토랑이 없거든요. 오늘이 집사람 생일이라서 이 곳 바자와에서 괜찮다고 알려진 루카스(Lucas) 레스토랑을 찾아가기로 한거랍니다. ㅎㅎ


5분도 채 안걸려 루카스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실내는 깔끔하고 좋은데 너무 한산하더군요. 우리가 찾아 온 이 레스토랑이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 맞나 의심이 갈 정도로.... 오늘이 집사람 생일이라 특별히 메뉴 상에서 가장 비싼 생선 요리와 돼지고기 요리 그리고 과일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먹다보니 생선 요리는 그럭 저럭 괜찮았는데 돼지고기는 너무 질기고 텁텁한 맛이라 많이 남기게 되어 안타깝네요. 비싼 메뉴라 해도 5만 루피아 전후에 불과한 터라 빈탕 맥주 큰거 한 병을 포함해서 식사비는 모두 187,000 루피아가 나왔기에 20만 루피아를 내고 잔돈은 그냥 팁이라 말하고 레스토랑을 떠납니다.



이 곳이 바자와 도시의 초입부인 셈인데 천천히 소화도 시킬겸 30분 정도 걸어가 바자와 루 호텔 근처에 있는 크레도(Credo) 카페에 도착한다. 어제 이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한 곳이다. 집사람 생일인지라 둘이서 오붓하게 커피를 한 잔 하려는데, 루카스 레스토랑에서 이 곳까지 오는 동안에 마땅히 커피를 마실 곳이 없어 다시 이 곳에 들리게 된거다. 


커피 두 잔에 2만 루피아 그리고 낱개로 파는 작은 쿠키가 있어 커피와 함께 먹는다고 5개에 5천 루피아를 계산한 후 집사람 생일 선물이라 하면서 6만 루피아(약 4,800원)짜리 바자와 커피 파우더 한 봉지를 사서 건네고는 밤길을 천천히 걸어 호텔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