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Indonesia)/플로레스섬|숨바섬

[인도네시아] 제9편 - Ruba와 Bena 전통 마을에서 소수 부족민들의 삶을 지켜보다

민지짱여행짱 2018. 6. 19. 06:09

2018년 5월 5일 토묘일,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 가족여행 5일차입니다.


바자와(Bajawa)에서 오전 9시경에 출발해 Worobobo와 Manu Lalu 전망대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이네리 산(Gunung Inerie)을 조망한 후 오전 11시 반경에 루바(Ruba) 전통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 입구에서 우리 부부를 내려준 후 마르셀리노는 근처에 있는 베나(Bena) 전통마을에 가서 주차를 해 놓고 기다리고 있겠다고 한다. 이 곳 루바 마을에서 베나 마을까지는 불과 200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있다보니 우리 부부더러 루바 마을을 구경한 다음 천천히 걸어 베나 마을로 오라는 거다.


루바 마을에 들어서자 땅땅땅 하고 종소리가 울린다. 이 곳에는 외지에서 손님이 찾아오면 종을 쳐서 마을 사람들에게 알린다고 하는데 나름 해석으로 우리 부부를 환영한다는 의미인거 같다. 종소리의 근원지를 찾아가 보니 둥근 자전거 휠 같은거를 매달아 놓고 작은 쇠막대기로 두드린 거다. 우리 부부가 가까이 다가가니 꼬맹이가 직접 쇠막대기를 들고 두드리는 시늉을 한다. 귀엽기만 하다.



곧이어 한 할머니가 장부 같은걸 하나 들고 나와 펼쳐놓으며 펜을 건네기에 살펴보니 이 곳 마을을 방문한 외지인들을 방명록이다. 우리 부부도 방문을 했으니 두 사람의 성만 간단히 적은 다음 2만 루피아를 기부금으로 기재한다. 다른 방문객들이 보통 1인 1만 루피아 정도 기부를 하는 것으로 적혀있기 때문이다. 할머니에 2만 루피아를 드리면서 집 구경을 잠시 해도 되냐고 물으니 들어와서 구경을 하란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집 내부 구조라든지 부엌 공간을 구경한 다음 고맙다 인사를 전한다. 할머니가 손수 만드신 거 같은 직물이 마루에 여러장 걸려있지만 가격이라도 물어봤다가는 사야만 할 거 같아 조용히 할머니 댁을 떠난다.



루바 마을은 집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다 보니 한 눈에 마을 전체가 들여다 보이지만 천천히 전통 가옥들 가까이에 다가서서 세밀히 구경한다. 가옥 내에서 기거하시는 분들이 보이면 우리 부부가 먼저 인사를 하니 웃으면서 인사를 보내온다. 가옥들은 마을 가장자리를 빙 둘러 지어져 있으며, 가운데 공터에는 돌아가신 분들의 무덤이나 재단이 마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상들이 후손들을 지켜줄 것이라 믿으며 가까운 곳에다 모시고서 제를 지내거나 명복을 비는 모양인거 같다.


날이 무더운 편이라 생수를 파는 집이 있기에 한 병에 6천 루피아를 주고 사서 마루에 걸터앉아 둘이서 나눠 마시면서 마을 전경과 이네리 산의 멋진 모습을 가슴 속에 담아본다. 이네리 산의 정기를 이어받아 마을 주민들 모두 무병 장수하시고 전통 가옥과 생활 풍습을 앞으로도 고이 고이 지켜나가시길 빌어봅니다.

 


마을을 구경하다 여자들이 몇 명 모여있는 집 앞에 멈춰선다. 이 분들은 연신 껌 같은 걸 씹으면서 붉은 색의 침을 계속 뱉고 있는데 입술과 잇몸이 모두 붉은 색이다. 설명을 들어보니 남자들은 담배를 피지만 여자들은 담배 대신으로 시리 피낭(Siri Pinang) 이라는 걸 씹으신다는 거다. 환각성이 있다보니 삼키지는 않고 계속 침으로 뱉어내야 하는데 담배 중독처럼 시리 피낭도 중독성이 있어 연신 씹으시고 침을 뱉고 그리하신다.


자그마한 대나무 통에 든 카뿌르 라는 흰색의 가루 그리고 갈색의 완두콩 비슷하게 생긴 피낭을 시리라 불리는 나뭇잎에 싸서 시리 피낭을 만든다고 한다. 시범을 보여주면서 싼 시리 피낭을 건네기에 집사람이 시범적으로 시리 피낭을 맛본다. 이건 여자들의 기호 식품이기 때문에 나 보다는 집사람이 맛보는 게 나을 듯 해서 양보한 거다. 집사람이 몇 번 씹다가 약간 톡 쏘는 느낌에다 잇몸이 약간 마비가 오는 듯하다 하면서 침을 몇 번 뱉은 후 더 이상은 힘들다면서 입에서 꺼낸다. 집사람 이와 잇몸이 약간 붉게 물들고 있음을 볼 수가 있더군요. 이런 집사람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고 아녀자들이 한참을 웃으신다. 


커피를 마실거냐고 묻기에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터라 집사람만 한 잔을 요청한다. 이 곳에서도 커피를 생산하는 걸로 알고 있어 커피를 좋아하는 집사람이 한 잔을 사 마시고 싶다는 거다.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유리잔에다 커피 한 잔을 타서 갖다주기에 집사람이 먹어보고는 맛이 좋다는 표정이다. 이 분들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바로 옆에 있는 베나 마을도 구경해야 하는 터라 커피 한 잔 가격이 얼마냐고 물어보니 손님에게 공짜로 대접하는 거라 한다. 커피를 사 마시려고 미리 잔돈을 준비한 터라 1만 루피아를 억지로 쥐어드리고는 작별 인사를 나눈다.

  


루바 마을 뒷편으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200 미터 정도 떨어진 베나 마을로 이동한다. 할머니 한 분이 떠나가는 우리 부부를 바라보며 연신 손을 흔들기에 우리도 손을 흔들어 화답을 한다. 기회가 되면 다시 찾아오고 싶은 전통 마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낮 12시 20분경에 베나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이 곳은 루바 마을과는 달리 이미 상업화가 많이 진행된 느낌이든다. 마을 입구 좌측에 인포메이션 센터 겸 매표소가 마련되어 있고 1인당 25,000 루피아의 입장료를 받고있다. 방명록을 내밀기에 나랑 집사람 이름을 나란히 적은 후 50,000 루피아를 내고 두 장의 티켓을 받는다. 입구에 있던 다른 직원이 목도리 천을 하나씩 집어들고 우리 부부의 목에다 각각 걸어준다. 선물로 주는 게 아니라 마을 구경하는 동안에 메고 다니다가 나중에 돌아갈 때 반환을 하는 거라고 하네요.


우리 부부가 베나 마을에 오기를 기다리던 운전사 마르셀리노는 매표소 앞 의자에 앉아 현지 어린이들과 함께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다시금 보니 참으로 순진해 보이기도 하다. 아직 결혼을 안했다고 하며 고향은 바자와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자그마한 항구가 있는 마을 아이메레(Aimere)라고 한다. 혼자서 바자와에서 지내면서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하고, 여행사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돈을 벌고 있는 모양인데 형편이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루바 마을에서는 잠시 주민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이 곳 베나 마을에서는 그냥 둘이서 천천히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구경하고 돌아오는 걸로 끝낸다. 루바 마을처럼 가운데 공터를 중심으로 가장자리에 전통 가옥들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선조들의 무덤과 재단 같은 게 공터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카카오, 커미리(호두 비슷함), 피낭, 옥수수(인도네시어아로 Jagung이라 부름)를 말리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마을 제일 안쪽에 있는 집 마루에는 빈 맥주병에 꿀(인도네시아어로 Madu 라고 함)을 한 병 담아놓았기에 물어보니 파는 거란다. 이네리 산 중턱에서 채취한 거라 하는데 잠시 맛보라고 병 뚜껑에다 조금 부어주는 데 꿀맛이 너무 진하다 못해 독한 맛이 느껴진다. 이런 곳에서 수입산 꿀을 저런 병에다 담아 팔지는 않을 거고 분명히 자연산 꿀이라 생각되는데 가격은 한 병에 20만 루피아(16,000원 정도)를 달라고 한다. 한 병을 사가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남은 여행 일정도 긴 데다가 국내선 항공편 탑승시 따로 비용을 내고 수하물을 추가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포기하고 만다. 



베나 마을 구경 후에 인포메이션 센터 앞에서 여전히 기타를 치며 놀고있는 마르셀리노를 만난다. 오늘이 집사람 생일이는 얘기를 하자 생일 축하 노래를 기타를 치면서 영어와 인도네시어로 차례로 불러준다. 내가 나중에 팁을 더 챙겨주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드는 순간인거다. 매표소에 나이드신 여직원이 집사람 생일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몇 살이냐고 묻기에 나이를 얘기하니 자신과 동갑이라면서 집사람에게 악수를 청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친구를 만난 기쁨을 나눈다.





매표소 맞은 편에 있는 구멍 가게에 가서 마르셀리노가 마실 1만 루피아짜리 콜라 한 캔과 우리 부부가 마실 6천 루피아짜리 생수 두 병을 산다. 그리고 다른 로컬 여행객이 마르키사를 사 먹기에 너무 먹음직 스러워 보인다. 노란색의 껍질을 까면 속에 개구리 알처럼 생긴 게 나오는데 이걸 먹으면 되는 과일이다. 8개에 2만 루피아를 주고 샀는데, 이 곳에서 파는 마르키사가 왜 이리 맛있는지 모르겠네요. 반둥에서 파는 마르키사는 싱거운 터라 냉장고에 넣어놓았다가 시원한 맛으로 먹었는데, 여기 파는 마르키사는 냉장고에 넣어놓은 것도 아닌데 당도가 높아 달콤하니 정말 맛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