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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제6편 - 루뗑에서 전통 마을을 둘러보고 조촐한 결혼 기념 식사를 하다

민지짱여행짱 2018. 6. 18. 01:17

2018년 5월 3일 목요일,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 가족여행 3일차이자 우리 부부의 결혼 21주년 기념일입니다.


오전 9시 반경 라부안 바조(Labuan Bajo)를 출발해 루뗑(Ruteng)까지 가는 도중에 찬차르(Cancar) 마을에 들러 거대한 방사형 논을 30분 정도 구경한 다음 이동을 계속한다.



오후 2시 반경 드디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루뗑(Ruteng)에 도착하게 되었어요. 라부안 바조를 출발한지 다섯 시간이 지났으니 점심 식사에다 찬차르 마을에서의 관광 시간 등을 제외하면 대략 125 킬로미터의 그리 멀지않은 거리를 약 4시간에 걸쳐 이동한 셈이다. 


루뗑 시내를 지나면서 어디에 내릴건지 물어보기에 괜찮은 호텔 있으면 아무데나 내려달라고 부탁한다. 맘에 드는 Spring Hill Bungalow Hotel이 오늘 날짜에 만실이라 호텔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루뗑에 도착하게 된거예요. 결국 운전자가 추천하는 Sky Flores 호텔에 도착해 두 사람의 운임 20만 루피아에다가 찬차르에서 추가로 주기로 한 10만 루피아를 보태 모두 30만 루피아를 지불한 후 작별 인사를 나눈다.


프론트 직원에게 좋은 방을 보여달라 하니 3층에 있는 302호를 보여주며 1박에 조식 포함 50만 루피아 가격의 VIP 룸이라고 한다. 방의 크기는 작은 편이나 실내가 깔끔하고 침대도 새 것 같이 좋아보인다. 집사람은 여기에서 묵어도 좋겠다는 신호를 보내오기에 그래도 부르는 데로 줄 내가 아니라서 40만 루피아로 깎아 달라고 요청을 해본다. 그랬더니 직원이 가격 할인은 안되고 대신에 1박에 35만 루피아짜리 방이 있는데 가보겠느냐고 하기에 직원을 따라 2층 201호에 가보니 층수만 다를 뿐 VIP 객실과 동일한 조건의 방이다. 왜 이 방이 3층에 있는 방보다 싼지 물어보니 3층은 전망이 조금 더 좋기 때문이란다. 객실이 깨끗하기만 하면 전망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터라 결국 조식 포함해서 1박에 35만 루피아(약 2만 8천원)를 지불하기로 하고 201호 객실로 체크인을 한다.



객실에서 두 시간 남짓 휴식을 취하다가 오후 4시 반경에 루뗑에서 그나마 볼거리라 생각되는 루뗑 푸 전통 마을(Ruteng Fuu Traditional Village) 구경에 나선다. 호텔 입구에서 루뗑 푸까지의 교통편을 물어보는데 의외로 호텔에서 무료로 태워다 준다고 한다. 객실도 깨끗하고 이런 무료 셔틀 서비스까지 제공하니 다시금 이 호텔이 맘에들고 좋아 보인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작은 승용차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해 전통 마을 입구에 도착했는데 운전자가 우리 부부가 마을을 둘러보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다고 한다. 여기까지 무료로 태워다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하면서 호텔로 돌아가도 된다고 하니 돌아갈 때 차편 구하기가 어려울 거라면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거다. 이 곳 전통마을은 가옥 몇 채 있는 정도로 자그마한 곳이라서 보통 1~20분만 구경하면 되는 곳으로 여겨지기에 그러면 잠시 기다려 주면 빨리 구경하고 돌아오겠다 하고 마을 구경에 나선다.


루뗑 푸 전통 마을은 정말 작아서 그냥 외관만 슬쩍 구경하고 떠날 거라면 5분이면 충분할 정도이다. 타원형으로 둥글게 난 돌길 바깥쪽으로 전통 가옥들이 자리잡고 있고, 가운데에 부분에는 자그마한 공터가 있는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마을 가이드 역할을 하시는 한 분이 다가와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며 입구 우측에 있는 건물로 데려가서 방명록에 서명을 하게 하고 1인당 2만 루피아씩 기부금 성격의 입장료를 받는다. 그런 다음 천천히 한바퀴를 돌면서 가옥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는데 짧은 영어를 섞은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하는 터라 절반만 알아듣고 절반은 알아듣는 척만 하면서 따라 다닌다. 가옥 내부에 들어가도 되냐고 하니 내부까지도 직접 안내를 하며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신다.  




작은 마을이지만 한바퀴 돌면서 구경한 다음 입구에 재단처럼 만들어 놓은 곳을 올라가서 묘지와 커피 나무들 우거진 모습까지 구경하는 걸로 해서 30분 정도 걸린 전통 마을 구경은 끝이 난다. 우리 부부와 같이 마을을 한바퀴 돌면서 설명도 해주시고 커플 사진도 여러장 찍어주시느라 수고하신 가이드 분에게 팁으로 2만 루피아를 드리면서 고맙다 인사를 전한다.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기로 한 호텔 차량을 찾았는데 보이질 않는다. 외길인지라 다른 곳에 차가 있을리가 만무하기에 나름 추측을 해 본다. 우리 부부가 마을을 둘러보는 시간이 길어지기에 기다리다 못해 돌아간 걸로... 

마침 오렌지색의 앙콧이 출발하려고 하기에 실내를 보니 외국인 커플과 학생들이 몇 명 타고 있기에 운전자에게 요금을 낼 테니 타도되냐고 물었더니 외국인 커플이 전세를 낸 베모라고 하면서 타라고 한다. 우리 부부가 숙박하는 Sky Flores 호텔 근처에 자기들 게스트 하우스가 있어 호텔 앞에서 내려주겠다고 하더군요. 

이동 중에 서로 인사를 나누었는데 프랑스에서 온 중년 남자와 네덜란드에서 온 20대 중후반의 여자인데 커플이 아니라 여행 도중에 만나 함께 일정을 같이하고 있다고 한다.

 


호텔 입구에 도착해 운전 기사에게 2만 루피아를 팁으로 건넨다. 외국인 두 명이 동시에 자신들이 하루 통째로 빌린 프라이빗 베모라서 차비 낼 필요없다고 했지만 호텔 차량을 타고 돌아왔더라도 기사에게 팁으로 드릴려고 호주머니에 챙겨놓은 거라 주저없이 건넨거다. 


호텔 리셉션에 가서 자초 지종을 얘기하면서 운전자와 연락되면 우리 부부가 베모를 타고서 이미 호텔에 도착했으니 기다리지 말고 그냥 호텔로 돌아오라 전하라 한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우리 부부가 전통 마을을 구경하는 동안에 호텔에서 다른 손님을 픽업하라는 연락을 받고 다녀오게 되었다 하네요. 다시 우리 부부를 픽업하러 찾아갔는 데 안보여서 조금 기다리다가 호텔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그냥 돌아오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객실에서 잠시 쉬었다가 저녁 식사를 하러 Spring Hill 리조트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이동한다. 오늘이 우리 부부의 결혼 21주년 기념이라 특별히 루뗑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이 곳 리조트에서 오늘 하룻밤을 묵으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오늘은 만실이라 대신해서 Sky Flores 호텔에서 묵게 된 거랍니다. 대신에 저녁 식사라도 이 곳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하면서 조촐하게 나마 결혼 기념일을 자축하려는 거지요.


골목길을 걸어가는 도중에 우리 부부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는 학생들 무리를 만나게 되었는데, 근처에 있는 관광고(Tourism High School) 학생들로서 모두 17살이라고 한다. 외국인에 대해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 그리고 이 곳 루뗑에 대한 몇 가지를 물어보기에 답을 해주고 나니 작은 노트에다 우리 부부의 이름과 싸인까지 해달라고 요청한다. 알고봤더니 이들이 방과 후 실습 차원에서 외국인들 만나면 영어로 얘기도 나누고 실제 외국인과 만났다는 증빙으로 싸인을 받아가는 숙제를 하고 있는 셈이더군요.


오후 6시 15분경 Spring Hill 레스토랑에 도착해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다음 빈탕 맥주 큰거 한 병과 잔 두개 그리고 새우 튀김을 안주삼아 주문해 우리 부부의 결혼 21주년을 조촐하게 나마 기념하는 시간을 가진다. 곧 이어 주문한 음식들로 배를 채운 다음 이 곳 레스토랑의 특별 후식으로 소개하는 눈꽃 아이스크림(Snow Ice)를 주문해 나눠 먹는걸로 해서 저녁 식사를 모두 마친다. 새우 튀김을 비롯한 요리 세 종류, 맥주 큰거 한병 그리고 커피랑 스노우 아이스 모두 합쳐서 218,000루피아가 나왔기에 계산을 한 다음 테이블 위에 2만 루피아를 팁으로 올려놓고 자리를 뜹니다.



호텔로 돌아오는 도중에 다시 관광고 학생들 7명을 만나게 되었어요. 아까 만났던 학생들이 대부분이며 새로운 학생들도 한 두명이 보이는데 모두들 나중에 커서 도시나 유명 관광지에서의 투어 가이드가 되고 싶다고 한다. 실습 능력 기르기 위해 밤에도 시내를 돌아다니며 외국인들 만나 영어로 얘기 나누고 배운 인도네시아 문화나 지리 정보들 소개하려는 노력들이 가상해서 호텔 입구에 있는 마트에 들러 음료수 하나랑 쿠키 하나씩 해서 모두 7세트를 사서 나눠줍니다.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는 격려 차원이라 이런 정도는 사줘도 될거라 생각한 거예요. 예정에도 없던 84,000 루피아의 지출이 발생했으나 마음 한 켠으로는 흐뭇하다는 느낌이 든다. 학생들에게 붙잡혀 얘기를 들어주고 대답을 하느라 시간이 흘러 거의 밤 8시가 되어서야 학생들과 헤어진 후 호텔 객실에 도착해 루뗑에서의 결혼 21주년의 밤을 맞이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