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Indonesia)/방카섬|벨리퉁섬

[인도네시아] 제5편 - 국민 영화 무지개 분대 촬영지 탄중 팅기 비치를 구경하다

민지짱여행짱 2018. 6. 8. 13:32

2018년 5월 28일 월요일,

수마트라 동남쪽에 위치한 방카섬과 벨리퉁섬 가족여행 4일차입니다.


오늘은 스쿠터를 타고서 이 곳 탄중 판단(Tanjung Pandan) 시내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탄중 팅기 비치(Pantai Tanjung Tinggi)와 탄중 컬라양 비치(Pantai Tanjung Kelayang)를 구경하는 걸로 일정을 잡는다.


오전 8시경에 전화가 걸려와서 받으니 어제 예약한 스쿠터를 갖고 왔다는 분인데 어제 공항에서 호텔까지 라이드를 해 준 차량 운전자가 아니다. 어젯밤에 차량 운전자에게 전화를 걸어 스쿠터 예약을 했는데 아마도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 준 모양이다. 호텔 입구에 세워놓은 스쿠터를 보니 괜찮아 보인다. 헬멧이 하나 뿐이기에 헬멧 두 개를 부탁했다 하니 안쪽 콘솔을 열어 하나가 더 있음을 보여준다. 그 아래에는 비가 올 때를 대비해 우의까지 들어있어 세심함에 놀란다. 이미 알고 있는 거지만 시동을 거는 방법부터 콘솔을 여는 방법까지 설명을 들은 다음 스쿠터 키를 받아들고 내일 저녁에 반납하겠다 하니 이틀간 빌리는 것이므로 모레 아침 이 시각에 받으러 오겠다고 하네요.



스쿠터 수령을 끝내고 객실에 돌아오니 집사람이 그제서야 눈을 베시시 뜨는군요. 아침 잠이 많아서 이런 자유 여행이 아닌 단체 패키지 여행은 집사람에게는 안맞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전 9시경에 함께 호텔 레스토랑으로 아침 식사를 하러 간다. 지금 시간에 아침 식사 손님들이 이렇게 없는 걸로 봐서 어젯밤에 숙박을 한 손님들이 거의 없나보다. 아니나 다를까 테이블에 앉으니 약간 나이가 드신 직원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오늘은 숙박객들이 거의 없어서 뷔페 식사 대신에 단품으로 아침 식사 주문을 받는다고 한다. 대신에 계란 요리는 주문하는 대로 만들어 주며, 토스트, 씨리얼, 과일 및 쥬스 등은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 위에 차려져 있다고 하네요. 


몇가지 주문 가능 메뉴 중에서 게살 수프 정식으로 주문하고서는 과일들을 챙겨와 먹으며 오늘 일정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데, 잠시 후 주문 음식을 갖다 주며 웃음을 보여주던 직원이 별로 할 일이 없는지 우리 부부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눈치이다. 내가 한국에서 와서 지금은 반둥에 살고있다는 얘기부터 꺼내어 서로 대화가 시작되었고, 엊그제 다녀 온 방카섬과 이 곳 벨리퉁섬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다른 여려가지 볼거리를 주제로 얘기를 나누다가 오전 여행 일정을 핑계삼아 자리를 뜬다. 너무 친절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 지갑을 열어보니 5만 루피아짜리(약 4천원) 하나가 보이기에 슬쩍 팁으로 건네 드리니 너무 고마워하면서 오늘 구경 잘 하고 내일 다시 만나자며 인사를 하더군요.



오전 10시 반경 스쿠터 뒤에 집사람을 태우고 탄중 팅기 비치(Pantai Tanjung Tinggi)로 향한다. 미리 구글 지도를 보면서 이동 경로를 파악했으며 해안 도로를 따라 계속 이동하다 보면 갈림길에서는 이정표가 잘 나와있어 찾아가는 데 그리 어려움은 없다. 해안 도로는 차량이나 오토바이 통행이 그리 많지 않아 한산한 편이고 도로 포장도 잘 되어있어 스쿠터를 타고 다니기에 좋은 조건이다.


너무 안전하게 달려서 그런지 탄중 팅기 비치에 도착하니 1시간이 지난 오전 11시 반이 되었더군요. 구글 지도 상에는 Billiton Hotel & Klub 호텔에서 탄중 팅기 비치까지 해안 도로를 따라 28.4 Km로 나오는데... 특별한 정체 구간도 없었음에도 1시간이나 걸렸다는 것은 아마도 시속 30Km 정도로 거북이 운전을 한 거나 다름이 없다 볼 수 있네요. ㅎㅎ


탄중 팅기 비치에 들어서서 한 가게 앞에 스쿠터를 세운 다음 여주인에게 라스카르 뻘랑이(Laskar Pelangi)라 말하니 오른쪽 방향으로 돌아가면 나온다고 말해주더군요. Pelangi 라는 말은 인도네시아어로 무지개(Rainbow)를 말하고, Laskar 라는 말은 소그룹 군인들을 가리키는 분대(Troops)를 뜻한다


이 곳 벨리퉁 섬이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물이 맑고 깨끗한 비치를 가진 섬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안드레아 히라타(Andrea Hirata)가 쓴 베스트셀러 소설 Laskar Pelangi의 탄생 배경이 된 곳이고, 이를 토대로 2008년도에 영화로 만들어져 인도네시아 역대 흥행 기록을 깬 국민 영화 Laskar Pelangi의 영화 촬영 무대가 된 곳이기 때문이다.

 


직접 전체 영화를 감상한 것은 아니지만 이 곳 벨리퉁 섬을 찾기 전에 유투브 검색을 통해 트레일러 영상만 잠시 구경했을 뿐이다. 그 주된 내용은 교육을 위해 젊음을 바친 여선생이 먹고 살기도 힘든 가난한 벨리퉁 섬 어린이들에게 헌신적으로 용기를 심어주어 함께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어 간다는 내용이다.


소설이나 영화의 주 무대가 된 학교나 마을이 있는 곳까지는 이 곳 탄중 팅기 비치에서 8~90 킬로미터 정도 더 떨어져 있다 하며, 그 곳에는 Laskar Pelangi 박물관도 갖추어져 있다고 하는데... 이번 여행에서 그 곳까지 다녀오기에는 무리이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우리 부부가 찾은 이 곳 탄중 팅기 비치에는 집채 만한 큰 바위들이 많이 있는데 Laskar Pelangi 영화에 보면 학생들이 이 곳에서 바위들 사이를 뛰어가기도 하고, 바위 위에 올라가 바다를 바라보며 미래에 대한 밝은 희망과 의지를 보여주는 모습을 지켜볼 수가 있다.


스쿠터를 세워놓은 가게 여주인이 알려준 대로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Laskar Pelangi 영화 촬영지임을 소개하는 조형물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에 가면 어김없이 이런 안내문들이 붙어있는데 여기는 좀 더 격식이 있어 보이더군요. 그리고 그 옆에는 이 곳에서 촬영한 영화의 장면들과 설명이 담긴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으나 아쉽게도 인도네시아어로 적혀있더군요.




탄중 팅기 비치 그 자체는 다른 비치들과 다를 바가 없지만 그 옆에 이렇게 거대한 바위들이 모여있는 게 신비롭게 느껴진다. 거대한 바위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보기도 하면서 여기 저기 구경을 하다 보니 거의 1시간 반 가량 지났더군요. 이 정도면 충분히 구경한 거 같아 집사람과 함께 스쿠터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 간다. 집사람이 마른 해산물들을 파는 손수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멈춰선다. 육류 보다는 해산물을 더 좋아하는 집사람이기 때문이다. 여행 중이라 많이 살 수는 없어 맛있어 보이는 생선 세 마리에 5만 루피아, 멸치 한 팩에 2만 루피아를 주고 구입한다. 


관광객들이 거의 없다보니 상인이 우리 부부에게 하나라도 더 팔아 볼 작정으로 이번에는 거무틱틱한 해삼이 든 봉지들을 들어보인다. 이 곳 벨리퉁 섬에서 직접 잡은 거라며 얼핏 봐도 큼지막한 해삼 3개가 든 봉지를 내밀며 1백만 루피아(약 8만원)에 사라고 한다. 2~3일 물에 담가 놓으면 팔뚝 만한 크기가 되는데 이걸 잘라서 수프 요리를 해서 먹으면 된다고 한다. 가격이 만만치 않아 그냥 떠나려니 70만 루피아(약 5만 5천원)까지 가격이 다운되었으나 집사람이 별로 내키지 않는다기에 그냥 자리를 뜨고 만다. 



스쿠터를 세워놓은 가게에 들러 코코넛 15,000 루피아, 커피 한 잔에 5,000 루피아를 주고 마시면서 여주인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오후 1시 반경에 스쿠터를 몰고 근처에 있는 탄중 껄라양 비치(Pantai Tanjung Kelayang)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