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교수파견일기/인도네시아(Indonesia)

[파견일기] 제84편 - 반둥 공대를 구경한 다음 작은 공원에서 어린이들과 놀다

민지짱여행짱 2018. 5. 20. 19:07

2018년 5월 20일 일요일,


매주 일요일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아파트 근처 다고 거리(Jalan Dago)에 차 없는 거리 행사(Car Free Day)가 열리는데 오랫동안 못가본 터라 오늘은 아침 8시경에 혼자 운동삼아 다고 거리로 나선다. 근데 라마단(Ramadhan) 기간이라 그런지 이 행사가 잠정 중단이 된 모양이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통행 차량은 거의 없고 왕래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어 차 없는 거리 행사 못지않게 한산하다. 가볍게 조깅을 즐기기엔 안성 맞춤이다.



다고 거리를 따라 큰 교차로가 있는 다고 공원(Taman Dago)까지 가볍게 조깅을 즐긴 다음 땀이 살짝 흐르기에 반둥 공대가 있는 곳으로 난 샛길을 천천히 걸으며 반둥 시민들의 아침 생활 모습을 지켜본다. 작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보금자리를 틀어 살고있는 마을로 접어들기에 구글 지도를 보니 좀블로 공원(Taman Jomblo)에 그리 멀지않은 근처 골목길로 들어선 거라 반둥 공대와는 점차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충 짐작은 했지만 이 골목길 구경을 하고 싶어 잠시 들어갔다가 흙탕물이 흘러내리는 개천 즈음에서 되돌아 나와 반둥 공대로 다시 향한다. 



오늘은 어차피 운동삼아 아파트를 나선거라 반둥 공대 내를 가볍게 조깅을 하며 다시 둘러보기로 한다. 이미 예전에 두어 번 반둥 공대를 구경한 적이 있는데 캠퍼스 건물들이 마치 일본의 넓은 신사나 사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예쁘고 매력적이다. 캠퍼스 뒷편의 일부 건물들은 양식 건물 형태라 전체적으로 서양과 동양의 건축물들이 콜라보를 이룬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반둥 공대 정문으로 들어가 주욱 북쪽으로 직진하며 구경을 한 후 북측 간이 출구로 나서서 대운동장과 수영장이 있는 곳으로 가려다가 반둥 공대의 컨벤션 홀(Gedung Sabuga Convention Hall) 입구를 지나가니 아파트에서 가까운 공원으로 나온다. 

 


이 공원은 아파트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자그마한 공원으로서 주말이면 시민들이 휴식을 찾아 많이 찾아오는 편이다. 오늘은 이 근처 동네에 사는 어린이들이 몰려나와 물놀이를 하며 놀고있더군요.

물이 흙탕물이라 지저분해 보이는 데 이들은 일상이나 된 듯 물 속에 들어가 장난질을 하고 있다. 

수영을 즐기지 않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원 이름으로 생각되는 큰 타이틀이 공원 내에 두 개나 붙어있어 치카푼둥(Cikapundung) 공원인지 아니면 치타룸(Citarum) 공원인지 나는 아직도 헷갈린다. 아마 치카푼둥 공원이 맞을거 같은데... 



흙탕물 속에서 놀던 어린이들이 나를 보고 어디서 왔냐고 묻기에 한국에서 왔다하니 내게 다가와 인도네시아 말을 한국어로 어떻게 되는지를 묻는다.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부터 시작해 고양이, 개미, 눈, 옷, 수영 등 눈에 띄고 생각이 나는 대로 돌아가며 질문을 한다. 하나씩 차례대로 가르쳐줬더니 이제는 1부터 10까지 한국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묻는다. 몇 번에 걸쳐 가르쳐 준 다음 잘 따라하기에 선물을 나눠준다. 이들은 모두 10살에서 11살짜리 초등학생들이다. 라마단 기간이라서 낮 시간 동안에는 아무것도 먹지않기 때문에 음료수나 과자를 사줄 수는 없어 근처에서 여행용 티슈를 파는 어린이에게서 티슈를 여러개 사서 나눠준거예요. 

  




티슈를 파는 어린이 역시 10살이라고 한다. 집안이 가난하기 때문에 일요일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못하고 혼자서 무표정하게 앉아 가방에 든 티슈를 꺼내 팔고 있다. 여행용 티슈 하나에 5천 루피아(약 400원)이라기에 처음에 하나 팔아줬는데, 그 이후 다른 동네에 사는 또래 친구들 덕분에 내가 여섯개나 더 팔아주게 된거다. 


티슈를 여러 개 사주면서 웃으면 더 예쁘다고 하며 내가 웃는 표정을 지으니 그제서야 방그레 미소를 짓는다. 항상 웃는 모습으로 지내라 하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니 흔쾌히 미소를 지으며 받아준다. 그 보답으로 티슈를 하나 더 팔아주니 오늘 판매 목표는 채웠는지 남은 티슈 몇 개를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한다.


나도 계곡을 따라 난 숲속 길을 걸어 아파트로 돌아가려는데 공교롭게도 이 어린이를 뒤따르는 상황이라 먼발치에서 천천히 따라 가다보니 어느새 사라지고 안보인다. 아마 근처에 집이 있나 본데 딱 봐도 초라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외면하며 미로같은 샛길과 계단을 따라 올라 아파트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