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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제6편 - 로컬 버스를 타고 세마랑을 거쳐 쩌바라(Jepara)에 도착하다

민지짱여행짱 2018. 5. 15. 04:14

2018년 4월 5일 목요일,

족자카르타와 까리문자와섬 가족여행 5일차입니다.


족자카르타에서 4박 5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오늘은 로컬 버스를 타고 세마랑(Semarang)을 거쳐 쩌바라(Jepara)까지 이동할 예정입니다. 쩌바라 항구에서 내일 까리문자와(Karimunjawa) 섬으로 들어가는 스피드 보트를 탈 예정이거든요. 쩌바라 항구에서 북쪽으로 2시간 정도 떨어진 까리문자와 섬에서 3박 4일 일정으로 깨끗한 바다와 비치 그리고 스노클링을 즐길 계획이랍니다.


오전 8시경에 일어나 호텔 레스토랑에 아침 식사를 하러 갑니다. 오늘이 벌써 네 번째 아침 뷔페 식사인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과일과 샐러드를 넉넉히 담아와서 먹은 후에 약간의 단백질 보충을 위해 계란 후라이 요리를 요청해 마무리 식사를 했어요. 호텔 레스토랑의 식사 메뉴는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으나 별로 내키지 않더군요. 족자카르타 전통 음식인 구덱(Gudek) 요리도 갖추어져 있답니다. 계란 요리는 직원에게 요청하면 수영장 옆에 마련된 별도 코너에서 준비해 직접 테이블에 갖다준답니다.

  


장거리 여정이 될거라 아침 식사 후에 오전 9시경에 체크아웃을 합니다. 이미 호텔 예약 사이트를 통해서 신용카드로 선결제를 했기 때문에 따로 추가 비용을 낼 필요가 없어요. 



스마트폰으로 고카(Go-Car) 차량을 호출하니 바로 매칭이 되더군요. 목적지는 터미널 좀보르(Terminal Jombor)입니다. 세마랑으로 가는 시외 버스를 탈 수 있는 터미널인거지요. 매칭 요금은 29,000루피아이던데 터미날 좀보르에 도착해 1만 루피아를 팁으로 더 계산을 합니다.


오전 9시 40분경 터미널 좀보르에 도착하자 마자 세마랑 가는 누산타라(Nusantara) 버스가 출발하려고 하는 게 보이기에 바로 탑승합니다. 물론 버스에 타기 전에 에어컨 있는 버스인지 물어봤구요. 따로 버스 티켓을 끊지 않고 이동 중에 버스 안에서 직원 한 분이 돌아다니며 매표를 하더군요. 세마랑 까지는 1인당 45,000루피아입니다. 버스 내부는 깔끔한 편이며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기 때문에 큰 불편이 없네요.



약 3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이동해 낮 12시 40분경 세마랑에 있는 대형 종합병원 근처 공터 입구에서 내립니다. 직원에게 쩌바라 까지 갈거라고 하니 이 곳에서 내려 쩌바라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하더군요.



쩌바라행 버스가 도로 가에 정차해 있고 직원들이 쩌바라 갈 손님들을 불러 태우고 있더군요. 우리 부부에게도 얼른 타라고 손짓을 하던데 이 곳 터미널에서 점심 식사도 하고 화장실에도 다녀오는 등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음 쩌바라행 버스를 타기로 합니다. 쩌바라 까지 2시간 남짓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근처에 화장실이 있을 만한 곳이 안보이기에 물어보니 공터 주차장에 있는 허름한 간이 화장실을 알려주더군요. 이 곳은 거의 개방되어 있다시피 한 곳이라 남자들이야 아쉬운 대로 사용할 만하나 여자들에게는 도저히 사용하기 힘든 곳이라 생각더군요. 근처에 제대로 된 식당도 안보입니다. 도로 가에 간이로 만든 천막집에서 파는 음식이 전부이네요.



할 수 없이 집사람과 함께 조금 전에 버스를 타고 지나쳐 온 대형 종합병원이 있는 곳으로 찾아갑니다.

걸어서 약 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인데 일단 화장실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급선무이니깐요. 

병원 건물에 들어가 화장실에 먼저 다녀온 후 로비 근처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빵과 커피 그리고 음료수 등 5만 루피아어치 사서 먹고 마신 후 다시 쩌바라행 버스를 타러 갑니다.



도로 가에 정차해 있는 쩌바라행 미니버스에 탑승해 자리를 잡고나니 오후 1시 반경에 버스가 출발하더군요.

쩌바라로 가는 버스는 에어컨이 있는 버스가 없다더군요. 완행 버스이다 보니 느릿 느릿 운행을 하며, 이동 중에도 차량 출입문을 열어놓고 중간 중간에 직원이 손님을 태우더군요.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쩌바라 까지 2시간 훨씬 넘게 걸릴거 같았는데 다행히 세마랑 시내를 벗어나자 정상 속도를 내기 시작합니다. 

세마랑에서 쩌바라까지 버스 운임은 1인당 2만 루피아입니다. 이동 도중에 직원이 차비를 받으러 다녀요.


처음 출발할 때에는 좌석 여유가 많은 데다가 날이 덥고 해서 집사람과 내가 따로 떨어져 앉아 옆 자리에 가방을 올려놓을 수 있었는데 잠시 후 시내 벗어나기도 전에 아예 서서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가 되기에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가게 되었답니다. 





우리 부부를 태운 버스는 쩌바라 외곽에서 남은 승객들을 모두 내리게 한 다음 버스 뒤에 정차해 있는 시내 버스로 갈아타라고 하더군요. 얼떨결에 다른 승객들을 따라 시내 버스를 탔는데 일종의 앙콧(Angkot)이나 베모(Bemo) 역할을 하는 것이더군요. 이 버스의 노선을 모르기 때문에 구글 지도와 버스가 지나가는 도로를 계속 눈여겨 보다가 약 15분 정도 이동해 예약해 놓은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생각되는 곳에서 하차합니다. 시외버스를 타고 온 승객들은 무임 승차인거 같아 차비를 안내고 내렸는데 안내원이 아무 소리 안하더군요.

   

 어느 듯 오후 4시가 다되어 갑니다. 여기서 부터 호텔까지는 약 2킬로미터 정도라고 구글 지도에는 나오는데 이 더운 날씨에 가방을 들고서 걸어가기는 힘들기 때문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려고 해요. 그런데 오젝(O-Jek) 서비스가 가능한 오토바이들이 주위에 안보입니다. 오토바이 두 대가 있어야 우리 부부와 가방들을 싣고 이동할 수가 있는데 두 대는 커녕 한 대도 안보이네요.


마침 베짝(Bejak)을 몰고 오는 할아버지가 계시기에 쩌바라 비치 호텔(Jepara Beach Hotel)까지 3만 루피아 달라는 거 2만 5천 루피아에 흥정해서 탑승합니다. 제가 예약한 빌라 이사벨라 뿌뜨리 라는 이름을 얘기해서는 잘 모르실 거 같아서 쩌바라 비치 호텔 이름을 댄거예요. 아고다에서 호텔 예약시에 지도를 보니 쩌바라 비치 호텔 바로 근처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는 걸로 나와 있었거든요. 


두 사람의 승객과 두 개의 가방까지 실은 베짝은 할아버지 페달 밟는 힘으로는 무리인가 봅니다. 그냥 걸어가는 게 더 나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베짝이 거북이 걸음으로 이동합니다. 그나마 대부분의 길이 평탄해서 다행이더군요. 오르막 길이라도 나오면 제가 내려서 같이 베짝을 밀어 줘야만 할 것 같았으니깐요. 





쩌바라 비치 호텔이 가까워 졌기에 할아버지에게 여기서 그냥 내려달라고 합니다. 베짝을 20분 정도 타고 온거예요. 2만 5천 루피아를 드리기로 흥정을 했지만 그냥 처음에 할아버지가 부른 3만 루피아를 지불합니다.


아고다 호텔 예약시에 쩌바라 비치 호텔 근처에 빌라 이사벨라 뿌뜨리 B&B가 있다고 나와있었는데 안보이네요. 구글 지도를 찾아봐도 이 빌라 이름으로는 검색이 안되네요. 할 수 없이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여기서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고 하더군요. 아고다에서 보여주는 지도상의 호텔 위치가 잘못되어 있었던 겁니다. 다시 10여분을 걸어 드디어 예약한 숙소에 도착을 했어요.



이탈리아인 로베르또 라는 분이 인도네시아에 와서 미아 라는 분과 결혼해 살면서 이 곳 빌라를 지어 운영하고 있다네요. 주인 아줌마 미아에게 족자카르타에서 부터 찾아오느라 고생한 얘기를 하고서 좋은 방을 달라하니 당초 예약한 방갈로 객실과 건물 2층에 마련된 패밀리룸 둘 중에서 맘에 드는거 아무거나 사용하라고 하기에 넓고 좋아보이는 2층 패밀리룸을 선택합니다. 가격이 더 비싼 객실인데 오늘 이 방이 비어있어 한국에서 온 우리 부부에게 인심을 쓰는 거라 합니다.



웰컴 드링크로 내어 온 아이스티와 커피를 마시며 여주인 미아에게 내일 까리문자와로 패스트 보트(Fast Boat, 스피드 보트) 티켓 구입을 문의하니 이미 만석이라고 하더군요. 내일부터 까리문자와섬에 있는 숙소를 3박 예약해 놓은터라 내일 꼭 까리문자와 섬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니 잠시 전화를 걸어보더니 일반실은 이미 풀북인데 우등실에는 좌석이 있다고 하네요. 알고 있기론 일반석은 15만 루피아이고 우등석은 20만 루피아 정도 가격이던데 예약 대행 수고비까지 붙일 거니 달라는 대로 챙겨주면 될 거 같습니다. 내일 까리문자와 섬까지 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패스트 보트 티켓 예약을 위해 두 사람의 여권 사진을 찍어 미아의 큰 딸 아니타(Anita)에게 WhatsApp SNS로 전송합니다. 아니타는 이미 결혼을 해서 세 살이 조금 지난 아들내미를 하나 두고 있는 가정주부라고 하네요.


객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일몰을 구경하러 빌라 앞에 위치한 비치로 나가 봅니다. 이 곳 빌라에서 바라보는 일몰 전경이 아주 좋다는 이용 후기들을 읽어 봤거든요. 비치에는 부유물들이 많이 떠밀려 와 있는터라 많이 지저분해 보입니다. 우리 부부는 이 곳에서 수영을 하며 즐길 것이 아니라서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예요.  



일몰 구경을 한 후 주인장 로베르또와 대만인(수라바야 20년 이상 거주) 두 명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저녁 식사가 준비되길 기다립니다. 저녁 식사는 오징어가 들어간 파스타인데 1인당 4만5천 루피아(약 3천5백원)라고 합니다. 주방에서 미아가 직접 오징어를 삶고 파스타 준비를 하고 있네요.


잠시 후 2층 발코니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빈탕 맥주 한 병을 주문해 마시고 있으니 파스타 요리를 내오더군요. 양은 많았지만 맛은 별로입니다. 저는 억지로 접시를 비웠지만 집사람은 양이 많다면서 절만을 남기더군요.

아뭏든 이 곳 빌라 주변이 한적하다 보니 따로 나가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것보다 편안히 한끼를 해결했다는 데 의미를 두자는 생각입니다. 후식으로 바나나를 썰어 접시에 담아왔는데 이 걸 안주삼아 맥주 한 병을 더 주문해 나눠 마시고는 객실에 들어가 쩌바라에서의 고요한 밤을 맞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