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Indonesia)/펄라부한라투|우중건텡

[인도네시아] 제6편 - 새끼 거북이들을 구경한 다음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다

민지짱여행짱 2018. 4. 25. 17:52

2018년 3월 4일 일요일,

펄라부한 라투와 우중 건텡 여행 4일차입니다.


우중 건텡(Ujung Genteng)에 있는 민박집 겸 식당에서 생선 양념구이로 늦은 점심 식사를 한 후에 새끼 거북이 방생 모습을 구경하러 다시 거북이 보호 센터로 갑니다. 이미 오후 3시경에 센터 입장 티켓을 구입했기 때문에 다시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되더군요. 처음에 직원이 오후 5시에 오면 거북이 방생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고 했으나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여대생들이 오후 5시 반경이라야 방생 행사를 진행한다고 하기에 거의  5시가 다되어서야 도착한 거지요.


다시 한 번 다른 방문객들과 거북이 사육 시설이 있는 곳을 잠시 둘러본 다음 비치로 갑니다. 대략 30여명의 관광객들이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새끼 거북이 방생 순간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대부분 인도네시아인들로 생각되며 외국인은 저 혼자인 것 같습니다. 잠시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황홀경에 빠져들 즈음 핸드 마이크를 든 직원이 인도네시아어로 안내 방송을 하던데 무슨 말인지는 못알아 들어도 직감적으로 잠시 후에 새끼 거북이 방생 행사를 진행할거라는 얘기임을 알 수 있겠더군요. 새끼 거북이 보호를 위해 비치 모래위에 미리 라인을 그어 놓고 방생 순간에는 넘어오지 말것을 당부하더군요. 그러나 방생 이후에 새끼 거북이를 앞지르지는 말고 그 뒤를 따라가면서 사진을 찍거나 관찰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듯한 안내를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후 5시 반경이 되자 현장 실습중인 여대생 두명과 직원 한 명이 바구니에 새끼 거북이를 들고 서서히 다가와 관광객들 앞에서 바구니에 든 새끼 거북이들을 쏟아 붓네요. 바구니에 담겨있던 작고 귀여운 녀석들이 꼬물 꼬물 기어서 모두 바다로 향해 갑니다. 행여 뒤쳐지는 새끼 거북이가 발 앞에 있지는 않을까 조심하면서 새끼 거북이들을 따라가며 사진과 동영상을 남겨봅니다. 붉은 노을과 함께 어우러진 새끼 거북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새끼 거북이 방생 모습과 멋진 붉은 노을을 구경한 다음 센터 직원과 잠시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가끔 밤이 되면 큰 거북이가 비치로 기어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오늘 밤에 큰 거북이를 만나게 되면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해주겠으니 이 곳에 찾아와서 구경을 하라고 하기에 우장의 연락처를 전달한 후 어둠이 내릴 즈음이라 서둘러 숙소를 찾아 나섭니다. 거북이 보호 센터 직원이 이 곳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악어 비치(Pantai Cibuya) 입구에 민박집들이 있으니 그 곳을 찾아가 보라는 안내도 덧붙이기에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전합니다.


악어 비치 입구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실비아 민박(Pondok Silvia) 이라고 적힌 곳에서 여주인에게 방이 있나 물어보니 좋은 방이 있다고 안내를 합니다. 거실이 갖추어져 있고 그 옆에 개별 에어컨이 달린 두 개의 독립된 방이 붙어있는 구조이더군요. 거실 안쪽에 주방과 욕실이 딸려있는 제법 괜찮은 곳이기에 가격을 물어보니 40만 루피아를 부르더군요. 가격 흥정에 들어갔는데 흔쾌히 30만 루피아에 하룻밤을 보내는 걸로 마무리가 되었어요. 관광객들이 많지않은 비수기 인지라 방을 놀리느니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기로 한거 같아요. 두 사람의 방을 따로 잡는 이중 부담을 덜게된 터라 고마운 생각도 들기에 나중에 민박집 슈퍼에서 좀 팔아주고 내일 아침 식사도 따로 주문해 먹는 걸로 보답하려 합니다.



우장에게 저녁 식사 시간인데 배가 고프냐고 물어보니 불과 두시간 전에 먹은 늦은 점심 때문에 전혀 배가 안고프다고 하네요. 나 역시 아직은 배가 부른 상태라서 우선 각자 샤워를 마치고서 나중에 차 안에 싣고 온 두리안 두 통을 저녁 대신해서 먹기로 합니다. 우장은 차에서 잘 생각이었는지 세면 도구를 안챙겨 왔더군요. 민박집 슈퍼에 들러 우장에게 필요한 세면 도구와 함께 음료수, 과자류 그리고 생수를 구입합니다.


샤워를 마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입은 다음 야외 마루에 앉아 거북이 보호 센터에서 만난 현장실습 학생들에게 SNS 메시지를 보내니 이 곳 민박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함께 자취를 하고 있다고 연락이 오네요. 저녁 식사를 안했으면 저녁을 대접할까 생각 했는데 아쉽게도 가벼운 저녁 식사를 좀전에 했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챙겨온 두 통의 두리안이 있고 민박집 슈퍼에 과자랑 음료수가 있으니 함께 먹고 마시며 얘기나 나누자고 하니 15분 정도 지나 민박집으로 찾아 오더군요. 민박집 여주인과 수줍음이 많은 어린 딸내미 실비아(민박집 이름을 이 딸내미 이름에서 따서 지음)도 함께 합류해 두리안을 나눠 먹고 민박집 슈퍼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사와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냅니다. 



현장 실습을 나온 학생들이 어미 거북이가 알을 낳는 동영상과 모래 구덩이 속에서 새끼 거북이들을 꺼내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직접 촬영한 걸 보여주더군요. 인도네시아를 떠나기 전에 이러한 모습을 직접 구경할 기회를 만들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종일 운전하느라 고생한 우장이 먼저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 밤 10시경에는 현장실습 나온 학생들도 내일 아침 출근을 위해 집으로 돌아갑니다. 혹시나 거북이 보호 센터에서 큰 거북이가 있다는 문자 메시지가 왔는지 우장에게 물어보니 아직 메시지가 없다고 하네요. 자정이 넘어서까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는 연락이 없고 해서 우장이 있는 방문을 살며시 열어보니 정신없이 골아 떨어져 있더군요. 잠을 깨우기도 뭐하고 설령 잠을 깨운다 하더라도 문자 메시지가 안왔을 수도 있을 거 같기도 하고, 만약 문자 메시지가 와 있다면 거북이 보호 센터까지 차를 몰게하는 불편을 안겨줄 것도 같고... 


우장의 잠을 깨울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나 역시 장시간 이동에 따른 피로감이 몰려오는 터라 그냥 포기하고 잠을 청하기로 합니다. 다음날 아침에 우장에게 물어보니 밤 12시 조금 넘은 시각에 거북이 보호 센터 직원한테서 문자 메시지가 온게 있다고 하더군요. 약간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으나 어쩔 수가 없었던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