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Indonesia)/펄라부한라투|우중건텡

[인도네시아] 제4편-악조건 속에서 바다 낚시를 무사히 마치고 항구에 돌아오다

민지짱여행짱 2018. 3. 30. 01:11

2018년 3월 3일 토요일,

펄라부한 라투와 우중 건텡 여행 3일차입니다.


오전에 호텔 직원 우장(Mr. Ujang)이 모는 오토바이 뒤에 올라타고서 온천, 비치 그리고 전망대 구경을 마치고 호텔에 돌아오니 오후 2시경이 되었더군요. 객실내 청소가 안되어 있기에 리셉션에 가서 조금 있다가 바다 낚시를 나갈거니 우선 샤워 타올만 하나 갖다 달라고 한 다음 2만 루피아를 팁으로 건넵니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한 시간 가량 객실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한 후 오후 3시가 되어 바다 낚시 나갈 준비를 하고서 리셉션으로 나가니 매니저 이이스(Mr. Iis)와 호텔 직원 우장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우장은 오늘 밤에 나와 함께 바다 낚시를 할거예요.


매니저 이이스에게 오늘 밤 바다 낚시를 하고 내일 아침에 도착하면 호텔 체크 아웃 후에 우중 건텡(Ujung Genteng)으로 다녀올 예정인데 운전자 포함 차량 렌트가 필요하다고 하니 호텔 차량 렌트가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운전은 우장이 하게 될거라 하구요. 차량, 운전자 및 연료를 모두 포함해 가격을 물어보니 생각보다 조금 비싼 하루 80만 루피아를 부르네요. 제가 살고 있는 반둥(Bandung)에서 하루 12시간 차량 렌트비가 운전자와 연료비 포함해서 5~60만 루피아 수준인데 그 보다 조금 비싼 편이예요. 따로 차량 렌트 가격을 알아볼 상황도 아니고 해서 그냥 1박 2일 차량 렌트비로 10만 루피아를 깎아 150만 루피아를 주기로 하고 가지고 있던 현금을 매니저 이이스에게 건넵니다. 


오늘 바다 낚시를 위한 배 예약 비용도 이미 지불했고, 1박 2일간의 차량 렌트비도 모두 지불한 터라 홀가분한 마음으로 낚시를 다녀오면 되는 상황이예요. 오후 3시 반경에 매니저 이이스가 모는 오토바이 뒤에 올라타고 펄라부한 라투(Pelabuhan Ratu) 항구로 이동합니다. 우장은 다른 직원이 모는 오토바이 뒤에 올라타고 낚싯대를 하나 챙겨들고 항구로 이동했구요. 약 20여분 달려 항구에 도착해 매니저 이이스가 소개하는 선장을 만났어요.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에 현재 바다 날씨가 좋지않고 비가 내리고 있기 때문에 한시간 정도 기다려 출발 여부를 결정할 거라 하네요. 시간 여유가 남아 우선 근처 구멍 가게에 가서 밤샘 낚시에 필요한 생수, 음료수, 빵 그리고 담배 3갑(선장, 매니저 이이스, 직원 우장)을 125,000 루피아를 주고 구입해 우장에게 건네 주고는 가볍게 항구를 둘러봅니다.



아직 바다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아 보이지만 선장의 결정에 따라 오후 5시경에 출항을 합니다. 여전히 가랑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고 파도도 약간 높은 편이예요. 항구에서 가까운 곳에는 자그마한 고기 뿐이라며 1시간 가량 배를 달려 다른 낚싯배들이 없는 한산한 곳에 도착해 닻을 내리더군요. 그런 다음 아직 가랑비가 내리고 있어 비를 피할 수 있도록 가림막을 치기 시작하더군요. 구글 지도를 보니 지금 묵고 있는 호텔 라구사(Hotel Lagusa)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나오네요.





오후 6시경 흐린 날씨로 인해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바다 낚시를 시작합니다.

선장이 챙겨 온 낚싯대와 릴이 그나마 성능이 나아 보여 제 차지가 된 거예요. 이미 지깅(Jigging) 채비가 갖추어져 있기에 20여분간 지깅 낚시를 시도해 봤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더군요. 선장이 생미끼에 조황이 좋다면서 얼려서 챙겨온 한뼘 크기의 정어리 비슷한 생선 박스를 챙겨오네요. 선장이 투박해 보이는 칼로 지깅 채비를 잘라내고 무거운 봉돌과 두 개의 낚시 바늘이 달린 생미끼 채비를 만들어 줍니다. 그런 다음 미끼를 투박한 칼로 길이 방향으로 대각선으로 두 동강을 내어 두 개의 바늘에 각각 하나씩 끼워 낚시 방법을 알려주더군요. 봉돌이 바닥에 닿게 한 후에 가볍게 고패질을 해주는 식으로 하면 식탐이 강한 큰 물고기들이 이를 덮치게 되는 시나리오입니다. 바로 옆에서는 우장이 비슷한 생미끼 채비로 낚시를 시작하고, 선장은 선실 뒷편에서 혼자 손으로 낚싯줄을 드리워 고패질을 하기 시작합니다. 30여분 생미끼 낚시를 했음에도 작은 물고기도 없는지 입질 미동도 없고 미끼가 그대로 달려 올라오더군요. 



생미끼 낚시를 한 지 한시간 정도 지난 즈음에 선장이 바라쿠다 자그마한 거 한마리를 잡아 올리네요.

어둠이 완전히 내린 시간이라 이제부터 큰 물고기들이 덤벼들 것만 같은 분위기입니다.

낚시대를 들고서 고패질을 하니 입질이 잘 안느껴져 낚싯대를 옆에 놓고 낚싯줄만 잡고서 손으로 고패질을 몇 번 하는 순간 갑자기 원줄이 빨려들어가는 강한 입질을 받았어요. 손으로 낚싯줄을 움켜쥐고 잠시 힘겨루기를 하는 순간 갑자기 팅 하면서 허전함이 느껴지네요. 채비를 감아 올려보니 목줄 아래가 잘려나가고 없네요. 아마 대물이 미끼를 채어가다가 어딘가에 목줄이 쓸려 예리하게 잘려나간 거 같습니다. 정말 큰 고기였다 생각되었으나 이렇게 허무하게 채비만 날려먹고 소득이 없는 상황이 벌어진 거예요. 선장과 우장이 이구 동성으로 아주 큰 고기였다고 위로의 말을 전하더군요. 잡아 올려야만 내 고기가 되고 큰 고기인지 작은 고기인지 알 수 있음에도 항상 놓친 고기를 두고 큰 고기라고 말하는 게 낚시꾼들이니깐요.


제가 놓친 고기로 인해 분위기가 고조되어 선장과 우장은 열심히 낚시를 계속하고 있고, 저 역시 싱싱한 미끼를 갈아 주면서 열심히 낚시를 합니다만 더 이상의 소득은 없네요. 밤 10시경에 우연히 제게 찾아온 입질에 40센티 정도 크기의 빨간 고기를 한마리 잡았어요. 



이후 작은 물고기들이 극성으로 미끼를 물어뜯는 바람에 미끼만 날리고 헛챔질 하기 일쑤이더군요. 밤 12시경이 되자 우장은 내일부터 나를 태우고서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선실 내에 들어가 잠을 자더군요. 곧이어 선장도 더 이상의 낚시는 어렵다 생각한 건지 선실에 들어가 우장 옆에 남은 공간에 몸을 누이더군요. 그래도 한국에서 바다 낚시를 즐긴 나로서는 이번에 뭔가 큰 거 한마리를 잡아 한국 낚시계의 위상을 더높일 셈으로 두어 시간 더 버티면서 낚시를 했지만 결과는 꽝이었어요.



이미 선실에 두 사람이 자고 있어 몸을 누일 데가 더 이상 없기에 낚시를 하는 자리에서 그대로 뒤로 몸을 눕혀 잠에 빠져들었어요. 약 두어시간 불편한 상황에서 잠을 자다 깨어나니 우장이 선실에서 나와 낚싯대를 붙잡고 있더군요. 곧이어 선장도 잠에서 깨어 낚시를 다시 시작하네요. 저는 더 이상 낚시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선실에 들어가 부족한 잠을 이어갑니다.


아침 6시경에 잠에서 깨어나니 선장이 이제 그만 철수를 했으면 하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더군요.

이른 아침 낚시에서도 별다른 조황이 없었다고 하기에 제가 선장에게 그만 항구로 돌아가자고 합니다.



오전 7시경에 펄라부한 라투 항구에 도착해 선장에게 고맙다고 인사만 전하고 배에서 내렸어요.

큰 고기가 몇 마리 잡혔더라면 선장에게 기쁜 맘으로 팁을 후하게 드렸을 텐데 거금 100만 루피아를 내고서 겨우 30센티급 고기 한 마리만 잡은 상황이다 보니 팁을 드리면 선장이 오히려 미안해 할 것 같아서 그냥 인사만 전하고 내리게 된거랍니다. 선장도 외국에서 온 손님에게 제대로 된 손맛을 보여 드리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 하는 표정이더군요.


 

배에서 내려 우장이 매니저 이이스에게 전화를 하니 아직 호텔에서 출발 전이라고 하더군요. 2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수산 시장과 항구 주변의 아침 풍경을 천천히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잠시 후 호텔 라구사에서 매니저와 다른 직원이 오토바이 각각 한대씩 몰고서 도착하더군요. 오토바이 뒤에 올라타고서 20여분 달려 호텔에 도착하자 마자 샤워를 하고 한시간 반 정도 부족한 잠을 청합니다. 참고로 잡은 두 마리의 고기는 우장에게 맘대로 하라고 하며 건네줬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