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Indonesia)/펄라부한라투|우중건텡

[인도네시아] 제1편 - 미니 버스를 타고 4시간 넘게 걸려 수카부미에 도착하다

민지짱여행짱 2018. 3. 21. 06:53

2018년 3월 1일 목요일,

펄라부한 라투와 우중 건텡 여행 1일차입니다.


3월 1일부터 6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혼자서 펄라부한 라투(Pelabuhan Ratu)와 우중 건텡(Ujung Genteng)에 다녀오게 되었어요. 바다 낚시를 즐기고 싶었고 싱싱한 해산물을 맘껏 먹고 싶은 생각에서 무작정 떠나게 된거랍니다.


며칠 전에 인터넷으로 반둥에서 수카부미(Sukabumi)까지 이동 방법을 검색해 보니 실리왕이 트랜스(Siliwangi Trans) 라는 여행사의 미니 버스가 나오더군요. 아파트에서 가까운 곳에 사무실이 위치해 있는 데다가 매 2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 걸로 나와있으니 수카부미까지는 이걸 타고서 이동하면 되겠다 생각한 거예요. 


그리고 수카부미에 도착하면 곧바로 펄라부한 라투까지 이동할 것인지 아니면 수카부미에서 1박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혼자 떠나는 여행인데다가 언제까지 꼭 돌아와야 한다는 계획없이 떠나는 여행이라 느긋하게 수카부미에서 1박을 하는 것으로 결정하게 되었답니다. 수카부미가 그리 큰 도시가 아니다 보니 아고다닷컴 사이트를 찾아보니 제법 괜찮은 호텔이고 조식까지 포함되어 1박에 겨우 38달러 정도 밖에 안하더군요. 


 

여행 출발일이 다가와 여행에 필요한 짐들을 챙겨보니 자그마한 가방 하나면 충분하더군요.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 긴바지 여벌, 수영복, 선글라스, 속옷, 양말, 샌들, 충전기, 보조배터리, 모자, 썬크림, 로션, 손톱깎이, 여행용티슈, 수건 그리고 세면도구(치약, 칫솔, 면도기) 이렇게 챙기고 나니 더 이상 가져갈 만한 게 없네요. 혹시 모를 생각에 여권 사본 있는거 하나 챙겼구요. 현지에서 현금 사용이 많을 거라 생각되어 지갑에는 현금을 두둑히 챙겼으며, 혹시 모를 분실에 대비해 몇 군데에 분산해서 현금을 챙겨넣었어요. 



오전 10시 45분경에 그랩 차량을 타고서 실리왕이 트랜스 여행사 사무실에 도착해 오전 11시 출발편 미니버스 티켓팅을 하려고 하니 이미 만석이라고 하네요. 미리 예약을 했어야 하는데 평일이고 매 2시간 마다 차량이 있는터라 좌석 여유가 있는 줄로만 안거지요. 또한 이 곳 반둥에서 수카부미로 이동하는 다른 대중 교통도 있는 걸로 나와있어 방심을 했었나 봅니다. 


제가 11시 출발 버스를 못타서 안타까워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현지인이 직접 어딘가로 전화 연락을 해보더니 파스퇴르 거리 근처에 가면 11시 반에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 있다고 알려준다. 아직 아침 식사도 안했고(물론 아침 식사는 잘 안하는 편이지만) 곧 점심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에 이 곳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서 오후 1시 출발 버스를 타고 가는게 나을 것 같다. 무엇보다 오늘은 일정상 여유가 많아 수카부미에서 1박을 할 거라서 그냥 현지인에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고서 여행사 직원에게 오후 1시 출발 미니버스를 예약한다. 오후 1시 출발 1번 좌석입니다. 좌석 배치표를 보니 운전사 바로 옆 조수석 자리인 거 같다.



버스 티켓을 구입해 놓은 터라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을 검색해 보니 친구 카페(Chingu Cafe)라는 한국 음식을 파는 곳이 걸려들더군요. 이 곳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라는 소문을 익히 듣고 있는터라 오늘 점심은 도보 거리에 있는 이 곳을 찾아가 해결하기로 합니다.



레스토랑 분위기는 아주 좋아보이네요. 한국 아이돌 가수들과 연예인들의 캐리커쳐들로 벽면을 장식해 놓았고 TV에서는 한국 뮤직비디오와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더군요. 한류 열풍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에 이런 레스토랑이 현지인들에게 인기를 차지하고 있나 봅니다. 메뉴를 보니 비쥬얼은 아주 그럴싸하더군요. 가격도 한화로 표시해 놓고 있으나 실제 계산시에는 이 숫자가 그냥 루피아로 계산될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육개장 한그릇(공기밥 포함)과 김치 한접시 그리고 마실거리를 주문해 놓고서 잠시 레스토랑 안쪽을 둘러보니 자기야(Chagiya) 라는 이름으로 BBQ 식사가 가능한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더군요. 한국의 거리 이름을 붙여놓아서 친근감이 가도록 분위기 조성을 해놨네요.



다시 자리로 돌아오니 곧이어 주문한 육개장과 김치 그리고 공기밥이 나오더군요.

육개장의 비쥬얼은 메뉴판 사진처럼 그럴싸해 보였으나 실제 숫가락으로 내용물을 뒤져보니 부족함이 많더군요. 가격 3만 루피아짜리에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팽이버섯 조금하고 고기 몇 점이 전부이다 시피한 육개장은 좀 부족함이 많아 보입니다. 국물이 너무 많아 그 허전함이 더 큰 것일 수도 있어요. 육개장 국물에 깊은 맛이 안나는 걸로 봐서 육수가 아닌 그냥 맹물에다 재료와 양념을 넣어 끓인 듯한 맛이네요.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가 아니라 인도네시아 현지인이 운영하면서 현지인들에게 한국형 음식을 파는 카페라고 생각하면 딱 맞을 듯한 곳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제가 맛집 탐방을 나온게 아닌 데다가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다 보니 이런 자체 평가를 내린 음식일지라도 국물 몇방울만 남겨두고 모두 먹어 치우고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현지 젊은이들과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제법 찾아드는 걸로 봐서 제가 다시 찾아오지 않더라도 사업이 계속 번창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친구 카페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주변을 구경하며 다시 실리왕이 트랜스 사무실에 오니 오후 1시 40분을 지나고 있더군요. 이제 20분 정도 더 기다리면 수카부미로 가는 버스를 타게 됩니다.



오후 1시 정각에 도착한 미니 버스에 올라타고서 수카부미를 향해 출발한다. 버스 티켓에 적힌 예약 번호대로 제가 앉을 좌석은 조수석이었으며, 전방 시야가 확보되어 로컬 거리와 주변을 구경하며 이동하기에 딱 좋은 좌석이더군요.


Pasteur 톨게이트를 지나 고속도로를 타고서 조금 달리는가 싶더니 Padalarang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면서 부터는 로컬 도로를 계속 달린다. 출발한지 약 1시간이 흘러갔는데도 아직 수카부미까지 남은 길은 까마득한 상황이네요. 스마트폰 네비게이션 상에서는 2시간 18분 더 가면 목적지에 도착하는 걸로 나오지만 인도네시아 로컬 도로는 변수가 많아 언제든지 정체를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답니다. 구글 지도를 봐도 수카부미 근처에 벌써 빨간색으로 정체 구간이 표시되기 시작한 터라 아마 적어도 3시간 정도는 더 가야 한다 생각하고 있답니다.



반둥을 출발한 지 3시간 정도 지난 즈음에 본격적으로 차량 정체를 만나기 시작합니다. 정체 구간 통과까지는 약 25분 정도 소요되는 걸로 구글 네비게이션이 안내를 하고 있더군요. 목적지 도착 예상 시각이 오후 5시 10분으로 나오는 걸로 봐서 반둥에서 수카부미까지 4시간 조금 넘게 걸리게 되는 셈이네요. 아마 이 곳 근처에 대규모 공업단지가 있어 물류 차량 이동이 많고, 더군다나 근로자들의 퇴근 시간과 맞물리게 되면서 심한 정체가 빚어지는 걸로 판단됩니다. 수카부미로 가는 다른 샛길이 있는게 아니다 보니 그냥 이 도로상에서 정체가 풀리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답니다.



구글 네비게이션이 예상한 바대로 반둥을 출발해 약 4시간 15분 정도 걸린 오후 5시 15분경에 수카부미에 있는 실리왕이 트랜스 사무실 입구에 도착했어요. 운전하시느라 수고한 기사 분에게 2만 루피아를 팁으로 건네드렸어요. 큰 돈은 아니지만 현지인들은 아무도 팁을 건네지 않기에 저라도 조금 건네드리는 게 맘이 편할거 같아서요. 



대로에 나가 구글 지도를 보면서 예약해 놓은 아누그라 호텔의 위치와 거리를 살펴 본 다음 근처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오토바이(현지에서는 Ojek 이라 부름)에 올라타고서 1만 루피아를 주기로 하고 호텔로 이동합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겨우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더군요. 호텔 로비만 둘러봤는데도 깔끔하고 좋아보인다. 체크인 시에 신분증을 달라고 하기에 미리 챙겨온 여권 사본을 내밀고서 복사 후에 돌려달라고 합니다. 펄라부한 라투에서 필요할지도 모르기 때문이거든요. 배정 받은 객실은 105호실인데 실내도 넓은 편이고 편안하고 아늑해 보입니다.



객실에 여행 가방을 내려놓고 잠시 쉬었다가 호텔 근처 도보 거리에 있는 카페에 찾아가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해결한 다음 객실에 돌아와 장시간 이동으로 인해 지친 몸을 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