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Indonesia)/파당 | 부키팅기

[인도네시아] 제6편 - 부키팅기 재래 시장을 구경하고 렝고 게니 공연을 관람하다

민지짱여행짱 2017. 12. 2. 14:29

2017년 10월 5일 목요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가족여행 5일차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집사람이 객실 바로 아래층에 있는 오픈 가라오케에서 밤 12시까지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음악과 노래 소리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잤다고 투덜 대더군요. 그러면서 도저히 못참겠기에 밤 11시 조금 넘어  프론트에 가서 컴플레인을 했는데도 곧 끝날거라는 얘기만 하고 직원들의 반응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나는 그렇게 가라오케 소리가 신경 안쓰이던데 하고 말하니, 집사람은 내가 밤 10시가 되기도 전에 잠이 들었고 그리 시끄러운데도 잠만 잘 자더라 하면서 좋겠다 라고 하네요. 이 곳 노보텔에서의 둘째날 및 셋째날 밤에는 저도 밤 11시경까지 들려오는 가라오케 소리가 약간 거슬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젯밤에는 밤 11시가 넘어도 끝날 생각을 안하니 집사람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가 봅니다.


아직 하룻밤을 더 이 곳 노보텔 호텔에서 보내야 하는터라 집사람을 위해서라도 제가 직접 호텔 프론트에 찾아가서 가라오케 소음에 대한 컴플레인을 합니다. 가라오케 손님 몇 명 때문에 근처 객실 손님들 다수가 피해를 봐서야 되겠느냐고 매니저를 불러서 따지니 객실을 바꿔주겠다고 하더군요. 가급적 가라오케에서 멀리 떨어진 객실로 해서 변경을 요청했고, 낮 12시경에 203호 객실에서 327호 객실로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오후 1시경에 호텔을 나서면서 프론트에 있는 직원에게 내일 오전 10시 전후로 이 곳 호텔에서 픽업해 파당(Padang)에 있는 머큐어 파당(Mecure Padang) 호텔까지 우리 부부를 태워갈 차량을 예약을 부탁합니다. 직원이 ETRE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내일 오전 9시 반에 가능하고 1인 요금이 45,000루피아(약 3천 7백원)라고 알려주기에 바로 예약을 합니다. 파당 국제공항에서 이 곳 부키팅기에 올 때에는 두 사람이 25만 루피아, 팁 포함하면 30만 루피아를 냈는데 반대로 파당에 갈 때에는 두 사람이 9만 루피아만 내면 되므로 정말 싼거예요.



내일 파당까지 가는 차량도 예약이 된 터라 홀가분한 상황이예요. 지금부터 부키팅기 시내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저녁에는 렝고 게니(Lenggo Geni) 공연을 보는 걸로 해서 오늘 남은 일정을 보내기로 합니다.


호텔에서 도보로 불과 2~3분 거리에 부키팅기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잠가당(시계탑)이 있답니다. 호텔과 잠가당 사이에는 큰 쇼핑 센터가 자리잡고 있구요. 쇼핑 센터에는 관심이 없기에 집사람과 함께 잠가당을 잠시 둘러본 다음 렝고 게니 공연장을 찾아 나섭니다. 미리 공연장 위치를 알아놓고 공연 시작 시각도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어젯밤 패스트푸드점 직원이 얘기한 바대로 잠가당이 있는 곳에서 언덕 아래를 내려다 보니 BNI 은행이 보이더군요. 잠가당에서 재래 시장 입구로 향하다가 우측으로 난 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됩니다. 계단이 끝나는 부분에서 튀김을 파는 노점이 보이기에 아침과 점심을 모두 해결하지 못한터라 옥수수 가루를 튀긴 튀김 5,000 루피아(약 420원), 코코넛 떡 한 팩을 7,000(약 600원) 루피아에 구입합니다.



BNI 은행 건물과 오른쪽 족자 호텔(Hotel Jogja) 사이 정면으로 바라 보이는 곳에 공연장인듯 한 자그마한 건물이 있네요. 간판에 LENGGO GENI 라고 적혀있는 걸 보니 이 곳이 공연장이 맞더군요. 하지만 오후 2시도 안 된 시각인지라 건물 출입문은 닫혀있네요. 예전 정보이지만 인터넷 상에 공연이 저녁 8시에 있는 걸로 나와있기에 부키팅기 시내 구경을 하다가 나중에 8시 즈음해서 다시 찾아오기로 합니다.



BNI 건물 뒷편으로 돌아 경사진 도로를 따라 언덕으로 올라가니 멋진 조형물이 서 있네요.

인도네시아 지폐에서 가장 고액권인 10만 루피아 짜리에 나와있는 인물인 하타(Hatta) 공원이 도로 건너편에 있기에 집사람과 함께 들어가 벤치에 앉아 구입한 튀김과 떡을 먹습니다. 일부 관광객들이 따분 따분 찾아와서 하타 동상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더군요. 우린 이 사람이 누군지 모르니 그냥 그늘이 드리워진 벤치에 앉아 먹거리를 먹으며 잠시 쉴 수 있는 곳으로 찾은 것에 불과해요.



조금 전에 재래시장 입구에서 계단을 따라 걸어 내려왔고, 렝고 게니 공연장 입구를 지나 경사진 도로를 따라 걸어올라와서 하타 공원에 도착한 터라 조금만 오른쪽으로 걸어가니 다시 잠가당이 나오더군요. 이제는 재래시장을 구경하려고 해요. 잠가당을 가로질러 계단 골목이 시작되는 곳을 지나면 재래 시장이 펼쳐져 있답니다.

  원래 여행 중에 현지 재래시장을 둘러보길 좋아하는 터라 이 곳 부키팅기에서의 재래시장도 소소한 재미를 주는 곳이더군요. 꼭 사지는 않더라도 시장 상인들이 파는 물건들을 둘러보며 현지인들의 생활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거지요. 바나나를 구워 얇게 눌러 펼친 후 흑설탕에 버무린 코코넛 가루를 올려서 파는 가게 앞에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멈춰 섭니다. 조금 전에 튀김과 떡을 먹었지만 약간 부족함이 있는 데다가 집사람이 이게 유명한 걸로 나와있다면서 추천하더군요. 하나에 7천 루피아라 하기에 맛이나 보자면서 두 개 구입해 그 자리에 서서 먹어치웁니다. 취향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맛있더군요. 나란히 붙어있는 두 집에서 팔고 있던데 집사람이 맛은 똑같을 거라 생각하면서 왼쪽 집을 골랐답니다.



재래 시장을 지나 조금 더 들어가니 동물원이 나오더군요. 우린 동물원 구경할 게 아니고 이 곳 근처에 있는 유명한 BEDUDOL 카페를 찾아 가서 커피와 맥주를 마시며 쉬려는 거예요. 스마트폰으로 GPS를 활성화 한 후 구글 지도를 이용하면 어디든 쉽게 찾아갈 수 있답니다.

 

BEDUDOL 카페에 도착해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합니다. 빈탕 맥주 큰거 한 병에 45,000루피아, 집사람 커피는 7,000루피아(약 6백원), 그리고 감자튀김까지 해서 총액 72,000루피아(약 6천원) 계산을 했어요.



집사람이 어젯밤에 가라오케 소음 때문에 잠을 설친터라 피곤하다고 하기에 오후 4시경에 카페를 나와 약 15분 정도 천천히 걸어 호텔에 돌아옵니다. 딱히 부키팅기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봐야 큰 볼거리가 있는게 아니므로 재래시장 구경과 카페에서의 휴식으로 부키팅기 시내 구경을 대신한 거예요. 호텔 객실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대에 누워 2시간 정도 낮잠을 청합니다.



약 2시간 정도 꿈같은 낮잠을 즐기고 난 뒤에 다시 호텔을 나섭니다. 저녁 8시에 렝고 게니 공연을 보려면 그 전에 저녁 식사를 간단히 해야 할것 같거든요. 저녁 7시경에 공연장에 도착해 미리 관람 예약을 하려고 했으나 불만 켜져있고 문은 닫혀져 있네요. 공연장 근처에 식사할 만한 곳이 있나 찾아보다가 거리도 어둡고 마땅한 식당은 보이질 않기에 계단을 따라 올라가 잠가당 근처 사떼 전문점에 들립니다. 집사람은 배가 많이 안고프니 5개만 먹으면 된다하고, 저는 10개를 주문했네요.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소스를 선택했는 데 베이스로 커리를 사용한 것 같더군요. 쥬스 두 잔까지 해서 모두 69,000 루피아(약 6천원)를 계산합니다.



저녁 7시 45분경에 다시 랭고 게니 공연장에 도착하니 문을 열어놓았네요.

 입장료로 1인당 7만 루피아라 하기에 2명분 140,000 루피아를 내고 입장하니 공연장에 관객은 아직 없네요.

공연을 담당할 배우들 일부는 무대 위에서 공연 리허설을 하고 있고, 일부는 무대 가까이에 앉아서 자신들의 리허설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더군요. 


입장료를 내고서 받은 안내문을 보니 공연은 매일 밤 8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주 목요일 저녁 8시 30분에 1회만 공연이 있네요. 마침 오늘이 렝고 게니 공연이 있는 날인거예요. 내일 파당으로 떠나야 하기에 부키팅기에서의 마지막 밤에 운이 좋게 렝고 게니 공연을 구경할 수 있게 된거랍니다.

 


하지만 거의 8시 반이 되어가는데 과연 우리 두 부부만 객석에 앉혀놓고 공연을 할 것인가가 걱정이 되더군요. 이러다가 공연 취소가 되는 건 아닌가 하고 마음 조리며 앉아있는데 마침 20명의 단체 손님이 들어서네요.

말레이시아에서 온 이 분들은 5일간 수마트라 여행 중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단체로 해서 한국에도 한 번 다녀온 적이 있고 곧 일본 오사카로의 여행도 잡혀있다고 하네요. 아뭏든 이 분들 덕분이라 생각하며 8시 반부터 시작된 공연을 홀가분하게 관람합니다. 중간 중간에 무대로 불려나가 함께 어울려 춤도 추고 전통 악기도 두드리며 흥을 돋구는 좋은 시간도 가졌구요. 약 1시간 20분 정도 공연이 진행되었으며 공연 막바지에는 경악스럽게도 깨진 접시 조각 위에서 덩실 덩실 춤을 모습도 지켜볼 수 있었답니다.   



렝고 게니 공연의 하일라이트인 깨진 접시 조각 위에서 춤을 추는 영상을 짧게 올려드립니다.



공연 관람을 마치고 직원이 판매하는 전통 악기를 10만 루피아에 하나 구입합니다. 말레이시아 단체 손님들이 아무도 팔아주지 않기에 그냥 우리 부부가 하나 팔아준 거예요. 좋은 공연을 저렴한 가격에 구경한 터라 비록 나무로 만든 나팔처럼 생긴 악기이지만 그리 비싸다 생각되지 않더군요. 악기 하나를 팔아주니 그 직원이 우리 부부에게 공연에 사용한 다른 악기들도 두드려 보게 하고, 기념 사진도 찍어주면서 친절을 베풀더군요. 

밤 10시 조금 넘어 호텔에 도착해 부키팅기에서의 마지막 밤을 맞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