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Nepal)/카트만두 | 포카라

[네팔] 제12편 - 카트만두로 복귀하는 도중에 차량 고장과 교통 체증을 만나다

민지짱여행짱 2017. 3. 12. 11:17

2017년 1월 6일 금요일, 

네팔 여행 9일차입니다.


오전 10시경에 네그로조띠 학교에 모여든 학생들 중에서 3학년 학생과 5학년 학생 12명만 따로 모아서 태블릿PC를 이용한 기초 영어 능력 테스트를 가지기로 합니다. 몇 가구 없는 자그마한 마을이지만 1~2시간 거리의 구석 구석에서 살고 있는 어린이들까지 대부분 모이니 전체 학생 수가 50여명 남짓 되어 보입니다.

 


학교 교실에는 현재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상황인지라 교실에 있던 책상과 의자 일부를 이장님댁 입구로 옮겼어요. 마을 이장님 댁에 유일하게 솔라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전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태블릿 PC로 학생들의 기초 영어 실력을 테스트해 볼건데 태블릿 자체는 미리 충전해 온 터라 전기 공급이 필요 없으나 테스트 문항을 태블릿 PC들에 배포하고 테스트 결과를 수집하는 데 필요한 서버 컴퓨터와 무선공유기에는 전기가 공급되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테스트 준비부터 시작해 1시간 정도 걸려 12명 학생들의 영어 실력 테스트가 마무리 되었어요.

학생들 자체의 실력 보다는 마을 주민들과 선생님들께서 테스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고서 틀린 답을 고르면 윽박지르기도 하고 답을 가르쳐주기도 하는 등 제대로 학생들의 실력을 파악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테스트가 된 것 같더군요.

기초 영어 능력 테스트의 목적은 이 곳 학교에 스마트빔과 영어 교육 콘텐츠가 담긴 태블릿 PC를 무상으로 제공해 학교 수업에 활용하도록 할 예정인데 현재 영어 실력을 먼저 테스트한 다음 향후 6개월 동안 영어 교육 콘텐츠로 교육한 뒤에 얼마나 영어 실력이 향상되는가를 비교 평가해 보기 위함이랍니다.


오전 11시 반경에 책상과 의자들을 학교 교실로 다시 옮긴 다음 학생들 전부와 마을 주민들을 교실에 모아놓고 보건 위생 교육을 실시했어요. 무글링에 있는 그린필드 학교에서 실시한 교육과 마찬가지로 손씻기와 양치질에 관한 영상물을 보여준 다음 마을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미리 준비해 간 비누와 치약 그리고 쿠키를 나눠주는 과정으로 진행되었어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려는 교육이었지만 마을 이장님께서 주민들까지 연락해 모이도록 한 터라 한 교실에 모두 모이도록 한 다음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여주면서 관심 집중을 하게 하고서 본격적으로 손씻기와 양치질을 하는 영상물을 이용해 보건 위생을 진행했답니다.

 


오후 12시 반경에 이 곳 구찌방 산골 마을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떠날 준비를 합니다.

당초 12시에 트럭을 예약해 놓았으나 30분 정도 일정이 늦어져 버렸네요.

트럭 운전 기사에게도 치약과 비누를 선물로 몇개 나눠드리니 고마와 하시더군요.

마을을 떠나려 할 때 이장님께서 맛있는 오렌지를 자그마한 상자에 가득 담아 주시더군요.

이 곳 마을과 주변이 기상 조건이 좋아서인지 오렌지가 달고 맛있기에 싸주시는 거 마다않고 받아 챙깁니다.

카트만두에 가서 학생들과 나눠먹으면 되니깐요.


 

구찌방 산간마을을 출발해 1시간 반 정도 꼬불 꼬불 산길을 따라 트럭을 타고 내려갑니다.

이번에는 조수석에 제가 앉아서 타고 내려가게 되었네요. 학교 여선생님 한 분이 함께 타고 내려가게 되었는데 조수석 좌석을 극구 양보를 하시는 바람에 제가 조수석에 타게 된거랍니다.


내려가는 도중에 운전기사는 걸어 내려가는 마을 사람들을 볼 때마다 트럭을 세워놓고 하나씩 둘씩 태우기 시작하더니 심지어 마을 주민이 몰고가던 염소 까지도 트럭 짐칸에 태웁니다.

나물 캐러 다녀오는 운전기사의 여동생도 타게 되었는데 차량이 워낙 흔들거리는 터라 그 여동생이 업고 있던 젖먹이 조카를 제가 조수석에서 포근히 안고서 내려가는 상황도 만들어 졌답니다.

 

 

아뭏든 한시간 반 정도 트럭을 타고 무사히 내려와서 30여분 대기하고 있는 지프 운전기사를 만났어요.

트럭에 실린 짐들을 지프로 옮겨 실은 다음 곧바로 카트만두를 향해 출발합니다.

카트만두까지는 4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되나 늦은 오후에는 카트만두 시내 교통 정체로 호텔까지 도착 시각을 장담할 수가 없거든요.

 


약 두시간 반 정도 이동하다 잠시 휴게소에 들립니다. 일행들은 음료수랑 짜요짜요(네팔의 뿌셔뿌셔)랑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동안 지프 운전기사는 차량 정비를 하는데... 

차량 정체가 심각해도 별로 내색을 안하던 운전기사였지만 이번에는 약간 심각한 표정임을 알 수가 있더군요.

냉각수가 지나가는 부위에 연결된 가느다란 호스가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꾸 빠지더군요. 

연결 부위를 고정시키는 부품이 망가져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랍니다.


결국 차량을 근처에 있는 허름한 정비센터로 이동시킵니다. 정비센터라 하나 별다른 수리 도구나 장비가 설치된 거 없이 스패너와 몸으로 정비를 하는 곳이더군요. 

역시나 호스 연결 부위를 고정시키는 부품이 없어 기존 호스의 연결 부위에 본드를 바르거나 철사로 묶는 정도가 고작이더군요. 그러나 시동을 거는 순간 다시 가해지는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빠져 버리기가 일쑤이더군요.

두 시간 가량 정비센터 직원인지 마을 친구들인지 모여들어 이 방법 저 방법 동원해 손보다가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결국 손들어 버리더군요. 할 수 없이 운전기사는 수리비만 몇백 루피 내고서 그냥 지프를 출발시킵니다. 냉각수가 조금 새더라도 카트만두까지 이동해서 전문 정비센터에 차량을 맡기려고 하더군요. 

카트만두로 가는 도중에 지프가 퍼질러 지면 그냥 그 곳에서 민박을 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랍니다.



지프는 카트만두에 도착할 때 까지 그럭 저럭 버텨주더군요. 카트만두 시내에서 퇴근 차량들로 인한 심한 정체가 있었지만 타멜에 있는 아리야타라 호텔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답니다.

4시간 정도면 도착할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차량 수리로 2시간 정도 허비하고 카트만두 시내 차량 정체와 겹치다 보니 7시간이나 걸려 호텔에 도착하게 된거랍니다.

더군다나 아리야타라 호텔의 객실이 만실이라 바로 옆에 있는 호텔 객실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 있도록 방을 잡아놨더군요. 객실 컨디션은 아리야타라 호텔보다 조금 낫다는 생각이 드는 호텔입니다.


가까운 곳에 있는 Fire and Ice 피자 레스토랑에서 늦은 저녁을 먹으며 1박 2일간의 험난했던 보건위생 교육 일정을 모두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