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Nepal)/카트만두 | 포카라

[네팔] 제10편 - 무글링을 떠나 첩첩 산중에 위치한 네그로조띠 학교에 도착하다

민지짱여행짱 2017. 3. 3. 22:25

2017년 1월 5일 목요일, 네팔 여행 8일차입니다.

 

  

무글링에 있는 그린필드 학교에서 보건위생 교육을 실시한 다음 약 15분 정도 이동해 산간오지 마을인 구찌방까지 가는 전용 트럭을 타는 곳에 도착했어요. 구찌방 마을에 있는 네그로조띠 라는 학교까지 갈거랍니다. 그린필드 학교와 마찬가지로 이미 네그로조띠 학교의 담당 선생님에게 연락을 취해 놓은 터라 아마도 우리 일행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 같네요.

 

이 곳에서 구찌방까지는 꼬불 꼬불 산길을 따라 1시간 반 정도 이동해야 하는데 낭떠러지 구간이 많은 터라 아주 위험하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나 차량을 몰고서 올라갈 수는 없고 전문적으로 운행하는 트럭이 별도로 있답니다. 

 

저 멀리 산중턱에 지그재그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오고 있는 자그마한 흰색의 트럭이 보였다 사라졌다 하네요. 저 트럭이 여기까지 내려오면 우리 일행들이 타고서 다시 올라갈 에정이랍니다. 저 트럭이 이 곳에 도착하려면 적어도 30분 정도 기다려야 할거 같네요. 

 

 

맞은 편 도로가에 세워진 자그마한 노천 카페(?)의 간이 테이블에 앉아 찌아를 인원수 대로 주문한다. 아주머니가 직접 장작불 위에 냄비를 올려놓고 가루 우유를 비롯한 몇가지 재료들을 넣어 만들어 주시는데 너무 맛나더군요. 아리야타라 호텔에서 티백에다 우유를 부어 주는 찌아와는 완전 비교 불가랍니다.

 

 

거의 오후 4시경이 되어서야 흰색의 트럭이 도착하더군요. 인원수 상관없이 편도 3,000루피(약 3만원 정도)라고 요금을 부르기에, 내일 오후에 이 곳까지 다시 내려오는 거 포함해서 왕복 요금으로 5,000루피에 가격을 흥정해 성사가 되었어요.

 

카트만두에서 타고온 지프 운전기사와는 내일 오후 2시경에 이 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트렁크에 실린 짐들만 내리고서 떠나 보낸다. 지프 운전기사는 방금 전에 들렀던 무글링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내일 오후에 이 곳에 돌아올거라 하네요.

 

트럭을 타고서 1시간 반 이상 울퉁 불통하고 꼬불 꼬불한 낭떠러지 산길을 이동해야 하는터라 위급할 때 뛰어내리기에 수월한 트럭 뒷편 짐칸에 세 명이 모두 모여 타고서 출발한다. 네그로조띠 학생들과 구찌방 마을 주민들에게 나눠줄 치약, 비누, 과자 등이 담긴 박스들이 움직이지 않도록 짐칸에다 먼저 잘 배치한 다음 빈 자리에 세 명이서 엉덩이를 깔고서 자리를 잡았어요. 사실 이 짐들이 움직이지 않도록 붙잡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모두들 짐칸에 탑승한 거랍니다. 

 

 

 

저는 처음으로 타지만 다른 직원들은 이미 몇 달 전에 이 트럭을 타본 적이 있답니다. 운전 기사의 운전 솜씨에 모든 걸 맡기고서 1시간 정도를 쉬지않고 꾸불 꾸불 산길을 이동하다 보니 현지인이 수확한 오렌지를 널어놓고 손질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 곳은 기후 조건이 좋아 오렌지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트럭 운전기사에서 잠시 멈춰달라 요청해 트럭에서 내려 하나 얻어먹어 보니 정말 달고 맛있다. 그냥 몇 개 얻어가도 될 정도의 분위기였지만 지갑에 있는 잔돈 300루피(약 3천원)를 건네니 스무 개 정도나 챙겨주네요. 주인도 이 곳에서 오렌지를 팔거라 생각을 못하셨는지 비닐 백이 없다. 할 수 없이 몇 개는 트럭을 타고 가면서 까먹기위해 별도로 챙기고, 나머지는 제가 메고 있는 백팩의 구석 구석 빈 공간에다 채워 담는다.

 

 

다시 트럭을 타고 출발해 꼬불 꼬불 산길을 따라 계속 달린다. 달린다기 보다는 천천히 이동하는 셈이예요. 도로가 울퉁 불퉁한 지라 짐칸 내에서 여기 저기로 밀려다니기 일쑤이고, 더군다나 고정되지 않은 짐 박스가 돌아다니지 못하게 손과 발로 붙잡고서 가야하는 터이지만 이런 상황을 고생이라 생각하지 않고 재미로 생각하니 오히려 무덤덤해 지더군요. 더군다나 방금 전에 산 맛있는 오렌지를 까먹으며 주변 풍경과 멀리 보이는 히말라야 설경에 빠져들다 보니 바로 옆 낭떠러지의 위험 조차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트럭을 타고 1시간 반 조금 넘게 산길을 올라 드디어 네그로조띠 학교가 있는 구찌방 산골 마을에 도착한다. 트럭이 도착하니 몇몇 마을 어린이들이 마중 아닌 마중을 나왔네요. 곧이어 선생님들과 마을 이장님도 우리를 반겨주신다.

 

 

 

일단 갖고 온 짐들을 트럭에서 내려 네그로조띠 학교 교무실에다 갖다놓는다.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을 만나 오늘은 늦게 도착한 관계로 내일 오전에 태블릿 PC를 이용한 학생들의 영어 능력 시험과 마을 주민들과 학생들 모두를 위한 보건위생 교육을 가지기로 합니다.

 

 

구찌방 마을에서의 해질 무렵은 정말 아름답더군요. 구름에 가려지지 않았다면 더 멋진 히말라야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됩니다. 내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 마을에서 바라 보이는 산봉우리에 올라 히말라야 설경을 감상하려 합니다.

 

 

낮에 염소를 몰고가서 풀을 뜯게 한 다음 저녁 해질 무렵에 데리고 오는 마을 주민들도 보인다. 염소들에게 줄 풀을 등에 그득하게 지고서 내려오는 아낙들도 보이구요. 전형적인 산골 마을 모습이다. 네팔에서는 남자들 보다 여자들이 더 힘들게 일하고 무거운 걸 이고 지는 거 같아 안쓰럽더군요.

 

 

오늘 밤에 우리가 묵을 곳은 학교 선생님 댁이랍니다. 생필품을 파는 가게를 함께 운영하고 계시더군요. 작은 골방에 마련된 부엌에서는 우리를 위해 음식을 장만하려는 지 생닭을 잡아 털을 벗기고서 숯불에다 굽고 있다. 이런 일 조차도 선생님의 모친이 하시고, 부친은 곰방대를 붙잡고서 그 옆에 앉아 담배만 피워대시더군요.

 

 

숙박도 무료인데다가 저녁 식사와 내일 아침 식사까지 제공할거라 하기에 뭔가 보답을 해야 할것 같은데 돈을 드리려 해도 안받으실 거 같아 대신에 가게에 있는 술을 팔아드리기로 한다. 가격은 얼마인지 물어보지도 않고서 맥주와 자그마한 보드카를 주문했어요. 술 주문에 대한 서비스로 제공되는 건지 맛있게 튀긴 팝콘을 내놓으시네요.

 

 

잠시 후 구운 닭고기 요리가 접시에 담겨 나온다. 한마리 통째로 우리에게 대접하는 거 아니구요 술 안주가 될 만큼 한접시만 내놓는 거예요. 나머지 닭고기는 가족들과 우리가 함께 먹을 달밧 요리에 쓰일 거랍니다. 우리는 미리 준비해 간 컵라면을 하나씩 챙긴 후에 여분을 선생님에께 드린다. 어린 딸내미가 맛있게 아빠가 주는 컵라면을 받아 먹더군요. 생김새도 귀엽지만 컵라면 먹는 모습 또한 앙증맞기만 합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마을 어른들 몇 명이 자녀들과 함께 이장님 댁에 찾아오시더군요. 늘상 이렇게 모이는 건지 아니면 오늘따라 외국인들 왔다고 구경차 모여드는 건지 알 수는 없다. 우리는 준비해 온 스마트빔과 태블릿 PC를 연결해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관람하게 해 드린다. 스크린이 따로 없는 터라 나무 벽면을 향해 영상을 비추는데 그럭 저럭 볼만하네요.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동안에 이장님 댁에서 정성스레 준비한 달밧을 내어 온다. 그리 풍성하게 차린 것은 아니지만 네팔에서 먹은 달밧 중에서 가장 맛난 달밧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맛있기에 깔끔하게 그릇을 비운다. 한국 사람들이 매운거 좋아하는 걸 아시는지 네팔의 매운 고추를 몇 개 갖다주시던데 정말 맵기가 강하더군요. 새끼 손가락 보다 훨씬 작은 크기였지만 혀 끝이 아릴 정도로 강도가 센 편이라 매운 것을 좋아하는 나 역시 하나 이상을 먹기 어려울 정도이더군요. 

 

 

저녁 식사를 마칠 즈음에 마을 사람 한 분이 럭시(한국의 소주 비슷한 네팔 로컬 담금주)를 좋아하느냐고 하기에 내가 아주 좋아한다 했더니 집에 가서 럭시를 한 통 들고 오시네요. 다시금 마을 주민들의 후한 인심을 느끼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걸 다 마셨다가는 내일 아침에 못 일어날게 뻔하므로 맥주 잔에 한잔 씩만 받아서 마십니다. 지금까지 마셔 본 네팔 서민들의 술인 뚱바나 창과 마찬가지로 럭시도 저랑 코드가 맞는지 풍미가 느껴지더군요. 럭시는 한국의 소주와 비슷하고, 창은 막걸리 그리고 뚱바는 정종 맛이라 생각하면 된다. 맘 같아서는 갖고 온 럭시를 통째로 마시고 싶었지만 그래도 내일 일정을 생각해서 일행들의 맥주잔에 반 쯤 마시고 남긴 럭시를 제가 마저 비우는 걸로 마무리 했답니다.

 

 

밤이 깊어지자 날이 쌀쌀해진다. 야외에서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던 어린이들도 추운데다가 졸리는지라 부모님을 보채 집으로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간다. 이 곳은 해가 지면 적막강산으로 변하는 산간오지여서 잠을 자는 것 외에는 더 이상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이제 우리도 이장님댁에서 마련해 준 속소에 들어갈 시간이 된거다. 이장님댁 창고에 마련된 두 개의 침대에서 세 명이 잠을 청하게 되었는데 난방 시설은 전혀 없답니다. 새벽에는 많이 추울것이라 생각하고 미리 준비해 온 핫팩을 등과 배에 하나씩 붙였으며, 뜨거운 물을 부탁해 이를 담은 날진 물통을 껴안고 잠을 청합니다. 비록 침실을 창고용으로 사용하는 건지 창고에 손님용 침대를 갖다놓은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산간오지에서 이런 훌륭한 잠자리를 무료로 제공받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