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Bolivia)

[볼리비아] 제5편 - 소금사막이 있는 우유니로 가는 도중 오루로에서 길을 잃다

민지짱여행짱 2021. 3. 12. 16:33

2009년 12월 29일 화요일, 남미 가족여행 13일차입니다.

 

오늘은 이 곳 라파즈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 소금 사막이 있는 우유니(Uyuni)까지 갈 예정이다. 이번 남미 여행에 있어 페루는 마추픽추를 구경하는 게 핵심이었고, 볼리비아는 바로 우유니 소금사막을 구경하는 게 핵심이거든요. 우유니 소금 사막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이 곳 라파즈로 돌아올 예정이라 라파즈 시내 구경은 그 때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기로 한 거랍니다.

 

[우리 가족이 1박을 한 라파즈의 엘도라도 호텔 룸에서 창 밖을 바라 본 모습이예요]

 

아침 8시경 호텔 2층 레스토랑에 내려가 빵과 에그 스크램블, 쥬스와 과일로 소박한 아침 식사를 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호텔 예약시에 어른 2명만 묵는 것으로 되어 있어 아빠 엄마는 아침 식사가 무료이고 저는 별도로 25.5볼(3천 6백원 정도)을 내야한다고 한다. 아빠가 호텔 예약시에 어린이 인원 수 선택하는 항목이 없었던 터라 그렇다고 해서 나를 성인으로 해서 3명으로 예약할 수도 없어 결국 어른 두 명을 입력해 예약을 했던 거라네요.

아빠가 직원을 불러 어제 초저녁에 정전으로 인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해 상당히 불편했고, 호텔 객실에서 인터넷 사용이 안되어 몇 번이나 객실에서 로비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문제 해결해 달라고 했는데도 끝내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했다 하면서 컴플레인을 하려고 매니저를 불러달라고 하자 제 아침 식사도 공짜가 되었어요.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자 마자 짐들을 챙겨 오전 9시에 체크 아웃을 합니다. 우유니까지 가는 버스가 몇 시에 출발하는 지를 몰라 조금이라도 빨리 호텔을 나선 거예요. 호텔 입구에는 공사를 하고 있어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택시를 잡아 탑니다. 20여분 걸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택시비로 10볼을 지불했어요.

 

[호텔 엘도라도 입구에는 공사를 하고 있어서 50미터 정도 떨어진 광장 근처에서 택시를 탑니다]
[라파즈의 시외 버스터미널 모습입니다]

 

아빠는 버스 터미널 입구에 있는 환전소에 들러 200달러를 환전을 하셨어요. 환전율은 1달러에 7.05볼이다. 라파즈에서 우유니까지 바로 가는 버스 티켓을 구입하려 했는데 안타깝게도 오전 시간 대에는 운행 버스가 없다. 장거리 노선인지라 모든 버스 회사에서 저녁 9시에 출발해 다음날 새벽 6시경에 도착하는 야간 버스만 운행하고 있다. 호텔에서 체크 아웃도 했고 캐리어를 비롯한 여행 짐들을 들고 시내 구경을 할 수도 없기에 할 수 없이 오전 10시에 라파즈에서 오루로(Oruro)까지 가는 세미까마 버스 티켓을 구입하기로 한다. 버스 요금은 1인당 30볼이다. 우유니까지 가는 도로 사정이 썩 좋지않다 하기에 일단 오루로에 도착하면 기차를 타고서 우유니까지 갈 계획을 세운다. 

 

[라파즈에서 우유니로 가는 버스는 야간 버스 밖에 없다네요]
[11번 창구에서 오루로까지 가는 버스 티켓을 구입합니다]
[라파즈에서 오루로까지 가는 버스 티켓입니다. 2층 버스의 2층 좌석(세미까마)으로 요금은 1인당 30볼이다]

 

버스 탑승 전에 터미널 내에 있는 가게에서 물과 과자류를 구입한다. 장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심심 풀이용으로 간식이 필요한거지요. 오전 10시가 거의 다 되어 버스를 타려고 개찰구로 가니 직원이 터미널 이용료(1인당 2볼)를 내야 된다고 한다.  페루나 볼리비아에서 버스 터미널 이용시에는 터미널 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거 항상 염두에 둬야 겠어요.

 

[매점에서 물과 과자류를 구입하고 있다]
[개찰구에서 노란색 유니폼의 직원이 버스 터미널 이용료를 납부하고 오라고 하더군요]
[이 곳 창구는 버스 터미널 가운데에 있으며 터미널 이용료 납부하는 곳이다]
[1인당 2볼의 터미널 이용료를 내면 영수증을 주는데 개찰구에서 버스 티켓과 함께 보여줘야 한다]

 

오전 10시 정시에 라파즈 버스터미널을 출발한 오루로행 버스는 라파즈를 둘러싸고 있는 산을 넘어 복잡한 교통 체증을 뚫고서 라파즈 국제공항 근처에 도착하자 여기서 손님들을 추가로 태운다. 공항 근처에서 숙박하는 여행객들은 시내에 있는 버스 터미널까지 갈 필요없이 이 곳에서 버스를 타면 되는 거다. 어제 라파즈에 도착할 때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라파즈 시내보다도 라파즈 근교의 교통 체증이 더욱 심각한 거 같다.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우리 가족을 태운 버스는 어느 정도 속도를 낼 수 있는 상황이 되더군요.

 

[우리 가족을 태운 버스가 라파즈 시내를 벗어나고 있다]
[시원한 전망을 기대하고 예약한 2층 버스의 2층 맨 앞 좌석인데 금이 간 유리창이 섬뜩하다]
[금방이라도 깨질 듯 금이 간 유리창을 커텐으로 가리니 조금은 안심이 되네요. ㅎㅎ]
[라파즈 시내를 벗어나는 지점에 통행료를 내는 곳이 있다]
[버스 터미널 매점에서 산 립스틱형 사탕을 먹고 있다]
[하이웨이를 타고서 오루로로 가고 있는 중이다]
[12시경이 되자 샌드위치를 파는 아주머니께서 돌아다니시며 승객들에게 팔더군요] 
[라파즈를 떠난 지 4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오루로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루로에 진입하는 톨게이트이다]
[오루로에 들어서자 멋진 조형물들이 보인다]
[오루로 버스 터미널 입구입니다. 도착하는 버스들이 손님들을 내려주고 있다]
[2층으로 된 오루로의 버스 터미널입니다. 뒤에 있는 높은 건물은 아니예요] 

 

오전 10시에 우리 가족을 태우고서 라파즈를 출발한 버스는 거의 4시간이 걸린 오후 2시에 오루로 버스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자 마자 가족들 모두 화장실로 달려갑니다. 버스 내에 화장실이 있기는 한데 문이 잠겨있어 이동 내내 사용을 못했거든요. 버스 터미널 내의 화장실은 유료라서 1인당 1볼씩 내야 하더군요.

라파즈에서 조회해 본 정보에 의하면 오후 3시 30분에 오루로를 출발해 우유니로 가는 기차가 있는데 이 기차를 타게되면 당초 예정대로 오늘 우유니(Uyuni)까지 갈 수가 있는 상황이다. 우유니로 가는 여행객들이 많은 편인 데다가 년말이라 이 기차표를 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버스 터미널 입구에서 택시를 타고서 오루로 기차역으로 이동한다. 택시를 타기 전에 요금을 물었는데 역시나 10볼이더군요. 

기차역에 도착하자 마자 티켓팅 부스로 가서 우유니로 가는 기차표가 있는지를 물어봤는데 만석이라 표가 없다는 허탈한 대답만 돌아온다. 행여나 예약을 취소하는 사람이 있어 기차표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매표소 직원에게 일단 눈도장을 찍어놓은 다음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기다려 보기로 한다. 우리 가족보다 앞서 도착해 표를 구하려는 외국인이 2명인데 물어보니 각각 한 장과  두 장의 기차표를 필요로 한다네요. 우리 가족은 석 장이 필요한 터라 최소한 여섯 장의 취소 티켓이 생겨야 하는데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우리 가족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두어 명의 외국인도 우리 가족 다음 순번으로 취소 티켓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구요.

 

[오루로에서 우유니로 가는 기차는 오후 3시 30분에 출발하여 밤 10시 20분에 도착한다]
[기차표를 파는 창구입니다. 의자에 앉아서 석 장의 예약 취소 기차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런 변동 상황없이 30여분이 흘러가 어느듯 기차 출발 시각이 다가오고 있다. 이 때 취소 티켓 한 장이 생겼는지 매표소 직원이 가장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던 외국인에게 손짓을 한다. 잠시 후에 두 장의 티켓을 기다리던 외국인에게도 손짓을 하더니 기차표를 발권해 주네요. 기차 출발 시각이 다가오자 예약 취소가 밀려드는 모양이다. 다음은 우리 가족 차례인지라 석 장의 기차표가 생기길 초조하게 기다립니다. 오후 3시 30분이 다가오고 열차는 당장이라도 떠날 듯한 기세를 보이는 상황이라 포기하려는 데 매표소 직원이 우리 가족에게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다. 지금까지 거의 1시간이나 기다린 보람이 생겨나는 순간이다. 

아빠가 직원에게 우리 가족 세 명의 여권을 건네 주니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면서 한 장만 가능하다고 한다. 이거 3인 가족 중에서 누구 한 사람만 타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안타깝기만 하다. 기차가 금방이라도 떠날 상황인지라 두 장의 취소 티켓을 확보하기에는 무리인 것 같아 우리 가족 순번 다음으로 기다리던 외국인 여자 한 명에게 표를 양보하기로 한다.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던 외국인이 아주 기뻐하며 우리 가족에게 고맙다 인사하고는 발권한 기차표를 챙겨들고 막 출발하려는 기차를 향해 뛰어간다.

오후 3시 30분에 기적을 울리며 떠나는 우유니행 기차를 부러운 듯이 바라보며 아쉬움을 가득 안고서 발길을 돌린다. 오후 3시 40분경에 기차역 앞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서 버스 터미널로 되돌아 간다. 오늘 밤 시간에 출발하는 우유니행 버스 티켓이라도 구입해야 하거든요.

다시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우유니까지 운행하는 버스 티켓 부스들 중 하나를 찾아갔는데 다행히도 밤 8시에 출발하는 일반 등급의 버스가 있다. 좌석은 여유가 있는 상황이구요. 아빠는 오루로에서 우유니까지 가는 길은 거의 비포장 도로라서 가급적 좋은 등급의 버스를 타는게 좋을 것 같다면서 우유니행 버스 티켓을 파는 다른 부스도 찾아가 보자고 하신다. 좌석이 편안하고 좋은 부스 까마 등급의 버스 티켓을 파는 곳이 한 군데 있기에 물어보니 오늘 저녁에 출발하는 버스는 이미 매진되었다고 한다. 어쩔 수가 없는지라 방금 전에 들렀던 일반 등급의 버스 티켓이라도 구입하려고 돌아갔으나 그 사이에 남은 표들이 모두 팔려나가고 1장만 남아 있다고 한다. 이런 낭패가 있나? 저랑 엄마는 1층 가운데에 있는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사이 아빠는 2층 부스들을 모두 찾아다니며 오늘 밤에 우유니로 가는 버스가 더 있는지 알아보러 다니셨지만, 아쉽게도 오늘 저녁에 출발하는 우유니행 버스는 일반 등급 한 대랑 부스 까마 등급 한 대랑 이렇게 두 대 뿐이라고 한다. 그것도 모두 만석인 상황이구요.

 

기차표도 구하지 못했고 버스 티켓도 구하지 못한 터라 이 곳 오루로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내일 저녁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우유니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루로에서 우유니까지 가는 버스는 야간 버스 뿐이기 때문이지요. 이 때 아빠는 어차피 내일 저녁에 우유니로 가는 버스를 탈 거라면 아까 기차역에서 본 열차 시각표에 내일 저녁 7시에 떠나는 기차가 있으니 그 기차를 타고 가자고 한다. 

다시 기차표를 구입하러 버스 터미널 앞에서 택시를 타고 기차역으로 이동한다. 아빠가 택시비를 깎아서 8볼에 타고 갔어요. 밖에는 가랑비가 부슬 부슬 내리고 있다. 오후 4시 반경에 기차역에 도착해 엄마랑 나는 기차역 입구에 있는 벤치에서 비를 피하며 기다리는 사이 아빠 혼자 내일 저녁 7시에 출발하는 와라 와라(Wara Wara) 등급 기차표를 사러 창구로 갑니다. 

잠시 후에 아빠가 내일 저녁 7시 기차도 만석이라 하더라며 허탈한 표정으로 나오신다. 년말이다 보니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기차표 구하는 게 힘든 상황인거 같다. 아까 이 곳에 왔을 때 내일 출발하는 기차표가 있나 알아보고 예약을 할 걸 그랬다 하시지만 당연히 오늘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 있을거라 생각한 터라 버스 터미널로 가는 게 맞는 거다. 

 

어.... 근데..... 허걱!!

 

엄마가 등에 계속 메고 다니셨던 백팩이 안보인다. 버스 터미널과 기차역을 택시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어딘가에서 사라진 모양이다. 엄마는 방금 전에 택시에서 내릴 때 부슬 부슬 내리는 비를 피해 급히 기차역으로 들어가려고 택시에다 백팩을 두고 내린거 같다 하시네요. 그런데 내가 엄마랑 택시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타고 왔으며 엄마가 먼저 내리고 내가 뒤따라 내린 터라 백팩을 보질 못했다고 했더니 엄마는 그러면 버스 터미널에 두고 왔는가 하며 기억을 더듬어 가신다. 만약, 백팩을 택시에 두고 내렸다면 찾을 길이 막막할 것 같다. 버스 터미널의 의자에다 놔두고 왔다면 그대로 있거나 아니면 누군가 가져가 버렸거나 둘 중의 한가지 상황일거다. 

어차피 내일 우유니로 가는 버스 티켓을 구입하려면 지금 버스 터미널로 갈 수 밖에 없으므로 급히 빗 속에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버스 터미널로 다시 이동한다. 여전히 엄마는 백팩을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가물가물 한 상황이다. 택시를 타고 다시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자 마자 엄마랑 나는 버스 터미널로 뛰어 들어간다. 아까 아빠가 우유니행 버스 티켓을 구하러 2층 부스들을 돌아다니실 때 나랑 엄마가 앉아서 기다리던 의자가 가장 유력한 장소일거라 생각한거다. 아빠는 택시에서 여행 짐들을 챙겨 내려야 하고 택시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관계로 가방 찾기에는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걸 어쩌나? 나랑 엄마가 나란히 앉아있던 의자 위를 쳐다봐도 백팩이 안보인다. 엄마가 백팩을 의자 위에다 올려놓고 계셨거든요. 그런데 의자 하단 구석에 분홍색의 엄마 백팩이 보이는게 아니겠어요? 아까 나랑 엄마가 나란히 앉아 있던 길다란 의자 옆에는 두 명의 아주머니가 큰 비닐 봉지에 빵을 담아놓고 팔고 계셨는데 엄마가 백팩을 그대로 놔둔 채 기차역으로 갔을 때 행여 다른 사람이 가져가 버릴까봐 의자 밑에다 챙겨놓고서 보관하고 계셨던 거예요. 엄마는 그 동안 계속 백팩을 매고 다니셨는데 아빠가 2층에 있는 부스들을 둘러보는 사이에 백팩을 벗어 놓게 된거고 기차역으로 갈 때 깜빡하고 다른 짐들만 챙겨서 떠나게 된 것이랍니다. 우리 가족이 기차역까지 갔다가 다시 버스 터미널까지 돌아오기 까지 30분 정도 걸렸는데 그 때까지 아주머니들이 자리를 지키고 계셨던 셈이다. 빵 파시는 아주머니가 사례비를 달라는 듯이 엄마에게 장난스레 손을 내미셨지만 나랑 엄마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어요. 조금 전에 택시로 이동 중에 아빠가 택시비 계산한다고 엄마 호주머니에 든 잔돈과 소액권 지폐를 달라고 해서 모두 아빠에게 드린 터라 엄마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는 거다. 나 역시 호주머니엔 돈이 한 푼도 없었구요. 무엇보다도 택시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 놓고 기다리고 있을 아빠에게 백팩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하러 아빠가 기다리는 곳으로 얼른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나랑 엄마는 그저 고맙다는 인사만 전하고는 백팩을 챙겨 들고 자리를 떠난다. 아뭏든 엄마의 백팩을 찾게 되어 다행이다. 그 속에는 내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와 엄마의 선글라스 등이 들어있거든요. 아빠를 만나 상황을 전달하자 아빠는 그 분들에게 자그마한 사례나 하자면서 버스 터미널에 다시 들어가자 하지만 엄마가 다시 그 분들을 만나는 게 조금 민망하다 하시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네요. ㅎㅎ 

아빠도 택시 요금 계산시 발생한 상황을 얘기하신다. 택시비로 8볼을 내야 하는데 엄마에게 받은 잔돈이랑 아빠 호주머니에 든 잔돈을 모아보니 5.7볼 밖에 안된더라네요. 그래서 20볼짜리 지폐를 내니 택시 기사가 거스름돈이 없다고 하시면서 결국 아빠가 가진 5.7볼만 받아 가셨다고 하네요. 

 

버스 터미널 밖에서 저랑 엄마랑 한숨을 돌리며 기다리는 동안 아빠는 혼자 버스 터미널로 들어가셔서 내일 저녁 9시에 출발하는 부스 까마 등급의 우유니행 버스 티켓을 석 장 끊어오신다. 버스 티켓 요금은 한 장에 43볼씩이라네요. 내일 버스 좌석도 몇 석이 안남아 있더라는 말도 덧붙이신다.

 

오늘은 이 곳 오루로에서 예정에도 없는 1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졌어요. 오루로에서의 호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데다가 내일 저녁 9시에 출발하는 야간 버스를 타게 될 거라 가급적 이 곳 버스 터미널 근처에 있는 호텔들 중에서 하나를 잡기로 한다. 당연히 호텔 선택권은 엄마에게 있는 터라 아빠는 버스 터미널 앞에서 짐들을 지키며 기다리시고, 엄마랑 나는 버스 터미널 앞에 붙어있는 몇 개의 호텔들을 둘러본 다음 가장 깔끔하고 가격 저렴한 키스와라 호텔(Hotel Kiswara)에 묵기로 결정한다. 싱글 베드와 더블 베드가 각각 하나씩 들어있는 방을 1박에 180볼(약 2만 6천원)을 주기로 하구요. 키스하러 와라? 호텔 이름이 좀 야릇하네요. ㅎㅎ 

 

[버스 터미널 입구에서 바라 본 호텔 키스와라 모습입니다. 왼쪽 건물이랍니다] 

 

키스와라 호텔에 체크인 하고 나니 거의 오후 6시가 다 되었더군요. 별로 소득도 없이 버스 터미널과 기차역을 왔다 갔다 하느라 시간이 이렇게 흘러간 거랍니다. 무거운 가방 2개를 객실까지 들어다 준 어린 벨보이에게 아빠가 5볼을 팁으로 드린다. 가족 모두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한 후 저녁 7시경에 저녁 식사를 하러 나선다. 라파즈에서 이 곳 오루로까지 이동하는 동안에 점심도 먹지 못한데다가 엄마의 백팩 때문에 곤욕을 치룬 터라 허기가 많이 진 상황이거든요. 그 사이에 밖에는 먹구름과 함께 천둥 번개가 치고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다. 굶주린 배를 채워야 하기에 호텔 직원에게 가까운 곳에 있는 좋은 레스토랑을 소개해 달라고 하니 호텔 바로 근처에 있는 El Fogon 이라는 레스토랑을 추천하더군요. 직원 말로는 고급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레스토랑 Fogon에 도착해 메뉴판을 보고 있어요]
[먼저 음료수와 맥주를 시켰어요]

 

아빠는 50볼 짜리 양 다리(Lamb Leg), 저는 50볼 짜리 비프 스테이크(Beef Steak) 그리고 엄마는 고기는 안 땡긴다면서 40볼짜리 트루차(Rainbow Trouts)를 주문합니다. 음료수랑 맥주랑 엄마가 드신 커피랑 해서 식사비는 모두 164볼(2만 4천원 정도)이 나왔어요.

 

[제가 주문한 비프 스테이크입니다]
[아빠가 주문한 양 다리입니다]
[엄마가 주문한 트루차입니다. 코파카바나에서 먹었던 송어 요리인데 조금 다른 스타일이네요]
[점심을 거르고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 터라 정말 맛있더군요]

 

El Fogon에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서는 바로 호텔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버스 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호텔이라 그런지 터미널 앞에는 심야 버스들의 경적 소리로 인해 조금 시끄러운 편이었지만 가족들 모두 지친 하루를 보낸 터라 금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답니다.   

 

[호텔 키스와라의 객실에서 바라 본 오루로 버스 터미널 야경입니다]

 

[볼리비아] 제6편 - 오루로 시내를 구경하고 극장에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다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