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견을 나가 정착하기 까지 해야 하는 일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일의 순서에 상관없이 열거한 것이므로 참고만 하세요)
1. 아파트 구하기
2. 유틸리티(전기, 수도, 가스)와 전화, TV, 인터넷 등 가입
3. 자동차 구입 및 자동차 보험 가입
4. 운전면허 취득 및 자동차 등록
5. 자녀 학교 입학
6. 현지 대학교 인터네셔널 오피스에 가서 신고하고 오리엔테이션 받기
7. 현지 초청 교수 만나서 인사하고 연구 환경 지원받기
8. 은행계좌개설
9. SSN(Social Security Number) 신청 (J1 비자 소유자만)
10. 각종 살림살이 장만
이런 정도의 일이 끝나면 어느 정도 정착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마 가족이 처음 미국에 나가게 되면 처음 한 달 동안은 정신없이 이런 일들을 하느라 보내게 될 것이다. 상기 리스트에서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아파트 내에 살림살이 들을 하나씩 장만해 나가는 일이다. 돈이 많다면 살림살이를 전부 새 걸로 장만해 넣으면 되겠지만 1년 살고 난 뒤에 처분을 하고 귀국해야 하는 터라 대부분 중고 물품을 하나씩 구입하게 된다. 물론 일부는 새 걸로 장만하겠지만...
2004년도에 미국 조지아텍에 처음 교환 교수로 나갔을 때에 한국에서 미리 가계약을 해 놓은 아파트(학군이 좋아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아파트)에 들어갔지만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아파트 내에서 처음 몇 일을 보내던 기억이 아련하다.
미국은 아파트에 주방과 화장실에만 기본적으로 전등이 갖추어져 있고 거실이나 안방, 작은방 등에는 전등이 없다. 우선 근처 월마트 같은데 가서 스탠드 한두 개 사서 거실이나 안방에 세워야 한다. 이때 스탠드 케이스(박스)는 버리지 말자. 식탁을 구입하거나 자그마한 판을 장만할 때 까지는 식탁으로 요긴하게 쓰인다. 박스가 길쭉한 편이라 두 개를 붙여 놓아야 쓸모가 있다.
한인 마트에 가서 쌀을 사다가 한국에서 챙겨간 압력 냄비로 밥을 해서 갖고 간 밑반찬(멸치볶음, 김치, 김 등)으로 몇 일 동안 식사를 하는 경험부터 시작하게 된다. 이후 한인 마트에 가서 자그마한 판을 사다 밥상으로 사용하면서 부터 조금 형편이 나아지기 시작한다. 무빙 세일이나 거라지 세일에서 자그마한 중고 식탁을 사다 집에 갖다 놓으면 밥상으로 사용하던 판은 딸내미 공부하는 책상이나 노트북을 올려놓는 테이블로 전환된다.
처음 몇 일은 거실이나 안방 카페트 위에다 한국에서 갖고 간 전기 담요를 깔고 얇은 이불을 덮고 잠을 자게 되는데 시차 적응 때문에 낮에도 수시로 잠을 자게 된다. ㅎㅎ
유학생회 게시판을 통해 침대 매트나 프레임을 무빙 세일하는 거 보고 조건이 맞아 사다놓으면 그제서야 잠도 편하게 잘 수 있게 된다. 부피가 크기 때문에 트럭을 빌려서 침대 프레임이나 매트를 실어오기도 하고, 매트만 구입하는 경우에는 승용차 지붕에다 밧줄로 묶어 운전해 오기도 한다.
침대와 식탁이 갖추어 지고 소파도 하나 들여놓으면(본인은 중고 침대 사면서 소파는 공짜로 받음) 제법 살림살이가 갖추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에다 중고 TV를 하나 구입하면 살아가는 데 큰 무리가 없는 환경이 갖추어진다. 본인은 무식하게 한국에서 TV 튜너가 내장된 17인치 LCD 모니터를 들고 가서 TV로 사용한거다.
살림살이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전등, 식탁, 침대, 소파, TV를 갖추면 일단은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 이후 세탁기(아파트에 코인 세탁이 가능하므로 급하게 살 필요는 없는 것 같다)랑 주방 용품들, 욕실 용품 등을 하나씩 갖추어 나가면 살림살이 장만은 무난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2004년도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그런 시나리오를 생각해 왔었는데...
2009년 6월 1일,
플로리다대학교에 파견 중이신 타 대학교 교수님 한 분과 몇 번 메일을 주고 받은 적이 있다. 이번 7월에 귀국하게 되므로 자신이 그 동안 물려받은 살림살이와 별도로 구입한 살림살이 들을 일괄 인수 받을 건지 의향을 물어온다. 세탁기, 건조기, 소파, TV, 프린터, 압력밥솥, 식탁, 의자, 침대, 욕실용품 등 없는게 없다.
집사람과 상의 끝에 제시한 가격에 모든 살림살이들을 인수받기로 하고 전화 통화로 컨펌을 전달한다. 어차피 그 교수님이 현재 사시는 아파트(Huntington Lakes Apartment)를 고려하고 있었고, 살림살이가 잘 갖추어진 집으로 현지에서도 소문이 나 있다고 하는 터라 이번에 인수 받아 깨끗이 사용하고서 나중에 우리 가족이 귀국할 때에는 또 다른 좋은 분에게 적정 금액으로
넘겨드리는 식으로 되물림 하면 좋을거라는 생각에 흔쾌히 인수를 결정한 것이다.
집사람은 처음 미국 생활을 할 때의 악몽(?)을 다시 겪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흐뭇해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