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5일 금요일,
새벽 1시에 인도네시아의 온라인 쇼핑몰인 토코피디아(Tokopedia) 사이트에서 썬데이 골프백을 하나 주문했어요. 여기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처럼 온라인 쇼핑 및 배송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판매자가 이 곳 반둥에 있는데다가 가격이 얼마되지 않아 실패하는 셈 치고 한번 주문을 해 본 거랍니다.
제품 자체 가격은 25만 루피아 이지만 빠른 배송 옵션을 선택하니 배송비 포함 총액 295,000루피아 이더군요.
아쉽게도 이 곳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한국의 신용카드 결제시스템과 연동이 잘 안되는지 결제 단계에서 매번 실패를 하더군요. 포기할까 하다가 결제 방법에 편의점 송금이라는 게 있기에 아파트 입구에 있는 체인 편의점인 인도마렛(Indomaret)을 선택하고서 주문을 완료합니다.
오전 10시경에 아파트 입구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스마트폰 화면에 있는 트랜잭션 코드를 보여주니 거기에 적혀있는 코드를 이용해 이체를 하더군요. 이체 직전에 단말기 상에 뜨는 제 이름을 말하면서 본인과 금액이 맞나 확인까지 하니 신뢰가 가더군요. 제가 이체해야 할 금액인 295,000루피아에다가 편의점에서의 이체 대행 수수료로 2,500루피아(한화 200원 정도)를 지불하고 영수증을 받습니다. 신용카드 없이도 이렇게 편리하고 저렴하게 대금 결제하는 방법이 있어 좋네요. 편의점 이체 후 몇 분 지나지 않아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물품 대금이 입금되었다는 알림을 받았어요.
편의점에 들어서기 전에 생수 배달 트럭이 도착해 1갤론 짜리 생수통들을 내려놓는 것을 본 터라 생수 한 통도 주문했어요. 수돗물은 밥 지을 때나 요리할 때 직접 사용하기 어려운 터라 그 동안 패트병에 든 생수를 사다가 사용했는데 이렇게 1갤론짜리 생수를 사용하면 당분간은 걱정없이 지낼 수가 있을 것 같네요.
집에 빈 생수통이 있는 경우에는 물값 16,200루피아(한화 1500원 정도)만 내면 되지만, 이번에 처음 주문하는 터라 빈 생수통 가격인 35,000루피아 까지 포함해서 지불합니다. 여직원 한 명이 카트 바구니에 생수통을 하나 담아 끌고서 집에 까지 직접 배달을 해주더군요. 배달료는 없다고 하지만 바쁜 직원에게 민폐를 끼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방금 전 거스름 돈으로 받은 1만 5천 루피아를 팁으로 드리니 처음엔 안받으려고 손사레를 계속 치다가 결국 고맙다고 하고 받아가네요.
1갤론짜리 생수통 마개를 떼어내고 엊그제 구입한 펌퍼를 꽂아 펌프질을 시작하니 물이 쪼르르 나오네요.
생수의 퀄리티를 아직 모르는 터라 빈 페트병 두어 개에 자주 물을 옮겨 담아 주방 용도로만 사용하고, 식수용은 당분간은 마트에서 파는 패트병 생수를 사다가 마시려고 합니다.
오후 일찍 집을 나서 비버리 다고 아파트 1층에 있는 빨래방에 빨래를 맡깁니다. 이 번이 두 번째 맡기는 건데 너무 깔끔하게 잘 해주더군요. 이 번에도 5키로가 조금 안되던데 집사람이 5키로를 채우겠다고 집에가서 화장실에 걸린 수건 몇 장을 더 챙겨와 빨래를 맡겼네요. 여기와서 저는 우버 차량이나 다른 서비스에 팁을 남발하고 있는데 정작 집사람은 참으로 알뜰하게 사는 것 같아보여 약간 숙연함이 밀려오네요. ㅎㅎ
요금은 세탁, 건조 및 다림질까지 해서 5만 루피아이고 내일 오후에 찾으러 오랍니다.
아파트에서 10분 정도 천천히 걸어 다고 부티크 아파트 옆 맥도날드 앞에서 앙콧을 탑니다.
오늘은 다고 헤리티지 골프장까지 앙콧을 타고 이동하는 방법을 찾아보려는 건데 샛길로 빠지는 도로가 없는 터라 큰 걱정은 안되더군요. 이거다 싶은 앙콧 하나를 잡아탔는데 아쉽게도 원하는 곳까지 가는 앙콧이 아니라 중간 정도에서 종점인 앙콧이었어요. 다시 그 곳에 도착해 계속 가려는 앙콧을 잡아타고 다고 헤리티지 골프장 근처에 있는 종점에서 내렸어요. 앞으로는 맥도날드 입구에서 이 행선지가 적힌 앙콧을 타면 바로 이 곳 종점까지 오게 될거라서 잘 기억해 놓기로 합니다.
앙콧 종점에서 약 3분 정도 천천히 걸어가면 다고 헤리티지 골프장이 나옵니다.
지난 주에는 토요일이었던 터라 마케팅 오피스에 직원이 없어 연간 회원권과 락커 렌탈 상담을 받질 못한터라 평일인 오늘 다시 찾아오게 된거예요.
1년간 유효한 연간 회원권은 세금 포함 21,670,000 루피아(한화 1백 8십만원 정도)를 내야하고, 매 라운딩마다 카트비와 캐디피로 약 25,000원 상당을 별도로 내야 하더군요. 1년에 50번 정도 라운딩 한다고 가정해 보니 회원권 가격 포함해서 1인당 총액 3백 만원 조금 넘게 드는 셈이네요.
연간 회원권없이 해피 먼데이 프로모션이 있는 매주 월요일에만 50번 라운딩하는 경우와 비교해 보면 한 번에 55만 루피아(그린피, 카트비 및 캐디피 모두 포함)가 필요하므로 총액 27,500,000 루피아, 즉 한화 2백 3십만원 정도만 있으면 되더군요.
매주 월요일의 해피 먼데이 프로모션 다음으로 저렴한 가격대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2시 이후에 라운딩을 하는 경우인데 이 경우와 비교해 본다 할지라도 한 번에 63만5천 루피아(그린피, 카트비 및 캐디피 모두 포함)만 있으면 되므로 50번 라운딩시에는 총액 31,750,000루피아, 즉 한화 약 265만원만 있으면 되네요.
일주일에 서너번씩 그것도 주말이나 공휴일을 포함해서 라운딩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연간회원권을 구입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계산해봐도 1년에 50번 이상 라운딩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네요.
혹시라도 제가 연간 회원권을 구입하게 되면 집사람은 가족 회원으로 할인을 받아 연간 회원권을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지도 물어봤으나 그런 프로모션은 없다고 하네요. 단지 78,920,000 루피아(한화 약 670만원) 짜리 매매 가능한 평생 회원권을 구입 소유하게 된다면, 가족 회원 추가시에 연간 7,150,000루피아(한화 약 60만원)만 내면 되는 프로모션은 있더군요.
주중 월요일에 와서 주로 라운딩을 하고 가끔 필요하면 평일 오후에 와서 라운딩을 하는 걸로 하고 연간 회원권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합니다.
라운딩 올 때마다 매번 골프백을 챙겨들고 우버 차량을 타고 다니기엔 너무 불편하므로 골프장 락커를 1년간 임대 가능한지 물어봅니다. 제가 오늘 새벽에 자그마한 썬데이 골프백을 하나 주문해 놓은 상황이므로 집사람 골프백을 이 곳 골프장의 락커에다 보관해 놓을 수만 있다면 썬데이 골프백에다 몇 개의 클럽만 따로 넣고 다니면서 우버 차량을 이용하면 될 것으로 여겨지더군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 골프장에서도 대부분의 골퍼들이 자신의 승용차에 골프백 싣고 다니거나 골프장에서 클럽을 빌려 라운딩을 하는 터라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얘기하더군요. 하지만 마케팅 매니저가 잠시 다른 직원과 얘기를 나눠본 후 놀고있는 락커 하나를 1년간 빌려주고 돈을 받으면 그것도 남는 장사다 생각되었는지 긍정적으로 얘기를 하더군요.
다만 그 기준 요금은 이 곳 골프장의 후원금 모금을 위해 락커를 지정해서 사용토록 하고(골프백 보관이 아닌 의류와 신발 보관용) 1년에 받는 비용이라면서 5백만 루피아, 10프로 택스 포함해 5백5십만 루피아(한화 약 46만원)를 제시하네요. 우리는 이 곳 골프장에 후원을 하러 온게 아니라 그냥 1년간 골프를 즐기러 오는 것일 뿐이므로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흥정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로 몰아갑니다.
힌국의 골프장 락커에도 골퍼들의 옷과 신발을 보관하는 장소로만 사용되는 거지 골프백을 보관하는 사례는 없는터라 제가 가격을 흥정할 기준 근거가 마땅치가 않네요. 마침 한국에서 제가 살아 온 아파트에 입주민을 위한 골프연습장이 있고, 이 곳에 있는 골프백 보관용 락커는 한달 임대료가 5천원이기에 이걸 기준으로 내가 얼마에 흥정할지를 생각해 봅니다. 여긴 골프장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물가 저렴한 인도네시아이기 때문에 한 달에 1만원 정도 내는 걸로 해서 150만 루피아, 택스 포함하면 한화 14만원 정도에 달라고 해 봅니다.
마케팅 매니저가 다른 직원과 다시 인도네시아 말로 얘기를 조금 더 나누더니 그런 가격으로는 힘들고 대신에 처음 제시한 절반 가격인 250만 루피아에다 10프로 택스를 추가로 내는 걸로 해서 사용하라고 하네요.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계산을 해보니 한달에 2만원 조금 안되는 금액이더군요. 한달에 골프 라운딩은 몇 번 안하더라도 락커 하나를 독차지해서 계속 사용해야 하는터라 월 2만원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 생각되더군요. 제가 덧붙여서 지금이 9월 중순이고 내년 8월 중순경이면 한국으로 귀국해야 하므로 실제 11개월만 이용하게 될거라 하니 마케팅 매니저가 그러면 세금 포함해서 총액 250만 루피아만 내는 걸로 하자고 하기에 제가 일어나 악수를 청합니다. 가격 흥정이 되어 원만히 거래가 성사되었다는 의미였던 거지요.
마케팅 매니저는 가격을 50% 할인해 준거니 락커 하나 더 이용할 생각없냐 라고 물어보던데 그냥 하나면 충분하다 했지요. 어차피 우리가 가진 것은 집사람 골프백 하나에다 제가 인터넷으로 주문해 놓은 썬데이 골프백 하나 뿐이거든요. 썬데이 골프백은 가끔 집사람 데리고 연습장에도 가야하므로 골프 라운딩 마치고 나면 연습용 클럽 몇개를 담아서 집으로 가져가야 하니깐요. 썬데이 골프백은 우버 차량 뒷좌석에 갖고 타도 될 정도로 자그마하기 때문에 매번 갖고 다닐 예정이랍니다.
마케팅 매니저의 맘이 바뀌기 전에 얼른 신용카드로 250만 루피아(한화 약 21만원)를 결제합니다.
11개월 동안 락커를 이용하게 되면 한 달 이용료가 한화 2만원 조금 안되는 금액이랍니다.
곧이어 마케팅 매니저와 함께 락커룸으로 이동합니다. 한국 골프장과 마찬가지로 골퍼들의 옷을 걸어놓고 신발을 넣을 수 있는 크기의 락커이지 골프백을 넣을 수 있는 크기는 아니더군요. 남성용 락커실 내부에 골프백을 놓아둘 수 있는 오픈된 공간이 있기는 하지만 분실 우려가 있다면서 권유하지 않더군요.
여자용 락커룸에도 가보니 마찬가지 상황인지라 서로 고민하다 여자용 락커룸의 락커 하나를 개조하기로 합니다. 락커 내에는 나무 칸막이가 상단부와 하단부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고 있는데, 하단부에는 신발을 놓고 상단부에는 옷들을 걸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거든요. 이 칸막이를 제거하고 상단부에 옷걸이를 걸 수 있는 쇠봉까지 제거하게 되면 어느 정도 골프백 보관이 가능할 것 같아 보이더군요. 실제 골프 클럽이 든 골프백을 하나 가져와서 넣어보려 하니 드라이버와 우드 클럽이 골프백에 들어간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더군요. 이들만 따로 빼내어 넣어두려 해봐도 간당 간당하네요. 제가 연습장에도 가야하므로 드라이버와 우드는 썬데이 골프백에 담아 집에 가져가면 된다고 하니,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며 다음 방문할 때 까지 칸막이와 쇠봉을 모두 제거해 놓겠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이번에는 마케팅 매니저가 악수를 청하면서 11개월간 250만 루피아를 내고서 여성용 락커룸의 락커 하나를 개조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된 점에 대해 축하의 메시지를 건내주더군요.
이 곳은 대부분의 방문 골퍼들이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 락커룸에서 집사람의 여성용 골프백이 왔다 갔다하는 모습을 다른 골퍼들이 보게되는 경우 곤란할 수도 있으므로 거의 이용되지 않다시피 하는 여성용 락커룸의 한 칸을 이용하는 걸로 결정한 거랍니다.
다고 헤리티지 골프장의 락커 임대 관련해서 극적으로 마무리가 된 터라 집사람과 클럽하우스에 앉아 커피와 쥬스를 마시면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앞서 이 곳 골프장에 올 때 마지막으로 하차했던 앙콧 종점 정류장까지 도보로 이동한 후 정차되어 있는 앙콧을 타고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맥도날드 근처에서 하차 하려다가 집사람이 조금 더 타고 내려가 보자고 하네요. 반둥 공대 근처에 자그마한 팩토리 아울렛들이 보이기에 하차를 했는데 요금은 1인당 5천 루피를 달라고 하네요. 다고 헤리티지 골프장 근처에서부터 여기까지 상당히 먼 거리를 타고 온 거 같아 운전기사가 달라는 대로 요금을 지불합니다.
팩토리 아울렛에 들어가 집사람이 사용하면 좋을 상단부 없는 하계용 골프 모자를 하나 삽니다.
맞은 편에 나이키 팩토리 아울렛이 보이기에 집사람이 신을 운동화를 73만 루파아에 하나 구입한 후 아파트가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하면서 눈에 띄는 팩토리 아울렛 매장들을 가볍게 둘러봅니다.
또한 집사람이 관심있어 하는 영어학원이 있기에 잠시 들어가 수강료를 문의하니 20주 과정에 3백만 루피아라고 하더군요. 1달에 5만원 정도 수강료인데 주 2회 수업이고 화목 또는 월수 오후 4시 이후부터 수강이 가능한 강좌만 있어 고민해 보기로 하고 나섭니다.
반둥 공대 뒷편에 그럴싸한 로컬 카페가 많이 모여있는 곳이 있기에 집사람과 둘이서 데이트 즐기듯 저녁 식사를 해결한 뒤 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어요. 인도가 잘 갖추어져 있지 않고 도로를 횡단해야 하는 터라 밤길은 다소 위험스럽다 생각되지만 오늘 걸은 이 길은 밤에 자주 이용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