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2일 화요일,
학교에 일이 있든 없는 매주 3일 정도는 출근을 하려고 합니다. 아파트 입구에서 우버 차량을 타고서 학교에 도착하니 오전 10시가 되어 가더군요. 오전 9시 이전에는 세띠아부디 도로가 출근 차량들과 오토바이들로 심한 정체가 빚어질 것으로 여겨지고, 반대로 오후 5가 넘으면 퇴근 차량들과 오토바이들로 심한 정체가 예상되는 바 가급적 이 시간대를 피해서 출퇴근을 하려고 합니다.
아침 10시에 출근을 했지만 정작 제가 어디로 가야할지 막연하더군요. 아직 제게 어떠한 연구 공간도 배정되지 않았거든요. 잠시 망설이다가 학과 사무실 근처를 서성이니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아는 이따(Ita) 선생이 다가와 인사를 하며 제게 배정된 연구 공간으로 안내를 하더군요.
여러 직원들이 파티션을 나누어 함께 쓰는 공간의 입구쪽 파티션 가운데에 제가 사용할 책상과 의자를 마련해 놓았네요. 같은 파티션 내에 두 명의 다른 직원들 책상이 있는데 마치 이들 두 직원의 근무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팀장급 자리 배치 같아서 바로 양해를 구하고 구석쪽으로 책상을 옮겨다 놓습니다. 이 번에는 다른 직원들이 제 뒤통수랑 옆을 바라보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매일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자리에만 붙어 있을 게 아니라서 새로운 자리 배치가 편할 거 같더군요.
제 자리 옆에는 복사기 두 대가 놓여있어 웅웅 거리는 소리를 자주 듣는 편이고, 직원들과 교수들의 출퇴근 관리용 지문 인식기가 달려있어 수시로 "Terima Kasih(감사합니다)" 소리를 듣게 되고, 학생들이 자주 직원들을 만나러 들락 날락하는 터라 조금 불편하기는 하더군요. 하지만 학과의 전임 교수들도 두 세명이 연구실 공간을 함께 쓰고 있는 걸로 봐서 제게 이런 자리를 하나 마련해 주는데도 상당히 신경을 썼을거라는 생각이 들기에 고마움을 전할 따름입니다.
연구 공간을 배정 받아 책상위에 노트북을 올려놓았건만 정작 인터넷 연결이 안되니 답답하더군요.
이따 선생과 만나 몇 마디 한국어를 더 가르쳐 주면서 불편 상황을 전달합니다.
학교의 공용 핫스팟을 이용하려면 제 노트북의 무선 랜카드 주소(MAC 주소)가 필요하다기에 찾아내서 알려주니 잠시 후 인터넷 접속 계정과 비밀번호가 적힌 쪽지를 갖다 주네요.
다시 한 번 고맙다 인사를 전하며 한국어 공부가 필요하면 언제든 도와주기로 하고 근일 내로 제가 한국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하기로 약속합니다. 이따 선생은 학과에서 정보 보안 관련한 강의도 한 과목 맡고 있으면서 학과의 행정 업무도 맡고 있는 여직원이예요.
오전 11시 45분경 1년간 인도네시아 대사관 지원 프로그램으로 어학 연수를 받으러 나온 한국 여학생을 만났어요. 저랑 친구처럼 지내면서 여러모로 저를 도와주고 있는 이삐(Iffie) 교수가 자기 클래스에 한국 여학생이 있다면서 강의를 마치자 마자 함께 제 자리로 찾아왔더군요. 한국에서 모 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이다가 이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휴학하고 저랑 같은 9월 1일자로 이 곳 인도네시아에 왔다고 하더군요.
자카르타에서 몇 일 연수를 받은 후 이 곳 빠순단대학교에 와서 어학 강좌와 더불어 인도네시아 문화 강좌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이삐 교수가 산업공학과에 근무하고 있으므로 아마 인도네시아 산업과 경제 발전에 관한 강의를 이 학생이 이번 학기에 듣게 된 모양입니다.
아뭏든 반가운 마음에 학교앞 레스토랑에 가서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반둥의 생활과 비자 문제 등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네요.
오후 1시 부터 한국 여학생이 수업에 참여해야 하고, 저도 오후 2시에 비즈넷에서 인터넷 설치를 위해 집으로 테크니션들이 올거라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서둘러 학교로 돌아왔어요.
가방을 챙겨 학교를 나서려는 데 그 동안 공대 학장직을 수행해다 이제는 대학 부총장이 된 유디(Yudi) 교수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네요. 다른 캠퍼스에 볼 일이 있어 승용차로 학교를 나서려다가 저를 발견하게 된 거지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 분의 승용차를 타고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아파트에 도착했답니다.
비즈넷에서 테크니션들이 오후 2시 정시에 집에 찾아왔네요.
어제 마케팅 담당자와 SNS로 얘기를 나누면서 엄포를 놓은 게 적중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 분들이 이렇게 약속을 잘 지키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아뭏든 설치 공사는 바로 시작이 되었답니다.
약 1시간 정도 걸친 설치 공사 끝에 집에서 무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해졌으며, 테크니션이 직접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속도를 측정해 약정에 나와있는 속도를 충분히 보장함을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잠시 후에 케이블TV도 시청할 수 있게 되었어요. 비록 채널의 수는 40개 정도에 불과하지만 KBS WORLD라는 한국 방송이 나오는 터라 이제 한국 드라마나 뉴스를 집에서도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TV 뒷면에 기존 설치되어 있는 HDMI 케이블을 노트북과 연결해 필요하면 인터넷 유투브 영상을 시청하거나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도 가능해진 상황이예요.
거실 TV 주변에 전원 콘센트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은 탓에 다수의 케이블들이 조금 너저분한 상태에서 설치 공사는 마무리가 되었어요. 나중에 멀티콘센트를 하나 사다가 제가 케이블들만 깔끔히 정리만 하면 또 하나의 큰 숙제가 끝나게 될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