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8일 금요일, 남미 가족여행 2일차입니다.
우리 가족을 태우고 마이애미를 출발한 아메리칸 에어라인 항공편은 오전 6시 반경에 페루 리마에 도착한다. 치킨 요리와 파스타가 기내식으로 나왔다지만 저는 깊은 잠을 자느라 먹지를 못했답니다.



페루 입국 수속을 밟고 짐을 찾아서 나오자 마자 사설 택시 호객꾼들이 여러명이 달려들더군요.
우선 이 곳 페루에서 사용할 돈을 환전해야 하는 터라 정중히 거절하고서 환전소를 찾아 갑니다.


일단 환전소에서 환율을 보니 1달러에 2.81 솔레스(Soles, 이하 솔이라고 줄여 부름)로 환전해 주더군요. 공항보다 시내가 환율을 높게 쳐주기 때문에 아빠가 우선 100달러만 환전을 합니다. 택시비도 해야 하고 버스 터미널에 가서 식사도 해야 하고 버스 티켓도 구입해야 하는터라...
우리 가족이 환전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사설 택시 기사가 달라 붙기에 그냥 아빠가 25솔(약 9달러)에 페루 버스(Peru Bus) 터미널까지 가는 걸로 해서 택시를 하나 잡습니다. 여행 카페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공항 밖 도로까지 나가면 15~20솔에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고들 하나 무거운 짐 들고서 이동하기도 불편한 데다가 호객꾼이 공항 밖으로 나가면 위험하다고 눈치를 주더군요. 짐을 빼앗아 달아난다는 시늉을 하면서...ㅎㅎ


페루의 수도인 리마는 여름에 접어들고 있는 시기인지라 기온은 21도 정도이며 반팔 및 반바지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공항에서 빠져나오는 곳에서는 넓은 도로가 좁아지는 구간이라 그런지 택시 기사들이 서로 먼저가려고 머리를 들이밀고 빵빵 거리기 일쑤인터라 정신이 없네요. 여하튼 무질서하고 매연이 심각한 터라 이곳 리마에서 하룻밤 묵지 않고 바로 피스코로 떠나려는 게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스페인어를 숫자 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여행을 출발한 터라 신호를 받아 택시가 기다리게 되면 우리 가족은 택시 기사한테 간단한 스페인어를 배웠어요. 택시 기사가 약간의 영어를 알아들으시는 터라 가능했던거죠.
노 무쵸 에스파뇰 – 스페인어 몰라요
부에노스 디에스 - 안녕하세요?(아침인사)
꾸안또 꾸에스따 - 얼마입니까?
씨 - Yes, 노 - No, 그라시아스 – 감사합니다
우노, 도스, 뜨레스, 꽈뜨로, 씽꼬, 쎄이즈, 씨에떼, 오쵸, 누에베, 디에스 - 숫자 1에서 10까지
택시 기사한테 스페인어를 배우고 반복 연습하는 동안에 택시는 리마 시내를 가로질러 페루 버스 터미널에 오전 8시 10분경에 도착했어요. 도로 정체도 있었던 터라 예상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셈이다. 아빠가 택시비로 팁 포함해서 10달러를 주십니다. 28솔을 준 셈이지요. 기초 스페인어 강사료라고 생각하고 1달러 정도 팁을 얹어 준 셈이죠.
페루 버스 터미널에서 아빠가 피스코까지 가는 버스 티켓을 구입하는 동안 엄마랑 저는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합니다.



아빠가 리마에서 피스코까지 가는 버스 티켓을 1인당 25솔씩 주고 세 장을 사오십니다. 우등 좌석은 앞뒤 간격이 일반 좌석보다 넓고 많이 누울 수 있다고 해서 편하게 가려고 아빠가 우등 좌석으로 달라고 하셨다는데... 티켓 부스에 걸린 가격표에는 25솔이면 일반 좌석이라 되어있는데 아빠가 가진 티켓은 우등(Ejecutivo) 좌석 등급이더군요. 아마 가격을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나 보네요. 버스 내에서는 붉은 색 커버로 씌워져 있으며 버스 앞쪽 부분에 자리가 배치되어 있다고 하네요. 버스 티켓 구입시에 달러를 주고서도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데, 1달러당 2.8솔로 계산해 준답니다.

9시 출발하는 버스 티켓을 구입한 터라 30분 이상이 남아있어 버스 터미널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커피, 왕만두, 잉카콜라, 푸딩 등을 9솔 주고 사고, 게인스빌에서 준비해 온 삼각 김밥 중에서 남은거 4개를 꺼내놓고 아침 식사를 합니다.



약 다섯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터라 아침 식사 후에 엄마는 화장실에 다녀오십니다. 레스토랑이나 호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중 화장실이 유료입니다. 이용료는 0.5솔(50센티모) 이더군요.






9시에 페루 리마를 출발한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 팬아메리카나(Panamericana) 하이웨이를 타고 달립니다. 명목상 하이웨이인데... 그냥 편도 1차로의 포장 도로일 뿐입니다. 그냥 국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하네요.







버스가 이동하는 중간에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하이웨이 옆에 서 있으면 멈춰서서 태웁니다. 그 직원은 이동하는 버스 내에서 손님들의 버스 티켓을 검사하거나 승객 숫자를 세더군요. 그런 다음에 티켓 숫자랑 비교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음 버스 정류장 즈음에서 내리더군요. 중간 중간 승객들이 타고 내리고 하므로 버스 기사가 중간 탑승객들의 요금을 슬쩍하는 것을 막기 위함인 듯 하더군요.
버스 내에 음료/과자/빵 등의 군것질 거리를 파는 아줌마가 하나의 좌석을 차지하고 있다가 중간 중간에 팔러 다닙니다. 군것질 거리가 필요하면 사먹으면 됩니다. 근데 장시간 운행하는 버스내에 화장실은 없답니다. 참고 견디거나 아니면 버스가 큰 마을/도시의 터미널에 도착할 때 기사한테 말하고 잠시 다녀오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더군요.




페루 리마를 오전 9시에 출발한 버스는 약 5시간 정도 걸려 오후 2시경에 피스코에 도착합니다. 따로 버스 터미널에 정차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하이웨이 상에 손님을 내려줍니다.


[페루] 제3편 - 피스코 시내를 둘러본 후 세비체로 저녁 식사를 하다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