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8일 금요일,
일본 삿포로 가족여행 4일차입니다.
오늘은 이 곳 삿포로에서 투어 버스를 타고 후라노의 라벤다 꽃밭 및 비에이의 많은 볼거리들을 구경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투어 예약은 엊그제 집사람이 마이리얼트립이란 여행 사이트에서 3인 가족 비용으로 3천원 할인쿠폰을 적용받아 14만 7천원에 미리 예약을 해놓았던 거다.
오전 7시 반까지 스스기노 역 근처 지정된 투어버스 탑승 장소에 가야하는 터라 오전 6시경에 일어나 외출 준비를 서두른다. 이 곳 게스트하우스에서 도보로 1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 오전 7시경에 숙소를 나선다. 오전 7시 15분경 투어 버스가 정차해 있는 약속 장소에 도착해 가이드가 가진 명부 상에 우리 3인 가족의 예약이 들어있나 확인한 후에 안내하는 버스에 올라타고서 여유있게 자리를 잡는다.
투어 버스는 오전 7시 40분에 출발한다고 하기에 조금 시간이 남아 집사람과 딸내미는 편의점에 들러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생수와 아침식사 대용으로 삼각김밥(오니기리) 몇 개 구입해 돌아온다. 오전 7시 40분경 투어 버스가 출발할 즈음에는 투어 신청자가 많아 만석이 되더군요. 결국 집사람과 딸내미가 나란히 앉고, 군대 제대 후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 온 한 젊은 청년이 내 옆자리에 앉아 함께 버스 투어를 다녀오게 되었답니다.
투어 버스는 삿포로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진입하더니 오전 8시 10분경에 첫 번째 휴게소에 정차한다. 가이드가 이 곳 휴게소의 편의점에 아침 식사가 가능하고 유기농으로 만든 먹거리를 파는 곳이라 아침 식사나 간식 거리 준비에 도움이 될거라고 한다. 우리 가족은 삿포로 시내에서 버스 탑승 전에 세븐일레븐에서 아침 식사 거리를 미리 준비해 왔기 때문에 잠시 화장실에만 다녀온 다음 버스 안에서 오니기리로 아침 식사를 한다.
오전 8시 30분경 휴게소를 출발해 오전 10시 10분경 후라노에 있는 팜 도미타(Farm Tomita)에 도착한다. 이동 중에 가이드가 팜 도미타에서 라벤다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좋은 스팟을 소개해 주었지만 아쉽게도 라벤다 꽃이 활짝 핀 시기가 아니더군요. 아마 1~2주 뒤에 이 곳을 찾는다면 활짝 핀 형형색색의 라벤다 꽃을 배경으로 멋진 인생샷을 남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팜 도미타에서 라벤다 꽃밭을 구경한 뒤에 딸내미는 300엔짜리 라벤다 아이스크림 콘을 사고, 집사람은 300엔짜리 조각 멜론을 하나 사와서 라벤다 꽃밭을 내려다 보며 조금씩 맛보는 휴식 시간을 가진다.
만약 라벤다 꽃이 절정으로 피어있는 좋은 시기에 이 곳 팜 토미타에 찾아오면 아래 모습의 라벤다 꽃밭을 구경할 수가 있다네요. 투어 가이드가 단체 톡 방을 만들어 보내준 사진을 공유합니다.
오전 11시 10분경 팜 토미타를 출발해 약 20분 정도 이동해 비에이에 있는 탁신관(Takusinkwan) 사진 갤러리가 있는 곳에 도착한다. 이 곳은 일본의 유명 사진 작가가 비에이의 멋진 풍광을 찍은 사진들을 전시해 놓은 곳으로서 갤러리 구경과 더불어 주변 자작나무 숲속 길을 걸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더군요. 참고로 갤러리 내부에 전시된 사진들은 일본의 TV 광고, 영화, 엽서 등에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사진들이라 내부에서의 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낮 12시 10분경 탁신관을 출발해 또 다시 20분 정도 이동해 흰수염 폭포가 있는 곳에 도착한다. 뜨거운 온천수가 계곡으로 흘러내리며 만들어진 폭포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고 하네요. 폭포를 가까이 내려가 구경하는 게 아니라 계곡을 가로지른 다리 위에서 폭포를 구경하는 터라 그리 웅장한 모습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후 12시 45분경 흰수염 폭포가 있는 곳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5분 정도 이동해 청의 호수가 있는 곳에 도착한다. 이 곳은 온천수가 고여 자그마한 호수가 만들어진 곳으로 물의 색깔이 이채로운 곳이다. 햇살이 비치는 맑은 날이었다면 물색이 더 코발트 색상으로 다가왔을 듯 싶은데 약간 흐린 날이라서 조금 아쉽기만 하다.
오전에 삿포로를 출발해 이동 중에 투어 가이드가 비에이에 있는 미슐렝 스타를 받은 유명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하는 것에 대해 승객들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우리 가족을 포함한 대부분의 승객들이 가이드가 추천하는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한거다. 그런데 워낙 유명 레스토랑이다 보니 점심 식사 시간에는 예약이 불가하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터라 오후 2시 반경에 점심 식사를 하는 걸로 해서 예약되어 있다.
오후 1시 25분경 청의 호수를 떠나 비에이 시내를 통과해 [세븐 스타 나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투어 가이드가 비에이 시내에서의 점심 식사 이전에 주변의 볼거리들을 먼저 구경하게 되는 걸로 안내하더군요. 이동 중에 [켄과 메리의 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나무는 투어 가이드이 조언대로 그냥 버스 안에서 잠시 구경하는 걸로 해서 대신한다. 이 곳 역시 일본의 모 자동차 회사에서 광고를 촬영한 곳으로 유명한 곳이라 하더군요. 흰 눈으로 덮힌 겨울에 이 곳을 방문하면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듯 한데 지금 시기에는 그저 들판에 나란히 서 있는 두 그루의 나무라는 느낌만 와닿네요.
그리고 조금 더 지나가며 차창 밖으로 멀리 보이는 나무들을 가리키며 가조쿠(가족) 나무라고 알려준다. 내가 잘못 들은 거 같아 귀국해 구글 지도를 뒤져보니 오야코(부자) 나무(親子の木)로 알려져 있네요. 부모 사이에 자식이 서 있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세 그루의 나무인데, 투어 가이드가 조금 멀리 떨어져 홀로 서 있는 큰 나무가 바로 시어머니 나무 라는 농담을 던지더군요.
오후 1시 55분경 세븐 스타 나무가 있는 장소에 도착한다. 세븐 스타 나무는 일본의 담배 포장지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진 나무인데, 여행 마치고 귀국해 인터넷을 뒤져보니 외딴 곳에서 생명의 나무처럼 가지를 활짝 펼치고 있는 한 그루의 큰 나무가 바로 세븐 스타 나무로 알려져 있더군요. 투어 가이드가 제대로 얘기를 안해준 탓에 우리 가족을 포함한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도로상에 가로로 길게 늘어서 있는 나무들 그룹을 말하는 걸로 알았답니다.
오후 2시 15분경에 세븐 스타 나무가 있는 곳을 출발해 비에이 시내에 있는 준페이 레스토랑으로 이동한다. 당초 약속된 시간보다 약간 늦은 오후 2시 45분경에 준페이 레스토랑에 도착해 투어 가이드가 추천하기도 하고 이 곳 레스토랑에서 인기 메뉴인 에비돈(새우 튀김을 올린 밥)을 각자 하나씩 주문한다. 딸내미는 새우튀김 4개가 든 거를 주문했고, 나와 집사람은 기본으로 새우튀김 3개가 든 것을 주문해 점심 식사를 마친 후 현금으로 3,750엔을 계산한다. 이 곳 레스토랑에서도 신용카드 결제는 안된다 하더군요.
준페이 레스토랑에서의 점심 식사를 마친 후 투어 가이드가 권유하는 대로 비에이 시내를 약 10분 정도 천천히 걸어 비에이 기차역을 찾아간다. 준페이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하지 않을 승객들을 먼저 내려준 곳인데 점심 식사 후에 이 곳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준페이 레스토랑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투어 버스를 타고서 이동할 수 있었지만 점심 식사 후에 소화도 시키고 비에이 시내 구경도 할 겸 천천히 걸어 이동한 것이다. 자그마한 비에이 기차역을 잠시 구경한 다음 혼자 벤치에 앉아 미리 삿포로에서 챙겨간 맥주 한 캔을 마신다. 딸내미가 두어 모금 도와준 덕분에 투어 버스에 탑승하기 전에 캔을 비울 수가 있었다.
오후 3시 40분경 비에이 기차역 광장에서 투어 버스에 탑승해 후라노로 이동한다. 늦은 점심 식사를 끝으로 공식적인 후라노와 비에이 투어 일정은 끝이 난 터라 후라노를 거쳐 삿포로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일정인거다. 투어 가이드가 후라노에 있는 유명한 과자 가게 록카테이(육화정)에 들릴 생각이 있는지를 승객들에게 물어보는데 일부 승객들이 가보자고 해서 이 곳에 들리기로 한다. 커피를 공짜로 얻어 마실 수 있고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승객들이 동의한 거라 보면 된다.
오후 4시 반경 후라노에 있는 록카테이 과자점에 들러 무료 제공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 화장실에 다녀온 후 다시 투어 버스에 올라탄다. 잠시 과자 파는 코너를 둘러봤는데 과자 가격이 우리 가족 기준으로는 만만치가 않더군요.
오후 5시경 다시 투어 버스에 탑승해 록카테이 과자점을 출발해 삿포로로 이동을 계속한다. 약 2시간 정도 걸려 저녁 7시경에 삿포로 기차역에 도착해 일부 승객들이 하차하고, 우리 가족은 최종 목적지인 스스기노역에 하차한다. 내일 귀국하게 될거라 딸내미에게 쇼핑에 대해 미련이 없냐고 물어보니 아직 살게 더 남아있다고 하네요. 할 수 없이 다시 돈키호테 잡화 백화점으로 가서 딸내미가 한시간 반 정도 쇼핑하는 거 따라다니다가 나와 집사람도 삿포로 메론이 든 곤약 젤리(짜먹는 튜브형은 국내 반입 가능)를 비롯한 몇가지 먹거리를 구입한다. 면세 쇼핑 기준액을 초과한 터라 다시 4층 면세카운터를 찾아가 세금 환불을 받는 것을 잊지않는다.
돈키호테 잡화 백화점에서 쇼핑을 마친 후 투어 가이드가 추전하는 양고기 레스토랑 중에서 비교적 대기가 덜 한 고레가 징기스칸 레스토랑을 찾아간다. 이 곳 삿포로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 중의 하나로 양고기를 꼽는다고 하더군요. 한 팀의 대기 정도로 짧게 기다렸다가 바(Bar)형 테이블에 나란히 자리를 잡은 후 다시마에 절인 최고급 양고기로 3인분을 먼저 주문한다. 생맥주도 석잔을 주문하고 공기밥도 큰 걸로 해서 한 그릇을 주문한다. 가족 모두 허기가 많이 져 있는 상황이거둔요.
다시마에 절인 양고기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 다음 추가 주문은 메뉴 상에서 가장 저렴한 두툼하게 썬 양고기를 3인분 더 주문한다. 근데 이건 지금 1인분만 남아있다고 해서 할 수 없이 허브 뿌린 양고기 2인분과 함께 총 3인분을 추가로 주문한다. 공기밥 큰거 한 그릇 더 주문했구요.
처음 테이블에 앉았을 때 약간의 젓갈과 김이 든 종지가 기본으로 제공되던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거 하나에 300엔씩 계산에 포함되더군요.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테이블에 올라온 거라 당연히 공짜인 줄 알고 먹게 되었는데... 나중에 계산을 마치고 항의를 해 볼까도 싶었지만 기분좋게 식사를 하고 난 뒤에 이걸로 실갱이를 벌이는 게 싫어서 그냥 포기했네요. 이 곳 레스토랑에 가실 분들은 미리 알고 가시는 게 도움이 될거랍니다.
어쨌든 양고기로 배를 채운 후 계산서를 받아들고 보니 총 9,765엔(10만원 약간 넘는 금액)이 나왔기에 신용카드로 결제를 합니다. 투어 가이드가 단체 톡 방으로 제공한 정보 중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한 양고기 레스토랑으로 이 곳 고레가 징기스칸 레스토랑이 적혀있었기에 이 곳으로 찾아온 것도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 가족이 챙겨온 현금은 내일 아침에 신치토세 공항까지 가는 버스비 정도만 남아있거든요.
고레가 징기스칸 레스토랑에서 양고기로 배를 채운 후 게스트하우스로 이동하는 도중에 한 약국에 들렀는데 돈키호테에서 내 건강을 위해 딱 하나 주문한 영양제(아리나민 EX PLUS)가 이 곳에서 3,950엔에 1인 한개 한정으로 팔리고 있더군요. 돈키호테에서는 아마도 4,500엔 이상 지불했던 거 같은데... 생각보다 가격 차이가 많이 나서 약간 배가 아파오더군요. ㅎㅎ
밤 10시 조금 넘어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 여행 가방을 정리하며 가족과 오붓하게 삿포로에서의 마지막 밤을 맞이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