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7일 목요일,
일본 삿포로 가족여행 3일차입니다.
오늘의 주요 가족여행 일정은 오타루(Otaru) 구경을 다녀오는 거다. 오타루는 삿포로에서 JR 기차를 타고 40여분 걸리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서 오르골당과 운하를 구경하기 위해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 도시이다.
느지막히 외출 준비를 끝낸 가족들과 함께 오전 11시경 게스트하우스를 나선다. 근처에 있는 라멘 소라(Ramen Sora)라는 맛집이 오전 11시에 문을 연다고 하기에 우리 가족의 늦은 아침겸 점심 식사를 이 곳에서 해결하려는 거다. 7~8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자그마한 식당으로 나와있어 점심 시간 즈음이면 대기열이 많이 길어질 거라 예상되어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출발 시각을 오전 11시경으로 잡게 된거다.
오전 11시 10분경 라멘 소라 식당에 도착했는데 기다리는 손님은 없었지만 이미 실내 좌석은 만석이더군요. 하지만 5분도 채 안 기다려 두 명의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떠나기에 곧바로 집사람과 딸내미더러 먼저 들어가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라고 전한다. 테이블식이 아니라 바(Bar) 식으로 자리 배열이 되어 있어 세 명이 나란히 앉으려면 그 옆의 다른 손님들이 일어날 때 까지 더 기다려야 하는 데다가, 가게 입장에서는 대기열에서 기다리는 다른 손님들이 있다면 우리 가족을 위해 그 자리를 계속 비워둘 수가 없는 거다. 한국의 식당처럼 밑반찬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라면 몰라도 일본의 이런 식당에서는 개별적으로 식사가 제공되는 터라 가족이라 할지라도 꼭 나란히 앉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없는 곳이다.
집사람과 딸내미가 먼저 자리를 잡고 780엔짜리 미소 라면(Miso Ramen)을 주문하고, 나는 약 5분 정도 더 기다렸다가 혼자서 식사를 마친 손님이 일어나기에 그 자리에 앉아 830엔짜리 매운 미소 라면(Spicy Miso Ramen)을 한그릇 주문한다.
라멘 소라 식당에서 라면 한 그릇씩 먹은 다음 천천히 걸어서 삿로포 기차역을 향해 이동한다. 오도리 공원을 지나자 좌측편에 붉은색의 벽돌로 지어진 옛 홋카이도 도청 청사 건물이 서 있기에 잠시 들어가 내부를 둘러본다. 지금은 역사적인 자료들을 보관 전시해 놓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이다.
옛 홋가이도 도청 청사를 떠나 삿포로 기차역으로 이동을 계속한다. 낮 12시 40분경 기차역에 도착해 오타루행 비지정석 기차표를 1인당 640엔씩 총 3매를 한꺼번에 구입한다. 왕복 티켓을 구입하면 조금 저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왕복 요금은 그냥 편도 요금의 두 배이더군요.
오타루행 기차가 출발하는 1번 플랫폼에 올라가니 12시 48분에 출발하는 보통 열차가 서 있던데 그냥 보내고 10분 뒤에 출발하는 세미 특급 열차를 타기로 한다. 보통 열차가 10분 더 걸린다고 하네요. 사실 여기서 10분 더 기다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거의 동등한 조건인데도 세미 특급 열차를 선택한 거랍니다.
12시 48분에 오타루행 보통 열차가 출발하자 마자 플랫폼에서 기다리던 승객들이 줄지어 서기에 우리 가족도 얼떨결에 대기열 중간 즈음에 서서 기다린다. 곧이어 12시 58분 출발 세미특급 열차가 도착하기에 서둘러 탑승 시도를 했지만 결국 3인 가족이 모두 떨어져 앉는 상황으로 전개되고야 만다. 비지정석이다 보니 누구든 먼저 자리를 차지하면 임자인터라 승객들이 우루루 몰려드는 상황에서 각자 비어있는 자리에 앉다보니 그렇게 된거다. 입석으로 가는 승객이 있을 정도이므로 가족이 모두 자리를 차지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미나미오타루 기차역에서 하차해 오르골당을 먼저 구경한 다음 천천히 걸어 오타루 운하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구경한 후에 오타루 기차역에서 삿포로로 되돌아 오는 기차를 타는 걸로 동선을 잡는다. 구글 지도 상으로는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우므로 현지 도착해서 일단 오르골당을 구경하는 곳까지 걸어가보고 이후 동선에 대해서는 현지 대중 교통을 이용할지 아니면 계속 걸어다닐 건지를 결정하면 될 것 같다.
오후 12시 45분경 미나미 오타루 기차역에 도착해 당초 정한 동선대로 천천히 걸어서 오르골당으로 이동한다. 10분 남짓 걸어 오르골당에 도착했으며 실내 1층과 2층에 마련된 여러가지 오르골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아무것도 구입하지 않고 그냥 나선다. 작고 예쁜 오르골들이 많이 있지만 일단 가격이 비싼터라 그냥 눈요기만 하는 걸로 서로 간에 묵시적인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오르골당 구경을 마치고 나와 오타루 운하가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크고 작은 예쁜 가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오타루의 맛집으로 알려진 가게에 들러 빵과 커피와 아이스크림 세트를 구입해 먹고 마시며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시 이동을 계속하다 오타루 운하가 나타날 즈음에 위치한 어묵 공장에 들러 인기 순위 1부터 3까지의 어묵을 주문해 먹으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구요.
기대한 만큼 크게 볼품이 없었던 오타루 운하 구경을 끝으로 오타루 여행 일정을 마무리 하고 기차역으로 향한다. 오타루 기차역 입구에 시외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이 곳에서 삿포로로 가는 버스를 타려다가 티켓 판매기에서 삿포로 어느 목적지까지 가는 티켓을 끊을 것인가 고민하는 사이에 버스가 출발해 버리더군요. 결국 그냥 예정했던 대로 기차를 타고 삿포로로 돌아가는 걸로 하고는 바로 옆 기차역으로 이동한다.
오후 5시 기차를 타고 삿포로로 이동한다. 이 기차 역시 좌석이 지정되지 않은 저렴한 티켓이라 서둘러 탑승해야 했는데 머뭇거리다 그만 집사람의 좌석 하나만 챙기는데 그친다. 딸내미와 나는 입석으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그나마 이 열차가 특급 열차인지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5시 40분경에 삿포로 기차역에 도착하더군요.
오타루 여행을 마치고 삿포로 기차역에 도착해 지하도를 따라 걸어 돈키호테 잡화 백화점으로 이동한다. 지상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건널목 신호 대기가 많기에 아예 지하도를 걷다보니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가 있더군요. 내일은 후라노와 비에이 지역으로 1일 버스 투어를 다녀오게 될거라 오늘 저녁에 귀국 쇼핑을 넉넉히 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약 두시간에 걸쳐 돈키호테 잡화 백화점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쇼핑을 즐긴다. 나랑 집사람이 어른들을 위한 선물도 몇 개 구입하긴 했지만 딸내미가 자기 거랑 친구들에게 선물로 나눠줄 것을 절제없이 주워담다 보니 결제 금액이 거의 4만엔에 육박하더군요. 집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구한 3만엔 이상 구입시 2천엔 할인 쿠폰을 적용받아 약 38,000엔을 결제한 후 8%의 면세 혜택을 추가로 받기 위해 4층 면세 서비스 코너를 찾아간다. 순로롭게 면세 처리까지 진행되었으며 3천엔 조금 넘는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결국 대략 3만 5천엔 정도 귀국 쇼핑을 한 셈이 되는거다. 직원이 구입 물품들은 큰 비닐 백에 한꺼번에 담아 밀봉해 주려고 하기에 캐리어에 분산해 넣어가기 편하게끔 작은 크기로 나눠 달라고 요청한다.
돈키호테 잡화 백화점에서 통큰 쇼핑을 마치고 저녁 8시경 돈키호테 근처에 있는 커리전문점 가라쿠 레스토랑으로 저녁 식사를 하러 간다.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이어진 대기열에 줄서서 기다린 결과 약 20분 뒤인 저녁 8시 20분경에 자리를 잡게 되었네요.
딸내미는 1,150엔 짜리 치킨커리에다 110엔 더 내고 브로콜리를 추가, 집사람은 1,080엔짜리 야채 커리, 나는 1,300엔짜리 양고기 커리를 주문한다. 그리고 500엔짜리 생맥주 두 잔을 마실거리로 주문한다. 집사람은 맥주가 별로 안땡긴다고 하더군요. 저녁 9시경에 식사를 마치고 나서 청구액 4,640엔을 계산하려고 하니 신용카드는 안되고 현금만 가능하다 한다. 혹시라도 이 곳을 찾게 된다면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현금을 챙겨와야 함을 기억하기 바란다.
저녁 식사 후에 천천히 걸어 9시 20분경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 삿포로 가족 여행 셋째날 밤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