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5일 토요일,
동유렵 4개국과 스페인 가족여행 18일차입니다.
어제는 마드리드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약 1시간 15분 거리에 위치한 세고비아에 다녀왔는데, 오늘은 그 반대인 마드리드 남쪽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톨레도(Toledo)에 다녀올 예정이다.
오전 8시 반경 숙소를 나서서 몰리나(Molina) 역에서 메트로 1호선을 타고 패시피코(Pacifico) 역에서 6호선으로 환승 이동해 환승 이동해 플라자 엘립티카(Plaza Eliptica) 역에 도착한다. 엘립티카 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면 톨레도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터미널이 있기 때문이다.
톨레도행 버스 티켓은 따로 매표소가 있는 것이 아니라 터미널 7번 플랫폼 입구에 있는 자동 티켓 판매기에서 구입하면 된다. 편도 티켓을 두 번에 걸쳐 구입하는 것 보다 왕복 티켓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게 약간 저렴하기 때문에 1인당 9.84 유로씩 두 장의 왕복 티켓을 구입한다. 별도로 버스 탑승 시각이 정해져 있는게 아니라 정차해 있는 버스에 좌석 여유가 있으면 그냥 타고가면 되는 식이더군요.
오전 9시 7분경에 티켓을 구입한 후 정차해 있는 버스에 올라타니 승객들이 아무도 없다. 우리 두 사람만 버스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가 버스가 출발하려는 찰나에 허겁지겁 달려온 승객 한 명이 더 탑승한다. 하마터면 우리 부부가 이 버스를 전세내어 톨레도까지 갈 뻔 했네요.
주말이라 차량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고속도로가 너무 한산한 편이라서 약 50분 정도 걸린 오전 10시경에 톨레도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버스 터미널을 나서자 근처는 일반 주택가라 여겨지고 정면으로 바라 보이는 언덕 위에 큰 건물들과 뾰족한 성곽 지붕 같은게 보이기 때문에 어디로 가야할 지를 직감할 수가 있다. 저 언덕으로 올라가려면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한다기에 버스 터미널에서 언덕을 향해 약 500미터 정도 걸어가다 보니 에스컬레이터가 보인다. 에스컬레이터를 몇 번 갈아타고서 언덕에 올라서니 버스 터미널과 주변 주택가가 훤히 내려다 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네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 약 2~3분 걸어 조코도베르(Zokodover) 광장에 도착한다. 톨레도 여행은 조코도베르 광장에서 시작된다 할 정도로 이 곳 광장을 중심으로 주변을 구경하거나 아니면 꼬마 기차를 타고 톨레도를 한바퀴 둘러보는 투어도 가능한 곳이라 한다. 근데 이제 겨우 오전 10시 20분경이라서 광장에는 관광객들도 그리 많지도 않고 햇살이 비쳐들지도 않아 그런지 전체적으로 약간 을씨년 스러운 분위기이다.
서둘러 조코도베르 광장을 벗어나 그리 멀지않은 곳에 위치한 톨레도 대성당으로 이동한다. 톨레도 여행의 백미는 바로 이 톨레도 대성당을 구경하는 거라 하기에 기대를 가지고 찾아가는 거다.
톨레도 대성당 입구 매표소에 들러 1인당 12.5유로씩 내고 입장 티켓을 구입한다. 대성당과 그 내부에 별도로 마련된 뮤지엄 그리고 종탑까지 모두 구경할 수 있는 티켓을 구입한 거다. 만약 종탑을 구경하지 않을 거라면 티켓 요금은 1인당 10유로이다. 종탑이 포함된 티켓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종탑 방문 시각을 지정해야 하기에 가능한 가장 빠른 시간대로 달라고 하니 오전 11시 15분으로 지정해 주네요. 대성당 내부 지도 상에 표시해 주는 지점에 5분 전까지 집결하면 직원의 안내를 받아 종탑을 방문하게 되는 식이다.
티켓 요금에는 오디오 가이드가 포함되어 있어 바로 옆 대여소에서 영어 오디오 가이드를 하나씩 빌린다.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는지라 영어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데 들리든 안들리든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한다. 매표소와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는 곳이 대성당 맞은 편 건물에 위치해 있다보니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려면 신분증을 맡겨야 하더군요. 대성당 구경 후에 반납하지 않고 떠나는 관람객들이 있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사용 가능한 신분증이라 해봐야 여권 밖에 없는지라 직원에게 여권은 호텔에 두고 왔다 하니 50유로의 보증금을 맡겨야 한다고 한다. 지갑을 뒤져보니 소액권을 합쳐도 50유로가 안되기에 결국 100유로 짜리 하나를 맡기고 영수증을 챙긴다.
오전 10시 반경에 톨레도 대성당에 입장해 내부를 천천히 둘러본다. 종탑 구경을 위해 오전 11시 10분까지는 지도에 표시된 집결지로 가야하기 때문에 각자 흩어져서 대성당을 전체를 가볍게 둘러보기로 한다. 오디오 가이드 설명까지 듣다가 도중에 종탑에 다녀오면 흐름이 깨어지기 때문에 오디오 가이드는 그냥 목에다 걸고만 다닌다. 나중에 종탑에 다녀와서 오디오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처음부터 꼼꼼하게 둘러 볼 생각인거다.
오전 11시 10분 경에 지정된 장소에 가니 같은 시간대에 종탑을 관람할 분들이 몇 명 모여있다. 잠시 후 직원의 안내에 따라 스페인 최대 크기의 종이 달려있는 종탑으로 올라간다. 좁고 나선형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고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자유 방문을 허용할 수가 없고 이렇게 직원의 안내에 따라 동시에 다녀올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더군요.
20여분 간의 종탑 구경을 마치고 돌아와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대성당 내부와 미술관을 구경한다. 오디오 가이드에서 소개하는 장소와 조형물 그리고 대표적인 작품들은 거의 빼놓지 않고 관람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두 시간 넘게 대성당 내부, 미술관 및 종탑까지 모두 구경을 끝마치고 오후 12시 45분경 대성당을 나선다. 대성당 맞은편에 있는 매표소 건물에 가서 오디오 가이드를 반납하고 보증금으로 맡겨놓은 100유로를 돌려받는다.
대성당 옆 자그마한 공원으로 가서 이번에는 대성당을 올려다 보면서 웅장한 대성당 외관을 구경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 곳에서 바라보면 대성당에 있는 세 개의 큰 문을 구경할 수가 있는데 맨 왼쪽에서 부터 지옥의 문, 용서의 문 그리고 심판의 문이라고 한다네요.
대성당 내외부 구경을 마치고 나니 허기가 몰려오네요. 대성당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다가 중국 레스토랑 하나가 눈에 띄기에 들어가 국물이 있는 요리(6.95 유로), 돼지고기 요리(9.55 유로), 공기밥 두 개(하나에 2.2유로) 그리고 마실거리로 자스민차 항아리(3.5유로) 하나를 주문한다. 양이 적은 편이 아닌데도 두 사람이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나는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거 같기에 마파 두부 요리(6.75 유로) 하나를 더 주문해 접시를 해치우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직원이 잘 먹는다고 엄지척을 한다. 계산서에 나온 31유로를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나서려는데 직원이 신년 달력을 선물로 주네요. 아마도 일정 금액 이상 식사시에 지급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