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8일 화요일,
동유럽 4개국과 스페인 가족여행 출발 하루 전날입니다.
내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낮 12시 50분에 출발하는 대한항공편을 타게 될거라 하루 전날에 창원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게 되었어요. 오후 1시 23분에 창원역에서 출발하는 KTX 기차를 예약해 놓았기에 미리 준비해 놓은 여행 가방을 챙겨 아파트 입구에서 택시를 타고 창원역으로 이동한다.
두 사람의 28일간 유럽 여행을 위한 짐이 겨우 기내용 캐리어 하나와 작은 천가방 하나 그리고 내가 어깨에 둘러매고 있는 백팩이 전부이다. 여행 도중에 저가형 항공편을 두 번이나 이용하게 될거라 짐을 부치게 되는 경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아예 한국에서 출발할 때 필요 최소한의 짐만 챙겨서 떠나기로 한거다.
오후 1시 23분에 창원역을 출발하는 KTX 열차를 타고 3시간 가량 이동해 서울역에 도착했어요. 여행 짐들이 있어 도보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버스를 타기로 하고 서울역 입구에서 201번 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약간 정체가 있어 딸내미가 혼자 살고 있는 오피스텔 원룸에 도착하니 오후 5시 45분 경이더군요.
딸내미는 학교에서 기말 과제를 하느라 바쁘다기에 집사람과 함께 딸내미 방을 대충 정리해 가족이 함께 하룻밤을 지낼 수 있도록 준비한다. 딸내미 혼자 지내기에는 조금 넓은 방을 구해놓은 터라 3인 가족이 함께 하룻밤을 보내기에 무리가 없는 공간이다.
오후 6시 반에 딸내미를 학교 입구에서 서로 만나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로 한다. 날씨가 제법 쌀쌀한 터라 따뜻한 음식을 먹는 걸로 하고서 정한 곳이 바로 부대찌개 식당이다. 기본으로 차돌박이가 들어가는 부대찌개를 주문했으며 추가로 차돌박이를 주문해 넣어 배불리 먹은 후 함께 귀가해 가족 여행 출발 전야를 보낸다. 딸내미는 이번 여행에 참여하지 않기로 해서 혼자 내버려 두고 나와 집사람만 거의 한달 가까이 떠나는 여행이다. 그 동안 딸내미 학업 관계로 창원과 서울에서 따로 떨어져 살아오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한 달 정도 딸내미 혼자 놔두고 여행을 떠나도 별로 미안한 느낌은 안들더군요. ㅎㅎ
2018년 12월 19일 수요일,
동유럽 4개국과 스페인 가족 여행 1일차입니다.
오전 8시에 딸내미와 작별 인사를 나눈 후 택시를 타고 제기역으로 이동한다. 제기역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이동한 후 환승해 9시 9분에 인천공항 제2터미널까지 가는 공항철도를 타게 되었어요.
오전 10시 15분경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해 직원의 안내에 따라 셀프 체크인 단말기에서 체크인을 하려는데 문제가 생겼으니 직접 체크인 부스를 이용하라는 메시지가 나오더군요. 대한항공 부스에 가서 다시 체크인을 하니 내가 사전에 좌석 지정을 하지않아 나랑 집사람이 조금 떨어져 앉아서 체코 프라하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더군요.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셀프 체크인 단말기에서 정상 처리가 안된 모양이다. 마일리지 항공권을 예약한지 너무 오래되어 그 동안에 사전 좌석 지정을 해야한다는 걸 깜빡하고 지내온 거다. 거의 만석인 상태인지라 그나마 부부가 앞뒤로 앉을 수 있는 좌석을 선택한다. 기내 반입이 가능한 캐리어이지만 캐리어 하나는 수하물로 보내고서 체크인 과정을 마친다.
보안 및 출국 심사를 거친 후 10시 55분경에 집사람은 주문한 면세품을 수령하러 가고 나는 바로 근처 마티나(Matina) 라운지에 가서 식사를 한다. 집사람이 여행 도중에 메고 다닐 자그마한 백팩을 하나 면세 주문을 한터라 이걸 찾아와서 라운지에 합류한다.
낮 12시 50분 출발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12시 20분경 라운지를 나서서 보딩 게이트로 이동한다. 당초 예정된 출발 시각보다 20분 정도 늦은 오후 1시 10분경에 우리 부부를 태운 대한항공편은 체코 프라하를 향해 힘차게 이륙을 한다.
기내에서 제공되는 기내식도 먹고 잠도 자고 개인 스크린으로 제공되는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듯 이륙 후 11시간 반 정도 걸린 현지시각 오후 4시 35분경(한국보다 시차 8시간 느림, 한국은 밤 12시 35분경) 체코 프라하의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어요. 불과 2년 전에 내가 이 곳 체코에 다녀갔는데 그 때와는 달리 지금은 한국인을 위한 자동 입국심사대가 마련되어 있네요. 여권을 스캔하고 지문 등록 및 사진 촬영으로 손쉽게 입국 심사를 끝낼 수 있는 시스템으로서 그 만큼 많은 한국인 여행객들이 이 곳 체코 프라하를 많이 찾는다는 거다.
자동 입국 심사를 마친 후 수하물을 찾은 다음 프라하 도착과 동시에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챙긴다. 바로 한국에서 구입해 온 유럽 통합 심카드를 꽂아 인터넷 사용이 잘 되나 확인하고, 코루나 환전과 교통 티켓을 구입하는 일이다. 예상대로 O2 심카드는 내가 가진 아이폰에 꽂아 로밍 기능을 활성화 하니 바로 인식이 되어 인터넷 연결이 잘된다. 집사람 역시 두어 번의 재부팅 과정을 거치긴 했어도 심카드 인식이 되어 첫 번째 숙제는 모두 해결이 잘 되었다.
두 번째로 코루나 환전을 해야 하는데 미리 챙겨온 달러나 유로화를 코루나로 환전을 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신용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기로 한다. 2년 전에 이 곳 체코에 왔을 때 환전율이 낮고 환전 수수료 부담이 큰거 같아 이번에는 환전 대신에 그냥 신용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기로 한거다. 코루나는 체코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화폐이므로 신용카드 사용을 고려해 3000 코루나(한화 약 15만원)만 인출한다. 수수료는 159 코루나(약 8천원)가 나왔는데 많은 금액을 인출하면 수수료 부담이 적으나 이런 적은 금액 인출에는 현금 서비스 부담도 꽤 큰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제 마지막 숙제로 교통 티켓을 구입해서 대중 교통을 이용해 호텔까지 이동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방금 인출한 코루나 현금으로 티켓 판매점에서 90분 교통 티켓(32 코루나)을 2매 구입한다. 이 곳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동하는 데 적합한 60분 짜리 교통 티켓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 시간권 티켓은 없다. 30분 짜리(24 코루나) 혹은 90분 짜리 교통 티켓 중에서 고를 수 밖에 없다.
세 가지 숙제를 모두 해결하고서 공항 입구로 나가 119번 버스를 기다려 탑승한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연결이 잘 되므로 구글 검색을 하면 호텔까지 이동하는 데 필요한 교통편을 잘 알려준다. 119번 버스를 타고 약 15분 정도 이동해 버스 종점인 나드리지 메트로 역에 내려 메트로 A에 탑승한다. 중간에 뮤지움 역에서 환승해 두 정거장 지나 플로렌스 역에 하차하니 바로 앞 도로 건너편에 미리 예약해 놓은 Jurys Inn 호텔 간판이 보인다.
오후 6시경(한국 시각 다음날 새벽 2시경) 체크인을 마치고 배정받은 객실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한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데다가 지금 시각이 한국은 새벽 2시이므로 피곤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새벽 2시가 된 시각이지만 이 곳은 이제 오후 6시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호텔 객실에서 쓰러져 잠을 자기에는 아까운 시간이다. 공항에서 90분 짜리 교통 티켓을 구입해 119번 버스 내에서 타임 스탬프를 찍었기 때문에(교통 카드에 오후 5시 20분으로 찍혀 있음) 유효 시간을 확인해 보니 6시 50분까지는 유효하다.
나는 당장 외출해도 무방한 컨디션이라 30분 정도 집사람의 피로 회복 상황을 지켜보다가 함께 호텔을 나선다.
6시 반경 호텔 앞에서 8번 트램을 타고 두 정류장 이동해 하차한다. 이 트램의 노선 상에서는 구시가지 광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하차한 것으로서 유효 시간이 만료되기 전에 하차한 것이다. 사실 유효 시간이 만료되어도 교통 티켓을 검사하는 직원을 만나지 않으면 상관없으나 어찌될 지 모르므로 유효 시간내에 하차할 수 있도록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트램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니 바츨라프 광장이 나온다. 오늘은 집사람에게 맛보기로 이 곳 바츨라프 광장 초입부와 구시가지 광장, 그리고 까렐교(혹은 까를교) 정도만 구경하고는 일찍 호텔로 돌아가려 한다. 바츨라프 광장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불을 밝혀놓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자리잡고 있으나 구시가지 광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하벨 시장은 이미 영업을 마치고 썰렁한 분위기만 연출하고 있다.
구시가지 광장에 도착하니 천문 시계탑은 이미 내부 입장은 종료되었으며 밖에서 시계탑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많이 붐비고 있다. 구시가지 광장에는 화려한 조명을 앞세운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 있어 관광객들이 북새통을 이루는 상황이다. 내일 낮에 다시 이 곳이 들릴 예정인지라 집사람에게 프라하의 유명한 구시가지 광장이 어떤 곳인지를 맛보기 삼아 잠시 구경을 시켜준 다음 천천히 걸어 까렐교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집사람과 함께 까렐교를 건너가며 블타바 강 주변의 야경과 프라하성을 구경한 후 중간에 발걸음을 되돌린다. 기온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고 피부를 스치는 찬바람이 동유럽의 전형적인 겨울 추위를 보여주려는 것 같기에 프라하 맛보기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 하고서 호텔로 되돌아 가려는 거다.
까렐교에서 구시가지 광장으로 가는 도중에 굴뚝 빵과 커피로 간단히 추위를 달랜다. 내가 2년 전에 들러 사먹었던 곳인데 집사람도 허기가 진 탓인지 맛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집사람에게는 굴뚝빵 보다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더 반가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잠시 굴뚝빵 가게에서 몸을 녹인 후 다시 구시가지 광장을 거쳐 바츨라프 광장 방향으로 향하다 하벨 시장 근처에 있는 무스텍(Mustek) 역에서 메트로를 타게 되었어요. 구시가지 광장 가까운 곳에는 메트로 역이 없어 무스텍 역까지 오게 된거다. 이미 90분짜리 교통 티켓은 사용 불가인지라 30분 짜리 교통 티켓(24 코루나)을 하나씩 별도로 구입했어요.
무스텍 역에서 메트로를 타기 전에 큰 슈퍼마켓이 보이기에 맥주랑 안주 그리고 생수를 구입했는데 알고 봤더니 생수가 아니라 탄산이 든 물이었네요. 1.5리터까지 두 병이나 샀다는...ㅎㅎ
더군다나 플로렌스 역에 하차해 밖으로 나가니 호텔 바로 맞은 편에도 큰 슈퍼마켓이 자리잡고 있네요. 괜히 무거운 맥주랑 생수를 들고 메트로를 타고 왔다는 허탈함이 밀려드는 순간이다.
밤 9시경 호텔 도착해 온수로 샤워를 하고 나니 한결 몸이 가볍다. 한국은 새벽 5시가 넘어가는 시간인데도 졸리지가 않다. 8시간의 시차 적응을 위해서는 이 곳 시간으로 늦은 밤에 잠을 청하는 게 좋다. 하지만 샤워 후에 슈퍼마켓에서 사가지고 온 맥주를 한 캔 마시고 나니 곧바로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