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2일 수요일,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 가족여행 2일차입니다.
코모도 섬에서 거대 도마뱀들을 구경한 후 보트를 타고서 20여분 이동해 코모도섬 우측에 툭 불거져 나온 곳에 자그맣게 자리잡은 핑크 비치에 도착한다. 핑크 비치에 바로 보트로 진입할 수는 없도록 되어 있어 비치에서 약간 떨어진 수심 깊은 곳에 보트를 정박한 후 자그마한 배로 옮겨타고 핑크 비치로 이동하게 된다.
셔틀 보트인 셈인데 1인당 왕복으로 2만 루피아 요금이라 하네요. 이 작은 셔틀 보트를 타지 않을거면 직접 헤엄쳐서 핑크 비치로 이동하는 수 밖에 없으니 모두들 비용 지불하기로 하고 셔틀 보트에 올라탄다.
핑크 비치는 모래의 색깔이 연한 핑크빛이라 이름이 붙여진거 같은데 작지만 고운 모래로 되어있어 너무 아름답더군요. 비치 앞 바닷물이 너무 맑고 깨끗해 핑크 비치의 존재 가치를 더해주는 느낌이다. 스노클링을 위해서는 비치에서 조금 떨어진 물색이 짙어 보이는 곳으로 헤엄쳐 가야한다. 이 곳에 수초나 산호 군락이 모여 있어 작고 예쁜 고기들이 많거든요.
안전을 생각해 구명 조끼를 입고서 30분 정도 스노클링을 즐긴다. 수심은 2~3미터 정도에 불과하나 크고 작은 예쁜 물고기들이 다양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장관을 구경할 수가 있더군요. 스노클링을 즐기다 보니 정박해 놓은 보트 근처까지 가게되던데 핑크 비치에 벗어놓은 옷과 신발을 챙겨야 하니 다시 비치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핑크 비치를 구경하지 않고 그저 스노클링만 즐길 생각이라면 셔틀 보트를 안타고 그냥 정박해 놓은 보트에서 물 속으로 뛰어들어도 좋을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30분 정도 스노클링을 즐겼는데 모두들 지쳤는지 셔틀 보트에 올라타기 시작하기에 우리 부부도 미련없이 일행들과 호흡을 같이 맞추기로 한다. 정박해 놓은 보트에 도착해서 두 사람 운임으로 4만 루피아를 지불한다.
오후 2시 반경에 다시 보트를 타고서 마지막 스팟인 만타 가오리 포인트로 이동한다. 거대한 만타 가오리와 함께 스노클링이나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기에 기대 만땅이다. 하지만 오후 3시 반경에 포인트에 도착해 30분 정도 주변을 돌아다니며 찾아다녀 보지만 만타 가오리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다른 보트 승객들도 함께 애절한 표정으로 만타 가오리가 나타나길 기다렸으나... 30분 정도 지난 오후 4시경에 만타 가오리는 우리 부부와는 인연이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리게 된다. 차라리 이 곳 포인트에 도착하기 직전에 보이는 새하얀 모래섬(Pulau Pasir)에서 물놀이나 즐겼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만나 보고 싶은 만타가오리 - 출처: 구글 검색 사진]
오후 4시경에 모든 보트 투어 일정을 마무리하고 라부안 바조 항구로 귀항하기로 한다. 약 2시간 정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항구에 도착하려면 지금 출발을 해야 하는 거다.
근데 우리 부부가 탄 보트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이른 아침에 항구를 출발할 때 시동 거느라 고생하더니만 이제는 좌우로 방향을 제어하는 조타 기능이 문제라고 한다. 역시 만타 가오리 찾기를 포기하고 귀항을 하려는 근처 다른 보트를 불러 긴 밧줄로 서로 연결한 후 잠시 이동하나 싶더니 힘이 부치는 모양이다.
지나가는 다른 보트를 불러 세운 후 다시 연결하게 되니 두 개의 밧줄로 세 대의 보트를 연결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게 생각처럼 쉽게 제어가 안된다. 자꾸만 보트들이 지그재그 식으로 틀어져 버려 기동성이 더 떨어지는 꼴이 되어 버린다.
결국 보트 한 대는 그냥 떠나 보내고 이번에는 두 대의 보트를 나란히 붙여서 밧줄로 묶은 다음 이동하기로 한다. 근데 두 보트 모두 동력을 가동하면 동력 차이로 인해 보트의 방향 제어가 잘 안되므로 한 대의 보트 동력으로 두 대를 움직여야 하는 꼴이 되어버려 역시나 기동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이다.
할 수 없이 동력이 센 보트로 우리 일행들이 옮겨타기로 한다. 근데 설상 가상으로 앞서 떠나 보낸 보트마저 문제가 있는지 멈춰서 있기에 결국 세 대의 보트 승객들이 한 대의 보트에 모여 타고 귀항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거다. 승객들 수만 해도 모두 서른 세명이나 되어 완전히 정원 초과가 된 상황에서 항구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당초 배 두대 연결할 당시에는 저녁 7시반 도착 예정이라 했건만 한 대의 힘 좋은 보트에 옮겨 타고 이동한 덕분에 저녁 6시 반경에 라부안 바조 항구에 무사히 도착하게 되었어요.
항구에 도착하니 시프리가 보이질 않네요. 아까 전화 통화로 저녁 6시 반경에 항구에 도착할거라 했건만...
도무지 믿음이 안가는 녀석이다. 시프리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전화를 안받는 걸로 봐서 아마 이동 중에 있나 보다.
시프리를 기다리는 동안에 내일 아침 7시에 루뗑(Ruteng)까지 가는 시외버스 예약을 위해 Gunung Mas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보니 이미 영업이 종료되었는지 자동 응답만 들려온다. 미처 예약을 해야한다는 거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조금 전에서야 생각이 난거다. 내일 이른 아침에 다시 연락을 해봐야 겠다. 미리 좌석 예약을 안했지만 우리 두 사람이 타고 갈 좌석은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항구에 도착한 지 30분이나 지난 저녁 7시경이 되어서야 겨우 시프리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빈 도시락과 스노클링 장비를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이 녀석을 기다린 셈인데... 정작 이걸 챙겨야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자신이거늘우리 부부를 이 곳에서 30분이나 기다리게 한거다. 그냥 근처 가게에다 맡겨두고 떠나버릴 걸 하는 뒤늦은 후회도 해 본다. 조수석에 자기 와이프가 타고 있는 걸로 봐서 아마도 와이프 외출 준비 때문에 늦은 것 같기도 하다. 빈 도시락과 스노클링 도구를 돌려주면서 30분이나 기다린 거에 대해 불만을 표했더니 그제서야 미안한 생각이 드는 표정을 짓는다. 조수석의 시프리 와이프는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다.
호텔까지 태워다 줄테니 승용차에 타라는 얘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내일부터 자기 차량을 렌트하는 걸로 결정했는지를 내게 물어온다. 한마디로 너 차를 탈 생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하고는 서둘러 자리를 뜬다. 시프리를 기다리는 동안에 이 녀석과는 더 이상의 악연을 만들지 않기로 하고 근처에 야시장이 열리는 곳에 가서 씨푸드로 저녁 식사를 하는 걸로 이미 결정했거든요.
약 10분 정도 걸어 야시장이 열리는 곳에 도착한다 축구 경기장을 밤에는 야시장으로 운영하는 가 보더군요. 몇 개의 씨푸드를 파는 간이 식당이 갖추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 맨 처음에 자리잡고 있는 가게의 여주인장 인상이 좋아보여 이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한다. 다른 가게들을 돌아다녀 봐야 씨푸드 가격은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다.
랍스터 살아있는 거 작은거 한마리에 10만 루피아 두 마리, 생선 한마리 5만 루피아, 새우 작은 더미에 5만 루피아에 흥정을 해서 주문을 하고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가격 흥정을 시도했으나 어렵다고 하기에 내가 주문한 새우 더미에 몇 마리를 더 갖다 얹는 걸로 해서 흥정을 마무리 합니다.
맥주가 있냐 물어보니 안판다고 하면서 대로변에 맥주를 살 수 있는 곳을 알려주더군요. 씨푸드 요리가 준비되는 동안에 혼자 가게를 찾아가 빈탕 병맥주 큰거 한 병에 35,000루피아씩 두 병을 사가지고 돌아 온다.
두 사람이 공기밥 두 접시까지 주문해 푸짐한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식사비 30만 루피아를 지불한다. 인심 후한 여주인장이 공기밥 값은 안받겠다 하더군요. 호텔로 돌아가려고 대로변으로 가니 생각한 바대로 오토바이몇 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2만 루피아 달라는 거 15,000 루피아로 깎아 두 대에 나눠 타고서 호텔에 도착하니 저녁 8시 반이 되었더군요.
집사람은 먼저 샤워를 하고 쉬겠다면 객실에 올라가고 나는 리셉션에서 직원에게 딜럭스 객실의 하루 연장 숙박 요금으로 425,000 루피아를 현금으로 지불한다. 그리고 내일 루뗑까지 가는 교통편에 대해 물어보니 Gunung Mas 버스 보다도 근처 Pagi 호텔 옆에 있는 터미널에 가면 차들이 많다고 한다. 내일 아침에 일찍 체크 아웃을 한 후 Gunung Mas 버스 회사에 전화 연락을 해보거나 아니면 저 곳 터미널에 가서 루뗑으로 가는 차를 타면 될거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