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교수파견일기/인도네시아(Indonesia)

[파견일기] 제35편 - 그리스 트랩으로부터 물이 새어나와 수리를 요청하다

민지짱여행짱 2017. 10. 17. 18:24

2017년 10월 10일 화요일,


집사람이 엊그제 부터 주방 씽크대에서 설겆이를 하고 나면 씽크대 하단 바닥으로 부터 물이 새어나온다기에 씽크대 하단에 있는 그리스 트랩(Grease Trap) 뚜껑을 열어보니 오물로 가득차 있을 뿐만 아니라 심한 악취가 나오더군요. 그리스 트랩은 주방에서 사용한 기름이 하수도를 통해 그대로 흘러가지 않게 막아주는 장치로서 뚜껑을 열어보니 세 곳의 칸막이로 되어 있던데 이 곳 칸막이들을 차례로 지나가면서 기름 덩어리가 바닥에 가라앉도록 만든 장치 같아 보이네요. 기름만 이 곳을 지나는게 아니고 작은 음식물 찌꺼기도 함께 이 곳에 가라앉다보면 점차 가득차게 되고 이들로 인해 씽크대에서 흘려보내는 물이 조금씩 넘쳐나게 되어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봅니다.   



아파트 지하 1층에 있는 시설 관리 오피스에 찾아가 얘기를 하니 인도네시아 말로 불라불라 하면서 직원 두 명이 저를 따라 나서더군요. 직원들이 그리스 트랩을 열어보고 청소를 해야 한다더군요.

처음에 리셉션에 연락해야 한다고 하더니만 자기들이 알아서 처리하겠다며 심한 악취를 견뎌가며 찌꺼기를 건져내고 그리스 트랩을 분리해 물은 옥상에 가서 처리해야 한다며 들고 가더군요.

그 때 리셉션에서 직원이 올라와 그리스 트랩은 한달에 한 번 정도 청소를 해줘야 한다고 하며, 제일 먼저 리셉션에 와서 얘기한 다음 청소비 75,000루피아(약 6천 5백원)를 납부하면 자기들이 시설 관리 오피스에 연락해 청소를 요청한다고 하네요.


처음 이런 일을 겪다보니 제가 운영 시스템을 알지 못하고서 바로 시설 관리 오피스를 찾아간거고, 인도네시아어로 서로 대화가 안되는 상황이다 보니 직접 저를 따라 나선 거네요. 리셉션 직원이 시설 관리 직원들과 얘기하더니 이번 경우에는 자기들이 공짜로 도와주는 거니 다음부터는 리셉션을 통해 요청하라고 합니다.


리셉션 직원이 떠나고 난 뒤에 분리한 그리스 트랩을 다시 연결하고 연결 부위에 테이프를 감는 마무리 작업을 하시는 시설 관리 직원들에게 75,000루피아를 건네며 리셉션과 오피스에 얘기하지 않을테니 그냥 팁으로 받으시라 전합니다. 처음엔 손사레를 치시면서 안받으시려 하시다가 제가 억지로 호주머니에 넣어드리니 고맙다 하고 받으시더군요. 제가 아침에 뚜껑을 열어봤을 때 심한 악취로 곧바로 뚜껑을 닫아버릴 정도였는데, 이런 악취를 참아가며 두 사람이나 찾아와 그리스 트랩 청소를 해주고서 그것도 공짜로 서비스를 한다고 하니 너무 고마워서 제가 도저히 그냥 보낼 수가 없더군요.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기에 미리 조심해야 할 것 같기도 하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