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4일 목요일, 남미 가족여행 8일차입니다.
새벽 5시 반경에 출발하는 셔틀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에 올라가 유적들을 구경한 다음 셔틀 버스를 타고서 아구아스 깔리엔테스로 돌아오니 오후 2시 반경이 되었어요. 마추픽추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며 유적들을 차근 차근 둘러볼 수도 있었지만 부슬 부슬 내리던 비가 점차 굵어지는 터라 그냥 지금까지 둘러본 것으로 만족해 하며 돌아왔답니다.
셔틀 버스에서 내려 어젯밤에 묵은 호텔 MOSOQ를 찾아가 맡겨 놓았던 가방을 찾은 다음 기차역으로 갑니다. 오후 6시 10분에 이 곳 아구아스 깔리엔테스를 출발해 오얀따이땀보로 가는 기차를 예약해 놓았거든요. 이 기차를 타게 되면 오얀따이땀보에는 7시 40분경에 도착하고, 그 곳에서 쿠스코까지는 1시간 반정도 걸리므로 밤 9시가 넘어서야 쿠스코에 도착하게 될 예정이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빠른 시각에 출발하는 기차의 좌석이 있다면 표를 바꿔서 가려는 거지요. 그런데 아빠가 매표 창구에 물어보니 그 이전 출발 기차는 모두 만석이라는 겁니다. 예약해 놓은 오후 6시 10분 기차를 탈 수 밖에 없네요.
오후 6시 10분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이다. 아침 식사도 거른데다가 빵과 과일들로 점심 식사를 대신한 터라 허기가 지기에 점심 식사를 할 만한 적당한 레스토랑을 찾아 광장 주변을 둘러본다.
광장 주변을 구경하다가 제가 1시간 정도 인터넷을 사용하면 안되겠냐고 졸라서 가족 모두 기차 철길 옆에 있는 인터넷 PC방으로 갑니다. 그 옆에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도 있어 아빠랑 엄마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어요. 아빠 엄마가 테이블에 앉아 식사도 하시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저는 혼자 PC방에서 인터넷을 사용합니다.
내가 인터넷을 30분 정도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PC가 갑자기 동작을 안한다. 주인에게 얘기하니 자리를 바꿔주시면서 다시 1시간 동안 사용 가능하게 해 주더군요. 아빠가 1시간 요금으로 3솔을 미리 지불했기에 저는 1시간 요금으로 1시간 반 동안이나 인터넷을 사용한 거랍니다. 배고픔도 잊고서 말입니다.
인터넷 PC방에서 나와서 저도 햄버거를 주문해 먹었어요. 이미 오후 5시가 넘었으니 저녁 식사인 셈이랍니다. 엄마가 마신 커피 6솔, 아빠랑 제가 먹은 햄버거 콤보(햄버거+프렌치프라이+주스) 10솔씩 2개에다 서비스료가 포함되어 모두 30솔을 지불했어요.
오후 5시 반경이 되자 레스토랑을 나서서 다시 기차역으로 갑니다. 기차역 입구에 모여있는 기념품 가게들도 천천히 둘러보면서 기차역에 도착했는데 오후 6시 10분 기차 출발 시각이 오후 7시로 연기되었다는 자그마한 쪽지가 붙어있다. 한 시간 정도 더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인거다.
아구아스 깔리엔테스를 출발한 기차는 저녁 8시 50분 경에 오얀따이땀보역에 도착했어요. 기차역 근처에 있는 쿠스코행 미니 버스를 타는 곳으로 가서 1인당 15솔씩을 내고 버스 티켓을 구입해 쿠스코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기차역에서 걸어나오는데 누군가가 우리 가족에게 다가와 반가운 인사를 하는 거다. 바로 어제 쿠스코에서 이 곳 오얀따이땀보까지 우리 가족을 태우고 왔던 택시 운전기사 헤드윙이네요. 그는 우리 가족에게 쿠스코까지 택시를 타고 갈 생각이 있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자기 승용차에는 이미 손님을 태운 터라 안되고 대신에 친구의 승용차로 60솔에 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한다. 3인 가족이 미니버스를 타고가면 45솔이 드는데, 여기에다 15솔(약 5달러)만 더 보태면 편하게 택시를 타고 갈 수 있게 되는거다.
당연히 택시를 타기로 하고 헤드윙이 소개해 준 승용차에 올라탄다. 근데 주차장을 빠져 나가려니 손님을 기다리는 미니 버스가 가로막고 있어 10분 이상 기다려야만 했어요. 그러다 보니 쿠스코에 있는 Marlon's House에 도착했을 때에는 거의 밤 11시가 다 되었더군요.
호스텔 주인장을 만나 어제 쿠스코를 떠날 때 맡겨 놓았던 큰 가방을 찾아들고 미리 예약해 놓은 방으로 찾아가 지친 몸을 누인다.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아까 택시를 타고 아르마스 광장을 지날 때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폭죽 놀이도 하며 크리스마스가 되길 기다리고 있더군요. 이 곳 Marlon's House 앞 도로에도 주인장 Marlon을 비롯하여 몇몇 사람들이 모여 폭죽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도 창밖으로 지켜볼 수가 있다. 잠시 후 밤 12시가 되자 갑자기 하늘에서 수많은 폭죽들이 한꺼번에 터지기 시작더군요. 폭죽 놀이를 하면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것이 이 곳의 풍습인 모양이다.
[페루] 제24편 - 버스를 타고 티티카카 호수가 있는 도시 푸노(Puno)로 이동하다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