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2일 화요일, 남미 가족여행 6일차입니다.
오전에 볼리비아 영사관에서의 비자 발급 및 쿠스코의 재래시장을 구경한 다음 호스텔에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데 직원이 시티 투어 버스가 도착했다고 하며 방문을 두드린다. 1인당 20솔씩을 내고 오후 1시부터 대략 5시간 가량 쿠스코 시내 및 주변의 유적들을 구경하는 시티 투어를 하게 된거예요. 서둘러 숙소 앞으로 가서 대기해 있는 미니 버스에 탑승한다.
우리 가족을 태운 미니 버스는 아르마스 광장 근처에 있는 몇 개의 호텔들을 찾아다니며 오늘 시티 투어를 신청한 손님들을 태운 다음 우리 가족이 묵고있는 숙소에서 불과 두 블럭 위에 있는 코리칸차부터 시티투어 일정을 시작합니다.



코리칸차(Qorikancha)는 쿠스코에 있는 신전으로서 잉카 시대에 태양의 신전으로 사용된 곳이다. 매우 정교하게 돌을 깎아 초석을 만든 다음에 세워올린 건축물이라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에도 이 곳 코리칸차 신전은 지진을 견뎌내 잉카 건축술의 위대함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잉카 제국 시대에는 문과 지붕 등이 금으로 덮혀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



















약 30분 정도 코리칸차 신전 구경을 한 다음 투어 버스를 타고 다음 투어 방문지인 쿠스코 근교의 삭사이와망(Sacsayhuaman)으로 이동한다. 시티투어는 코리칸차 - 삭사이와망 - 땀보마차이 - 푸카 푸카라 - 켄코 유적지 순서로 둘러보게 되어있어요.


코리칸차에서 삭사이와망으로 이동하다 아빠는 옆에 앉은 다미아노(Damiano)와 인사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나와 엄마가 나란히 앉았기 때문에 아빠는 외국인 관광객과 나란히 앉을 수 밖에 없거든요. 다미아노는 이탈리아 출신으로서 현재 미국 텍사스의 모 대학에서 이탈리아어를 가르치고 있다네요. 그런데 우리 가족이 지금 살고 있는 게인스빌(Gainsville) 에서 2005년도까지 살면서 플로리다대학교(UF, University of Florida)에서 공부했다고 하기에 아빠랑 얘기가 잘 통하는 것 같아 보인다.
삭사이와망 입구에 도착해 아빠랑 다미아노는 투어 가이드와 함께 팩키지 입장권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이 곳 삭사이와망을 비롯하여 오늘 방문하게 될 유적들의 입장권을 개별적으로 사는 것 보다 여러 잉카 유적들을 포함하는 팩키지 입장권을 끊는게 유리한지 아닌지를 확인하려고 하는 거지요. 10일간 유효한 유적 팩키지 입장권이 어른은 140솔(50달러)이고, 어린이나 학생은 70솔(25달러) 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팩키지 입장권에는 코리칸차나 대성당 같은 쿠스코 시내에 위치해 있는 유적들은 포함되지 않아요.
아빠와 다미아노는 결국 팩키지 입장권을 끊기로 한다. 다미아노가 먼저 오래전 플로리다대학교 학생증(Gator Card)을 내밀며 할인이 되는지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봅니다만 이미 학생증 유효 기한이 지난터라 정상 가격인 140솔을 내고서 유적 팩키지 입장권을 끊어야만 했어요. 그런데 아빠는 티켓팅을 하면서 지금 가지고 있는 플로리다대학교 신분증(Visiting Professor라 적혀있음)을 혹시나 하고 내밀었는데 직원이 70솔을 내라 하기에 잽싸게 할인 가격으로 팩키지 입장권을 구입하게 된거랍니다. 아마도 직원이 신분증을 제대로 확인했다면 학생용 신분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건데, 앞서 다미아노가 내밀었던 플로리다대학교 학생증이랑 똑같이 생긴터라 매표소 직원이 그냥 유효 기한만 확인하고서 티켓을 끊어줬나 봅니다.
학생도 아닌데 학생 할인을 받게 된 아빠가 서둘러 엄마 지갑에 든 플로리다대학교 신분증을 꺼내라 해서 창구에 내밀고서 역시 학생 할인 가격인 70솔에 팩키지 입장권을 끊을 수 있게 된 거예요. 엄마의 플로리다대학교 신분증에는 방문 교수의 배우자(Spouse of Visiting Professor)라고 적혀있는데도...ㅎㅎ
이렇게 해서 우리 가족은 모두 1인당 70솔씩 내고서 10일간 유효한 잉카 유적 입장권을 끊게되는 행운을 얻었답니다.



쿠스코가 해발 3,400미터 정도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는데 이 곳 삭사이와망은 쿠스코 보다도 높은 해발 3,540 미터에 위치한 곳이랍니다. 그래서 드는 느낌인지 몰라도 쿠스코 시내 보다 호흡이 더 가쁘고 약간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는 것 같더군요.



이 곳 삭사이와망은 잉카 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를 침략한 스페인군에 맞서 싸우던 최후의 요새였다고 한다. 그걸 보여주듯 중앙의 넓은 광장 양편에는 거대한 성곽을 닮은 유적이 남아있더군요. 뛰어난 잉카인들의 석조 기술로 면도날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성벽을 쌓았으며, 360미터 정도의 성벽에는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옮겨왔는지 몰라도 거의 집채 크기의 바위들도 있다.


광장에서 오른쪽 성벽을 지나 언덕에 오르니 태양제를 지내던 제단터 유적이 남아있다. 페루는 남반구에 위치해 있다보니 낮의 길이가 가장 짧아지는 시기가 6월 21일 경이라 한다. 그러다 보니 잉카인들은 점점 짧아지는 태양을 다시 부르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곳 삭사이와망에서 태양제를 지냈다고 하더군요. 이를 기리기 위해 해마다 6월 24일이면 이곳 삭사이와망에서는 태양의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삭사이와망 구경을 마치고 입구로 걸어나와 투어 가이드와 투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약속 시각이 되었는데도 나타나지 않는다. 잠시 머뭇거리고 있으니 직원이 시티 투어를 왔느냐고 물어보기에 그렇다고 답하니 투어 버스는 이 곳이 아니라 반대편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알려준다.
삭사이와망에 대한 설명을 듣는 동안에 가랑비가 갑자기 내렸는데 아빠 엄마가 우의를 파는 사람과 가격 흥정하느라 정작 투어 가이드가 삭사이와망을 자유 구경 후에 만날 장소 얘기하는 것을 못들었던 거랍니다. 당연히 버스에서 내린 곳으로 돌아가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던 거지요.
반대편까지 가려면 제법 걸어가야 하는 터라 이거 큰일이 난거예요. 그래서 아빠가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을 투어 버스를 찾아 먼저 뛰어가시고 엄마랑 저는 빠른 걸음으로 뒤따라갑니다. 고산 지대라서 안그래도 숨이 가쁜데...ㅎㅎ
먼저 뛰어가신 아빠가 투어 가이드에게 약속 장소를 몰라 버스에서 내렸던 입구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면서 지금 가족들이 급히 오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을 해놓았던 거예요. 잠시 후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투어 버스에 올라타게 되었는데 우리 가족을 기다려 준 다른 분들에게 미안해서 다음 유적지로 이동하는 내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답니다. ㅎㅎ
다음 방문지는 시티 투어에 포함된 유적지 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땀보마차이(Tambomachay)라는 곳인데 쿠스코 시내에서 약 11Km 정도 떨어진 곳이랍니다.




땀보마차이는 잉카의 목욕탕라 불리는 곳으로 제를 지내기 전에 이 곳에서 상징적으로 몸을 깨끗이 한 곳으로 추정된다네요. 1년 내내 일정한 양의 물이 흘러내리도록 만들어졌다는 데 정말로 잉카의 수로 기술을 엿볼 수 있는 곳이랍니다.


땀보마차이 구경을 마치고 가까운 도로 근처에 있는 푸카 푸카라(Puka Pukara)로 갑니다. 고산 지대인 데다가 바깥 날씨가 차가운 터라 버스에서 잠시 내려 푸카 푸카라를 배경으로 사진만 한 장 찍고서 급히 차에 다시 올라타서 차창 밖으로 푸카 푸카라를 천천히 구경했어요. 푸카 푸카라는 잉카 제국의 복쪽을 지키기 위해 세워진 요새였다고 합니다.




땀보마차이와 푸카 푸카라 유적 구경을 마치고 쿠스코로 되돌아 가면서 시티투어의 마지막 방문 유적지로 잉카 제국의 제례 장소였던 켄코(Q'uenko)를 방문한다. 켄코는 '미로' 라는 뜻의 바위산 유적으로 신께 제물을 바치고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거대한 돌기둥과 정교하게 다듬어진 돌로 만든 벽 등이 있고, 또 제물을 바치는 바위도 남아있는데 당시에 살아있는 사람을 제물로 바쳤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네요.









쿠스코 주변 유적 투어를 모두 마치고 오후 6시 반경에 쿠스코로 돌아와 아르마스 광장 근처에서 내린다. 시티 투어 내내 아빠랑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함께 다녔던 이탈리아인 다미아노랑 며칠 뒤에 푸노(Puno)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작별 인사를 나누었어요.

저녁 식사시간이라 아르마스 광장 근처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인 사랑채에 들린다. 쌀쌀한 날씨에 쿠스코 주변 유적들을 구경한 터라 국물있는 얼큰한 찌개를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얼큰하리라 기대하고 두부찌개 2인분에다가 공기밥을 하나 추가해서 시켰는데 두부찌개가 북어국 같은 맑은 국물이라 실망했어요. 물론 배가 고팠던 터라 모든 음식이 맛은 있었지만...
사랑채에서 3인 가족의 저녁 식사비로 63솔을 지불한 후 아르마스 광장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서 호스텔로 돌아왔어요.

호스텔에 도착하자 마자 아빠는 낮에 택시 기사에게서 받았던 명함을 직원에게 건네 주면서 내일 약속해 놓은 택시 투어 컨펌을 해줄 것을 부탁한다. 그러면서 10솔을 직원 손에 살짝 쥐어줍니다. 팁을 준 거지요. 택시 기사는 영어를 할 줄 모르고 아빠는 스페인어를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직원에게 부탁을 한 거랍니다.
내일은 이 곳 쿠스코를 출발해 택시 투어를 하면서 친체로(Chinchero), 모라이(Moray), 살리나스(Salinas) 염전을 구경한 뒤에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까지 갈 예정이예요. 이미 오얀따이땀보에서 마추 픽추가 있는 아구아스 깔리엔테스까지 가는 기차표를 구입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택시 투어 컨펌을 부탁하고는 맡겨 두었던 세탁물 찾아 룸으로 가서 휴식을 취한다. 맡겨놓았던 세탁물이 무려 5.5Kg이나 되어 세탁비만 27.5솔(약 1만원)을 지불했답니다.
잠시 후에 직원이 찾아와서 그 택시 기사와 통화를 했는데 120솔에 못하겠다고 하더랍니다. 분명히 120솔에 해주기로 약속했는데 말입니다. 아빠가 내일 일정이 틀어지면 안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원래 가격인 150솔을 줄 수 있다는 뜻을 택시 기사에게 전해달라고 직원에게 부탁을 합니다. 그랬더니 직원은 자기가 잘 아는 사람이 그 가격에 택시 투어를 해줄 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한다. 내일 오얀따이땀보까지 가야만 하는 터라 30솔을 더 주더라도 택시 투어를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네요.
[페루] 제16편 - 오얀따이땀보로 이동하는 도중에 친체로 유적지를 구경하다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