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5일 토요일,
오늘 올랜도(Orlando)에 있는 워터파크에 1박 2일 일정으로 가족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아빠가 아침에 플로리다대학교 유학생회 게시판에 우연히 들렀다가
무빙 세일하는 분이 쿠쿠 압력 밥솥을 파는 게시물을 올려놓은 것을 보고 엄마와 상의해서
이걸 사기로 결정했다.
우리 집의 살림살이들을 귀국하시는 방문교수 한테서 일괄 인수했지만 밥솥이 영 아니라서
엄마는 늘 아쉬워하고 있었다.
가격 저렴한 일반 전기밥솥인데 바닥이 많이 상해있는 터라 밥 맛이 영 아닌데다가
하루 정도 보온해 놓은 밥은 쾌쾌한 냄새까지 날 정도인지라...
며칠 전에 1년 정도된 쿠쿠 압력 밥솥을 150달러에 파는 게시물이 올라왔지만 엄마는 비싼 가격이라며
포기했었는데, 오늘은 2년 정도된 압력 밥솥을 75달러에 판다는 매물이 나와있는 거다.
급히 엄마가 전화하니 이미 다른 사람한테서 전화가 와서 구입하려는 의사를 비쳤다고 하는데
출발하기 전에 전화하기로 해놓고서는 아직 전화가 없다고 한다네요.
그 분이 사러 오실지 안오실지 모르므로 우리 가족에게도 기회가 있다면서 먼저 오면 드리겠다고 한다.
그 분이 물건을 보고 안살 수도 있기 때문에 먼저 와서 구입해 가는 사람에게 파는게 맞는거 같다.
부랴 부랴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출발하기 전에 다시 전화해서 확인하고...
그 아파트에 20분쯤 후에 도착하니 다행히 밥솥이 그대로 있다.
플로리다대학교에서 석사과정 2년을 마치고 한국에서 직장을 구하려고 귀국을 앞둔 유학생이
자신이 2년전에 구입해서 사용해 왔던 밥솥을 내놓은 것이었다.
우리 가족이 막 도착해서 물건을 보고 있는 사이에
그 이전에 전화를 주셨던 분이 아파트 근처에 도착해서 집 위치를 묻는 연락이 온 것이다.
엄마가 우리가 사겠다고 하고 돈을 건네자 유학생은 전화를 걸어 온 분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돌려보낸다.
유학생이라 집에서 밥을 자주 안해먹어서 그런지 밥솥이 깨끗하다. 2년된 것 같지않게...
새 걸 사려면 200달러는 넘게 줘야 하는데...
엄마가 가장 흐뭇해 하신다. 앞으로 맛있는 압력 밥솥에서 지은 밥을 먹을 수 있게 되는구나.
[무빙세일에서 장만한 쿠쿠 압력밥솥]
[용량은 2~6인용이라 작은 듯 하지만...3인 가족이 사용하기에는 딱 알맞은 사이즈]
압력 밥솥만 사가지고 나오다가 그 유학생 집에 다시 들어가서 내가 갖고 놀 농구공과
주방 용품 중에서 밀폐형 용기들을 각각 10달러와 5달러를 주고 추가로 구입해 왔네요.
[공부하느라 별로 사용하지 않은 농구공인데...시중에서는 20달러 줘야 하는 것을 10달러 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