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7일 일요일, 남미 가족여행 11일차입니다.
페루 여행을 마치고 페루-볼리비아 국경을 넘어 코파카바나에 도착해 티티카카 호수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미라도르 호텔에 여장을 풀었어요. 지금이 낮 12시 50분 경인데 나랑 엄마가 호텔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아빠는 근처 여행사를 찾아가 코파카바나 여행의 핵심인 태양의 섬(Isla Del Sol) 투어 티켓을 끊으러 나가십니다.

아빠가 호텔 프런트에서 태양의 섬 투어 가격을 물어보니 1인당 20볼(약 3천원)이라 한다네요. 아까 나랑 엄마가 호텔을 둘러보러 다닐 때 아빠는 짐들을 지키면서 버스 하차한 곳에 있는 여행사 사무실에 잠시 들러 가격을 확인해 놓으셨는데 1인당 15볼이라 했기 때문에 서슴지 않고 이 곳 사무실로 찾아가십니다.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하는 태양의 섬 투어를 1인당 15볼(약 2천 2백원)씩 3명분 티켓을 끊어 호텔로 돌아오셨어요. 나중에 투어를 하면서 보니깐 이 곳 여행사에서 파는 티켓으로 우리 가족이 타게 된 보트가 다른 보트들에 비해 훨씬 깨끗하고 의자도 새 것이더라구요.


아빠가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하는 태양의 섬 투어라고 하기에 엄마랑 서둘러 외출 준비를 해서 보트 선착장으로 갑니다. 호텔 바로 앞에 있는 보트 선착장이라 시간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여행사 사무실에서 티켓 파시는 할머니가 보트 선내 보다는 캐빈 위의 좌석이 구경하기 좋다고 하셔서 조금 일찍 탑승해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함이예요.

1시 15분경에 투어 보트 선착장으로 천천히 걸어 가면서 길거리 음료수 파는 곳에서 황도 쥬스 1볼짜리 2잔과 1볼짜리 푸딩을 하나 사 먹고 물도 3볼 주고 한 병을 삽니다. 버스 내에서 버터랑 딸기잼 바른 빵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했고 이 곳 코파카바나 도착하자 마자 호텔 체크인하고서 바로 태양의 섬 투어를 하러 나온 터라 약간 배가 고팠거든요.




보트 선착장에서 티켓 보여주고 보트에 탑승해 엄마는 선내에 자리잡으시고 아빠와 나는 캐빈 위에 자리를 잡습니다.1시 반경에 태양의 섬 투어 보트가 출발한다. 엄마는 1층 선내에 앉아 계시고 저랑 아빠는 캐빈 위에서 동승한 외국인들과 서로 인사도 나누고 이런 저런 여행 얘기를 나누며 태양의 섬으로 가고 있어요. 브라질에서 여행을 온 청년, LA에서 오신 미국인 남편과 볼리비아 출신의 부인, 그리고 그 부인의 부모이신 볼리비아 노부부 등을 만났어요.

투어 가이드가 선내에서도 투어 일정을 소개하고 캐빈 위에 올라와서도 스페인으로 투어 일정을 얘기하네요. 저랑 아빠는 스페인어를 전혀 못하기에 어리둥절해 있는데 옆에 앉으신 볼리비아 출신의 부인이 친절하게 다시 우리 가족에서 영어로 설명을 해 주시네요. 그 부인의 아버지는 코카 잎을 연신 씹으시면서 아빠에게 이 곳 티티카카 호수 주변의 잉카인들의 발자취에 대해서도 설명을 아끼지 않으시더군요. 아마 이 곳을 몇 번 방문하셨던 모양입니다.


태양의 섬 도착 즈음해서 투어 가이드가 스페인어로 태양의 섬 도착시 유의사항을 얘기합니다. 태양의 섬에는 두 개의 보트 선착장이 있는데 섬 구경을 마친 후에는 지금 도착하게 되는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려면 오후 3시 50분에 타야 하고, 잉카 트레일을 걸으며 투어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4시 30분에 섬 반대쪽 선착장에서 타야 한다더군요. 그러면서 잉카 트레일 산책 투어는 잉카 트레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천천히 반대쪽 보트 선착장까지 가는 거라 가이드 비용으로 1인당 25볼(3천 5백원 정도)씩을 내야한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어차피 스페인어가 안되므로 투어 가이드 없이 그냥 잉카 트레일을 걸어 반대쪽 보트 선착장까지 가고 싶다고 했더니 가이드 없이는 안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 가족은 잉카 트레일 산책없이 그냥 지금 도착하게 될 선착장에서 3시 50분에 보트를 타기로 한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가이드없이 잉카 트레일을 따라 산책을 떠나시는 분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역시 볼리비아 출신의 부인이 투어 가이드의 얘기를 다시 영어로 설명해 주시고 우리 가족의 의사를 투어 가이드에게 전달해 주셔서 정리가 되었답니다.

엄마는 선내에서 투어 가이드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모르고 계셨을 거라는 생각에서 저랑 아빠는 선내로 내려가서 엄마에게 상황을 전달합니다. 그 때 아빠랑 엄마가 대화 나누는 것을 듣고 있던 옆에 앉은 일본인 여자 한 분이 유창한 우리 말로 인사를 하네요. 우리 가족이 한국의 창원에 살고 있다 하니 자신도 인근 마산에 있는 경남 외국어학원에서 1년간 근무 한 적이 있다고 하신다. 더불어 아빠가 창원의 모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지금은 연구년으로 미국에 살면서 페루와 볼리비아로 가족 여행 중이라 하니 자신도 아빠랑 같은 대학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면서 아주 반가워 하시네요. 자신은 스페인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어 투어 가이드를 따라 태양의 섬에 내려 잉카 트레일 산책을 떠나실 거라고 한다.
이렇게 반가움을 서로 주고 받는 사이 투어 보트는 태양의 섬 보트 선착장에 도착한다. 지금 시각이 2시 50분 경인데 코파카바나 선착장에서 오후 1시 30분에 출발을 했으니 제법 시간이 많이 걸린 셈이다. 지도 상으로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투어 보트이다 보니 천천히 달리는 터라 그런 것 같다.


태양의 섬에 내릴 때 섬 입장료가 있더군요. 1인당 5볼 씩인데 저 같은 어린이는 공짜입니다. 일본인 여자분을 비롯해 투어 가이드를 따라 잉카 트레일 산책을 떠날 사람들은 먼저 떠나네요. 우리 가족은 1시간 정도 이 곳 태양의 섬을 둘러보고서 3시 50분에 다시 이 곳 선착장에서 보트를 탈 예정입니다.






















오후 3시 50분에 우리 가족 이외에 두어 명의 관광객을 태운 보트는 태양의 섬 선착장을 출발한다. 투어 가이드를 선택하지 않은 관광객들도 상당 수 잉카 트레일을 따라 섬 반대쪽 선착장까지 걸어간 모양이다.



우리 가족을 태운 보트는 약 20분 정도 걸린 오후 4시 10분 경에 섬의 반대쪽 선착장에 도착한다. 가이드를 따라 잉카 트레일을 떠난 관광객들을 태우기 위해서이다. 이 곳 선착장에서는 오후 4시 반에 보트를 타는 것으로 약속되어 있는 터라 아직 20분 정도 더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오후 4시 반경에 잉카 트레일 산책을 마치고 도착한 사람들이 모두 보트에 탑승하자 투어 보트는 코파카바나를 향해 출발한다. 되돌아 갈 때에도 마찬가지로 보트가 천천히 이동하는 터라 1시간 정도 걸리더군요.



태양의 섬 투어를 마치고 오후 5시 반경에 코파카바나의 선착장에 도착한다. 다른 일정이 없기 때문에 곧바로 미라도르 호텔로 돌아가 두어 시간 정도 객실에서 낮잠을 자며 휴식을 취한다.

저녁 7시 반경에 저녁 식사를 하러 호텔을 나선다. 식사하는 손님들이 많은 레스토랑을 찾아가면 실패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중심 거리 주변을 둘러보다가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기에 결국 선착장 근처로 이동해 한 레스토랑에 들어선다.





지금까지 둘러 본 레스토랑 중에서 가장 손님이 많은 곳에 들어섭니다. 이 곳 코파카바나는 티티카카 호수에서 잡히는 송어를 가지고 만든 요리가 유명한 곳인가 봅니다. 대부분의 레스토랑 입구에는 주종 음식이 트루차(Trucha)라 적혀있고 송어 그림도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거든요.




레스토랑에서 엄마는 30볼짜리 일반 트루차(Trout)를 주문하셨고, 아빠는 35볼짜리 페퍼드 트루차(Peppered Trout)를
시켰어요. 저는 고기를 먹고싶어 41볼 짜리 그릴드 비프(Grilled Beef)를 주문했답니다. 제가 가장 비싼 것을 주문했네요. 우리 가족이 주문한 마실 거리와 음식들 가격을 모두 합쳐도 140볼(2만원 정도) 정도에 불과하더군요.



식사 중간에 현지 어린이 한 명이 들어와서 알 수 없는 무반주의 노래 한곡을 부르고 나더니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손을 벌린다. 내가 1볼을 주려고 아빠가 건네주는 돈을 받아들고 기다리고 있는데 정작 우리 테이블만 그냥 지나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찾아가서 건네줄 수도 없고 해서 그냥 내 호주머니 속으로 집어 넣었답니다.

음식이 너무나도 맛있어 가족들 모두 접시를 깔끔하게 비웠어요. 저녁 식사 후에는 근처 골목길을 거닐며 산책을 한다. 작은 기념품 가게에서 펨파이프 같이 생긴 작은 악기를 하나 샀는데 가격이 6볼이네요. 길이가 다른 여러개의 구멍뚤린 나무를 묶어놓아 입을 갖다대어 불면 각기 다른 음이 나는 악기랍니다. 아빠가 악기 이름을 물어보니 SAMPONA(삼뽀냐)라고 하면서 아빠 수첩에 적어주더군요. 대화가 잘 안통하지만 아빠가 물어보는 게 뭔지 눈치로 알아차린 모양이다.



[볼리비아] 제3편 - 코파카바나 시내 구경을 한 후 트루차로 점심 식사를 하다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