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6일 월요일,
인도네시아 브로모와 카와이젠 가족여행 2일차입니다.
동틀 무렵 브로모 화산의 멋진 모습과 일출을 구경하기 위해 새벽 3시 반경에 집사람과 함께 숙소를 나선다. 주변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지만 미리 준비해 간 헤드 렌턴을 비추며 구글 지도가 안내하는 루트를 따라 천천히 걷는다. 아마도 두 시간은 족히 걸어야만 하는 거리에 킹콩 힐(Kingkong Hill) 이라는 뷰포인트가 있기에 집사람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걸음을 이어간다.
숙소를 떠난 지 약 1시간 반경이 되었을 무렵 써루니 포인트(Seruni Point)에 도착한다. 이 곳은 지프 차량이나 오토바이 이용자들이 손쉽게 도착해 브로모 화산과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뷰포인트이다.
어제 오후에 오토바이 운전자들과 가격 흥정에 성공했더라면 이 곳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기다리게 한 후 여기서 부터 천천히 걸어서 킹콩 힐까지 이동하면 되는 거다. 언제 이런 경험을 하겠냐는 생각에서 이런 새벽 산행을 미리 계획하고 왔기 때문에 가격 흥정에 실패했다기 보다는 별로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라 위안을 삼고 싶다. 하지만 집사람은 오토바이를 타고 이 곳까지 왔으면 조금 더 늦게 일어나도 되고 편했을 텐데 하는 작은 미련을 가지고 있는 듯하기에 맘이 짠하다.
써루니 포인트에서 다른 여행자들을 태우고 온 지프 차량이나 오토바이 운전자들과 어울려 5천 루피아(약 400원)짜리 따뜻한 커피 한 잔씩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구글 지도를 보니 이 곳에서 지그재그로 이어진 도로와 산길을 따라 조금만 더 가면 우리 부부의 최종 목적지인 킹콩 힐이 나오는 걸로 되어 있고, 아직 일출까지는 넉넉한 시간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써루니 포인트를 출발해 킹콩 힐로 이어진 길은 약간 험한 등산로의 연속이다. 불안해 보이는 나무 사다리를 타고 오르기도 하고 다소 위험해 보이는 가파른 절개면을 기어서 오르기도 하는 등 짧은 거리이지만 난코스를 30분 정도 이동해 새벽 5시 반경에 드디어 킹콩 힐 뷰포인트에 도착한다.
킹콩 힐로 이동하는 동안에 이미 주변은 밝아오기 시작하고 동쪽 방향으로는 곧 해가 떠오를 것만 같이 여명이 밝아오기에 이미 늦은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을 했으나 그렇지 않더군요. 킹콩 힐에 마련된 목재 난간을 통과해 브로모 화산이 정면으로 바라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서 브로모 화산과 주변의 멋진 풍경을 구경하고 있다 보니 서서히 일출이 시작되더군요. 우리 부부가 자리잡고 있는 곳은 서쪽 방향을 바라보는 곳이라 일출이 시작되었다는 알림인 듯 웅성대는 사람들 소리에 나 혼자서 반대쪽으로 가서 잠시 일출을 구경하고 돌아온다. 이 곳 킹콩 힐 뷰포인트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우리가 흔히 구경할 수 있는 일출과 다를 바가 없네요. 하지만 이 일출로 인해 카멜레온 처럼 서서히 변하는 브로모 화산과 그 주변의 모습들은 실로 장관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자신들을 써루니 포인트까지 태우고 온 차량이나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기다리고 있어 그런지 일출 이후에 1~20분 정도 구경하다가 자리를 뜨네요.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시간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죽치고 앉아서 계속 멍때리며 브로모 화산과 주변 풍경을 구경한다. 한 시간 남짓 킹콩 힐 뷰포인트에서 현지인 두어 명과 함께 남아서 구경하다가 우리 부부도 하산을 하기로 한다. 그 때 이 곳에서 빤히 보이는 약간 높은 언덕에 두어 명이 서 있는 모습이 보이기에 집사람 더러 같이 올라가 보자고 했으나 사양을 하네요.
아침 이슬로 인해 약간 미끄러운 경사면을 나 혼자 걸어올라 이 언덕에 올라선다. 이 곳은 앞서 자리잡고 있던 뷰포인트 보다 약간 더 높은 곳이다 보니 브로모 화산과 주변 풍경들을 조금 더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일 뿐 비슷한 뷰라 생각된다. 딱히 일부러 고생해 가며 이 곳까지 올라 올 필요는 없다는 느낌이 든다. 10여 분간 혼자서 멍때리며 구경을 하다가 경사면을 타고 내려가면 분명히 미끄러질 것 같은 느낌이 뇌리를 깔쥐뜯기에 반대쪽 진입로를 따라 우회를 해서 집사람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오전 7시 반경에 다시 집사람과 만나 하산을 시작한다. 킹콩 힐에 올라온 지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났더군요. 날이 어두울 때는 몰랐는데 써루니 포인트까지 하산하는 도중에 보니 우리가 이런 험한 길을 걸어올라 왔던가 할 정도로 위험한 구간도 있었네요. 써루니 포인트에 도착해 다시 집사람이 좋아하는 커피를 한 잔 사 마시면서 브로모 화산과 주변 풍경을 구경하고 있으니 그제서야 지프 차량을 타고서 써루니 포인트에 도착하는 여행자들 무리도 있더군요.
써루니 포인트를 출발해 마을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동 중에 현지인들의 생활 터전이 되는 농작물 재배지를 구경하고 이른 아침부터 농삿일을 시작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면서...
천천히 쩨모로 라왕 마을을 구경하며 하산하다 보니 역시 2시간 정도 걸린 오전 9시 반경에 숙소에 도착하게 되었어요. 숙소 근처에 도착해 집사람을 먼저 숙소로 보내놓고 나는 혼자 쩨마라 인다 호텔 앞 뷰포인트에 가서 브로모 화산을 다시금 구경한 후에 자그마한 구멍가게에 들러 맥주 5캔을 10만 루피아를 주고 구입한다. 숙소 객실 앞 양지바른 곳에서 먼저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집사람과 나란히 앉아 코코넛 쿠키를 안주삼아 5캔을 모두 나눠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