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9일 수요일,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과 숨바섬 가족여행 9일차입니다.
라뗑가로 전통 마을과 페로비치 구경을 한 후 해안 도로를 따라 위쿠리 호수와 만도락 비치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이동 중에 전통 마을들을 많이 구경할 수 있으며, 마을 입구나 도로 근처에는 조상들의 영혼을 모신 재단들이 많이 세워져 있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우물까지 가서 물을 길어 오는 어린이들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한창 공부를 하고 뛰어 놀아야 할 어린이들인데 가족을 위해 먼 길을 맨발로 걸어 식수를 길어오는 일을 마다않는 모습인거다. 우리 부부가 탄 승용차가 좁은 도로를 천천히 지나가자 외국인이 타고 있음을 직감한 것인지 손을 흔들어 인사를 보내온다. 나도 열심히 손을 흔들어 이들의 인사에 답한다.
옥수수 밭에서 옥수수를 수확하다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식사를 준비하는 현지인들 모습을 지켜볼 수 있고, 허리에는 치마처럼 전통 복장을 두르고 긴 칼을 들고 일을 하러 가는 마라푸 종족도 구경할 수가 있다.
오후 1시가 거의 되어 갈 무렵 위쿠리 호수가 있는 곳에 도착한다. 이미 배가 고플대로 고픈터라 서둘러 위쿠리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정자에 올라앉아 미리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한다. 닭고기, 새우, 계란 요리에다 매콤한 쌈발 소스를 밥 위에 뿌려 섞어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운전사에게 같이 정자에서 식사를 하자고 했더니 자기는 차 안에서 도시락을 챙겨 먹겠다 한다.
우리 부부가 식사를 하고 있는데 정자 옆 계단에서 어린이들 세 명이 고개를 내밀고서 식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사라진다. 다가가 보니 큼지막한 코코넛을 몇 개 가져와서 펼쳐놓고 하나 팔아줬으면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나에 얼마인지 물어보니 5천 루피아(약 400원)라고 한다. 1만 루피아를 주면서 코코넛 두 개를 잘라달라고 하니 어린이들이 큰 칼을 들고 코코넛을 잘라 보려고 애쓰는데 잘 안되는 모양이다. 마침 지나가던 마을 주민인 듯 한 사람이 나서서 도와준다. 코코넛 하나는 운전사에게 드리고, 나머지 하나는 우리 부부가 나눠 마시는데 워낙 코코넛이 커서 두 사람이 하나만 마셔도 될 정도이다.
정자 그늘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식사 한 자리를 말끔히 정리하고서 위쿠로 호수 방향으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위쿠리 호수를 정자에서 바라보는 기준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면서 구경한 다음 수영을 즐길 예정인거다. 마침 현지인이 작살로 잡은 큼지막한 물고기를 운전사가 가격 흥정해서 구입하고 있기에 얼마를 주고 샀는지를 물어보니 10만 루피아(약 8천원)라고 한다. 어제 저녁 식사 테이블에 올라왔던 거와 동일한 자이언트 트레발리이던데 4인 가족이 넉넉히 먹고도 남을 크기이다.
내가 물고기 구경하는 사이에 집사람이 앞서서 구경을 하고 내가 천천히 뒤따라 가며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툭 치기에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아까 정자에서 코코넛을 팔던 세 명의 어린이들 중에서 한 명이다. 흐느끼는 목소리로 뭐라고 하는데 알고 봤더니 내가 코코넛 가격으로 낸 5천 루피아짜리 두 개를 다른 두 명이 하나씩 가져가 버리고 자기 한테는 돈을 안준다는 거다. 하도 불쌍한 표정으로 얘기를 하기에 동전 지갑을 열어보니 5천 루피아 짜리 하나랑 200 루피아짜리 동전이 하나 있기에 모두 꺼네 건네니 좋아라 한다. 한 통에 7,500루피아 짜리 코코넛이라 생각하거나 아니면 5천 루피아짜리 코코넛을 세 개 먹은 셈 치면 될 듯 하다.
위쿠리 호수 옆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구경을 하며 탈의실이 있는 곳에 도착하니 어젯밤에 호텔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었던 자카르타에서 온 세 명의 여성들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다가 우리 부부와 다시 만나게 된다. 이들은 호텔을 떠나 이 곳 위쿠리 호수에 먼저 와서 수영을 즐긴 거라 한다. 이들은 지금 우리 부부가 다녀왔던 라뗑가로 전통 마을과 페로 비치가 있는 곳으로 갈 거라고 한다. 언제 다시 만나게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한 후 우리도 위쿠리 호수에서의 수영을 즐기기로 한다. 나는 상의만 벗으면 바로 수영이 가능한 상황이나 집사람은 5천 루피아를 내고 탈의실 같지 않은 탈의실에 들어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온다.
옷과 소지품을 수영을 하면서도 잘 보이는 곳에다 올려놓은 다음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맑은 위쿠리 호수에 뛰어든다. 바다로 부터 흘러들어 온 바닷물이 모여 잔잔한 호수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다이빙대도 마련되어 있지만 안경도 쓰고 있는 데다가 모험을 즐길 정도의 나이는 아닌터라 그냥 깨끗하고 잔잔한 바닷물 속에서 수영을 즐기는 걸로 만족해 한다. 수영을 시작하는 계단 주변에는 수심이 허리 정도인데 반해 다이빙대 주변에는 사람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깊다.
대략 40분 남짓 수영을 즐긴 후 이번에는 두 사람이 각각 5천 루피아씩 내고서 탈의실 겸 샤워실을 이용한다. 5천 루피아를 내면 아저씨가 물을 한 바스켓 가져다 주는데 바가지로 물을 떠서 몸에 끼얹으며 샤워를 하게 되는 거다. 미리 챙겨간 작은 타올로 물기를 닦은 후 옷을 갈아입은 다음 정자 근처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간다. 운전사가 위쿠리 호수를 떠나기 전에 작은 낡은 건물 앞에 멈춰 세우기에 나 혼자 내려서 비치된 방명록에다 이름을 적은 다음 2만 루피아를 기부한다. 이 곳 역시 별도의 입장 요금이 정해진 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자체 운영하고 있어 방명록 서명과 기부 금액으로 입장료를 대신하는 거다. 운전사가 이 곳 운영 시스템을 잘 알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지 않고 나를 내려준 거네요.
위쿠리 호수에서 약 5분 정도 이동해 오후 3시경 근처에 있는 만도락 비치에 도착한다. 땀볼라카로 되돌아 가려면 위쿠리 호수에서 땀볼라카로 이어진 도로는 없고 이 곳 만도락 비치 근처를 지나 라뗑가로와 페로 비치가 있는 방향으로 되돌아 가다가 옆으로 빠져서 메인 도로로 합류해야만 하기 때문에 위쿠리 호수에 먼저 들리고 이어서 만도락 비치에 오게 된 거다. 이 곳 역시 방명록에다 서명을 하고 기부금을 내게 되는데 이 곳에는 5만 루피아로 고정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거다. 다행히 1인당 5만 루피아가 아니라 우리 두 사람이 합쳐서 5만 루피아를 내면 되더군요.
약 30분 정도 만도락 비치를 구경하고 나니 갈증이 많이 나기에 주차장 근처에서 1만 루피아를 주고 코코넛 하나를 사서 나눠 마신다. 오후 3시 45분경 오늘 하루 투어 일정을 끝내고 만도락 비치를 출발해 땀볼라카로 향한다.
땀볼라카 시내를 지나 호텔에 도착하니 오후 5시 15분경이 되었더군요. 만도락 비치를 출발한 지 1시간 반이 걸린거다. 운전사에게 당초 약속한 70만 루피아에다가 10만 루피아를 팁으로 더 얹어 드린다.
방갈로 객실에 도착해 샤워를 마친 후 6시 15분경 저녁 식사를 하러 메인 건물에 가니 여주인장이 오늘 저녁 반찬은 문어 요리이며 1인분에 3만 5천 루피아라고 한다. 우리 부부가 문어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우선 시원한 맥주를 한 병 주문한다. 서서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즈음에 개인별 한 접시씩 문어 요리가 담겨 나오는데 양도 많을 뿐만 아니라 맛도 일품이더군요. 맥주 안주로도 좋을 거 같아 시원한 맥주를 한 병 더 시켜 마시면서 저녁 식사를 마친다.
여주인장에게 어제 저녁과 오늘 저녁 식사비를 계산하겠다고 하니 내역이 적힌 영수증을 가져다 준다. 5만 루피아짜리 맥주 4병, 어제 저녁에 먹은 생선 요리가 75,000루피아, 그리고 오늘 저녁에 먹은 문어 요리 두 접시가 70,000루피아로 큰 비중을 차지하더군요. 그 밖에 어제 저녁에 먹은 야채 요리가 25,000루피아이고, 밥이 한 그릇에 15,000루피아씩 계산이 되네요. 두 번에 걸친 저녁 식사비로 46만 루피아(약 36,000원)를 계산함으로써 모든 정산을 마무리 하고, 이틀간에 걸쳐 우리 부부에게 저녁 식사를 서빙한 직원에게 2만 루피아를 팁으로 건넨 후 객실에 돌아와 숨바섬에서의 둘째 날 밤이자 여행 마지막 날 밤을 맞이한다. 내일은 숨바섬을 떠나 발리를 경유해 반둥으로 돌아가는 일정으로 여행 마지막날을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