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9일 화요일,
최근에 한국에 다녀오느라 이 곳 빠순단대학교의 학사 일정이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지를 몰랐는데 오늘 오랜만에 학교에 출근하니 학과 교수들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더군요. 년말이 다가 오면서 모두들 한 학기를 마무리 하느라 그런 모양입니다. 바쁜 와중에도 제가 병원 진료를 받으러 한국에 다녀왔다는 걸 아는 터라 제게 다가와 안부를 묻네요. 서툰 인도네시아어로 일일이 답변을 하면서 미리 한국에서 챙겨온 한글 캘리그라피가 담긴 달력 선물들을 하나씩 나눠드립니다. 이 분들은 앞으로 제게서 한국어 교육을 계속 받으실 분들이라서 이 번에 특별한 선물을 드리고 싶어 캘리그라피 작가로 활동 중인 친한 친구의 달력 작품을 몇 개 구해서 챙겨온 거랍니다. 지금은 달력에 적혀있는 한글을 읽을 수는 없지만 곧 스스로 읽어내고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찾아올 거라 여겨봅니다.
더불어 학과의 교수들과 직원들이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도록 한국의 고향에서 특별히 챙겨 온 강정도 회의실 테이블에 올려놓으니 하나씩 맛보고서는 맛있다고들 하시네요. 인도네시아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다고 하는데 쌀 문화권에 있는 아시아에서는 보편적인 음식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최근까지 공동으로 연구해 온 성과물을 제가 논문으로 완성해 국제학술대회에 투고하기 까지 도움을 줬던 동료 여교수가 제게 다시 찾아와 오후 1시부터 학생들의 소프트웨어 공학 기말 프로젝트 발표회가 있을 건데 부디 참석해 학생들에게 좋은 얘기를 좀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하네요. 아직 인도네시아어가 서툴지만 발표 내용이야 대충 그림만 봐도 이해가 될 거 같아서 마다않고 참석해 학생들의 발표를 들었는데 보고서 작성에서 부터 발표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제 주된 전공 분야는 아니지만 팀별로 정한 타겟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관련해서 한국의 동향에 대해 알려주고 몇 마디 개발 방향을 조언해 주는 시간을 가졌네요.
어린 자녀를 둔 교수 한 분에게는 인터넷 면세 쇼핑으로 구입한 김 선물을 따로 챙겨드렸는데 저녁에 SNS를 통해 어린 자녀가 맛나게 먹고 있는 사진과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왔네요. 슈퍼마켓에 가면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김도 살 수 있지만 한국에서 챙겨다 준 김이 특별히 맛이 좋다고 하니 절로 뿌듯함이 밀려오네요.
2017년 12월 12일 수요일,
오후 12시 반경에 점심 식사를 함께 한 후 다섯 명의 교수 및 강사들을 대상으로 두 번째 한국어 교육을 실시했어요. 제가 인도네시아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를 생각하면서 이 분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하니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더군요. 한국어가 결코 배우기에 어려운 언어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서두르지 않고 차근 차근 지도를 해나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