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5일 금요일,
이 곳 반둥은 자카르타를 비롯한 다른 도시에 비해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보니 매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반둥을 찾게 되고 이로 인해 시내 곳곳에 차량 정체가 심한 편이예요. 그러다 보니 주말에는 가급적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외출을 하더라도 걸어서 다녀올 수 있는 곳을 위주로 하며, 주중에 시간을 내어 시내 쇼핑을 하러 나가거나 근교 공원을 찾고 있답니다.
오늘은 학교에 잡힌 일정이 없는터라 집사람과 함께 아파트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는 주안다 라야 삼림 공원(Taman Hutan Raya)을 찾아 갑니다. 이 곳은 주안다 삼림 공원(Juanda Forest Park)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곳이예요. 지난 번에 이 곳 공원을 찾으려고 우버 차량을 타고 가다가 갑자기 많은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중간에 내려 카페에서 쉬다가 비가 그치기에 근처에 있는 다고 폭포를 구경하고 돌아온 적이 있거든요. 이 번이 두 번째 도전이랍니다. 요즘 우기 인지라 거의 매일 오후에는 날이 흐려지고 비가 쏟아지는 편인데 일기 예보를 보니 오늘은 비가 내릴 확률이 높지않고 비가 내리더라도 가랑비 정도 내릴 거 같아 오전 11시 반경에 아파트 입구에서 그랩 차량을 불러 무작정 떠나게 되었어요.
라야 삼림 공원은 반둥의 다고(Dago) 지역에서 부터 근교 렘방(Lembang)에 이르기까지 약 5~6킬로 정도 펼쳐진 산책로가 있는 공원으로서 산과 산 사이에 난 계곡을 따라 울창한 삼림들이 펼쳐져 있고, 더불어 자그마한 몇 개의 폭포 그리고 전쟁의 역사를 담고있는 동굴들이 있는 곳으로 나와 있더군요.
약 20분 정도 걸려 다고(Dago) 출입구에 도착해 입장 티켓을 구입합니다. 직원이 관광객이냐고 묻기에 처음엔 그렇다 라고 했다가 관광지 입장료가 외국인의 경우 현지인의 5~10배 정도나 되는 것을 아는지라 잽싸게 지금 반둥에 살고 있다고 얘기해 봅니다. 그랬더니 직원이 거주 신분증에 해당하는 끼타스(KITAS)를 보여달라 하기에 지금 빠순단대학교에 방문 교수로 있으면서 끼타스 발급 처리 중이라고 하니 현지인 요금인 12,000 루피아(약 1천원)를 내라고 하네요. 외국인의 경우 1인 입장 요금은 75,000루피아(약 6천원)로 알고 있어요.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지금까지 배운 서툰 인도네시아 말로 두 사람이 약 1만원 정도 절약하게 된 거예요.
직원에게 5만 루피아짜리를 건네니 두 장의 입장 티켓과 함께 2만 5천 루피아를 건네주네요. 잔돈이 없어 1천 루피아(약 80원)는 돌려주지 못한다 하기에 흔쾌히 괜찮다고 했어요. 입장 티켓 뒷면에 나와있는 지도를 보면서 직원에게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6번 표시가 된 다고(Dago) 출입구라 하네요. 공원 입구에 박물관도 있던데 오늘은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운동삼아 삼림 공원을 걷고자 하는터라 이 곳에서 부터 출발해 10번 Omas Maribaya 폭포가 있는 곳 까지 약 5킬로 정도 걸어가 볼 예정이랍니다. 몇 군데 볼거리도 있는 것 같으니 산책 도중에 샛길로 빠져 구경하면 될 거 같네요.
공원에 들어서자 마자 일본 동굴이 있는 걸로 지도상에 나오는데 우리 부부는 그냥 모르고 지나친 것 같아요.
공원에 들어서서 약 1킬로 정도 걸어가다 보니 Gua Belanda 라는 동굴이 나오네요. 입구에서 렌턴을 빌려주는 분이 앉아 있던데 제가 생각지도 않게 아파트를 나서면서 숄더백 안에 작은 렌턴을 하나 챙겨넣은 게 생각나더군요. 혹시라도 날이 어두울 때 귀가하게 되는 경우 필요할 거 같아서 챙겼는데 여기서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렌턴은 포기하고서 대신에 가이드를 해 주겠다는 걸 사양하고서 직접 둘이서 동굴 안을 가볍게 둘러 본 다음 반대쪽 출구로 나섭니다. 이 곳은 정말 렌턴이 없으면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깜깜한 곳이더군요.
다시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재촉합니다. 처음 공원에 들어섰을 때 보다 산책로 상태가 않좋아 지네요. 새로이 산책로를 조성하느라 벽돌이나 자갈을 듬성 듬성 깨어 바닥에 깔아놓은 산책로이다 보니 발바닥 지압 효과는 있을 지라도 조심해서 걸어야 하는 상황이랍니다. 비가 와도 미끄럽지는 않도록 새로이 산책로를 조성하는가 본데 지금은 불편할 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나게 되면 나중에는 잘 다져져서 산책하기 훨씬 수월해 질거라 여겨 봅니다.
동굴 구경을 마친 후 약 1.5킬로 정도 걸었는데 새로운 이정표가 나오네요. 지도와 비교해 보니 사슴(Rusa)을 기르는 곳이 있나 봅니다. 잠시 구경하기로 하고 샛길로 빠졌는데 정수장 같은 곳이 나오네요. 일하시는 분들에게 물어보니 사슴 농장이 있는 곳을 친절히 알려주더군요. 사슴을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든 정자 같은 곳에서 잠시 쉬면서 사슴들을 구경합니다만 바닥이 내린 비로 인해 질퍽한 데다가 울타리 내에 먹을 게 별로 없어보이는 터라 측은한 생각이 앞서더군요.
사슴 농장을 떠나 다시 메인 산책로에 들어서서 가던 길을 재촉합니다. 주중이라 그런지 우리 부부 외에는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질 않더군요. 중간 중간에 쉼터도 조성되어 있던데 텅 비어 있고, 간이 매점들도 손님이 없다 생각해서인지 문을 연 곳이 거의 없더군요. 중간 중간에 산책로를 정비하거나 다른 시설을 정비하는 분들만 간혹 보일 뿐이었어요.
공원에 들어서서 약 2시간 정도 지나 Omas Maribaya 폭포가 400미터 전방에 있다는 이정표를 만나게 되었어요. 이제 곧 이 곳 라야 삼림 공원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폭포를 구경하게 되네요.
폭포를 조망할 수 있는 곳 근처에 간이 매점이 하나 영업중에 있네요. 폭포 구경에 앞서 집사람은 커피(5천 루피아)를 주문하고 저는 이온 음료(1만 5천 루피아)를 하나 주문해 주인 아줌마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합니다. 이 곳 폭포를 구경하고 난 뒤에 약 1킬로 정도 더 걸어가면 라야 삼림 공원의 렘방 쪽 출입구가 있다고 알려주더군요. 출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온천 리조트가 있다는 정보와 더불어 대중 교통을 이용해 우리 부부가 살고 있는 다고 쪽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도 알려 주더군요.
Omas Maribaya 폭포 구경을 마치고 라야 삼림 공원의 렘방 쪽 출입구 쪽으로 향하려는데 산책로에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몇 명 손님을 기다리며 대기 중이더군요. 삼림 공원을 종주하며 걸어온 터라 이 곳에서 다시 다고쪽 출입구까지 5킬로 정도를 되돌아 걸어 가거나 아니면 오토바이를 타고서 되돌아 가는 방법이 있는 거지요. 여기서 오토바이를 타고 렘방쪽 출입구를 지나 약 7킬로 정도 거리에 있는 렘방 터미널까지 타고 갈 수도 있구요. 이용 요금을 물어보면 가격 흥정을 거쳐 타야만 할 것 같아서 말도 섞지 않고 그냥 지나쳐서 렘방쪽 출입구로 향합니다. 이 곳 산책로는 편안히 걷기에 좋도록 조성이 되어 있네요.
라야 삼림 공원의 렘방쪽 출입구인 Maribaya 출입구에 도착하는 것으로 약 3시간에 걸친 산책은 모두 끝이 났어요. 근처에 있는 리조트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 앙콧이 하나 지나가기에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저 색깔은 안되고 노란색의 앙콧을 타야만 렘방 터미널까지 간다고 하더군요. 출입구 가까이에 주차된 노란색 앙콧 한 대가 있기는 한데 운전기사가 어디로 갔는지 안보이더군요.
저 앙콧이 출발하길 기다렸다가 타고 렘방 터미널로 가서 점심 식사를 한 다음 우버나 그랩 차량을 불러 아파트로 이동할 계획을 세웠는데 집사람이 무심코 그랩 차량을 호출하니 운전자가 배정되더군요.
약 15분 정도 기다려 그랩 차량을 타고서 아파트로 이동합니다. 이 운전자는 손님을 2시간이나 떨어진 수방(Subang) 이라는 도시까지 45만 루피아(약 3만 6천원)에 태워다 주고 반둥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하네요.
그랩 차량을 타고서 약 15분 정도 걸려 다고 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Bamboo Shack 카페 입구에서 내립니다.
목적지를 우리 부부가 살고있는 아파트까지로 잡았지만 점심 식사도 하고 쉬었다가 집에 가려고 도중에 내려 달라고 한거예요. 당초 그랩 호출시에 배정된 요금(40% 할인 프로모션 적용 가격)인 28,000루피아 보다 넉넉히 팁을 얹어 4만 루피아(약 3천 2백원)를 요금으로 드리니 고마워하네요. 빈 차량으로 반둥에 돌아오는 상황이었는데 우리 부부를 태우고 올 수 있어 본인에게도 좋았지만 우리 부부에게도 이 곳 카페 입구까지 편하게 차량을 타고올 수 있어 좋았기에 제가 인심을 좀 후하게 쓴 셈이예요.
뱀부 샥 카페에서 보스 스테이크(8만 5천 루피아)랑 생선살 요리 스페셜(7만 5천 루피아)을 주문하고 여기에다 빈탕 맥주 큰 걸로 한 병(3만 9천 루피아)을 시켜 두 사람이 나눠 마시며 늦은 점심 식사를 했어요. 오늘 라야 삼림 공원 입장료 할인받은 1만원을 식사비에 보태는 걸로 생각해 두 사람 모두 이 카페에서 가격이 비싼 요리를 주문한 거랍니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더군요. 그랩 차량을 타고 서둘러 이 곳 카페까지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식사를 마친 후 집 냉장고에 맥주가 비었다기에 빈탕 맥주 큰거 6병을 테이크 아웃으로 구입합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이 맥주를 한 잔 하려면 안주가 필요할 것 같아 바로 옆에 있는 사떼 전문 레스토랑에서 소고기와 양고기 사떼를 각각 10개씩(총 8만 루피아) 테이크 아웃으로 구입했어요. 비가 거의 그치고 있기에 술과 안주가 든 비닐백을 각자 하나씩 들고서 지나가는 앙콧을 잡아타고 아파트 근처 맥도날드 옆에 내렸어요. 둘이서 6천 루피아 정도 내면 되는데 잔돈이 없어 7천 루피아를 냈답니다.
집에 도착해 집사람과 둘이서 사떼 꼬지를 안주로 해서 맥주를 나눠마시며 오붓한 시간을 보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