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교수파견일기/인도네시아(Indonesia)

[파견일기] 제9편 - 계약서를 작성하고 한달치 월세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이체하다

민지짱여행짱 2017. 10. 11. 00:46

2017년 9월 5일 화요일,

 

1년간 임대 입주한 아파트에서의 첫 아침을 맞이합니다. 집이 동쪽을 바라보고 있어 이른 아침애는 햇살이 베란다를 통해 거실과 안방으로 강하게 비쳐들더군요. 조금 더 일찍 일어나게 되면 멋진 일출 광경을 구경할 수 있을거라 생각이 드네요.

 

 

어젯 밤에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520만원을 이체해 주고서 오늘 아침에 은행 문을 열면 6천만 루피아를 아파트 집 주인 계좌로 송금하도록 요청해 놓은 상황이예요. 환율을 조회해 보니 6천만 루피아는 한화로 510만원 조금 더 넘는 걸로 나오던데 송금 수수료 등을 고려해서 넉넉히 520만원을 이체한 거지요.

 

오전 8시경(한국 시각으로 오전 10시 경) 지인으로 부터 연락이 왔어요.

제가 부탁한 대로 6천만 루피아를 아파트 주인 계좌로 송금했으며 수수료는 모두 4만 5천원 정도 들었다고 하면서 송금 내역이 담긴 외국환 영수증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왔더군요.  

 

 

어제 마케팅 매니저가 오늘 몇시에 집 주인과 함께 만나서 계약하게 될 것인지를 알려주지 않았더군요.

오전 10시반 경에 혹시나 해서 아파트 로비로 내려가보니 마케팅 매니저가 집 주인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있네요. 집 주인의 남편은 반둥에서 택시 운송 사업을 하고 있으며, 자신도 자그마한 사업을 운영하는데 사업차 한국에 가끔 왔다갔다 하는 편이라고 하면서 한국인 부부를 위해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를 제공하게 되어 기쁘다는 얘기를 전하더군요. 저 역시 1년간 지내다가 떠날 집이 아니라 그저 내 집같은 생각으로 애착을 가지고 깨끗하게 사용할 거라고 전했지요. 마침 세띠아부디 거리에 있는 작은 사떼 전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집 주인의 딸도 함께 와 있기에 저랑 집사람이 사떼를 좋아하니 조만간 가게에 들리겠다고 인사를 나눕니다.

첫 만남이지만 인상이 좋아보이고 한국인에 대해 상당한 호의적인 생각을 가진걸로 봐서 좋은 주인을 만난 것으로 생각되더군요.

1. 아파트 임대 계약서 작성


이른 아침에 지인으로 부터 받은 6천만 루피아의 외화 송금 내역이 담긴 외국환 영수증 이미지를 보여주고서 은행간 송금 처리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곧 입금 처리가 될거라 전합니다.이로써 1년치 계약금 이체 부분은 마무리가 된 걸로 되었으며, 이어 마케팅 매니저가 준비한 계약서를 보여주면서 한 달치에 해당하는 1천만 루피아를 보증금으로 내야한다는 점을 알려주네요. 

이미 집사람이 얻은 정보에 의하면 아파트나 주택 계약시에 한 달치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내야하고 이는 나중에 계약 만료시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되돌려 받는 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집 주인도 1년 뒤에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라 하면서 1년 뒤에 한국의 은행 계좌로 받을 건지 아니면 현금으로 받을 건지를 나중에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모쪼록 아무런 문제없이 이 보증금을 돌려받기를 기대해 봅니다. 

계약서의 세부적인 문구는 인도네시아 언어로 적혀있어서 그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1년치 계약 금액과 한 달치의 보증 금액, 기본 제공되는 물품과 수량 등이 적혀있는 부분을 통해 대부분의 중요한 내용들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제가 1년치 월세로 1억 1천만 루피아를 지불했는데 계약서 상에는 9천만 루피아를 낸 것으로 되어 있네요.

아무래도 세금 경감을 위한 다운 계약서 작성인 듯 한데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기로 합니다. 어차피 저는 1년치 월세를 모두 냈으니 더 이상 내가 부담해야 한다거나 이 금액의 차이로 인해서 내가 손해보는 것은 없을 거라 생각한 거지요. 중요한 것은 한 달치 보증 금액이 1천만 루피아로 맞게 적혀있나 확인해 봅니다. 이 금액은 내가 1년 뒤에 돌려받을 금액이니 정확하게 적혀있나 꼭 확인 해봐야 하는 거지요.

  

그리고 아파트 유닛 내에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전기 제품에 대한 종류 및 수량 그리고 브랜드 이름이 맞나 확인해 봅니다. 에어컨이 3대(안방, 거실, 작은방), TV 2대(거실, 안방), 전자렌지 1대, 냉장고 1대, 워터히터 1대(이건 겉으로 안보이던데 샤워실 수도 꼭지를 온수 위치로 틀면 작동되어 뜨거운 물이 나오므로 내부 어딘가에 설치되어 있을 듯), 전기스토브 1대(지금 주인이 새거 하나 사가지고 왔네요), 주방 후드팬 1개(요리할 때 냄새 빠지도록 켜는 장치), 나머지는 액세스 카드 2매와 열쇠들입니다.   

 

계약서 내용에 맞춰 집 주인에게서 전기 스토브도 새걸로 하나 받았으며, 액세스 카드 두 장과 출입문 열쇠, 우편함 열쇠를 비롯한 집 내부 방문들과 베란다 문들의 열쇠 꾸러미도 함께 받았어요. 

 

 

마지막으로 제가 세탁기는 제공이 안되냐고 물어보니 호불호가 갈릴 거 같아 세탁기를 아예 넣지를 않았다 하더라구요. 어젯 밤에 집사람과 세탁기 관련해서 얘기를 나누며 집 안을 둘러봤는데 사실 세탁기를 놓을 만한 공간이 거의 없더군요. 안방 화장실에는 근본적으로 설치하기 어려운 위치이고, 주방 앞 거실 화장실 내에 설치할 수는 있지만 샤워 공간에다 설치해야 하고 그로 인해 이 곳 화장실 내에서 샤워할 공간이 없어지는 거지요.

 

그리고 어젯밤 편의점에 갈 때 보니 바로 옆 비버리 다고 아파트 입구에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더군요. 세탁, 건조 및 다림질 포함 가격이 5키로에 5만 루피아(4천 2백원 정도)인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세탁물을 맡기면 될 거 같더군요. 어제 집사람에게 세탁기를 설치해 달라 할까 물어보니 자신이 직접 세탁을 해야 하고 건조할 곳도 마땅치가 않아 오히려 더 불편하니 필요없다 하더군요. 

 

그냥 집주인에게 넌지시 세탁기 이야기를 꺼내 본 터라 호불호가 갈린다는 답변에 응대해 집사람도 세탁기 없이 가까운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는게 더 편하고 좋다 하더라 하고서는 계약서 관련된 업무를 마무리 합니다.

 

2. 전기 토큰(Electricity Token)

 

이 곳 아파트에는 세대별로 실내에 전기 계량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필요한 만큼 전기 토큰(Electricity Token)을 구입해 직접 충전해서 사용한다고 하네요. 사용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한 달에 3~40만 루피아 정도면 될거라 하더군요. 현재 전기 계량기 디스플레이에는 잔량이 53kWh 정도로 표시되어 있던데 충전 램프가 자주 깜빡이는 것 같기에 계약서 관련 일을 마무리 한 후 지하 1층에 있는 수납 창구(Cashier)에 들러 전기 토큰(Electricity Token)을 20만 루피아 어치 구입합니다. 집에 돌아와 영수증 가운데에 적혀있는 20개의 숫자들을 차례대로 계량기에 붙어있는 버튼을 눌러 입력한 다음 엔터키를 치니 삐리릭 하면서 약 126kWh 정도 추가되어 179kWh표시가 되더군요.  

 

 

 

3. 전기 스토브 설치

 

집 주인에게서 받은 전기 스토브도 주방에다 설치합니다. 별도의 설치가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전기만 꽂으면 되는 기기입니다. 성능이 좋은 편이라 높은 온도로 설정하면 금방 물이 끓더군요. 집사람이 상당히 편리하고 좋다고 하지만 에어컨과 이 전기 스토브를 같이 사용할 때에는 전기 계량기에서 경고 알람이 자꾸 울리더군요.

아무래도 둘 다 전기를 많이 잡아먹는 기기라서 그런가 봅니다.

 

 

4. 아파트 보증금 이체

 

오후에 생필품과 식료품을 구입하러 집사람과 함께 아파트 입구에서 우버 차량을 불러 세띠아부디 슈퍼마켓으로 갑니다. 우버 회사에서 집사람에게 프로모션을 준 터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네요.

집사람이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하고 슈퍼마켓에서 쇼핑을 하는 동안에 저는 그 옆에 있는 씨티은행 ATM 기기에서 3백만 루피아씩 4번에 걸쳐 인출합니다. 아파트 보증금 1천만 루피아를 이체하려구요.

 

 

빠순단대학교 국제교류 담당자에게 미리 연락해 기다리라 한 다음 앙콧을 타고 학교로 갑니다. 2천 루피아를 내니 운전사가 고개를 절레 흔드시기에 호주머니에 든 1천 루피아를 더 건네줍니다. 

국제교류 담당자와 함께 학교앞에 있는 만디리(Mandiri) 은행에 가서 한달치 보증금 1천만 루피아를 e-Banking으로 이체를 합니다. 수수료 6,500루피아가 들었는데 이건 작은 금액이라면서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하네요. 아뭏든 제가 아직 이 곳 인도네시아 은행에 계좌가 없는 터라 이러한 송금 서비스는 현지 지인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거지요.

 

근데 제게 준 보증금 이체 계좌가 계약금을 보낼 때 사용한 집 주인 것이 아닌 아파트 마케팅 매니저의 이름과 계좌번호 이더군요. 아마 집 주인은 내가 내는 보증금을 마케킹 매니저의 계약 수수료로 챙겨주는 건가 봅니다. 어찌 되건 저는 보증금까지 낸 상황이고 이제 결과가 담긴 스크린샷을 받아 보관해 둡니다.

 

 이로써 아파트 계약과 관련된 모든 업무가 마무리 된 터라 순간 한 가지 큰 숙제를 해냈다는 뿌듯함이 솟구쳐 오르더군요. 

 

 

5. 산업공학과 교육부 평가 지원

 

미리 연락을 받은 내용이지만 오늘 오후 2시에 빠순단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는 교육부 직원들이 와서 학과 평가를 실시한다고 하더군요. 한달치 보증금 이체를 도와 준 이 분도 산업공학과 교수이자 국제교류 처장 역할을 맡고 있기에 제가 학과 평가 장소에 동석하게 된 거예요. 학과 소개가 끝나자 마자 제가 교육부 직원들과 잠시 인터뷰 시간을 가집니다. 그 동안 제가 근무하는 대학교와 이 곳 학과 간에 어떤 국제 교류 활동을 진행해 왔으며, 제가 1년 동안 이 곳에 방문교수로 지내는 동안에 이 학과를 위해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를 소개한 거지요.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산업공학과 교수들이 모두 제 덕분에 

이번에 좋은 평가를 받을 거 같다면서 고맙다는 얘기를 전하더군요.

 

 

6. 식료품 구입 및 내 생일 미역국

 

산업공학과 교육부 평가를 지원한 후 앙콧을 타고서 집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세띠아부디 슈퍼마켓으로 갑니다. 이 번에도 앙콧을 탔는데 아까와는 달리 2천 루피아를 주니 아무런 얘기없이 받더군요. 고무줄 가격인가 봅니다 .아직 앙콧을 타는 데 있어서 차량에 적힌 노선을 잘 모르는 터라 약간 불편함은 있지만 곧 자주 타게되는 앙콧 노선부터 익히려고 해요. 근데 요금은 가까운 거리의 경우 2천 루피아를 내면 되고, 조금 멀리 간다 싶으면 3천~4천 루피아를 내면 되는 거 같아요. 요금을 적게 내면 더 달라고는 하니깐 미리 잔돈을 조금 더 준비해 있으면 문제될 거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아침도 거른 데다가 아직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황이라 수펴마켓에 도착하자 마자 입구에 있는 KIOSK 레스토랑에서 도가니가 든 쌀국수와 과일 빙수를 주문해 먹었어요. 집사람은 혼자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간단한 식사를 했다고 하더군요.

 

 

식사 후에 집사람이 사놓은 물품들을 모두 챙겨 들고서 우버 차량을 불러 아파트로 이동합니다.

사실 오늘은 음력으로 7월 15일이자 제 생일이예요. 

집사람이 제 생일 상을 차려주기 위해 좋은 쌀과 한국산 청정 미역을 샀더군요. 

  

 

정작 쌀은 사오긴 했지만 아직 전기 밥솥이 준비되지 않아 집 주인한테서 오늘 받은 전기 스토브 박스에 사은품으로 들어있는 얇은 냄비가 밥하고 국을 끓일 수 있는 도구의 전부이네요. 이 냄비를 고온의 전기 스토브에 올려놓고 밥을 하다보니 냄비 바닥은 타고 쌀은 설익은 상황이 벌어졌어요. 할 수 없이 냄비에 든 설익은 밥을 퍼내고 바닥의 탄 부분을 대충 긁어낸 다음 소고기가 듬뿍 든 미역국을 끓입니다. 어느 정도 미역국이 완성되었을 때 설익은 밥을 함께 넣어주고 조금 더 끓이니 그럴싸한 미역 국밥이 만들어 지더군요.

근데 실제 먹어보니 정말 맛이 나네요. 겨우 3일 정도 한국 음식을 안먹었는데도 불구하구요.

 

케익도 없고 아무런 반찬도 없이 미역 국밥 달랑 하나만으로 차려진 이번 생일상은 지금까지 받은 생일밥 중에서 가장 맛있고 기억에 남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